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정령왕의 소환자
작가 : 천향
작품등록일 : 2022.2.26

정령왕을 소환한 사내

 
중간계에서 2
작성일 : 22-02-28 23:57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1279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결심을 굳힌 엘라임을 보고 실피드가 그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 주었다.

 

 

 

 "일단은 이 곳에서 지내. 지내는데 필요할 만한 것들은 나중에 내가 아이들을 시켜서 계속 갖다 놓으라 할게. 아, 근데 내 힘으로 여기가 눈에 띄지 않게 가려 놓긴 했는데 라온의 기운이 워낙 변수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실피드는 잠시 고민을 했지만 곧 싱긋 웃었다.

 

 "그래도 집이 없어지거나 하진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

 

 워낙에 중간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엘라임이다 보니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려주다가 부족함을 느낀 실피드가 책이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책장 앞에서 무언가 고심을 하더니 이윽고 몇 권의 책을 빼내어 책상위에 놓았다.

 

 "자, 일단 넌 인간을 잘 모르니까. 인간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들이야. 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것은 이거."

 

 인간인 라온과 함께 살기 위해선 엘라임에게 그에 관한 지식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 실피드는 직접 엄선하여 책을 골라주었다.

 오랫동안 방치해둔 것치곤 깨끗한 걸 보니 모든 책에 보존마법이 걸려져 있는 것같았다.

 다양한 표지의 책들 중 그가 짚은 책은 윤기가 반들거릴 정도로 깨끗했는데 붉은 바탕엔 하얀 색의 제목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들>

 

 "이걸 보고 인간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라온을 대하기가 훨씬 쉬워질 거야."

 

 인간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엘라임에겐 딱 알맞는, 어린아이 수준의 기본상식들을 적어 놓은 책이었다.

 

 엘라임은 실피드가 건네는 책을 받아 들었다.

 

 인간이란 말을 썼으니 분명 이종족 중 누군가가 저자일 테고 차라리 그 시야에서 저술해 놓은 것이 그에겐 더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엘라임이 순순히 자신이 건넨 책을 훑어 보자 실피드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시간날 때면 수시로 들릴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든 잘 지내고 있어. 웬만하면 라온이 원하는 거 좀 들어주고. 알았지? 아, 맞다. 중간계에 왔으니 라온은 배가 고프겠네. 일단 내가 먼저 라온이 먹을만한 거 좀 가져올게."

 

 이것저것 챙기는 모습이 꼭 엘라임을 물가에 내 놓은 아이를 대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실피드는 그래도 걱정이 된다는 듯 엘라임과 라온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귀찮아진 엘라임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실피드가 하던 걸 재빨리 끝내곤 잠들어 있는 라온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 마지막 한 마디를 한 뒤 실피드가 엘라임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엘라임! 파이팅!"

 

 파이팅?

 마지막 단어를 알아 듣지 못한 엘라임이 무슨 뜻이냔 표정을 짓자 실피드가 아차하며 말을 얼버무린다.

 

 "아, 이거 아르테온...이 말해준 건데, 힘내라는 뜻의...으햐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엘라임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이젠 2위로 내려갔지만 최근까진 명실공히 엘라임 귀찮게하기 부문에 독보적 1위의 인물의 이름이 나오자 급격히 기분이 안 좋아진 것이다.

 

 헛웃음과 함께 바람처럼 실피드가 사라지자 엘라임은 뚱한 표정으로 실피드의 자리를 쳐다보다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인간...이라..."

 

 설마 인간에 관해 공부하게 될줄은 몰랐다.

 하지만 결국 자신은 선택을 했고 그런만큼 확실히 처리하는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무의자에 앉아 천천히 책을 펼쳤다.

 

 오두막집을 빠르게 나온 실피드가 산 주위를 날며 주위를 살펴 보았다.

 

 자신이 만들 당시에는 첩첩 산중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산은 그 은폐성을 잃어가 드물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생겼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그마한 오솔길 하나가 실피드의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길 주위의 나무들이 워낙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집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안심이지만..."

 

 애초에 자신의 힘으로 가려 놓은거라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정말 만에 하나라도 누군가가 그 집을 발견할수도 있는 가능성에 실피드는 주변의 바람의 정령들을 불러 모았다.

