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이아 프로젝트 (수레바퀴 : Great Reset)
작가 : 태풍
작품등록일 : 2022.2.28

각기 다른 세계의 두 남자가 가족을 잃으며 복수를 다짐한다.
그 두 세계는 지구의 지상도시와 지하도시다.
두 남자의 여정 중 멸망의 전조와 신의 전말이 점차 드러난다.
세계는 다시 만들기 위하여 부숴야만 한다.

 
7. 종말 (Harmagedon)
작성일 : 22-02-28 20:56     조회 : 163     추천 : 0     분량 : 1987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1. 추락 (Fall)

 

  꿈을 꾸었다. 아니 그게 꿈이 맞기는 한 걸까. 지금이 꿈인 걸까.

  “레오, 이제 이만 일어나.”

  “마리아?”

  콧잔등을 간지럽히는 손길에 레오가 돌아눕자 마리아가 그의 옆에 함께 누워있다. 백색의 침대, 백색의 방, 백색의 빛. 내가 누웠던가. 마리아가 내 손을 끌고 간다. 내가 계단을 걸었던가. 점차 위로 올라갈수록 빛이 환해진다. 구름을 걷는 느낌. 보드라운 촉감. 푹신이는 발바닥.

  “어서 가자. 응?”

  마리아가 그의 얼굴로 자신의 고운 얼굴을 가까이 하고선 웃으며 재촉한다. 레오는 따라 웃지 못 했지만 발걸음은 따라간다.

  “뭘 이렇게 잔뜩 붙이고 왔어. 너답지 않게. 다 떼어내자.”

  그녀가 내 이마에 손을 올린다. 레오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떼어낸다.

  “왜 그러지?”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왜 그러냐고. 레오.”

  마리아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레오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는 도망쳤다. 그토록 보고 싶던 마리아인데. 도망쳤다. 달리고 또 달려 문을 열고 또 연다.

  “어서 와 앉아라.”

  문을 여니 백발에 흰옷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앉아있다. 레오는 어느 틈엔가 그의 앞에 앉아있다.

  “불편한가?”

  레오는 감옥에 갇혀있다. 사지가 십자로 벌어져 등 뒤로 묶여 있다. 아니, 박혀 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살아있는 자다.”

  레오는 기가 차며 노려본다.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환각이 살랑하게 일렁이다가 시야가 밝아진다. 머리가 맑아졌다.

  “아, 그렇겠지. 너는 또 누군데.”

  레오가 쏘아 붙이자 중년 남성의 인상이 변하는 것 같다가도 미동이 사라졌다.

  “그래, 흥미로운 친구로군.”

  주위를 둘러보자 각기 다른 구름 위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흰옷을 입고 먹고 마시며 즐기며 춤을 추고 있었다. 류트의 현악 소리가 구슬프게 살랑였다. 하지만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시야가 흐릿하며 자주 눈앞이 흐려졌다.

  “대천사. 마리아를 데려와라.”

  양손에 꽃을 들고 등 뒤에 커다란 날개를 한 아름다운 여성들이 날아다녔다. 그녀들은 어디선가 손을 잡고 데려온 한 여성을 번쩍 품 안으로 들어 올려 데려온다. 그녀의 행위는 마치 독수리와 같이 낚아챈다.

  “마리아..”

  대천사가 내려놓은 여성은 그가 아는 얼굴이다. 그녀는 그가 아는 좋은 향기를 품으며 싱긋싱긋 웃으며 그를 흘깃 바라본다. 그녀는 중년 남성의 옆에 앉았다.

  “마리아.”

  그녀는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남자가 시선을 가로채듯 말했다.

  “악마와 계약을 했더군. 아주 큰 죄를 지어 지옥불로 다스려야 마땅하지만, 기회를 주고자 나섰다. 들어보겠는가.”

  이제는 지긋지긋한 이야기에 성이 났다.

  “아주 차례대로 염병들을 하는구나. 그래 너도 말해봐라.”

  찰나지만 조금 전보다 인상이 변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보였다.

