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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정령왕의 소환자
작가 : 천향
작품등록일 : 2022.2.26

정령왕을 소환한 사내

 
중간계로
작성일 : 22-02-28 23:53     조회 : 178     추천 : 0     분량 : 5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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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피드와 아르테온이 바람같이 아니 실제로 바람과 함께 사라진 후

 라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엘라임에게 주뼛쭈뼛 다가섰다.

 엘라임의 표정은 한없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실피드의 지적에 아무런 반박을 못했던 만큼 그는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오직 계약자와의 관계만이 남아 있을뿐.

 

 "어머니..."

 

 "..."

 

 어색해 하면서도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라온을 본 엘라임이 한숨을 푹 쉬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어머니..."

 

 그 모습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같아 라온의 눈이 글썽거리더니 어느새 훌쩍거렸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다 잘 못했어요 더 잘 할게요 어머니 귀찮게 안 할테니 제발 곁에 있게 해주세요.."

 

 결국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라온이 애원한다.

 

 "그때, 어머니를 그냥 놔두고 와서 죄송해요. 그래선 안 되었는데, 어떡해서든 어머니의 곁에 있었는데 그렇게 떠나버려서 죄송해요..."

 

 라온의 얼굴이 이제 온통 눈물투성이다.

 계속 터져나오는 울음으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도 계속 엘라임에게 미안하다며 말한다.

 

 "하아..."

 

 엘라임의 머리가 아파왔다.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그냥 라온을 중간계로 보내버리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다.

 

 엘라임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본 라온은 자신이 우는 모습을 엘라임이 싫어한다고 생각해 입술로 입을 꾸욱 다문 채 조금씩 새어나오려는 울음소리를 꾹꾹 삼켰다.

 

 하지만 울음은 쉽사리 그치지 않았고 결국은 숨이 차 혼자서 히끅히끅거린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보기 싫은 엘라임은 결국 인정해야 했다.

 

 '이미 계약이 되었다면 그것은 계약자와 의식을 공명한다는 뜻이니...'

 

 급이 낮은 정령들은 자기 의식이 약하기 때문에 그대로 계약자의 의지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급이 높은 정령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자기 의식이 강해진다. 그렇기에 계약을 하더라도 한도 내에서 계약자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물의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을 불러 내놓고 그에게 마실 물 좀 만들어 달라고 명령한다면 엔다이론이 어지간히 온순하거나 친하지 않은 이상 그 말을 무시한다.

 한 마디로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소환자가 정말로 운이 좋아 자신의 능력보다 상급의 정령을 소환한다 해도 소환자의 의지가 정령보다 약하다면 오히려 소환자가 정령의 의지에 휘둘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 비추어 정령왕 고유의 공간인 물의 공간에서조차 엘라임의 모습이 계약자인 라온이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라온의 의지가 엘라임 자신의 의지보다 약하지는 않다는 말이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엘라임은 더이상의 비약은 하지 않기로 했다.

 고작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려 하는 자신이 조금 우스워져서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실피드의 말대로 라온은 자신에게 그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보통 인간들이 정령들에게 원한다는 자신의 편리를 위한 힘이나 다른 것들을 원하지 않고 오로지 순수하게 "존재"만을 원하는 것이다. 이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처음엔 계약이란 말에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려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저 존재하는 것은 엘라임이 가장 잘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정령왕으로서든, 라온의 어머니의 모습으로서든 상관없이.

 

 자신이 정령왕이란 건 변함없고 변한 것은 자신의 겉모습뿐이다.

 그리고 엘라임은 자신의 외형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아르테온이 듣는다면 매우 슬퍼할 일이지만)

 

 라온이 자신에게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바라는 거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는 자신이 그저 어머니의 모습을 한 그대로 곁에 있어주기만을 바랄 뿐인듯하다.

 그러니 라온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혹시나 정령왕으로서의 본분을 위협할, 세상의 질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다.

 

 엘라임은 자신의 앞에서 울고 있는 라온을 쳐다봤다. 이제 어린아이도 아닌데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고 있는 그 모습이 이상했지만 엘라임은 그저 말없이 쳐다볼 뿐이었다.

 엘라임의 차가운 눈빛을 받고도 라온은 그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게 그저 좋다는 듯 헤헤거리며 눈물어린 웃음을 지었다.

