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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개국선언
작성일 : 22-04-05 22:43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7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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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려?”

 “제가 한발 늦었어요. 흑사단이 대통령을 죽일 뻔했어요.”

 

 측절치는 대통령의 상처를 관찰했다.

 

 “상처가 많은데? 어떻게 된 거야?”

 “허벅지에 자상이 하나 있고 등에 총상이 몇 개 있을 거예요. 제가 대통령을 업고 뛰었을 때 뒤에서 총을 쐈거든요.”

 

 그제야 요란했던 총소리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사람, 출혈이 너무 심해. 지금 숙소가 아니라 병원부터 가야 할 것 같은데?”

 “맞아. 나이도 있는 사람이라 빨리 옮기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그때 중절치가 말했다.

 

 “그게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지금 병원을 가는 건 위험해. 곧 있으면 흑사가 마루시를 완전히 장악할 거야. 게다가 지금 마루시에는 마루 사람보다 달구 사람이 더 많겠지. 대통령을 입원시키면 흑사에게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야. 흑사가 대통령의 위치를 알게 되면 어떤 짓을 할지는 뻔하고.”

 

 막실라팀은 피로 물든 대통령의 바지를 쳐다봤다.

 

 “그럼 어떻게 하지?”

 “일단 숙소로 가자. 의사는 따로 찾아야겠어. 그 사람, 숨은 쉬고 있어?”

 

 카쟝은 대통령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네. 숨은 쉬고 있어요.”

 

 하지만 숨이 너무 가느다랬다. 그의 호흡은 심지가 다한 촛불처럼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때 측절치가 눈을 크게 떴다.

 

 “지치. 너, 다리는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아, 이거. 총알이 스쳤어요.”

 

 카쟝의 왼쪽 종아리도 뼈가 보일 정도로 찢겨있었다. 연기 속에서 쏜 총알이 카쟝의 종아리에 명중한 것이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 정도는 금방 나을 거예요.”

 

 

 ***

 

 

 흑사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적벽관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적벽관은 새로운 주인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에서 전 대통령이 된 어혁원은 적벽관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그 자리엔 자연스럽게 흑사의 이름표가 붙었다.

 

 전쟁이 지나간 적벽관 광장에는 시체들만 가득했다. 그 시신들을 가리는 건 고요한 정적과 어두운 밤하늘이었다. 1시간 전까지도 땅이 울리고 고막이 찢어질 듯했던 전장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잠잠해졌다. 탱크의 포성과 군인의 총성이 사라진 적벽관의 밤은 더욱 깊어졌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흑사는 적벽관을 차지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을 밀어내자마자 나라를 장악할 방법을 강구했다. 흑사는 가장 먼저 자신의 적이 될 사람들을 제압해나갔다.

 

 “우선 적벽관 광장부터 온드리안 곳곳으로 도망간 패잔병들을 찾아서 제거해라.”

 

 흑사는 밤 새워 전쟁에서 승리했음에도 잠은커녕 여유를 가질 틈이 없었다. 지금 그는 자신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일분일초가 아까운 실정이었다.

 

 “7번대는 적벽관 주변을, 1번대는 서쪽으로, 2번대는 동쪽으로, 4번대는 남쪽으로, 6번대는 북쪽으로 패잔병을 추격하라.”

 

 흑사는 도망친 대통령과 장관들의 소재도 파악하도록 명령했다. 특히 전 대통령의 목숨이 아직 붙어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어혁원 전 대통령의 시체를 발견하는 자는 내 눈앞으로 가져와라. 큰 포상을 내리겠다. 혹시나 그가 살아있다면 그를 생포해오되, 만약 그가 저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사살할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 물론 시체는 내 앞으로 가져와라.”

 

 흑사는 3번대 대장 합보를 불렀다. 그의 부름에 적벽관 주위를 순찰하던 합보가 급히 달려왔다.

 

 “흑사님, 부르셨습니까?”

 “합보, 자네에게는 다른 명령을 내리겠네.”

 “무슨 명령이든 받들겠습니다.”

 “지금 당장 3번대 단원들을 이끌고 온드리안 모든 신문사에 찾아가. 가서 우리의 혁명을 축하하는 기사를 신문 1면에 싣도록 주문해. 아, 신문사뿐만이 아니라 방송사에도 방문하게. 아침 뉴스에서 우리의 승전보를 전국에 전달하는 모습을 봐야겠네. 방송사는 아침에 흑사단의 승리를 알리는 보도를 전국에 꼭 보내야 해. 반드시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해. 새 나라의 수장이 누구인지.”