  “그대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믿는가. 믿음이 있는가.”

  “몰라. 선하게 살면 다시 태어나고, 악하게 살면 심판받고 소멸한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그놈의 수레바퀴? 그리고 레피크?”

  남자는 짧은 수염을 가다듬는다.

  “레피크, 정겨운 이름이지.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보니 영향이 대단한가 보군. 그래, 맞아.”

  “아니, 이를 아는 인간은 많지 않지. 알더라도 믿지 않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게 인간이거든.”

  중년 남성은 잠시 레오를 근엄하게 쳐다보았다. 레오는 바닥에 침을 거칠게 뱉었다. 그를 보던 사내의 인상이 확실하게 변했다가 풀어졌다.

  “나는.”

  “신이겠지.”

  “...그래. 나는 신이다. 너희의 창조주이자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이 세상을 관장하는 임금이다. 불손한 악마들이 내 권능을 가로채기 전까지 존재한 전지전능한 너희들의 아버지다. 그 대악마 레피크는 본래 죽은 이의 영혼을 심판하는 대천사였지. 하지만 악한 이들의 심연을 바라보다 심연이 자기를 바라보았는지 임무를 망각하고 수레바퀴를 망가트려 심판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영혼을 가로채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린 크게 싸웠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누구도 이기지도 패배하지도 못하고 모두 힘을 잃은 채 내 불쌍한 어린 양들이 세상을 그저 부모 없이 뛰놀 수밖에 없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선악을 모두 가진 불완전한 너희들은 서로 사랑하다가도 전쟁을 일삼다가 스스로 자멸하기도 반복했지. 몇 차례씩 세상에 성령으로 당도하여도 악마들의 방해로 번번이 실패하였고. 하지만 선한 이들의 믿음과 선교로 창조주의 권능을 점차 회복할 수 있었다. 불행히도 그와 함께 악마들의 힘도 커졌지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어찌나 힘이 커졌던지, 결국엔 세상을 일부러 망가뜨려 새싹이 돋아나게 하고는 인간들을 이끌고 자신들의 거처와 가까운 지하에 숨어 살기에 이르렀다. 그들의 간사함을 잘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곧 우주의 힘이 바뀔 수 있는 열두 황궁 은하 시간의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기에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악마들에게 역전할 생각이다. 악마들이 왜 저렇게 인간들의 영혼에 집착하는지 아는가? 왜 구태여 자신들의 손으로 갈취하여 관리하려고 부던히 애를 쓸까.”

  레오는 그가 말하도록 잠시 잠자코 두었다.

  “힘의 통합, 이른바 가이아 프로젝트라고 하더군. 악마들은 너희 인간, 내 어린 양들의 영혼을 모두 먹어치울 생각이다. 심지어 푸르게 재생한 지구까지. 그들은 수천 년간 끊임없이 시도했지. 뒤에서 몰래 속삭이고, 조종하고, 겁박하고, 회유했지. 나약한 인간은 그에 대항할 힘을 잃어갔다. 인간들의 일부는 결국 악마들에게 혼을 스스로 넘겼다. 스스로 사유하고 생각할 의지를 잃었다. 그것이 내가 어린 양들을 보살피는 이유다.”

  무언가 아귀가 맞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라브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게 무언가를 뽑아갔지. 그런데 그들이 무엇 하러 그렇게 하지?”

  “호오, 라브도 정겨운 이름이군.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이 우주에 창조주는 수도 없이 많다. 생각해보라. 대악마가 힘이 강대해지면 무엇을 하고 싶어 하겠나. 또 다른 지구를 먹어치우고, 또 다른 행성을 먹어치우고, 결국 우주의 규칙에 도전할 걸세. 난 그걸 두고 볼 수 없네.”

  “그렇게 전지전능하다면 힘으로 눌렀어도 되었잖아.”

