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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몬스터헌터: 괴물의 시선
작가 : 유툽작성TV
작품등록일 : 2021.12.27

인간, 엘프, 드워프, 오크 등 여러 종족과 마법이 공존하는 정통 판타지.

용병을 중심으로 풀어 나가는 현실 판타지.

 
5.0 최초의 약탈자
작성일 : 22-03-07 16:20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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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후우.

 

 차오르는 숨을 억지로 내리눌렀다.

 

 차분하게 숨을 뱉으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려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땀이 빠지지 않는 두툼한 레더아머에 어깨와 팔엔 검 날을 막기 위한 철판을 덧댄 채였다.

 

 야영 중 습격에 진절머리가 난 덕에 갑옷을 입고 자는 버릇을 들인 건 꽤나 다행한 일이었다. 처음엔 접근성이 좋아 선택한 레더클로스였어도 점차 그 유연함에 매료된 것이 한몫했다.

 

 물론 구조적인 유연함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동작의 원활함을 얘기한다면 레더아머보다 좋은 철갑옷들이 줄을 설 테니까.

 

 다만 길바닥 야영이 일상이 돼 버린 그에게 있어 재질적인 유연함이 철갑옷보단 나았다. 철갑류는 입고 잘 만한 게 되지 못했다.

 

 그래서 무기도 챙기지 못한 마당에 갑옷까지 잃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그러나 석재가 한가득 실린 수레를 밀면서 가빠지는 고지대에서의 호흡과 통풍 안 되는 몸뚱이 땀구멍은 전혀 다행한 상황이 못 됐다.

 

 분지에 불어오는 바람이 간혹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었지만, 몸은 레더아머 덕에 찜통이었고 이보다 가까울 수 없는 태양열이 어쩌다 부는 선선한 분지 바람마저 무색하게 했다.

 

 오후 일과가 시작되면서 내심 갑옷을 빼앗지 않은 오크들의 지능에 평생에 처음 축복을 보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 반납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더 이상 기회를 재기엔 여유가 없을 듯했다. 이대로 가다간 탈출을 기하기도 전에 체력이 고갈될 것만 같았다. 좋은 컨디션에서도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계획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희망만 줄어들 터였다.

 

 후우. 고를 숨도 남아 있지 않은 답답한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빠져나가는 숨 끝에 현기증이 일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다.

 

 밀던 수레는 오전에 네이즈를 끌고 갔던 곳 뒤편에 다다랐다. 석재는 그곳 낭떠러지에 대충 버려지고 있었다. 그는 앞에서 밀던 인부와 함께 수레를 돌리고 힘껏 들어 올려 석재를 비워냈다.

 

 “잠깐만. 숨 좀 돌릴게요.”

 

 아지랑이인지 현기증인지 모를 어지러움이 버릇처럼 찾아왔다. 정신을 다잡고 몸을 활처럼 뒤로 젖히면서 뭉친 근육을 풀던 쟈크는 일과 시작 후 노인에게 전달받은 말에 따라 석재가 버려지는 곳 구석 바위틈으로 걸어갔다.

 

 노인의 말에 따르면 아마 이곳 어딘가에 검을 숨겼을 게 분명했다. 짐수레로 쓰일 마차에 숨겨진 검을 자연스레 옮겨둘 만한 장소로는 이만한 데가 없었다.

 

 바위틈을 살피던 그는 이내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바위에 걸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검 자루를 잡아 빼냈다. 마차 바닥에 두었던 터라 내심 석재에 깔려 상처가 나지 않았을까 걱정됐었는데 다행히 상한 흔적은 안 보였다.

 

 그는 햇빛을 먹는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익숙한 자루를 정겹게 잡았다. 하루도 안 된 시간인데 이리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방금까지도 없던 힘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그만둬요.”

 

 따가운 인기척을 느낀 쟈크는 저도 모르게 날을 세워 잡았다. 같이 움직였던 인부였다.

 

 “뭘요?”

 

 “당신 같은 사람 많았어요. 하지 마요.”

