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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3
작가 : 갈마루
작품등록일 : 2016.9.5

선(善)은 승자의 역사이고 악(惡)은 패자의 더럽혀진 이름일 뿐, 선과악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어! 정말 선과 악이 싸우는 거라 믿는 거야? 천만에! 악(惡)과 악(惡)이 싸우는 거야!

 
제4화. 거룩의 땅_4
작성일 : 16-11-07 00:09     조회 : 623     추천 : 0     분량 : 5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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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벌써 며칠째, 아이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병든 수랑의 먹이를 챙겨주는 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락은 그런 아이랑을 볼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상처받은 아이랑의 마음을 달래보려 애써 봤지만 허사였다. 풍랑과 운랑도 아이랑의 그런 맘을 알았는지 기운 없어 보였다.

  “아니 인석들이 진짜 다들 왜 이러는 거야?”

  갑갑한 마음을 참지 못한 나락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풍랑과 운랑이 고개를 쳐들고는 나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산등성 마루턱에 걸터앉은 아이랑은 나락의 고함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풍랑은 고개를 돌려 아이랑을 힐끔 한번 쳐다보더니 몸을 일으켜 터벅터벅 아이랑을 향해 걸었다. 그러자 운랑도 풍랑을 따라 아이랑을 향해 걸었다. 아이랑이 제 곁으로 다가온 풍랑과 운랑의 목덜미를 한 번씩 쓰다듬자, 풍랑이 아이랑의 허벅지에 제 목을 턱 걸치고 앉았고 그 옆에 운랑이 앉았다.

  “어쭈? 저것들이 진짜….”

  나락의 섭섭한 마음을 알았는지 수랑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나락 곁에 다가가 앉았다.

  “애고….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수랑 너밖에 없다. 저 저 고약한 놈들….”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나락의 시선은 아이랑을 떠나지 않았다. 애처로운 눈으로 아이랑을 바라보던 나락이 혼잣말로 속삭였다.

  ‘랑아! 이제 그만 떨쳐버려라 이 한아비가 어찌해야 네 맘에 생긴 상처가 아물겠니?’

  그 순간, 나락의 두 눈이 번뜩였다. 나락은 산등성 아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까마득히 먼 거리에 방향을 잃고 숲을 헤매고 있는 사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이 산은 훤하다면 서?”

  “나도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어 분명 이 길이 맞는데….”

  “벌써 삼일 째야, 똑같은 길을 삼일 째 맴돌고 있다고 이게 말이 돼?”

  “이러다간 나락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가 굶어죽게 생겼어.”

  “어후~ 난 더 이상 못가.”

  며칠째, 같은 숲속을 해매고 있는 사내들은 지친기색이 역력했다. 한 사내가 무장한 칼을 풀어헤쳐 신경질적으로 땅바닥에 내던지더니 털썩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다라한의 말이 맞았어. 나락이 숲에 주술을 걸어 논거야! 그러지 않고는 이럴 수 없어.”

  “이제 어쩌지?”

  “뭘 어째?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야지. 안 그러다간 우리가 죽어.”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는 있을까?”

  “아직 이틀을 버틸 수 있는 식량은 있으니, 그 안에 숲을 벗어날 길을 서둘러 찾아야지”

  그때, 무리의 수장인 사내가 일어서더니, 산 정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의 끝자락에는 나락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락을 보지 못했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악! 저거 봐!”

  “?”

  “우리 분명히 저곳으로 들어왔지, 그런데 길이 사라져 버렸어.”

  “그러게, 분명 저곳으로 들어 왔는데, 길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지?”

  하얗게 질려버린 낯빛을 하며 숲을 가리키던 사내의 손가락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사내의 말이 맞았다. 분명 그들은 사내가 가리킨 곳에 나 있던 길을 통해 이곳으로 들어왔었다. 그러나 그 곳은 가시덩굴이 빼곡히 들어차 들고 나갈 길이 사라지고 없었다.

  “저 가시덩굴은 언제부터 있던 거야? 분명 없었는데?”

  “모두들 일어나! 더 이상은 무리다! 하산한다!”