 

 "오두막집 근처에 사람이 안 가도록 최대한 가리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접근한다면 그가 더이상 가지 못 하도록 방해해."

 

 작은 꽃잎같은 정령들이 실피드의 말에 고개를 여러번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보안에 한 번 더 신경 쓴 실피드는 곧 가장 가까운 마을을 찾았다.

 

  *

 

 작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풍기는 외딴 마을은 때아닌 소동으로 시끄러웠다.

 어디선가 눈을 의심할 정도로 준수한 미남자가 바람같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람이라 믿기어려울정도로 잘생긴 외모에 마을은 엘프가 온게 아니냐며 소란을 떨었다.

 모든 시선이 실피드에게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 않고 태연히 과일이나 고기등을 골랐다.

 

 실피드의 귀를 보고 그가 엘프가 아니란 걸 알게되었지만 그래도 흔치 않은 미인을 본 아낙네들의 흥분은 가시지 않았다.

 

 덕분에 실피드의 쇼핑시간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자신이 달라고 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덤이라고 주는 상점의 주인들과 지나가는 자신을 불러 먼저 이것저것 쥐어주는 인심좋은 마을 사람들 덕분이었다.

 

 실피드는 사람들의 소란에도 서글서글한 미소를 유지했고 곧 올 때와 같이 빠르게 마을을 떠났다.

 그가 사라지고도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갑자기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진 이방인의 이야기로 시끄러웠고 결국 실피드는 바람의 미남자란 이름으로 마을의 전설로서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실피드는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엘라임의 변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계약의 힘이란 건가? 그렇게나 차갑고 무신경한 엘라임조차도 이렇게 바꿔놓을 정도라니. 설마했지만 엘라임의 변화가 그렇게나 빠를 줄은 몰랐는데. 이게 다행인지 아닌 지 모르겠네"

 

 계약을 맺은 정령이 어느정도 소환자의 영향을 받는단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그" 엘라임에게도 적용되는것이었고 "저" 정도로 엘라임을 변화시킬줄은 예상치 못했다.

 

 새삼 계약의 힘에 감탄하던 실피드의 기억속에 문득 누군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부디 두 사람에게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길..."

 

 그는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

 

 라온이 깨어나고 일주일이 흘렀다.

 실피드의 염려완 달리 그동안 오두막집 생활은 그야말로 단조로운 일상들이었다.

 

 실피드가 돌아간 뒤 얼마 안 되어 깨어난 라온은 갑자기 바뀐 환경에 당황했지만 이내 엘라임을 발견하곤 마음을 놓았다.

 

 그에겐 자신이 있는 곳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엘라임-정확하게는 그의 어머니-이 같이 있다는 것 자체로만이 중요할뿐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시작된 그의 생활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엘라임이 독서를 하는 동안 라온은 집안의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했다.

 장작이나 다른 필요한 것들은 숲이나 근처의 샘에서 가져와 썼다.

 그리고 매 시간에 맞춰 엘라임과 함께 할 식사를 준비했다.

 단 하나뿐인 침대를 엘라임에게 주고 자신은 딱딱한 바닥에서 잔다든가 물의 정령에게 필요없는 세숫물을 엘라임에겐 알맞은 온도로 데워서 준다든가 일일이 말하기 힘들정도로 라온은 엘라임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 해냈고 엘라임은 그런 라온의 행동을 그저 말없이 받아들였다.

 

 지나가다 잠시 들렸던 실피드가 그들을 보고 어머니와 아들이 뒤바껴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어머니, 식사 준비 다 되었어요!"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탁자 위에 음식들이 차려졌다.

 

 동그란 빵 2조각과 샐러드 뿐인 소박한 식단이었지만 라온은 즐거운 마음으로 엘라임을 기다렸다.

 

 의자에서 책을 읽고 있던 엘라임이 책을 덮었다.

 

 "난 안 먹어도 된다고 했을텐데..."

 

  "안 돼요! 어머니는 너무 말랐어요! 많이 드셔야 그만큼 건강해지지요."

 

 어머니에겐 항상 온순하기만 하던 라온에겐 보기 드문 단호한 모습이었다.