 

 몇 번의 인정과 부정, 그리고 생각 끝에 결정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말로 내뱉었다.

 

 "너의 곁에 있어 주겠다."

 

 

 *

 

 라온이 물의 공간에 있은지 3일이 지났다.

 

 상아빛 의자와 탁자 그리고 침대 외엔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공간에서 라온은 말 그대로 엘라임의 '곁'에 붙어 있으려 했다.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극히 적은 시간을 제외하곤 무조건 엘라임의 곁에 있는 그 모습은 예전 라온이 어릴 적 오두막집에서 했던 행동보다 조금 더 심해져 있었다.

 엘라임이 조금만 움직여도 벌떡 일어나 강아지처럼 엘라임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마치 눈에서 벗어나면, 잠시라도 곁에서 멀어지면 엘라임이 사라져 버릴 것처럼 라온은 엘라임을 지켰다.

 어찌나 그 눈빛이 열성적인지 엘라임은 자신의 고유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엘라임의 언짢은 심기와는 반대로 상아빛 의자에 앉아 있는 엘라임을 향한 라온의 눈빛은 한없이 따뜻했다. 엘라임의 발치에 앉아 행복에 겨운 얼굴로 엘라임의 곁을 지켰다. 마치 그 모습이 거대한 삽살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을 곁을 지키는 모습같다.

 

 라온은 이따금 엘라임의 존재를 확인하듯 어머니 하고 불렀다.

 물론 대답은 없다.

 

 

 엘라임은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라온의 행동에 머리가 아파왔지만 처음엔 어느정도 참고 있었다.

 아르테온에게 했던 듯이 특유의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며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라온을 내쫓아버릴순 없었던지라 내성이 점차 약해져 하루 이틀을 넘어가자 결국 폭발버렸다.

 

 "눈에 보이는 곳에선 따라 다니지 마라!"

 

 3일째 되던 날, 마치 얼음가시가 잔뜩 박힌듯 냉기가 서린 엘라임의 말에 그를 쫄래쫄래 뒤쫓던 라온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곧 비맞은 강아지처럼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그리고 그 후 뭐가 그리도 좋은지 어떻게 그리도 열성적인지 궁금할정도로 엘라임을 쫒던 라온은 엘라임의 한 마디 경고에 몰라보게 누그러졌다.

 엘라임이 자신의 곁을 벗어날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지만 예전처럼 엘라임을 계속해서 따라다니진 않았다. 단지 자신의 시야 내에 있는 엘라임을 좇아 남자치곤 큰 눈을 바쁘게 떼록떼록 굴렸을 뿐.

 이따금 조금 붉어진 얼굴로 불안한 듯 엘라임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런 라온의 눈길을 엘라임은 그냥 무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라온은 이것이 엘라임에게 있어 얼마나 예외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지 몰랐다.

 예전의 엘라임었다면 자신을 귀찮게 하는 존재는 그 즉시 치워 버렸고 거기엔 단 1초의 머뭇거림도 없다.

 계약자이기에 그의 바람대로 곁에 있어준다는 말을 했지만 그 말은 단지 라온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있어준다는 말이었을 뿐 굳이 자신이 라온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평소의 그라면 자신을 귀찮게 하는 라온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냉동시킨 후 말 그대로 곁에만 있어 줬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며칠을 귀찮게 하는 라온의 행동을 참아 주고 결국 터져서 하는 말도 단지 자신이 보일 땐 그만 따라다니라는 거라니!

 아르테온이 알았으면 섭섭하다고 땅을 치고 눈물을 흘렸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엘라임의 의외의 반응을 라온뿐만 아니라 정작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였다.

 

 

 *

 

 

 

 라온이 엘라임과 물의 공간에 있은 지 5일이 되던 날 낯익은 손님이 방문했다.

 

 

 "잘 지냈어?"

 

 기분좋은 웃음을 지으며 엘라임에게 인사를 건낸 실피드는 조금 거리를 둔 채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라온을 발견했다.

 

 "안녕, 라온?"

