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녀 태자비 구혼령
작가 : 반치음
작품등록일 : 2022.4.5

몰락한 백작 영애 샤페이 로일헨드라. 그녀의 핏줄 대대로 여성에게만 이어져온 마력은 숨기기 급급한 수치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로일헨드라 백작 가를 재기시킬 획기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평생 독신을 주장하며 혼인을 거부하던 베르데 제국 황태자의 짝을 구하는 구혼령이 선포된 것이었다. 혼인 상대의 조건은 오직 단 하나.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여자'. 아름다운 황태자 페르세가 비혼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내세운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backkyumm@gmail.com

 
프롤로그
작성일 : 22-04-05 20:22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27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 말이니."

 

 

 

 

  샤페이는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

 

  잿빛 성을 휘감는 황량한 모래냄새가 그녀의 코 끝에 맴돌았다.

 

  샤페이의 보드라운 암갈색 머리를 빗기며, 테리카가 재잘재잘 말을 이었다.

 

 

 

 

 

  "수도에 있는 황궁에서 황태자비를 구하는 구혼령을 내렸다잖아요.

 

  공개적인 '구혼령'이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었나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 조건이·······."

 

  "테리카!"

 

 

 

 

  샤페이는 테리카와 함케 화들짝 놀라 방 문을 바라보았다.

 

  로일헨드라 백작 부인이 목이 기다란 드레스를 입고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 그녀는 샤페이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샤페이는 같은 성 안에 살면서도 오랜만에 마주친 어머니의 모습에 적지 않은 어색함을 느꼈다.

 

  백작 부인이 무겁게 입을 뗐다.

 

 

 

 

 

  "잠시 나가있거라. 샤페이와 긴히 할 말이 있으니."

 

 

 

 

 

  테리카는 고장난 목각인형처럼 어색하게 허리를 굽혔다.

 

  그녀가 서둘러 방 밖으로 뜨자 마자, 백작부인은 옥스퍼드 천으로 덮인 소파에 몸을 푹 파묻었다.

 

 

 

 

  "엿들으려던 것은 아니다. 허나 조금 전 테리카의 말을 들었다면, 너 역시 그 일에 대해 알고 있겠구나."

 

  "저 역시 막 풍문을 전해들은 참이라·······."

 

 

 

 

  끝에만 약간 곱슬기가 있는 샤페이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어깨선 위로 흘러내렸다.

 

  맨발에 흘러내리는 잠옷을 걸친 그녀의 모습은 차라리 자연물에 가까울 정도의 청초함을 보였다.

 

  그녀는 부인의 앞으로 몸을 옮겨 앉았다. 그 동안 백작 부인은 무거운 한숨을 내리깔았다.

 

 

 

 

  "너도 알다시피, 백작께서 돌아가신 후로 우리 가문에 대한 지원은 완전히 끊겼단다.

 

  불쌍한 카를로스·······. 집안이 힘이 없으니, 이 골짜기에만 처박혀 있는 네 오빠를 좀 보렴.

 

  여태까지 부인하며 살아왔지만, 이 로일헨드라 가문에는 미래가 없다."

 

 

 

 

  백작 부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지금. 지금으로선 말이다."

 

 

 

 

  샤페이는 어머니의 단호한 말투에 놀라 잠자코 말을 아꼈다.

 

  가문이 중상모략을 당하던 때에도, 의문의 사고로 백작이 죽음을 맞았을 때에도 언제나 고고한 자부심을 지키던 어머니였다.

 

  백작 부인은 고개를 쓸쓸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이 일이라면, 어쩌면 우리 가문의 앞날이 바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앉아있는 소파 앞으로 몸을 당기며, 백작 부인이 부드럽게 샤페이의 손을 그녀의 두 손으로 쥐었다.

 

 

 

 

  "그래. 테리카의 말처럼, 황실에서 태자비를 공연히 구한다더구나.

 

  네가 거기에 지원해봤으면 한다."