 식사만큼은 그에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이 보기에 너무나도 허약한 어머니는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규칙적인 식사라 생각한 라온은 안 먹겠다는 엘라임을 굳이 식탁에 앉혔다.

 

 물론 엘라임의 입장에서야 그런 라온의 노력들은 다 쓸모없는 것이었다.

 정령인 자신은 굳이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라온은 단칼에 거절하는 자신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이거 한 번만 드셔 보세요.맛있어요!'

 '조금만이라도 드셔 봐 주세요...'

 '제발 한 입만 드셔 보시면 안될까요?'

 권유가 부탁으로, 그리곤 제발 먹어달라는 애원으로 넘어가더니 결국엔 엘라임이 안 먹으면 자신도 먹지 않겠다는 단식선언을 하고 말았다.

 

 그리곤 정말로 며칠동안 엘라임을 따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대결의 패자는 지금 보는 바와 같이 결국 엘라임이 되었다.

 

 

 엘라임이 천천히 빵을 떼어 입에 넣자 라온은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단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라온."

 

 "핫, 네,네.알겠어요."

 

 엘라임이 라온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라온이 팔불출같던 눈길을 거두고 빵을 먹기 시작했다.

 자신을 쳐다보던 뜨거운 시선이 사라지고 나자 조금 기분이 풀린 엘라임은 조금씩 빵을 씹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언제부터 내가 이 녀석의 이름을 부르게되었지?'

 

 부담스러운 눈빛에서 벗어난 엘라임은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라온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걸 깨달은 것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자신이 그를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단 것이 너무 뜻밖이라 엘라임은 내심 당황스러웠다.

 

 생각에 빠진 엘라임의 손이 멈추자 계속해서 힐끔힐끔 쳐다보던 라온의 눈이 다시 엘라임에게 고정되었다.

 

 또다시 시작된 시선에 엘라임은 생각을 멈추곤 다시 손을 움직였다.

 

 '뭐, 상관없지.'

 

 결국 그의 의문은 또다시 방만주의의 결론으로 도달했다.

 

 

 세상 모든 정령술사들이 원하는 정령왕의 소환.

 그것을 이루어 낸 자는 하루하루를 지극히 평범한 날들로 살아가고 있었다.

 정령왕을 불러내놓고는 그 엄청난 능력을 이용한다거나 희대의 정령술사로 인정받기위해 누군가에게 보인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꼭꼭 숨은채 자진해서 그의 보모노릇을 하고있는 라온을 다른 정령사들이 본다면 모두가 답답해 가슴을 쳐댈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엘라임을 통해 얻을수있는 부귀영화나 명성대신 그와 있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행복했고 오늘도 그렇게 그의 보람찬 하루가 흘러갔다...

 *

 

 

 "그래서, 아직인가?"

 

 

 아르티안의 얼굴에 하논이 가져 온 소식이 불쾌하다는 빛을 띤다.

 

 "소환이 너무 순식간에 이뤄졌고 그 후엔 바로 자취를 감춰버려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렵습니다. 일단은 소환시 가장 근처라고 생각되는 에베른 왕국을 중심으로 찾고 있습니다."

 

 아르티안에게서 위압적인 기운이 흘러나오자 하논은 진땀을 흘렸다.

 

 애초에 정령술사로 등록도 되지 않은 자에다가 기운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정령왕이다.

 

 자신의 왕이 명했기에 전력을 다해 앞장서서 찾고는 있지만 소환자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마음먹는다면 과연 자신들이 그를 찾아낼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령왕까지 소환해 낸 자가 어째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지 알수 없군."

 

 아르티안의 말에 하논도 동의했다.

 같은 정령사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영광스러운 일을 하고도 그것을 알리지 않는 그 자를 이해할수없었다.

 

 "다른 자들이 찾기 전에 먼저 찾아라."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하논에게 아르티안이 짤막하게 말하곤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하논은 조용히 천막에서 빠져 나왔다.

 

 

 아르티안이 현재 있는 곳은 한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경선.

 

 정복왕에 의해 몰락한 두 나라엔 아직도 그의 통치를 거부하며 끈질기게 저항전쟁을 벌이는 자들이 있었다. 계속해서 장소를 옮겨가며 이어지는 저항들을 아르티안은 손쉽게 밟아줬고 최후의 저항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몰린 저항군들이 모두 모여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짜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통에 제압이 계획했던 시간을 넘겼고 결국 아르티안이 직접 나섰다.