 

  그 시각, 박달마을에서는

  며칠 전, 마을을 발칵 뒤집었던 소동은 수그러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을 되찾았다. 그 누구도 그날의 소동을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이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망각 속으로 빠르게 잊혀져갔고, 시장을 오고가는 사람들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작고 왜소한 체격의 중년의 사내가 물건을 구입하려는지 상점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고 다녔다. 사내의 주변에는 사내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수상한 눈들이 있었지만, 중년의 사내는 그러한 눈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몇 가지 물건을 구입한 사내가 번잡한 장터를 벗어나 한적한 골목길로 막 접어들자마자, 건장한 사내 둘이 중년사내를 덮쳤다. 중년의 사내가 미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한 사내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고 그 곁에 있던 사내가 보자기로 그의 얼굴을 덮었다. 그러자 언제 몰려들었는지 예닐곱 명의 사내들이 골목길 입구를 막아섰다. 골목을 병풍처럼 막아선 사내들 때문에 골목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보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길을 오고가는 사람들은 관심조차 주지도 않았다. 그렇게 중년의 사내는 그들에 의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어디론가 끌려가버렸다.

 

  “랑아! 한아비랑 같이 마을에 가볼까?”

  나락이 시무룩해져 있는 아이랑의 마음을 달래볼 요량으로 마을구경을 가자고 아이랑의 의중을 떠보았으나, 아이랑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랑아! 한아비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 기다려봐!”

  그렇게 말을 한 나락은 뜬금없이 칼을 찾아들고는 돌부리에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나락의 행동은 잠시나마 아이랑의 관심을 끌었지만, 아이랑의 표정은 이내 다시 시무룩해졌다. 한참동안 칼을 갈던 나락이 날카롭게 선 칼날을 살피더니 만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칼을 들고 아이랑 곁에 다가온 나락은 아이랑의 손을 부여잡고 산기슭을 타고 흐르는 개울가로 아이랑을 이끌었다. 별다른 저항 없이 나락이 이끄는 대로 개울가로 내려온 아이랑은 이끼가 묻어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왜? 뭐하자고?”

  아이랑이 퉁명스럽게 나락에게 쏘아붙이자.

  “어? 우리 랑이가 말도 할 줄 아네?”

  그리고는 아이랑의 왼쪽 팔을 잡아 당겨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 나락은 아이랑의 팔위에 수북이 자라 있는 털을 깎기 시작했다.

  “뭐하자고?”

  “기다려봐 인석아! 네가 사람들과 다른 게 이것밖에 더 있냐? 이 털만 깎아내면 사람들도 널 오해하지 않을 게야.”

  그 소리에 아이랑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정말?”

  “인석아! 이 한아비가 언제 거짓말 한적 있냐?”

  그 말을 듣자, 그때까지 귀찮다는 듯이 투덜거리던 아이랑은 나락이 털을 깎기 수월하도록 팔을 쭉 펴줬다. 그러자 나락이 껄껄 웃으며,

  “좋냐?”

  “응.”

  “그래! 네가 좋다니까 나도 좋다 인석아!”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아이랑의 표정이 다시 시무룩해졌다. 나락이 칼끝을 곧추세워 털을 깎아 냈지만, 깎여진 피부위에는 털이 다시 수북이 자라버렸다. 그 모습을 보자 나락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랑은 팔을 쑥 빼내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됐어!”

  “여기서 가만히 기다려 인석아! 너는 이 한아비를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나락은 씩씩거리며, 산기슭을 거슬러 올라 움막 안에서 뭔가를 꺼내들고 다시 아이랑에게 다가가서는 가죽을 말아 입구를 막은 호리병박을 아이랑의 눈앞에 디밀었다.

  “이게 뭔데?”

  “이 한아비의 묘약이지! 이 약을 바르면 치료를 할 수는 없어도 하루정도 털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

  “정말?”

  나락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호리병박의 주둥이를 틀어막은 가죽을 빼내고는 호리병박 안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손바닥위로 호리병박을 기울이자 찐득거리는 시커먼 액체가 오므린 손바닥위에 한 움큼 쏟아졌다. 나락은 시커먼 액체를 개울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에 풀고는 다시 입김을 불자 웅덩이전체가 온통 시커멓게 물들어 버렸다. 그러자 나락은 아이랑을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뭐? 왜?”

  영문을 모른 아이랑이 되묻자,

  “웅덩이에 들어가라고! 마시지는 말고 머리끝까지 푹 담 거! 숨쉬기 힘들면 고개는 들어도 돼!”