 

 “걱정은 고마운데, 할 겁니다.”

 

 “당신 걱정이 아니라 우리 걱정하는 거예요. 당신이 죽든 말든 관심 없고, 괜한 사람들까지 죽게 하지 말란 말이요.”

 

 “죽기 싫으면 같이 하면 될 거 아니에요? 여기가 뭐라고 밤낮 안 가리고 냄새나는 동굴에서 먼지 뒤집어쓰고 사는 건데요?”

 

 “최소한 살 수는 있으니까. 탈출하다 죽은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 줄 알아요? 그렇게 발버둥 쳐서 살아나갈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서 오는데?”

 

 “숨만 붙어 있으면 살아있는 거라 생각합니까? 당신 얼굴 안 본 지 오래됐죠? 내 눈에 지금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처럼 보여. 생기도, 목적도 없이 숨만 붙어 있는 꼴 스스로 못 느낍니까?”

 

 “말조심해. 다 불어버리는 수가 있어.”

 

 인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쟈크 역시 짜증이 올랐지만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게 좋은 거야.”

 

 “그건 죽는 거야. 달라지지 않아서 좋은 건 그렇게라도 안주하고 싶은 당신 나약함이겠지.”

 

 “멀. 여기서 뭐해? 수레 비웠으면 빨리 가. 어쩐지 오크 새끼가 노려보더라니.”

 

 험악해져 좋을 것 없던 분위기는 뒤이어 석재를 버리러 온 인부들에 의해 쉽게 깨졌다. 쟈크는 들킬 걸 염려해 검을 다시 숨겼다. 그의 검을 본 뒤이은 인부들이 눈치를 살폈다.

 

 “뭐야. 뭔 작당을 꾸미는 게요?”

 

 “시기 봐서 도망칠 거예요. 당신네들 피해 없게 깽판 안 부리고 달아날 테니까 시비 걸지 마요.”

 

 성질 묻은 불똥을 괜히 다른 이에게 던졌지만 미안한 감정은 없었다. 이나저나 똑같은 놈들로 보였다. 쟈크는 도로 수레를 잡았다. 그러나 인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뭐해요. 내가 피해줄까 그냥 저기 던져버릴까 그런 생각이라도 들어요?”

 

 “난 살인해본 적 없어요.”

 

 “그럴 깜냥부터 없는 거겠지.”

 

 쟈크는 인부 앞으로 걸어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아까 오크에게 줬던 감자를 먹일 생각은 아니었다. 그의 팔목엔 전완근을 감싸는 철판이 옷 위로 덧대져 있었다. 크고 작은 흠집이 여럿 나 있었지만, 기름칠을 잘해두어서 무언가를 비출 만큼은 되었다.

 

 “봐요. 지금 당신 모습이 어떤지. 남을 죽이는 것만이 꼭 살인은 아니야.”

 

 “카악! 호롸우 씀! 쉬카르갹!”

 

 쟈크는 고개를 돌렸다. 구부정한 오크 한 마리가 이 빠진 검을 들고 뭐라 지껄였다. 아, 인간 말 하는 오크가 원래 당연한 게 아니었지. 그러고 보면 저놈들한텐 인간들 말이 우리 딴의 엘프어와 다를 바 없을 텐데, 그럼 놈들은 원래부터 우리 생각보다 똑똑했던 건가.

 

 오늘따라 괜스레 궁금한 게 많아지는 날이었다. 이런 상황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조차 신기했다. 쟈크는 도로 수레 옆을 잡았다.

 

 “뭐해요. 일해야지. 살고 싶으면.”

 

 조금 전과 달리 인부는 별말 않고 수레를 끌었다. 오크의 관심을 받아 좋을 게 없었다. 그들은 수레를 끌고 나오며 뒤이어 온 이들에게 길을 내주었다.

 

 쟈크는 혹여 오크가 해코지를 할까 먼저 시선을 끌었다. 저놈의 오크가 기강을 잡기 위해 뭐라도 한다면 그 대상은 앞에서 수레를 끄는 인부에게 갈게 뻔했기 때문이다.