 

 적의 수는 천이 넘었고 왕이 지휘할 군사는 100여명 정도.

 많은 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르티안은 여유로웠다. 그는 군대를 대기시키고 적들이 취하고 있는 형태를 지도로 살펴 보았다.

 

 "강을 뒤로 두고 싸우고 있다... 배수진이란 거군. 마지막까지 온 자들의 최후의 발악이라..."

 

 읽었던 병법서의 전술 중 자신의 군대는 단 한 번도 취한 적 없던 형태에 아르티안이 피식 웃었다.

 

 자신의 군대는 단 한 번도 이런 전술을 쓸 정도로 막다른 상황에 쳐해본 적 없는 무적의 군대였다.

 

 

 "고양이에게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아르티안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래, 간혹 정신나간 쥐들이 죽음을 코 앞에 두고 초월적인 힘을 내어 고양이를 쫓아 내버린다고 하지. 하지만 그것은 그 상대가 쥐에게 물려 그를 놓칠 만큼 나약한 고양이였을 때의 일이다."

 

 적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자신들은 그런 만만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고양이가 아니라 자신들은, 애초에 그들이 물수 있는 상대가 아닌 호랑이었다.

 

 "오늘 나의 병사들은 그들보다 10배나 더 많은 쥐들을 모조리 소탕시킬 것이다. 단 하나도 남김없이."

 

 아르티안은 갑옷을 입고 무장을 한 채 천막을 나섰다.

 

 금빛 찬란한 그의 갑옷이 태양의 햇빛을 받아 더욱 빛났다.

 

 아르티안의 앞에는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군대가 모든 준비를 마친 채 오직 자신들의 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군사들이 자신의 앞에 서있는 아름답고 젊은 왕을 존경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감히 그들이 누구에게 대항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 준다. 오늘을 기점으로 제국엔 그 어떤 반란도 없을것이다."

 

 아르티안의 용맹스러운 연설에 병사들이 열광하며 소리쳤다.

 그런 병사들을 만족한 듯 쳐다보곤아르티안이 자신의 말을 타 선두에 섰다.

 

 저 멀리 자신들에게 저항하고 있는 적진이 보였다.

 

 

 "전군, 돌격!"

 

 

 아르티안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백여명의 병사들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타고 달려나갔다.

 마치 호랑이가 먹이를 향해 달려가듯 정복왕을 따르는 그들의 표정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날의 전투가 끝난 후 모든 병법서의 전술 중 배수진의 장에 한 가지 말이 더해졌다.

 

 죽음을 불사하는 군대일지라도 배수진은 정복왕 아르티안의 군대 앞에서 단시간에 몰살당할 최악의 방법이라는 말이.

 

 평소처럼 평화롭던 오두막 집 근처로 어느순간 이상한 기류가 흐르더니 마치 공간이 쪼개지듯 갈라지면서 두 인영이 툭 뱉어졌다.

 한 소녀와 그녀에게 안겨져 있는 아이.

 두 사람 다 온전치 않은 모습이었다.

 특히 이제 10살쯤 되어 보이는 새하얀 단발머리의 아이는 그 머리색만큼 창백한 얼굴색으로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알렌!알렌!"

 

 아이를 안고 있는 소녀 또한 그 옷이 피범벅이었으나 소녀는 자신의 상처엔 아랑곳없이 아이의 상태만을 살폈다.

 아이가 대답이 없자 소녀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근처에 자그마한 오두막집이 보이자 소녀는 무작정 알렌을 안고서 달려갔다.

 

 "저기요, 여기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동화책 속에서나 나올법한 오두막 집 앞에서 소녀는 목이 터져라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아무리 외쳐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소녀는 급한 마음에 문을 부술 생각으로 어깨로 부딪쳤다.

 

 덜컥

 

 어깨가 닿자마자 움직인 문은 소녀의 예상관 달리 너무나 쉽게 열렸다.

 문이 열렸다는 안도감을 잇달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던 집 안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대답이 없어서...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

 

 허둥지둥 변명을 하면서도 소녀는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제발 도와 주세요, 알렌이 죽어가고 있어요!"