  아이랑이 잠시 동안 웅덩이에 몸을 담갔다 나오자, 나락은 다시 아이랑의 털을 깎았다. 나락의 말대로 깎여진 털은 다시 자라나지 않았다. 아이랑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나락을 보자 나락이 으쓱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락은 아이랑의 얼굴과 상체를 수북이 덮고 있는 털을 깎아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이랑의 등에 자라난 털을 깎던 나락의 낯빛이 점점 굳어졌다. 털을 모두 깎아낸 아이랑의 등에는 마치 누군가 문신을 해 놓은 듯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랑아! 네 아비의 이름이 기억나니?”

  “아버지 이름? 몰라 기억 안나.”

  “랑아! 주은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니?”

  “주은? 몰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왜?”

  “아… 아니다.”

  “랑아 잠시만 기다려.”

  그렇게 말한 나락은 움막에서 말린 가죽과 숯을 들고 왔다. 그리고는 아이랑의 등에 그려진 지도를 그대로 베꼈다. 아이랑은 나락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지도를 모두 베낀 나락이 쥐고 있던 숯을 가죽위에 내려놓자, 아이랑이 몸을 돌려 가죽을 보며 물었다.

  “한아비! 그게 뭐야?”

  “거룩의 땅!”

  “거룩의 땅? 그게 뭔데?”

  나락은 대답대신 자신이 입고 있던 웃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자신의 등을 아이랑에게 보여주었다.

  “어? 한아비 등에 똑같은 그림이 있어.”

  “랑아 한아비가 그린 가죽을 한아비 등 옆에 대봐.”

  나락의 말대로 가죽을 나락의 등 옆에 대자 거룩의 땅이 기록된 지도의 전체윤곽이 한눈에 들어왔다.

  “랑아! 그 그림을 머릿속에 외울 수 있겠니?”

  “왜?”

  “랑아! 한아비 말 명심해! 그 지도는 거룩의 땅을 찾을 수 있는 지도야. 반드시 그 지도를 머릿속에 외워야해!”

  “알았어.”

  아이랑은 나락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솔직히 아이랑은 그 그림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이랑의 생각을 읽었는지 나락이 되물었다.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고 꼭 외워야 해! 약속할 수 있지?”

  “알았어. 한아비! 알았다고! 그나저나 마을엔 언제 내려갈 거야?”

  아이랑은 짜증스러운 듯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들고 있던 가죽을 땅바닥에 내던졌다. 그러자 나락이 가죽을 돌돌 말아 쥐고는,

  “그래 가자 가!”

  움막으로 돌아온 나락은 가죽을 끈으로 묶어 움막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는 몇 가지 물건들을 주섬주섬 집어 들고 나왔다.

 

  “아 가만히 좀 있어봐!”

  “한아비! 마을에 내려간다더니 뭐하는 거야? 이러다 날 다 저물겠다.”

  “그러니까 가만히 좀 있어봐!”

  나락은 기다란 가죽 끈으로 아이랑의 머리를 돌돌 말기 시작했고, 갑갑함을 느낀 아이랑은 나락이 애써 감았던 가죽 끈을 풀어재꼈다. 가죽 끈 하나가지고 한참동안 나락과 아이랑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묶어야 사람들이 널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니까.”

  “안보여! 안 보인다고.”

  “금방 익숙해 질 거야! 조금만 참아.”

  나락은 기다란 가죽 끈으로 이마를 몇 번 둘러싸고 오른쪽 이마 끝에서 대각으로 귀 아래를 둘러, 툭 불거져 튀어 나온 아이랑의 왼쪽 눈을 가렸다. 잘 감기지 않는 왼쪽 눈동자 위를 덮고 있는 가죽이 닿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때문에 아이랑이 참지 못하고 자꾸 가죽 끈을 풀어 헤치자, 나락은 조롱박을 잘라 아이랑의 눈에 덮어씌우고는 그 위를 가죽으로 휘둘러 덮었다.

  “어때? 이제는 괜찮지?”

  “응! 이제는 참을 만 해.”

  “어휴~ 내가 아주 상전을 모신다. 상전을….”

  “헤헤”

  가죽 끈을 단단히 동여맨 나락은 가죽으로 만든 덧옷을 아이랑에게 입혔다. 그리고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씌웠다.

  “이야! 우리 랑이 이렇게 하고나니 아주 근사한데?”

  그러자 아이랑이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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