 “알겠습니다. 혹여나 우리의 주문을 거절하는 언론사가 나오면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런 언론사는 우리에게 필요 없지. 그 자리에서 쑥대밭으로 만들어. 어떤 방식을 사용해도 좋아.”

 “알겠습니다.”

 

 흑사의 명령을 받은 합보는 신속하게 3번대를 20팀으로 나누었다. 그는 각 팀마다 목적지를 정해줬다.

 

 “오늘 동이 트기 전까지 무조건 끝내야 하는 작업이다. 절대 늦지 말도록.”

 

 합보의 명을 받은 3번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흑사는 적벽관 옥상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때 뒤에서 닥터 하가 나타났다.

 

 “흑사 님, 전쟁 중에 부상을 입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전쟁이 끝났으니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지금은 한시가 급한데.”

 “상처는 당장 치료하면 단순 처치로 끝날 것도 오래 묵혀 놓으면 수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치료를 빨리 끝내줄 수 있겠나?”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흑사가 나라를 바꾸기 위해 계획한 시간은 단 48시간. 그 시간 안에 국가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뒤바꿔야 했다.

 

 합보는 신문사, 방송사를 돌아다니며 이 나라의 통치자가 바뀌었음을 통보했다. 그리고 그 통치자가 원하는 언론 형식를 그들에게 제시했다.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흑사단의 의견을 거절하면 그들의 직장을 잃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런 간단한 이유 때문인지 흑사의 제안을 함부로 거절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거절하는 이가 생기면 합보가 그 자리에서 즉결심판을 내렸다.

 

 “흑사님에게 대항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뿌리부터 잘라내야 한다!”

 

 흑사는 어혁원 대통령을 잡기 위해서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관들과 군인, 그리고 경찰에게도 크고 작은 현상금이 걸렸다. 흑사는 흑사단과 척진 사람들을 하나하나 신속하게 처치해갔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흑사단원들은 흑사단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드리안 곳곳으로 퍼져 각자의 임무를 수행했다.

 

 언론사들이 장악되는 동안 흑사는 적벽관에 있는 의무실에 있었다. 닥터하는 흑사의 건강상태를 살피며 진료했다. 그는 흑사의 허벅지에 박힌 총알을 뽑았다.

 

 “깊숙이 들어가 있었네요. 이 정도면 움직이기 힘드셨을 텐데. 대단하십니다.”

 

 흑사는 치료하는 동안에도 전혀 움찔거리지 않았다. 오히려 닥터 하를 재촉했다.

 

 “빨리 치료해. 할 일이 태산이야.”

 “알겠습니다. 따끔거릴 겁니다. 조금만 참아 보세요.”

 

 닥터 하가 흑사의 허벅지에 소독액을 바를 때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상처를 꿰맬 때는 의자에 등을 대고 졸기까지 했다. 40시간이 넘도록 한숨도 못 잔 그였기에 피곤할 만도 했다.

 

 “일단 상처는 치료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하게 치유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흑사는 닥터하의 조언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이동했다.

 

 “그럴 시간이 없네.”

 

 흑사는 적벽관 회의실로 곧장 이동했다. 회의실로 입장하니 오 교수와 리브가 좌우에 앉아있었다. 그들은 동시에 일어나 흑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전쟁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다 자네들 덕분이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래 기다렸나?”

 “아닙니다.”

 “편하게 자리에 앉지.”

 

 흑사는 언제나 그랬듯 그들 중간에 앉았다. 흑사는 방금 치료한 상처 때문에 평소보다 거동이 불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흑사는 쓸 데 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오 교수는 재빨리 회의의 안건을 제시했다.

 

 “흑사님, 합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언론사 5곳을 제외한 모든 언론사가 흑사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답니다.”

 “그것 참 다행이군. 어혁원이나 장관은 발견하지 못했나?”

 “적벽관 주변을 계속 수색했지만 어혁원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멀리 도망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죠. 심각한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들를 겁니다. 각 병원에 단원들을 배치해 놨습니다. 그가 입원한다면 바로 발각될 겁니다. 그리고 강희철 장관은 자택으로 들어가 체포했습니다. 현재 이곳으로 데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달성 장관은 행방이 묘연합니다. 전쟁 중에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단원이 있었지만, 그 장소에 다시 갔을 때 김달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곧 잡힐 겁니다.”