 

 실피드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붉게 상기된 얼굴의 라온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라온을 보고 실피드가 작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엘라임은 다 큰 녀석이 뭐가 귀엽다고 저렇게 머리를 쓰다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갑자기 찾아오는 실피드의 방문에 심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이례적으로 동시에 작은 안도감이 들었다.

 설마 자신이 실피드의 방문을 반기게 되는 날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자신 외의 존재와 함께 계속해서 있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무시하려면 무시할수도 있었으나 자신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자신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말을 거는 존재란 굉장히 부담스럽고 또 상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라온?"

 

 실피드의 손이 기분 좋은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는 라온에게서 뭔가 이상하단 걸 느낀 실피드가 라온의 이름을 불렀다.

 

 실피드의 커다란 손이 머리에서 자신의 이마에 닿자 라온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하지만 부끄러워 하는 라온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라온을 살피던 실피드가 엘라임을 다급히 불렀다.

 

 "라온의 체온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무슨 말이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엘라임를 보고 실피드는 다시 반대쪽 손으로 라온의 이마를 짚고는 확신을 가졌다.

 

 "인간의 체온은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해. 우리완 다르게 인간은 적정 온도인 상태로 체온을 유지해야만 정산적인 상태라고 할 수있고 여기서 조금만 더 높거나 낮아도 몸이 아파. 그런데 지금 라온의 체온은 내가 알고 있는 인간의 정상체온을 훨씬 넘었어."

 

 실피드의 말에 엘라임이 라온을 쳐다 봤다. 자신을 걱정하는 실피드의 말과는 달리 라온은 엘라임의 눈길이 자신을 향하자 방긋 웃어 보였다.

 

 "네가 만져서 그런 거 아닌가?"

 

 무덤덤하게 엘라임이 말했다.

 그 순간.

 

 베실거리며 엘라임을 향해 웃던 라온의 몸이 휘청거리더니 실피드에게로 기울어졌다. 쓰러지는 라온을 실피드가 재빨리 받아 안았다.

 라온은 그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눈을 감은 그의 숨소리가 가빴다.

 

 "아픈 게 맞아."

 

 실피드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기분이 상한 엘라임은 그대로 상아빛 의자를 향해 돌아섰다.

 

 "잊었나? 여기는 물의 공간, 내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아플 순 없어."

 

 물의 공간은 엘라임의 능력이 담겨있는 곳이기에 신체의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 주는데 어떻게 이 곳에서 아플 수 있다는 걸까. 그는 실피드의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실피드가 라온을 안은 채 엘라임에게 다가오자 엘라임은 결국 실피드와 라온을 번갈아 보았다.

 

 무언가 변한 건가?

 여태 함께 있으면서도 알지 못했지만 실피드의 말에 라온을 좀더 살펴보니 그제서야 라온의 상태가 변한 게 보였다.

 

 "인간에겐 다를지도, 아니 라온에겐 다를지도 몰라! 기운이 너무 깨끗한 게 오히려 라온에겐 치명적일 수 도 있어. 이렇게 몸이 뜨거운데도 넌 몰랐단 말야?"

 

 항상 곁에 있는 자신보다 실피드가 먼저 라온의 변화를 알아챈 것에 할 말이 없었으나 자신을 나무라듯 말하는 실피드를 보며 엘라임은 기분이 나빠졌다.

 

 "단 한 번도 아프다는 말도, 아니 아픈 내색조차 없었다."

 

 하지만 실피드는 엘라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이 정도로 열이 오른 걸 보니 이미 아픈지 오래된 것 같아. 일단 이 공간을 나가서 상태를 다시 확인해야겠어. 중간계의 기운은 이 곳보다 오염되어 있지만 오히려 그 곳이 라온에겐 더 맞을지도 몰라."

 

 이 곳을 나가야 된다는 실피드의 주장에 왜?라고 반문하려 했지만 그의 기세가 다급하고 단호한 탓에 결국 마지못해 엘라임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실피드의 품에 안긴 라온의 붉은 얼굴은 이제 점차 하얗게 질려갔다.

 

 마치 실피드의 손길이 닿은 뒤로 긴장이 풀린 듯 급변하는 라온의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엘라임은 일단 그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곤 라온을 안은 실피드와 함께 물의 공간을 벗어났다.

 

 그것이 엘라임에게 있어 중간계의 땅을 밟는 두 번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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