 

  "네? 하지만 어머니,"

 

 

 

 

  샤페이의 눈이 당혹감으로 커졌다. 얇게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바람이 스쳤다.

 

 

 

 

 

  "하지만 저는, 저는 다시 궁으로 들어가선 안돼요."

 

  "샤페이."

 

 

 

 

  백작 부인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

 

 

 

 

  "네가 무슨 마음인지 나는 잘 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잖니. 오래된 일이야.

 

  네가 다시 궁에 간대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나야 이렇게 살면 된대도. 수도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네 오빠를 생각해야지.

 

  네가 희생해준다면, 그러면 너희 오빠도 권력을 잡을 수 있어."

 

 

 

 

  샤페이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처량해졌을 것이 분명한 어머니의 두 눈을 마주했다가는 오늘 밤에도 잠을 못 이룰 것이 분명했다.

 

  백작 부인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 황태자비에 가장 적격인 사람은 너 뿐이란다."

 

  "어머니 좀전부터 당최 무슨 말씀이신지,"

 

 

 

 

  백작 부인의 입에 커다란 미소가 떠올랐다.

 

  오랫동안 웃지 않았던 그녀의 얼굴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져 샤페이를 놀라게 했다.

 

 

 

 

  "페르세 황태자의 비로서 필요한 조건은 바로 '마법'뿐이라는구나."

 

 

 

 

  그녀의 말이 끝나자 마자, 샤페이는 얼굴이 온통 새파랗게 질린 채 소리쳤다.

 

 

 

 

  "네?"

 

 

 

 

 

 

 

 

 

  "설명해요."

 

 

 

 

  타오르는 듯이 붉은 머리를 한 영애가 담담하게 명령했다.

 

  그러나 상대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영애는 좀 전의 절제와 어울리지 않게 오동나무 책상을 부서져라 내려 쳤다.

 

 

 

 

  "제가 더 이상 페르세의 약혼자가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그게, 저는 전하의 보좌관일 뿐이라 정확한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엉터리같은 법이 어디 있나요.

 

  페르세를 불러 주세요. 그 사람에게서 직접 듣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한 번이라도 그냥 호르헤 선에서 받아들이면 안되겠어?"

 

 

 

 

  보좌관과 영애는 동시에 책상 너머를 바라봤다.

 

  부드럽지만 강한 목소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베르데 제국의 황태자, 페르세였다.

 

  그는 평소 그의 취향대로 최소한의 격식만을 갖춘 간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황가의 유전적 특성인 눈이 부시도록 밝은 은빛 머리는 그 결에 걸맞지 않게 대충 헤집은 듯한 모양이었다.

 

  페르세는 호르헤의 옆자리에 털썩 걸터앉더니 발 끝을 길게 뻗으며 말했다.

 

 

 

 

  "아유다. 우리는 오랫동안 좋은 친구였지. 맞아, 그건 인정해."

 

  "좋은 친구? 이봐.

 

  난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황실의 약혼자로서 해야 할 모든 의무를 다했어.

 

  이러고도 '친구'로 끝날 거였다면 거리의 신문 팔이 소년과 약혼하는 게 나았겠어."

 

  "언행을 주의하십시오."

 

 

 

  호르헤는 아유다의 '예의없는' 돌발행동을 꼬집었다.

 

  정작 돌발행동의 시초인 페르세는 감흥 없는 표정으로 한 쪽 손을 훠이훠이 내젓고 있었다.

 

 

 

 

  "아냐. 됐다. 그냥 아유다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둬라."

 

 

 

 

  아유다의 얼굴은 그녀가 입고 있는 붉은 드레스보다도 더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조금만 더 화가 치밀었다가는 그녀의 머리칼처럼 타오르게 될 지경이었다.

 

 

 

 

  "그래. 이유라도 들어보자.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우리 가문이 뒤를 봐준 게, 그게 네 어떤 심기를 상하게라도 했어?

 

  지금 와서 네가 다시 구혼령을 내리면 나는 뭐가 되겠어. 우리 라피도는!