 “그렇군.”

 

 흑사는 리브를 바라봤다.

 

 “어혁원이나 김달성 장관에게서 발생한 정보는 없나?”

 “계속 탐색 중입니다. 만약 그 두 사람이 전화를 하든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는다면, 뭘 하든지 간에 그 즉시 덜미를 잡힐 겁니다.”

 “다른 나라의 움직임은 없고?”

 “네. 전쟁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 주시하는 중이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큰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군.”

 “맞습니다. 이렇게 해서 온드리안 장악에 대해서는 일단락이 됐습니다. 온드리안은 온전히 흑사님의 것입니다.”

 

 “일단락되었다.”라는 리브에 말에 흑사는 등을 의자에 기댔다. 그는 오 교수를 불렀다.

 

 “좋아. 이대로 진행되면 문제없겠어. 오 교수, 오늘 오후에 방송사를 적벽관으로 데려와. 새로운 나라의 탄생을 공표해야겠어.”

 “알겠습니다. 우리와 뜻을 함께하기로 한 모든 언론사에게 전달하겠습니다.”

 

 흑사는 언론사가 오기 전까지도 쉬지 않았다. 그는 온드리안을 다잡기 위해 부단히 작업했다. 이젠 도적단이 아닌 국가를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이전 온드리안에 존재하던 정부의 흔적을 지워버리며 새로운 정부 부서에 책임자를 한 명씩 임명했다.

 

 그중 몇몇 부서는 흑사단원에게 위임했다. 국방부 장관으로 알로를 임명했고, 외교부 장관으로는 합보를 임명했다. 나머지 부서의 장관은 흑사단에서 찾기 힘들어서 관련 인물을 찾아 연락했다. 정보가 빠른 이들은 흑사의 연락을 받기도 전에 그가 어혁원 대통령을 쫓아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오늘부로 온드리안의 대통령이 된 흑사라고 하네. 자네. 나를 도와서 법무부 장관을 해주겠나?”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그러나 흑사의 제안에 감히 거절하는 이는 없었다.

 

 달이 태양의 빛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며 흑사의 정부도 견고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적벽관 광장도 서서히 본래 모습을 되찾아갔다. 흑사단원들은 광장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소각했고 버려진 트럭이나 오토바이들은 임시 폐차장을 만들어 옮겨놓았다. 수많은 인원이 광장을 함께 청소하니 광장에 남은 얼룩들도 사라져갔다.

 

 “복구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즉시 고쳐라.”

 

 흑사는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한 대부분의 정비를 마쳤다. 흑사도 자신의 계획이 웬만큼 이루어졌다고 여겨졌을 때 무수한 언론사들이 적벽관으로 찾아왔다.

 

 “흑사님, 방송을 위해서 취재진들이 찾아왔습니다.”

 “벌써 오후인가.”

 

 흑사는 옷을 갈아입고 깨끗하게 청소된 적벽관 로비로 나섰다. 로비에는 이번 발표를 위해 세워진 단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흑사를 반기는 언론인, 즉 혁명의 성공을 축하하는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조금이라도 흑사에게 안 좋은 기색을 내비쳤던 언론인들은 합보에 의해 처리가 된 이후였다. 그렇기에 로비의 분위기는 냉기가 감돌면서도 훈훈했다.

 

 찰칵. 찰칵.

 

 흑사는 자연스럽게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가 단상 위로 올라가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흑사가 마이크 앞에 서자 셔터 소리는 더욱 커졌다. 흑사는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새로운 나라가 열렸습니다.”

 

 와아아아~!

 

 흑사의 한 마디에 로비 전체에 환호성이 울렸다.

 

 “우리나라, 온드리안은 마루시와 달구시, 두 도시로 나뉘어있습니다. 하지만 두 도시가 같은 나라에 있는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 점에 대해서는 모두 인지하고 계실 겁니다.”

 

 카메라로 찍히는 적벽관 로비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실상은 취재진과 흑사단원 뿐이었다. 흑사단원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기에 한껏 상기되어있었다. 그런 흑사단원들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취재진들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흑사단은 흑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응했다.

 

 “이전 정부는 이러한 차별을 인지하면서도 고의로 무시했습니다.”

 “맞습니다!”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갔죠."

 "맞습니다!"

 

 흑사는 카메라를 뚜렷이 응시했다.