  “아까 말했다시피 실패했다. 이미 강대해진 악마들의 힘을 없애기란 쉽지 않다. 그저 억누르는 것일뿐. 하지만 교활한 악마들은 지하에 숨어들며 인간들을 겁박하고 조종한다. 그래서 어린 양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믿는 자들에게 힘을 주고, 영을 주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들은 마지막 남은 선량한 인간들이다. 인류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구를 특이점이 다가올 때 무사히 지구를 탈환할 것이다. 너희의 창조주로서 너희가 이대로 삼켜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도 안 되고. 인류의 영혼, 즉 가이아는 순수한 형태로서 지켜져야 해. 그것이 그 악마들과 다른 우리의 가이아 프로젝트다. 인류 탈환 계획이다. 그간 선한 방법을 쓰고자 했지만 결국에는 폭력으로 점철되는 거지. 하지만 끝은 봐야지.”

  레오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비슷한 뼈대와 이야기지만 주장과 결론이 완전히 달랐다.

  “마리아는 왜 말이 없지?”

  마리아는 아직도 그저 싱긋 웃기만 할 뿐이다.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죽음 뒤로 이곳 천국의 삶을 즐기다가 다음 수레바퀴에 올라타야 하기 때문에 그 전 삶의 기억은 없다네. 굳이 그녀를 원하는가?”

  그녀를 보며 다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젠 모르겠다.

  “어어.”

  남자는 별안간 손뼉을 쳤다.

  “좋아. 곧 천지가 개벽할 판인데 예외쯤은 있어도 되지. 다음 수레바퀴에서 그대와 그녀를 꼭 함께 살게 해주겠네. 약조하겠어. 하지만 당연히 단서가 있지.”

  “그렇겠지. 말해.”

  “너를 잠시 살려둘 것이야. 자넨 나타와 라브의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이용할 수 있는 인간이지. 심지어 그들과 말도 섞을 수 있고. 자네의 육체는 지금 지부에 있다. 눈을 뜨면 지부를 폭파해라. 방법은 네가 잘 알겠지. 무리한 걸 바라는 건 아니야. 어차피 무너질 도시이지만, 시기를 좀 앞당기고 싶달까. 자네 말고도 일러두는 가이아는 많다네. 하지만 어쨌든 지부가 폭파되는 결과만 나온다면야, 그렇게 된다면야, 그때 죽음을 허락해주겠다. 그리고 마리아를 자네에게 주지. 다시 있을 탄생을 축복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는 법이다. 그대가 그 종말에 함께하라.”

  레오는 잠시 망설였다. 솔직한 마음이 들었다. 이젠 알게 뭐람. 네들 맘대로 하라지.

  “좋아. 신이니 뭐니 휘둘리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군.”

  사내는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 이마를 톡 찔렀다. 시야가 일렁였다. 그와 동시에 레오는 꿈에서 깨어났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싶을 정도의 고통이 뇌를 쪼아댔다. 레오는 일어나보려 몸을 움직여보았다. 하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온몸의 뼈가 뒤틀리고 부서져 있었다. 레오는 숨만 간신히 붙어있었다.

 

  주다는 양손으로 칼을 고쳐 잡으며 자세를 잡았다. 괴생명체들이 수십 개의 눈을 부라리며 달려들었다. 둥그런 몸뚱아리가 마치 멀리서 보면 굴러다니듯이 떼로 덤볐다. 수십의 손과 발이 엉키며 파편이 날아들었다. 주둥이에서 꺄악 거리는 괴음이 음파로 표면을 울렸다.

  공기가 희박하여 대기층이 옅은 달에서는 푸른 지구의 모습이 주다의 눈에 선명하게 잘 보였다. 한껏 들린 그의 피부가 들썩이며 대기에 떠다니는 가스를 들이마시고 마셨다. 주다의 눈에 담긴 지구의 모습이 괴생명체의 둥그런 몸뚱이로 가려졌다. 열 개가 넘는 기괴한 얼굴이 둥글게 뭉쳐 제각기 입을 벌려 괴성을 멈추지 않았다. 이빨은 없었는데 그 안의 오글토글한 갈색의 갈퀴들이 징그럽게 솟아나 있었다.