 

  이제 우리 집안 사람들은 사교계의 블랙리스트일 테고, 내 여동생들은 데뷔탕트도 치르지 못한 채 평생 노쳐녀로 늙어야겠지.

 

  황실을 상대로 파혼당한 여자가 있는 집안과 혼인하고 싶어하는 귀족들이 누가 있겠어!"

 

  "자, 자. 아유다. 일단 진정하고. 기품 없게 뭐 하는 거야."

 

  "기품? 넌 지금 기품을 차릴 게 아니야. 정신이나 차려."

 

  "라피도 영애!"

 

 

 

 

  페르세가 아유다를 마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아유다의 눈썹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기도 했다.

 

 

 

 

  "우선 너한테는 상당히 미안하게 생각해.

 

  너와 네 누이들은 내가 반드시 좋은 짝과 혼인할 수 있도록 해 줄게. 황가의 이름을 걸고."

 

 

 

 

  페르세는 호르헤에게 가볍게 눈짓을 해, 그가 자신의 말을 받아적도록 했다.

 

  페르세가 '황실의 이름을 걸고'한 약속에 대해 증빙 자료를 남기라는 의도에서였다.

 

  역시 이러한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는 아유다가 받아쳤다.

 

 

 

 

  "필요 없어."

 

  "음."

 

  "정말로요?"

 

 

 

 

  호르헤가 깃펜을 움직이려다 말고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아유다는 그를 잠시 씩씩대며 노려보더니, 다시 페르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라피도 가문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만 알아둬. 아, 황후 마마께서도 크게 상심하실 것이란 것도."

 

 

 

 

  아유다는 숨을 크게 내쉬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녀의 자존심이 다시 지체높은 공작가의 영애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잠시 흥분했어.

 

  긴 말 할 필요 없이 철회해. 세 달 뒤, 넌 원래대로 나랑 버진로드를 걸어야 할 거야."

 

  "미안하지만 영애, 나는 이미 마음을 굳혔어.

 

  그리고 나는 그 무엇도 철회하지 않아."

 

 

 

 

  그러면서 페르세는 아유다의 말투를 놀리듯 따라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곧 재미없어졌는지, 이를 그만 두고 본래의 태도로 돌아갔다.

 

 

 

 

  "내가 구혼령에서 내건 조건은 하나 뿐.

 

  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여자'와만 혼례를 올릴 거야."

 

 

 

 

  아유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분노는 진동이 되어, 그녀의 손에 들린 부채 깃털 끝까지 파도쳤다.

 

 

 

 

  "다시 한 번 묻겠는데, 너 지금 제정신이니?"

 

  "하하. 아바마마께서도 꼭 그런 말씀을 하셨지.

 

  뭐. 결국엔 늘 그렇듯, 내 뜻대로 하라고 하셨지만."

 

 

 

  페르세는 자리에서 벗어나 뒷짐을 진 채로 방을 가로지르며 돌아다녔다.

 

  그가 웃음을 흘리며 발을 멈춘 곳은 넓게 트인 발코니 앞이었다.

 

  양 손에 힘주어 창문을 여니 물기어린 바람이 찰랑이며 그에게 닿았다.

 

  비냄새. 늘 황궁을 맴도는 익숙한 냄새가 났다.

 

  페르세는 중얼댔다.

 

 

 

 

  "아. 나는 아마 영원히 혼인하지 않을 수 있을 거야."

 

 

 

 

  세 사람 뿐인 응접실에 세 사람 분 보다도 더 삭막한 공기가 차올랐다.

 

  그럼에도 페르세에게서는 기형적인 싱그러움이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창틀에 어렸던 물기가 그의 손으로 스몄다.

 

 

 

 

 

 

  "이 세상에 진실로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 당최 누가 있겠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 2. 화형장의 마녀(1) 2022 / 4 / 5 156 0 4928   
2 1. 편지 2022 / 4 / 5 165 0 5686   
1 프롤로그 2022 / 4 / 5 253 0 427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천 일간의 대리
반치음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