 

 “오늘부터 제가 만들 나라는, 그런 차별이 절대 없을 겁니다. 온드리안에 있는 모든 이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그런 나라, 누구 하나 부족하고 차별 받지 않는 나라, 그런 온드리안을 꼭 만들 겁니다.”

 

 흑사는 그 점을 강조했다.

 

 “달구와 마루는 한 나라에 속해있습니다. 제가 적벽관에 있는 이상, 어느 누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어느 누가 더 힘든 삶을 살지 않을 겁니다.”

 

 흑사는 연이어 평등을 강조하며 새로운 나라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흑사의 건국선언은 그가 카메라에 인사를 보내며 끝이 났다. 잠시 후 질의시간이 이어졌다.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대통령님, 아니 흑사님, 호칭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편한 대로 부르십시오.”

 “대통령님. 오늘 이 자리에서 하신 말씀 중에서는 온드리안을 평등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핵심인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구상하셨습니까?”

 “구체적이라.”

 

 흑사는 잠시 숙고를 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현재 마루와 달구 사이에서 가장 크기도 하고,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부의 분배입니다. 오늘부터 개인별 재산을 조사할 겁니다.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응하는 국민에게는 불이익이 가겠죠.”

 

 흑사는 머릿속에 떠오른 계획을 천천히 설명했다.

 

 “개인별 재산 조사는 한 달 내로 끝날 겁니다. 그 후로는 개인이 가진 재산에 따라 세금의 차등이 커질 겁니다. 저는 부유한 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자들은 세금을 적게 내도록 지시할 겁니다. 그런 방식대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평등해질 겁니다.”

 

 50시간 넘게 잠을 자지 못한 그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두 눈을 또렷하게 떴다.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깔보고 막 대하는 행위도 서서히 사라질 겁니다.”

 

 TV를 보고 있던 마루 시민 중에는 그 말의 의미를 눈치를 챈 사람도 더러 있었다. 흑사는 마루 시민의 모든 재산을 빼앗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TV 속의 적벽관 로비는 마치 축제의 현장이었다.

 

 우와아아아~!

 

 로비를 채운 사람들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흑사에게 불평하거나 싫은 티를 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상, 오늘 공표를 마치겠습니다.”

 

 흑사는 단상에서 내려갔다.

 

 

 ***

 

 

 카쟝은 시선을 내려 침대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한 어혁원이 누워있었다. 그는 마루시 남쪽 후미진 골목에 있는 한 조그마한 의원에 입원해있었다. 카쟝과 막실라팀은 부상 당한 대통령을 받아줄 의원을 찾다가 그곳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 그 의원의 의사 유해정과 간호사 다정을 제외하고 새로운 목격자는 없었다.

 

 “대통령의 상태는 어떤가요?”

 

 해정은 곤란한 질문을 받은 학생처럼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너무 피를 많이 흘린 상태로 오셨고요. 저희 병원 장비가 최상의 수술 환경은 아니어서 ‘100% 완벽한 수술을 했다.’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습니다.”

 

 카쟝과 측절치도 달리 할 말은 없었다. 한밤중에 호출을 받고 씻지도 못한 채 병원에 나와서 8시간 가까운 수술을 한 그녀였다. 수술 받는 이가 대통령임을 알고 받아준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일단 지금부터는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부러진 왼 다리, 오른 허벅지의 깊은 자상, 그리고 등과 다리의 총알로 인한 관통상들을 치료한 상태였다. 지금은 전부 처치한 뒤라 온몸이 붕대로 덮여있었다. TV에서 나올 때는 뚝심 있고 강인해 보였던 그였지만 지금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보다도 연약해 보였다. 해정은 혁원의 다리를 관찰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살아나신다고 하더라도 양쪽 다리에 심한 부상을 당하셔서요. 아마 완벽히 회복하지는 못할 거예요.”

 “완벽히 회복하지 못한다는 게 어떤 의미죠?”

 “이전 같은 삶을 살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에요. 굳이 자세하게 말하자면, 평생 절름발이로 사셔야 한다는 의미죠. 특히나 오른쪽 허벅지가 상당히 깊게 찔려서요. 근데 그건 어떤 의사였어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을 거예요.”

 

 카쟝은 그녀에게 꾸벅 인사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당분간은 격한 운동은 하시면 안 돼요.”

 

 해정은 카쟝의 왼 다리를 가리켰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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