  주다는 칼로 그의 몸뚱이를 사선으로 갈랐다. 선이 그어지며 반으로 쪼개졌다. 그 뒤로 다시 지구의 푸른 모습이 비쳤다. 갈라진 몸뚱이의 안에선 핏물로 둥그렇게 떡 진 것처럼 큼지막한 세포 분자들이 떠다녔다. 분자에서 터져 나오는 분홍빛 잔상을 그리는 붉은 아지랑이들이 안개처럼 대기를 떠돌다 흩어졌다. 주다는 양손으로 칼을 잡고 계속해서 횡으로 가르며 달려 나갔다. 그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파동이 일렁이며 칼날의 파도가 스치는 곳마다 괴생명체들의 몸뚱이가 잘려나갔다. 한 번의 칼질로도 두세 마리씩 잘려나갔다. 수십 번이 더해지자 달의 표면에 수백의 괴생명체들의 붉은 세포 분자와 핏물들이 흩뿌려졌다. 피는 대지에 닿지 못하고 공중을 떠돌다가 다시 파동에 밀리면 대기 바깥으로 흩어졌다.

  주다는 몸을 낮게 숙이며 발끝으로 가볍게 대지를 톡 톡 뛰어다녔다. 그의 몸은 가벼운 중력조차도 무시하듯 날렵하게 괴생명체들 사이로 날아다녔다. 그에 반해 그가 내려치는 칼은 거센 중력을 새로 만들며 온갖 바닥 날에 닿는 몸체에 자상을 남겼다.

  주다는 연일 칼을 휘두르고 다니다 칼질을 멈췄다. 그의 뒤로 숱한 괴생명체들의 시체가 공중에 중력 없이 떠돌았다. 그는 콧바람을 내며 비웃고는 커다란 칼을 바닥에 질질 끌며 한참을 걸어갔다. 그의 앞에 커다란 산맥이 놓였다. 칼을 휘돌려 허리춤에 두고는 힘껏 횡으로 내질렀다. 칼의 바람이 대기를 타고 파동을 일렁이며 갈라지는 굉음을 냈다. 우웅 소리와 함께 산맥의 밑둥에 금이 가며 잘려나갔다. 산맥은 터져나가듯 조각나며 위로 두둥 떠오르며 점차 점차 위로 흩어졌다. 주다는 공중에 떠다니는 파편을 손으로 해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주다가 멈춘 곳은 유독 하얀 모래로 반짝이는 얕은 늪지였다. 늪은 그의 발꿈치 정도까지 빠질 만큼 질퍽거렸다. 주다는 잠시 망설이다 칼을 자신의 앞에 일자로 길게 꽂아 넣었다. 그리고 다시 힘을 주며 칼을 밑으로 더 쑤셔 넣었다. 끄극 끄극 하는 거친 소리가 주위에 일렁였다. 주다는 눈을 질끈 감는다.

  “와라. 당신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려라. 가난한 아버지, 은총의 주인, 빛을 내려라. 좋은 위로자, 심판받는 영혼에 생기를 주어라. 숨을 쉬는 즐거움을, 무더울 때 바람을, 슬플 때 위로를, 지복의 빛으로 영혼을 가득 채워라. 당신의 도움 없이 우리의 삶 그 모든 것은 이로움이 없다. 허물을 벗고 마른 땅에 물을 주고 병든 것을 고치고 굳은 영혼을 풀어주고 차가운 대지를 데워 바른 길로 이끌어라. 우주에 의탁한 불쌍한 영혼들에 열두 은총을 베풀어라. 구원의 문을 넘어 영복을 얻기를.”

  주다가 눈을 뜨며 붉은 눈이 더욱 타올랐다.

  “이런 말이 다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어쨌든 끝을 보아야지. 이제 드러내라.”

  그가 양팔에 힘을 주자 우웅 우웅 하는 힘의 파동이 그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이동했다. 커다란 칼이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며 그 형태가 변형되고 좁아지며 송곳처럼 얇게 변해갔다. 드릴이 강제로 바닥을 침범하듯 캉캉 소리가 대지를 타고 경미한 지진을 멈추지 않고 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다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파동이 더욱 거세졌다.

