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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녀 태자비 구혼령
작가 : 반치음
작품등록일 : 2022.4.5

몰락한 백작 영애 샤페이 로일헨드라. 그녀의 핏줄 대대로 여성에게만 이어져온 마력은 숨기기 급급한 수치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로일헨드라 백작 가를 재기시킬 획기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평생 독신을 주장하며 혼인을 거부하던 베르데 제국 황태자의 짝을 구하는 구혼령이 선포된 것이었다. 혼인 상대의 조건은 오직 단 하나.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여자'. 아름다운 황태자 페르세가 비혼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내세운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backkyumm@gmail.com

 
2. 화형장의 마녀(1)
작성일 : 22-04-05 20:29     조회 : 156     추천 : 0     분량 : 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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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페이 그라나 로일헨드라에게.

 

  황실은 귀하의 지원 사항을 적합한 절차를 거쳐 확인하였습니다.

 

  태자비 후보자를 확보한 것을 기념하여, 황실에서는 작은 규모의 연회로 인사를 나누려 합니다.

 

  하단에 명시된 기일까지 수도 황궁의 장미궁으로 방문하십시오.

 

  태양의 온기를 로일헨드라에게 나눕니다.

 

  태자궁 비서실 인

 

 

 

 

 

 

 

 

  "수도에 가면 항상 몸을 사려야 한다. 알고 있지 샤페이? 궁에서는 더 그렇고."

 

  "예, 어머니. 벌써 십수 번도 더 말씀하셨어요."

 

 

 

 

  백작 부인은 마차에 오르는 샤페이의 손을 끝까지 놓지 못했다.

 

  테리카는 이미 마차에 올라탄 채 부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딸을 몸종 하나와 함께 궁으로 보내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서도, 이제는 그만 보내 주었으면 싶은 바람이 더 컸다.

 

  샤페이는 양 측의 심기를 살피다 끝내 어색한 웃음으로 상황을 갈무리지었다.

 

 

 

 

  "어머니, 이만 떠나야 할 듯 합니다.

 

  황궁에서 초대장이 도착한 지 벌써 이틀이나 지났으니, 더 늦었다가는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해 황명을 어기게 될 지도 모르지요."

 

  "그러려무나. 허나······."

 

 

 

 

  부인이 말끝을 흐렸다.

 

  실크로 된 장갑을 낀 샤페이의 손이 부인에게서 미끄러지듯 빠져 나갔다.

 

  샤페이는 상투적인 미소를 지으며 마차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운전석 뒤편을 양산으로 두드려 마부에게 신호를 보냈다.

 

 

 

 

  "출발하세요."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작부인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멀어지는 샤페이를 묵묵히 전송했다.

 

 

 

 

  "네가 걱정이 되는구나. 샤페이. 이번에는 무사해야 할 텐데······."

 

 

 

 

 

  백작 부인은 그녀의 시종과 함께, 한참을 더 차가운바람 속에 머물렀다.

 

 

 

 

 

 

 

 

 

 

 

 

 

 

 

  마차는 비탈진 길을 거침없이 달려 내려갔다.

 

 

 

 

  샤페이의 일행은 사흘 후까지 수도에 있는 황궁에 도착해야 했다.

 

  백작 부인의 깐깐한 고집으로 몇 날이나 짐을 다시 풀었다 싸는 바람에 일정이 촉박해진 것이었다.

 

 

 

 

  음산했던 백작저가 이토록 활기에 찬 것이 얼마 만이던가.

 

  황태자의 보좌관에게 편지를 보낸 후로 며칠이 지났을까,

 

  황실 인장이 찍힌 초대장이 샤페이의 이름 앞으로 날아오자 백작 부인은 전에 없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태양신이시여,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낯선 것이었다.

 

  샤페이는 어머니의 삶에서 그녀가 이보다 더 기뻐했던 순간이 있었을지 의문스러웠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던 도중, 테리카가 샤페이의 팔에 덥썩 매달렸다.

 

  그녀의 눈은 마치 별이 박힌 듯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진짜로 궁에서 아가씨를 초대할 줄은 몰랐어요! 정말 대박이잖아요!"

 

 

 

 

  테리카는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샤페이는 그런 테리카의 순진함에 미소지었다.

 

 

 

 

  "맞아. 테리카는 궁에 처음 가 보는 거지?"

 

  "그럼요! 아, 정말이지 가 보고 싶었어요. 얼마나 아름다울까!"