 

 의자에 앉은 여자를 향해 소녀는 간절하게 애원했다. 그녀는 자신의 말에 여자가 약이라도 꺼내주길 바랐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여자는 단 한 치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요?저기요!"

 

 의자에 앉은 채 자신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여자의 반응에 소녀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데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거야?'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여자에 소녀는 화가 났다. 하지만 일단 알렌을 생각하기로 했다.

 

 소녀는 자신들에게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여자를 자신도 무시하기로 하고 결국 자신이 안고 있던 알렌을 근처 침대에 눕혔다.

 재빨리 자신의 옷을 찢어 상처를 묶어 지혈을 한 후 이를 악물었다.

 그리곤 목석같은 여자를 지나쳐 스스로 여기저기 선반과 찬장을 열어가며 약을 찾았다.

 

 "없어, 없어...여기도 없어."

 

 별로 있지도 않은 가구의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보며 집 안의 모든 곳을 뒤져 보았지만 약병이라든지 약초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알렌..."

 

 마지막 서랍을 닫는 소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갑자기 떨어진 곳 근처에서 집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미 없는 주인과 똑같이 집 안에 응급도구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더욱 절망하게 되었다.

 

 소녀에게는 안타깝지만 그 곳은 인간의 집이 아닌 정령왕이 머물던 공간.

 특히 지금은 치유의 힘을 가진 물의 정령왕이 머물고 있으니 집 안에 약이 있을리가 없었다.

 

 소녀는 치료할 만한 아무런 약초도, 심지어 붕대조차 찾지 못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알렌을 보았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알렌은 여전히 정신의 잃은 채였고 급하게 싸매놓은 상처에선 계속해서 피가 고이고 있었다.

 소녀는 결국 자신도 모르게, 어쩌면 본능적으로 엘라임의 앞에서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제발, 도와주세요. 어떻게든,무엇이든..."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이가 일반적인 사람은 아닐거라고 소녀도 느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고 도움을 요청하는데 일말의 미동조차 안 보일 정상인은 없을테니까.

 

 '어쩌면 정신이상자거나 소리를 못 듣는 이인지도 몰라. 하지만 뭐가 됐든 상관없어.'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의 소녀가 엘라임의 긴 옷자락에 매달리려 할 때였다.

 

 "나가."

 

 문 근처에서 차갑고도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린 소녀의 눈에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와 있었다.

 하얀 머리의 남자와 은발의 남자.

 하얀 머리의 남자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화를 억누르는 듯했고 은발의 남자는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서있었다.

 

 "라온, 진정해."

 

 소녀는 라온이라 불린 남자가 마치 금방이라도 자신을 죽일 듯이 쳐다보자 순간 숨이 멎었다.

 

 "감히 어머니의 몸에 손대려 하다니."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내의 살기에 소녀는 자신이 하려고 했던 말조차 잊은 채 그저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 라온이 소녀를 거칠게 밀쳐냈다.

 

 "꺼져."

 

 "악!"

 

 강한 악력에 내던져지듯 바닥에 쓰러진 소녀는 아픔을 느껴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에겐 일말의 동정도 느껴지지 않는 듯 한 번 노려 보곤 재빨리 의자에 앉은 여자에게 물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전혀 움직이지 않아 인형이 아닐까하고 생각까지 되던 여자가 그의 물음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소녀는 신음을 흘렸다.

 

 "괜찮아요?"

 

 뒤에서 자신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은발의 사내는 소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는 다른 두 사람과는 달리 유일하게 이 곳에서 소녀에게 신경을 써주었다. 그리고 소녀는 그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전혀 할 필요없는 염려잖아...엘라임보단 오히려 이 쪽이 더 염려스러운 상탠데"

 

 "도와주세요!제발...알렌을!"

 

 자신을 잡으며 소리치는 소녀를 잠시 놀란 듯 쳐다보다 실피드는 상황을 둘러보았다.

 집 안의 평화란 평화는 모두 엘라임이 소모하고 있는 것인지 엘라임 주위를 빼고는 책들이며 갖가지 물품들이 널려져 난장판이었다.