  깡!!! 격렬한 폭발이 달을 휘감았다. 둥근 달의 모든 대지가 깨지고 조각나며 껍질이 흐물어졌다. 주다는 양손으로 잡은 칼을 비틀었다. 칼이 다시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공중에 덩실덩실 뜬 채로 있었지만 점차 아래로 천천히 추락했다. 스치는 대지의 파편들이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파편은 점차 우주의 빈 공간 바깥으로 흩어졌다. 껍질을 벗은 달의 내부가 드러났다. 그 안에는 회색빛의 원형 구체가 있었다. 구체는 꼼짝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허공으로 날아가는 껍질 파편이 멀어지고 그 본래의 형태가 점점 눈에 띄게 잡혀가자 미세한 진동을 일며 조금씩 자전과 공전 주기가 빨라졌다. 달은 더 이상 지구의 주위를 돌지 않고 지구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주다는 어느새 구체의 표면에 살포시 발을 디뎠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잠시 구체의 주위를 걸었다. 닫힌 문처럼 보이는 철판의 틈 사이가 보였다. 주다는 칼을 틈으로 밀어 넣어 거칠게 뜯어냈다. 가죽이 잘리는 가볍게 썰린 문짝은 주다가 던진 등 뒤로 날아가며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다. 뜯긴 문이 열려 공간이 나오자 그 안에서 검은 메탄가스가 줄줄이 뿜어나왔다. 주다의 피부가 돋아나듯 변하며 하얗게 탈색되어 갔는데 그 안에 비치는 핏줄이 벌겋게 빛나듯 보여 기묘한 형상이 되었다. 주다는 메탄가스의 열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문틈을 손으로 잡아 멈춰 세웠다. 틈 사이로 구체의 안으로 뛰어들었다.

 

  레오는 으드득 소리가 온몸에 들릴 만큼 고통을 참으며 간신히 몸을 뒤집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엎드려 턱을 옆으로 괸 채 침도 삼키지 못하고 다시 엎어졌다. 부서진 뼈는 움직일 힘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난장판이었다. 폭발의 흔적으로 까맣게 탄 벽과 바닥, 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체들이 즐비했다.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돌연 뒷 목덜미가 잡아채졌다. 그의 몸이 강제로 들렸다. 가느다란 혓바닥이 탁 탁 탁 입천장을 울리듯 소름 끼치고 째지는 음성이 들렸다.

  “어이, 레오. 그러라고 살려준 게 아냐.”

  기괴한 음성이었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아아, 나타, 드디어 나타났군.”

  크크크큭 거리는 비릿한 음성이 귀를 울렸다. 레오는 목덜미가 잡힌 채로 목뼈를 삐걱거리며 올려다보았다. 괴상한 생물체가 있었다. 나타는 레오의 목을 들고 서있다. 그의 전신은 피부라기보다 가죽에 가까운 거친 모양으로 온통 남색이었다. 뱀처럼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데 그 배를 구부정하게 접어 올려 스물 스물 거리며 서 있었다. 뱀의 몸통에 사람의 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그 머리도 뒤로 길게 뿔이 솟듯 뻗어있었다. 커다란 뱀은 손이 6개였고, 늘어진 유방처럼 주렁주렁 달린 가슴도 6개였다. 한 손이 그를 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이 그의 앞에서 무언가를 들고 왔다 갔다 흔들었다.

  “내가 말했지, 날 실망시키지 말라고. 뭐, 좋아. 어쨌든 이제 돌이킬 수 없어.”

  레오는 침을 뱉고 싶었지만, 턱이 빠진 입은 가래 끓은 피를 그저 턱밑으로 흘렀다.

  “이젠 아무것도 못 믿겠어. 신이든 뭐든 네들 마음대로 해봐.”

  “일단, 조용히.”