 

 “야! 쉬는 시간 좀 줘 가면서 부려 먹어라. 더워 죽겠다. 물은 그새 어따 갖다 놓은 거야? 물 정도는 마실 수 있게 좀 해달라고.”

 

 인부를 노려보던 오크는 그대로 쟈크에게 검 날을 들어 올리며 뭐라 입을 열었다. 쟈크는 대수롭지 않게 심드렁한 얼굴로 그 시선을 지나쳤다. 물론 따가운 시선이 등 뒤로 갈 즈음엔 혹시 날아오지 않을까 싶은 검 날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채찍도 아니고 설마 진검으로 노동 인력을 족치겠어? 쫄지 말자.’

 

 다행히 거리가 벌어짐에 따라 불안도 흩어졌다. 흘긋 뒤돌아봤을 때, 계속 노려보는 놈 때문에 다른 놈들 시선도 같이 살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보단 탈출 걱정이 먼저였다.

 

 이미 생각을 굳힌 마당에 다른 걱정을 사는 건 낭비였다. 어차피 곧 있으면 싫어도 사게 될 시선들이었다.

 

 동굴로 발길을 옮기면서 쟈크는 한 번 더 주변을 둘렀다. 분지 중앙에는 노동 인력이 없었고, 그래서 중앙부터 산길로 이어지는 분지 끝쪽으로 경계 인원 역시 없었다.

 

 농땡이 치는 우르크들은 주로 분지 끝에서 낮잠을 자고, 저들끼리 싸움 놀이를 하는 등 딴 세상이었고, 감독하는 오크들은 노동 인력이 있는 군데군데서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석재를 버리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지금 위치쯤부터 분지 중앙으로 엉덩이에 불붙은 망아지마냥 뛰어간다면 오크들이 따라오기 전에 거리를 충분히 벌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고부라진 오크들이 아닌 전투 인력으로 보이는 우르크들이 모여 있는 좌측 무리에는 노인이 얘기했던 갈루마들이 섞여있었다. 어울리기보단 감시용으로 둔 것 같았다.

 

 혹여 발생할 인부들의 탈출 방지를 위한다면 분지에 풀어놓을 법도 한데, 아마 갈루마의 식욕 앞에 원활한 통제를 하지 못해서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그들의 빠르기라면 저 거리에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테고.’

 

 텅 비어 취약해 보이는 분지 중앙을 두고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던 이유였다. 갈루마는 산길에 도달하기 위해서 넘어야하는 관문과도 같았다.

 

 또 하나 문제가 있다면 재산을 잃은 네이즈가 긴장까지 버리고 자신만치 내달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건 그가 챙길 몫이어야만 해.

 

 동굴로 들어가면서 쟈크는 그가 마음의 준비가 돼 있기만을 바랐다.

 

 우둘투둘. 다듬어진 길인데도 소리만 듣고는 바퀴가 부서질까 걱정이 될 것 같은 길을 지나 석재를 싣던 동굴 안쪽까지 수레를 굴렸다. 네이즈는 그곳에서 수레에 석재를 싣고 있었다. 쟈크가 기회를 엿볼 때까지 숨죽여 준비할 수 있도록 노인에게 지정받은 일거리였다.

 

 그래서 멀리부터 들려오는 수레 소리에 쟈크가 모습을 비출 때마다 그는 쟈크를 살피며 보내올 신호만 눈치보고 있었다.

 

 들리는 수레 소리에 여지없이 고개를 돌린 그에게 쟈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열기까지는 감시하는 오크에게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가까워진 뒤였다.

 

 “준비해요.”

 

 “지금 나갑니까?”

 

 쟈크는 네이즈의 옆에서 석재를 담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네. 미리 말하지만 지금이 기회여서 움직이는 건 아니에요. 이대로 가다간 도주할 기력도 안 남을 거 같아서 무릅쓰는 거니까 당신도 각오를 해야 해요. 어떻게 목숨 걸 수 있겠어요?”