 

 

 

 

  테리카가 두 손을 모으며 감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금으로 된 식기에, 수백개가 넘는 샹들리에가 반짝이며 홀을 채운다죠.

 

  정원에는 지저귀는 새들과, 겨울에도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이 가득하고.

 

  연회장에서는 언제나 제국에서 가장 멋진 무용수들이 춤추며 손님들을 맞아주잖아요.

 

  앗, 밤마다 밝게 빛나는 정원의 전구 장식들은 또 눈부시게 근사하겠죠!"

 

  "음·······. 과연 그정도일지는·······.

 

  너는 그런 것들을 다 어디에서 들은 거니?"

 

  "시종장 할머니께 어려서부터 들어온 걸요.

 

  제가 어렸을 땐 주인님께서 아가씨를 따라 수도로 가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그리 속상해 할 것 없어. 지금이라도 이렇게 가 보고 있잖니."

 

  "히히, 다 아가씨를 잘 둔 덕분 아니겠어요."

 

 

 

 

  까르르 웃으며 장난을 거는 테리카에게 반응해 주고 나서, 샤페이는 조용히 창 밖을 바라봤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헐벗은 나무들이 그녀의 눈앞으로 휙휙 빠르게 지나갔다.

 

  잠시 후 조용해진 테리카를 보니, 그녀는 금세 잠들어 있었다.

 

  샤페이는 잠자코 테리카의 작은 머리를 기울여 자신의 어깨로 받쳐 주었다.

 

  샤페이는 다시 창 밖의 거친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고, 평생을 자라 온 빌 골짜기에서 거의 벗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골짜기에 뿌리박힌 저주는 언제쯤 되어야 벗겨질까."

 

 

 

 

  샤페이는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에 테리카가 깰까 걱정되어 짐짓 놀랐다.

 

  급하게 확인해본 그녀의 잠든 표정은 평화롭기만 했다.

 

 

 

 

 

  사실 아무렇지 않은 척 황궁의 초대에 응하는 샤페이의 마음 깊은 곳에는 먹먹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로일헨드라 가문에서 태어난 여자들 중 여태껏 불행하지 않았던 이는 없었다.

 

  모두 지긋지긋한 '마녀'였기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 이러한 유전이 생겨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최초로 작위를 받았던 가문 시조의 딸 또한 마녀였다고만 들었을 뿐이다.

 

 

 

 

 

  "늘 손끝에서 불꽃을 피워내는 악마의 딸들."

 

 

 

 

 

  로일헨드라의 여자들은 탄생과 동시에 불행한 삶이 예정되어 있었다.

 

 

 

 

  가문은 이러한 딸들의 특별함을 외부로 유출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태어기도 전에 죽임당했고, 태어났다면 버려졌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체질을 숨기고 시집갔다가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죽음은 가문의 명성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했으니까.

 

 

 

 

  샤페이는 죽은 백작의 서재에서 훔친 '로일헨드라 백작가의 역사'를 이번 여행에도 어머니 몰래 가지고 온 참이었다.

 

  그녀 스스로가 언제 어디서 뜻밖의 모욕을 당하더라도

 

  그저 자신의 정해진 운명일 뿐이라 받아들이기 위함이었다.

 

 

 

 

  정차지인 마을까지는 반나절은 더 가야 할 터였다.

 

  샤페이는 나른함에 젖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어둠이 펼쳐지니 5년 전의 악몽같던 데뷔탕트 연회장이 다시 그녀에게 밀려들었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하며 숨이 막혀왔다.

 

 

 

 

  '수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만으로 이렇게나 고통스럽다니.'

 

 

 

 

  황궁에서 무슨 생각으로 샤페이의 편지에 응했는지 그녀로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

 

 

 

 

 

 

  편지를 쓴 일도, 수도로 향하는 것도 모두 샤페이의 의지는 아닌 것이 현실이었다.

 

  마음만 같아선 평생 이 빌 골짜기를 벗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 되려 그 누구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몇 백년의 역사 속에서 그래왔듯 마녀의 고통스런 트라우마 따위는 중요치 않은 요소라는 것이었다.

 

 

 

 

 

  가문의 명예에 비하면.

 

 

 

 

 

 

 

 

 

 

 

 

 

 

  샤페이의 마차가 수도에 들어오기 전,

 

  황궁 중심부의 빅토리아 홀에서는 연회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 어. 플로어 램프는 홀 가장자리에만 배치해. 아니! 일단 수량 체크부터 해야지! 너희 이 일 하루이틀 해?!"