  그가 무언가를 집게처럼 왔다 갔다 흔들며 들고 있던 손을 레오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벌레가 있었다. 그 크기가 검지 손가락만하고 몇 개인지 셀 수 없는 작은 다리들이 끊임없이 파닥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점차 얼굴 앞까지 다가와도 레오는 저항할 수 없었다. 벌레는 몸을 더 세차게 흔들었다. 가느다란 다리가 콧잔등에 스친다.

  “뭐 하는 거야!”

  “조용.”

  뒷덜미를 잡고 있는 그의 손에 강한 힘이 가해지며 레오의 고개가 들렸다. 벌레를 든 손이 내 얼굴 앞에서 놓아 졌다. 벌레는 머리부터 내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뇌와 온 신경계가 찢어지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망막이 터져나갈 듯 신경 핏줄이 돋아났다. 벌건 피가 동공에 잡힐 정도로 온 시야가 붉어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했다. 벌레가 코를 지나 뇌를 붙잡는 듯 강렬한 충격이 연달아 전달되었다. 뇌로부터 꿈틀꿈틀 신경을 타고 뻗어 나갔다. 손끝과 발끝이 저릿하도록 급격하게 혈액이 순환되었다. 뼈과 근육이 재생되는 소리가 혈관을 타고 심장을 울려다. 레오는 그의 나지막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들은 채 정신을 잃었다.

  “말했지. 죽는 건 허락해주지 않는다고.”

 

 7-2. 종말 (Harmagedon)

 

  ‘무지는 미덕이다.’

  에페 지부 고속도로의 끝자락 한켠에 주다 황제의 격언이 쓰여진 전광판이 있다. 주황빛이 영롱하게 번쩍이며 그 주위를 빛낸다. 그 앞으로 매튜가 검은 갑옷을 입고 검은 칼 두 개를 허리춤에 차고 고오한 분위기를 내며 섰다. 그는 잠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지상의 마을과 사뭇 다른 이세계가 놓여있다. 삼십 층 가까이 높게 쌓아 올린 고층 빌딩 수백 개가 위엄을 뽐내고 있다. 저마다 색색의 불빛을 내며 도로 또한 환하게 뻗어있다. 완벽에 가까운 도시계획을 무너뜨릴 생각에 매튜는 신이 났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갑옷과 피부 안에 감춰진 혈액들이 날뛰었다. 옅고 검은 잔영이 아지랑이로 일렁인다.

  “가자, 지옥으로.”

  매튜의 나지막하고 강인한 외침과 함께 그의 뒤로 함성이 일었다. 강철의 빛나는 판금과 큰 칼을 든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함성 소리에 남성도 있고 여성도 있었다. 천명 가까이 되는 기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쇳소리가 땅을 긁으며 약한 진동을 냈다.

  매튜와 기사들은 도시 바깥에서부터 도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도로에서 차에 앉아있던 몇 지민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가오는 기사들의 행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물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검은 갑옷의 매튜가 앞서 나가며 검은 칼을 휘두르자 검은 잔상이 공기를 갈랐다. 파동이 일며 스치는 곳마다 바람을 잘랐다. 바람의 칼날이 달려가는 차에 부딪치자 차는 두 동강이 났다. 차 안에 있던 지민도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잘린 지민의 몸에서 하얀 증기가 솟구치다가 파랗게 태워지며 천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사들은 저마다 도로 밑의 마을로 뛰어 들어갔다. 지민들은 수천의 기사들이 내지르는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황급히 집안에서 총을 꺼내 들어와 총을 쏘는 지민도 있었다. 탕 탕 탕 요란한 소리가 마을을 휩쓸었다. 하지만 납으로 이루어진 총탄은 기사들의 단단한 판금을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기사들은 환하게 비추는 천장의 전등빛에 비쳤다. 기사들은 빛의 파도로 일렁이며 마을을 휩쓸고 나갔다. 마을이 모두 피로 물들기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기사들은 빌딩이 가득한 도로에 이르렀다. 한 기사가 허리춤에 찬 가죽주머니 두 개를 한 주머니에 뭉쳐 담아 흔들었다. 한 곳에는 글루메탄을 갈아 만든 가루가 있고, 한 곳에는 암화강을 갈아 만든 가루가 있다. 모두 생태계가 재생된 후 새로 배열된 지상의 물질들이다. 드 물질은 서로 마찰이 일어나자 강한 흡착을 발했다. 기사가 뭉친 주머니를 멀리 떨어진 빌딩의 벽면에 힘차게 던졌다. 가죽주머니는 벽에 충격을 받자 뭉친 물질 가루가 서로 밀어내며 강렬하게 폭발했다. 폭발은 반경 10m을 휩쓸었다. 빌딩은 하체가 통째로 사라지며 주저앉았다. 빌딩이 주저앉으며 옆 건물을 머리꼭대기로 내다 박는다. 그 빌딩도 옆으로 주저앉는다. 빌딩들은 연쇄적으로 넘어지며 쓰러졌다. 활활 타오르며 시작된 불길은 숱한 먼지를 날리며 황색의 폭발을 일으켰다. 도시의 공기가 흙빛 안개로 뒤덮여갔다. 시야가 가려져 갔다.