 실피드는 그걸 보고 바로 소녀가 약을 찾으려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침대에 자신들 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혹시 저 침대에 마가 껴있는건가..."

 

 나름 인간생활에 맞추려고 사둔 침대였지만 자신은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침대에 연달아 환자가 눕는 걸 보고 실피드는 실없는 농담을 흘렸다.

 

 소녀의 손길을 따라 침대로 다가가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누워 있는 아이는 예전의 라온처럼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로 그 숨결이 미약해져 가고 있었다.

 이제 겨우 대여섯살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는 금방이라도 죽을 듯한 상태였다. 이제 보니 소녀의 옷도 흙먼지와 피로 더럽혀져 있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이 아이 마법사구나."

 

 실피드가 알렌에게 관심을 보이자 소녀는 더욱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했다.

 

 "네, 맞습니다. 지금 부작용으로, 아니, 마법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정신을 잃었습니다. 제발 혹시 어떻게든, 약이나 무언가, 어떻게든 도와 주세요."

 

 소녀는 다급한 마음에 횡설수설하며 설명하다 결국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저를 살리기 위해...제발...저는 이 아이가 없으면 안 돼요..."

 

 실피드는 자신을 보며 애원하는 소녀를 보고는 엘라임과 라온에게로 눈을 돌렸다.

 

 "어머니, 이제 책 거의 다 읽으셨네요?"

 

 "..."

 

 라온의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없는 엘라임을 보고 있자니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그 둘은 소녀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왠지 라온과 나의 행동이 바뀐듯 한데..."

 

 결국 소녀를 도와줄 이는 셋 중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안 실피드는 작게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뒤의 일은 아주 순식간이었다.

 실피드의 몸에서 청량한 기운이 일렁이더니 초록빛 바람이 알렌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천천히 알렌의 숨소리가 안정되어 갔다.

 엘라임의 능력만큼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않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나아있을 것이다.

 

 정화의 기운을 쓴 실피드는 약간 피곤한 기색을 지었다.

 소녀는 방금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그건 분명 마법이 아닌데...설마 정령사...?"

 

 "음...뭐 그런거지."

 

 아무렇게나 대답을 하는 실피드를 보고 소녀는 더더욱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정령사는 분명 왕국 소속 외에는..."

 

 소녀의 상식으로 눈 앞의 사내는 깊은 숲 속에서 마법사보다 더 믿기 힘든 존재였다.

 자신이 알기론 정령술사의 자질이 있는 자는 정령술사 협회에 등록이 되고 왕국에 귀속된다. 정령술에 대한 가치가 점차 드러남에 따라 정령사에 대한 나라간 의 경쟁은 치열해져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그 가능성만 보이면 예외없었다. 그리고 왕국에서 일정한 거리 안의 마을에서 거주해야 한다. 모든 정령술사의 거처는 왕국에서 관리하고 그들의 생활 또한 왕국에서 지원해준다.

 그것은 모든 국가들의 협약. 정령사들에게 내려진 일종의 특권이자 속박이었다.

 정령사가 이런 외딴 곳에서 있는 것은 반역죄가 될 정도의 중죄였다.

 

 문득 소녀의 눈동자가 반짝하며 빛났다.

 소녀는 재빨리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곤 실피드에게 고개를 숙이며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너무 다급한 상황인 나머지 결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를 취하며 인사를 하고는 조심스럽게 자기소개를 했다.

 

 "제 이름은 란애입니다. 그리고 저 아이는... 알렌, 저의 친우이자 마법사입니다. 친우의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를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정령사님의 성함을 알수있을까요?"

 

 "아아. 괜찮아.뭘 바라고 한 거 아니니까"

 

 "저의 부모님께서 받은 은혜는 꼭 갚으라고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꼭 은혜를 갚고 싶어요."

 

 실피드가 가볍게 손사래를 쳤지만 란애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곳에서 허드렛일이든 뭐든 할게요. 알렌이 나을 때까지."

 

 "저 앤 길어봤자 오늘 하루면 정신을 차릴 거야."

 

 란애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하지만 알렌이 빨리 낫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순 없어 다른 제안을 생각해 냈다.

 

 "그,그런...그래도 제 친우의 목숨을 구해주신만큼 몇일만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어요."

 

 "그럴 필요 없어, 프란."