 

 “아니...갑자기 그런 식으로 말하면...”

 

 “겁주는 거 아니에요. 다만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몸을 움직이려면 상황을 분명히 인지하고 충분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말이죠. 검사가 검을 들었다고 휘두르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또 한 번 로넬이 떠올랐다. 그의 말이었다. 네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면 제가 뭘 해야 하죠?”

 

 쟈크는 수레를 끌던 인부를 한 번 흘겼다. 대화가 들릴 텐데도 그는 묵묵히 석재를 싣고 있었다.

 

 “저 사람이랑 교대해서 나랑 같이 수레 끌고 나가요. 수레를 비우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신호를 주면 냅다 산길 쪽으로 뛰는 겁니다. 할 수 있겠어요? 아니, 해야만 돼요. 가족들 보러 갈 거잖아요.”

 

 가족들이란 말에 네이즈의 눈빛이 일순간 단단해졌다. 그러나 잠깐의 결심 앞에 현실을 견디는 몸이 따라줄 리 만무했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준비했더라도 억지로 떠밀듯 한 짧은 예고가 붙으니 괜한 긴장과 출처 없는 두려움이 불안을 지폈다.

 

 긴장을 뱉듯 한숨을 여럿 내쉬는 그를 보며 쟈크 역시 깊은 숨을 한 번 뱉었다.

 

 “긴장 안 풀렸으면 한 번 더 갔다 올게요. 대신 이번에 돌아왔을 땐, 긴장 되더라도 무조건 움직여야 돼요. 알겠죠?”

 

 표정으론 알기 싫다고 울부짖으면서 고개만 끄덕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내가 지켜줄 기력이 사라진다는 것만 기억해요. 도움이 될 거예요.”

 

 “퍽이나요...”

 

 입 꼬리에 실소를 올린 쟈크는 다시금 진중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심 수레를 끄는 인부가 중간에 또 말을 보태지 않을까 그의 행동을 눈여겼는데 그의 태도는 묵묵했다.

 

 쟈크는 괜스런 앙금을 느끼며 수레를 밀었다.

 

 다시금 동굴 입구에 도달하자 눈앞이 어질했다. 동굴 밖으로 보이는 건 눈이 부시다 못해 멀어버릴 것만 같은 하얀 빛 그 자체였다. 신이 강림하면 저런 모습일까 싶었다. 눈이 멀어버리듯 한 후광. 저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만나본 적도 없는 뱀파이어에게 연민이 일 정도였다.

 

 다행히 밖으로 나오고서는 잠깐의 눈 아픔 뒤로 편한 시야를 도로 얻을 수 있었다. 탁한 공기와 선선한 바람을 맑은 공기와 숨 막히는 미풍으로 바꾼 아이러니가 머리를 괴롭히는 중에 눈앞 분지의 모습은 여전한 아까와 같았다.

 

 수레를 밀고 가면서 목소리가 새나가지 않을 정도의 위치가 됐을 때 쟈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언짢을까 미안하긴 한데, 이번에 돌아가면 내 일행하고 자리 좀 바꿔줘요. 어차피 소란에서 안전한 곳은 동굴일 테니까 위험해지진 않을 거예요.”

 

 “당신이 왔을 때부터 이미 난 위험을 감수하고 있어요.”

 

 “그거 미안하네요.”

 

 여전히 딱딱한 목소리에 아까 같이 불안에 떠는 불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말없이 바퀴를 굴렸고, 절벽 앞에서 수레를 돌리고 수레를 들어 석재를 굴렸다.

 

 “진짜 살아나갈 수 있는 거요?”

 

 수레를 쥔 인부는 제자리에 멈춰 쟈크를 노려보았다.

 

 “왜요. 나갈 마음이 생겼어요?”

 

 “아니. 그냥.”

 

 “살아나갈 수 있다고 확신은 못 줘요. 근데 난 살아나갈 거예요. 혼자라도 도망가겠다는 말이 아니에요. 그 확신은 온전히 자기가 감당해야 된다는 말이죠.”