  에페 말고도 다른 지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코린트에서는 푸른 머리칼을 날리는 천민 전사가 판금을 입은 기사들을 이끌며 지부의 도시들을 파괴해 나갔다. 경찰들이 일거에 출동해 무장하여 항전했다. 납으로 된 총탄은 번번히 판금에 막히나 크롬탄은 그들의 판금을 뚫을 수 있었다. 기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경찰을 제외한 일반 지민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했다. 그들의 칼에 베일 적마다 지민의 몸에서 하얀 증기가 솟구치다가 파랗게 태워지며 천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사들의 칼이 도시의 모든 곳을 헤집었다. 도시들은 피로 물들었다.

 

  레오는 간신히 눈을 뜨며 다시 일어났다. 콧속이 간지럽히며 재채기가 일었다. 폐 속에서부터 한바탕 기침이 일어나 손으로 입을 가렸다. 침과 피가 섞인 구토물이 묻은 손바닥을 덮었다. 레오는 뼈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던 손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무릎을 짚으며 일어섰다.

  페투에게 걷어차여 지하로 떨어진 후의 기억이 흐릿했다. 꿈을 꾼 듯 아직도 꾸는 듯 현실감이 몽롱했다. 비틀비틀 걸어 문으로 향했다. 깨진 창문의 유리 조각을 통해 그의 모습이 비쳤다. 검은 피와 붉은 피가 뒤섞여 온 얼굴에 굳어 있었다. 악귀의 모습이다.

  나타는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다시 돌아온 셈이다. 스스로 지상으로 올라간 길을 통해서 그 길로 다시 떨어졌다. 실로 모순이다. 그래, 어쨌든 집에 돌아왔다.

  레오는 주먹을 쥐고 어깨를 뒤로 밀며 한껏 기지개를 켰다. 까드득 하며 근육이 팽창되고 관절들이 자신이 여기 있노라며 온몸에 아우성쳤다. 움직일 수 있단 말이지. 양 손바닥을 얼굴 앞에서 피며 손가락을 괜히 연신 쥐어본다.

  레오는 가벼워진 근육을 들썩이며 이오플 연구시설에서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나오는 동안 시체를 제한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다. 이미 한 차례 피의 파도가 지나갔다. 온 벽과 바닥이며 붉게 물들었다. 대기를 떠도는 공기와 함께 유황 냄새가 비릿했다. 밖으로 나오자 지부의 모든 건물들은 실상 반은 산산이 파괴되어있고 반은 불타고 있었다.

  도로에는 총을 든 경찰들과 갑옷을 입고 칼을 찬 기사들이 대적하고 있었다. 레오는 경찰들에게 달려갔다. 미챌이 보였다. 미챌은 자동소총을 들고 차나 건물 뒤로 엄폐하여 숨으며 연신 총을 갈겼다. 미챌의 총구에서 나오는 크롬탄이 기사들 몇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레오는 그를 돕기 위해 다리를 전력으로 흔들었다. 미챌이 자세를 낮추고 엄폐하여 이동하다 레오와 멀리서 눈이 마주쳤다. 레오의 얼굴과 몸이 많이 상했으나, 미챌은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미챌은 반가운 기색으로 잠시 레오를 향해 시선을 응시하며 작게 손을 흔들었다. 레오는 더 빨리 달려갔다.