 

 "그래도..."

 

 머릿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다시 실피드를 설득하려던 란애가 순간 대답을 멈췄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자신이 생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무...무슨 말이에요?프란이라니...전 란애라고요!"

 

 자신도 모르게 지나쳤던 것을 재빨리 정정하려 했지만 이미 프란의 얼굴엔 당황스러움과 곤욕스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프란 제이니스 로메르만."

 

 실피드는 그런 그녀에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듯 이번엔 풀네임을 말했다.

 

 소녀의 얼굴에 절망감이 퍼졌다.

 

 '딱 모른다고 잡아떼지도 못하는 걸 보니 거짓말에 소질이 없군.'

 

 실피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르티안 왕에게 마지막 항전을 일으킨 로메르만 왕국의 제 1황녀 프란 제이시스 로메르만. 니가 그 황녀란 걸 알고 있으니 가명은 소용없어."

 

 자신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실피드의 말에 프란은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얼굴이 질렸다.

 끈질길 정도로 보답을 하겠다며 말한 건 사실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나라는 방금 정복왕에게 마지막 항전에서 패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정복왕의 성격 상 반동분자는 확실하게 처단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반동의 싹이 될 자신을 가만 둘리 없었다. 마지막 군사들이 닥치기 전에 알렌이 공간이동을 시전해 극적으로 탈출하긴 했지만 어딜 가든 정복왕의 감시망을 피하긴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너무 큰 마법을 시전한 대가로 알렌의 목숨이 위험해졌다. 그런데 그런 알렌을 눈 앞의 정령사가 치유했다.

 왕국의 눈을 피한 채 이런 곳에서 홀로 살 정도라면 보통의 정령사가 아니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 곳에 좀 더 머물러야 돼'

 

 오두막을 보니 오랫동안 이 곳에서 지내온 듯하니 다른 외부인들의 눈을 피한 안전한 곳일테다.

 이제 도망자가 된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은 정령사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었지만 미안하게도 그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일단 그의 은신처에서 잠시동안 몸을 추스리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하지만 자신의 모든 기대가 시도도 해 보기 전에 깨져버렸다.

 아니,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프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자신의 이름이 나올줄은 몰랐지만 그것은 그 이상의 뜻을 내포했다.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다 못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어떻게...?'

 

 프란의 머릿 속은 온통 의문 투성이었다. 어떻게란 질문만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한가지 해답에 도달했다.

 

 '아르티안!'

 

 이제야 이해가 갔다.

 왜 이런 깊은 숲 속에 정령사가 있었는지,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

 

 "당신은...아르티안의 정령사였어..."

 

 "뭐?아냐...난..."

 

 갑자기 자신을 아르티안의 정령사라고 단정지어 말하는 말에 실피드가 채 부정하기도 전에 프란의 몸이 크게 휘청이며 쓰러져 버렸다.

 적군에게 잡혔다는 극심한 공포와 절망감에 짓눌려 프란이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그대로 기절해버린 프란을 보고 실피드는 그저 황망히 쳐다보았다.

 쓰러져 있는 사람은 두명 침대는 하나.

 

 "하아...저 침대 분명 마가 껴있는게 분명해."

 

 결국 스스로 인정하고 만 실피드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드래곤 케르샤 2022 / 2 / 28 182 0 15461   
12 중간계에서 2 2022 / 2 / 28 186 0 12796   
11 각자의 사정 2022 / 2 / 28 195 0 6256   
10 드러나는 진실 2022 / 2 / 28 181 0 3979   
9 중간계로 2022 / 2 / 28 180 0 5572   
8 곁에 있게 해주세요. 2022 / 2 / 28 188 0 6074   
7 기억의 조각 3 2022 / 2 / 28 190 0 11289   
6 기억의 조각 2 2022 / 2 / 28 181 0 4740   
5 기억의 조각 2022 / 2 / 28 194 0 4456   
4 깨어난 소환자 2022 / 2 / 28 189 0 2108   
3 또다른 방문자들 2022 / 2 / 28 196 0 7233   
2 물빛 원피스를 입은 여인 2022 / 2 / 26 196 1 6271   
1 정령왕을 소환한 날 2022 / 2 / 26 321 1 441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