 

 고개가 바닥으로 떨어진 그를 보며 쟈크는 말을 더했다.

 

 “살아나가게 해주겠다는 말은 못해요. 대신 도망가는데 도움을 줄 순 있어요. 아까 들었다시피 시간이 많진 않고.”

 

 “나갈 생각 없어요. 당신 말마따나 난 그럴 깜냥 있는 놈이 아니라. 다만 부탁하나 들어줄 수 있을까 해서.”

 

 “무슨 부탁이요?”

 

 “레데스 산맥을 지나기 전에 잡혀왔단 얘길 들었어요. 레데스 산맥을 넘으려 했던 것 같은데….”

 

 “우물거리다가 또 오크 놈이 보기라도 하면 그땐 제대로 눈 밖에 날지 몰라요. 듣고 있으니까 마저 얘기해요.”

 

 “레데스 산맥을 북동 방면으로 넘으면 시어헨이란 마을이 있어요. 그곳에…리키아와 노아라는 아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네들한테 쓴 편지가 있는데, 지금 가져올 수가 없어요. 맨입에 하는 부탁이니 언제 들러도 상관없습니다. 볼 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주기만 해도 좋으니까,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너희 떠나 도망간 게 아니라고… 그냥, 걱정하고 있다고, 미안하다고 그런 얘기 좀 전해주세요.”

 

 “되게 어려운 얘기네요. 일단 돌아가죠.”

 

 “말 주변이 없어서 어떻게 얘기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적어둔 편지들이 많은데…가져올 수가 없어요.”

 

 “시어헨, 리키아, 노아. 기억해 두죠.”

 

 “…고맙습니다.”

 

 자세한 사정일랑 모르겠지만, 대략 보살필 동생들이 있는데 어찌하다 이곳에 끌려와 돌아가지 못하는 듯싶었다. 그럼 더욱이 이곳을 도망쳐야 하지 않겠냐는 말은 던지지 않았다. 스스로가 바라지도 않는 일을 설득할 마음은 없었다.

 

 “외에 가족들은 없는 거예요?”

 

 “네. 두 동생들뿐이에요. 지금에선 잘 지내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아까와는 다르게 사람 냄새나는 목소리였다. 주변 시선을 눈치 보면서 몇 마디 필요한 이야기들을 묻다 보니 돌아가는 거리가 무척이도 짧았다. 어느새 네이즈에게 다다라 그와 교대를 해야 했을 때에는 한 번 더 대기하라 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감정보다 이성이 앞서야 할 때였다.

 

 “네이즈. 준비됐어요?”

 

 “준비는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군요. 행동을 하고 나야 각오가 생기는 법이란 걸 오래간 잊고 있다가 다시 알게 된 것 같아요.”

 

 쟈크는 뜻밖에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아까까지의 네이즈를 봐온 그로서 좀 전까지도 일말의 걱정이 채 지워지지 않았었는데 내심 불편한 구석 한 편이 깨끗이 청소된 기분이었다.

 

 “그 정도 마음가짐이면 충분해요. 아까 했던 말 기억하죠? 내가 신호하면 산길 쪽으로 전력을 다해 도망치는 거예요. 내가 당신을 믿는 만큼 날 믿고, 무작정 뛰어요.”

 

 방금 느낀 것과는 별개로 그 내심엔 여전히 걱정이 남은 듯했다. 생각을 비우고 행동을 하겠다는 그의 결심을 본 쟈크로서는 그가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게 최선이었다.

 

 다시 석재를 채우면서 인부와 못 다한 말을 나눈 쟈크는 모자란 시간에 뒤늦은 아쉬움을 남기는 인부를 뒤로하고 네이즈와 결심의 숨을 뱉었다.

 

 “내가 앞에서 끌게요. 이목은 익숙한 내가 받는 게 더 나을 것 같으니까.”

 

 “도망가려면 앞에 있다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더 힘들지도 몰라요. 뒤에 있는 게 긴장 풀기에도 감시하는 시선을 피하기도 수월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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