 

  "호르헤!"

 

 

 

 

  익숙하게 앙칼진 목소리가 두 귀에 꽃히자, 호르헤는 하인들을 꾸짖으며 확인하던 업무지시표를 내던졌다.

 

 

 

  "태양신님······. 부디 제가 여기서 죽지 않게······"

 

  "호르헤. 내 말 들려요?"

 

 

 

  목소리의 주인이 그의 어깨에 턱 손을 올리자, 호르헤는 즉각 '업무용 스마일'을 얼굴에 펼쳤다.

 

  다년간의 보좌관 경험이 만들어준 기술이었다. 정확히는 페르세의 보좌관이었기 때문에.

 

 

 

 

  "안녕하세요, 아유다 영애. 빅토리아 홀은 지금 행사 준비 중이어서요. 외부인의 출입은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아유다는 까득 이를 갈았다.

 

 

 

 

  '이크, 또 한바탕 하겠구나.'

 

  "내가 그걸 알고 있으니까 여기에 왔겠죠? 나도 페르세가 기획한 그 빌어먹을 연회의 초대장을 받았으니까요."

 

  "아- 그러셨군요. 이번 행사가 영애께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실 그 초대장도 호르헤가 썼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좋을 테다.

 

  그런데 아유다는 의외로, 지난번 보좌관실로 들이닥쳤을 때보다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팔짱을 꼭 낀 채로 그저 퉁명스레 물을 뿐이었다.

 

 

 

 

  "왜 이 일을 페르세의 보좌관인 당신이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요. 저도 참 궁금합니다.'

 

 

 

 

  호르헤는 속마음을 삼켜내며 그저 웃었다. 아유다는 계속 쏘아붙였다.

 

 

 

 

  "솔직히 말해, 내가 이 상황이 마음에 들 순 없죠. 안 그래요? 파혼 당한 지 이제 딱 한 달이네요."

 

  "하하-"

 

  "그래도 뭐. 일단은 이 행사를 지켜볼 생각이에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호르헤는 진심으로 태양신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준 것만 같다고 믿었다.

 

 

 

 

  '이번 주엔 진짜 교회 나가야지.'

 

 

 

 

  아유다는 사치스런 깃털 부채로 입가를 살포시 가리며 이어나갔다.

 

 

 

 

  "그거 알아요 호르헤?

 

  이 파티에 참석한다는 예순 여섯 명의 아가씨들 중엔 특별한 사람이 아주 많더군요.

 

  뭐, 마법을 쓴다는 자들이니 당연한 것일까요."

 

 

 

  어떻게 참가자들에겐 알리지 않았던 정보까지 알고 있을까.

 

 

 

 

  초대장에 적힌 것과는 달리 연회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

 

  후보자들을 복수로, 많이 초대했다는 것.

 

  그리고 경연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어떤 초대장에도 적지 않았던 정보였다.

 

  철저히 기밀을 지킨 뒤, 부푼 마음으로 연회에 참석한 태자비 지원자들에게 모두의 앞에서 마법을 부려 보라고 요구해 더 큰 '망신'을 주는 것이 페르세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호르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아유다가 특유의 매력있는 말꼬리 소리와 함께 말했다.

 

 

 

 

  "있죠. 황궁에는 라피도 가문 사람이 아주 많아요.어쩔 때는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까지 미리 알게 되어 참 곤란하답니다."

 

  "그러시다면 다른 곳에는 그 정보를 전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 물론이죠. 조용히 기다려야 더 재밌는 일이 찾아올 텐데."

 

 

 

  아유다는 주변을 크게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보수한 빅토리아 홀은 정말 오랜만에 사용하네요."

 

  "예. 5년 전의 방화 사건 이후 보수공사를 했는데, 오히려 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래요?"

 

  "······왜 그러시나요, 영애."

 

 

 

 

  그녀가 짓는 뒤틀린 미소가 호르헤를 불안하게 했다.

 

 

 

 

  "아뇨- 뻔뻔하게도. 방화범이 이 홀에 다시 걸어 들어올 걸 상상하니.

 

  황제 폐하께서 보시는 앞에 어떤 소동이 벌어질지 궁금해서요.

 

  어머. 표정이 왜 그래요 호르헤?

 

  페르세 쪽에선 이런 사항도 확인하지 않고 일을 벌였나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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