  미챌의 앞에 있는 창문이 와장창 깨졌다. 레오가 도착하기도 전에 미챌의 이마에 큰 칼이 꽂혔다. 미챌의 동공이 부릅 커졌다. 칼이 빠져나오자 뇌수가 뿜어져 나왔다.

  레오는 소리를 지르며 칼의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쓰러진 기사의 투구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말아진 주먹의 뼈가 으스러졌다. 투구 또한 함몰되었다. 투구의 밑으로 선혈을 줄줄 흘러내렸다.

  레오는 이마가 뚫린 미챌의 시신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슬퍼야할지 분해야할지 감각이 사라졌다. 레오는 무심하게 그의 허리춤을 뒤져 권총과 탄약을 챙겼다. 그가 생각건대 불필요하게 도로에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 여겼다. 목적을 잃었지만 어쨌든 무엇이든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찾자. 찾으면 길이 보일 것이다. 이 도시 따위 이제 그 알 바 아니었다. 으스러진 손의 촉각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감각이 무뎌졌다.

  그의 뒤에서는 싸우는 소리가 소란스러웠다. 멀리 보이는 앞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소란스러워 보였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일까. 그곳에서 거대한 사람의 형체가 여섯 개의 날개를 퍼덕이는 잔상이 일렁였다. 그리고 간간이 뱀의 혓소리 같은 괴성이 터져 나왔다. 나타. 확신할 수 있었다. 레오는 그곳을 향해 나아갔다.

 

  주다는 구체 속 커다란 복도를 지났다. 복도는 사람 키의 세배만큼 높고 좌우로도 굉장히 넓었다. 매캐한 메탄가스가 곳곳에 있었다. 복도는 한 지점을 향해 일렬로 뚫려있다. 굉장히 단순한 구조였다. 그는 내리막길에 가까운 복도를 미끄러지듯 뛰어 내려갔다.

  금세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앙의 홀은 기묘했다. 가장 가운데에 건물만 한 거대하고 새까만 액체 덩어리가 꾸물대고 있었다. 그 덩어리에서 뻗어 나오는 수백 개의 촉수가 구체의 시설로 보이는 기계장치들에 연결되어 있다. 짙은 연기의 메탄가스는 거대한 액체 덩어리가 뿜어내고 있었다.

  주다는 뛰어올랐다. 그의 몸이 붕 뜨며 중앙으로 다가갔다. 구체의 모든 중력이 액체 덩어리를 향해 있었다. 주다가 힘을 주지 않아도 몸이 중앙으로 떠밀려 갔다. 그는 둥둥 떠다니듯 내려갔다. 가는 길 가운데 액체 덩어리들을 가볍게 발로 밟고서 다른 곳으로 착지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내려온 복도와 같은 큰 길이 사방으로 수십 개가 나있었다. 한참을 가던 그는 중앙에 발을 딛었다. 웅장한 목소리가 일렁였다. 고막이 째질 듯 괴팍했다.

  “네 녀석이 주다로군. 그렇지?”

  중앙의 거대한 검은 액체 덩어리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주다는 그를 보며 눈을 찌푸리며 답했다. 액체 덩어리는 구체의 온 사방에 촉수를 연결하고 연신 꾸물꾸물 대며 온몸을 흔든다.

  “그럼 네가 시크군.”

  메탄가스가 더 짙게 뿜어져 나왔다.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진실로 살아있는”

  “시끄러워.”

  주다는 그의 말을 막으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찾는 것이 있었다.

  “건방진 가이아 같으니. 레피크의 은총을 받았다고 해서 그 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신이 두렵지 않느냐.”

  주다는 중앙에 난 길을 계속 돌아다니며 건성으로 답했다.

  “어어. 안 무서워. 끝을 내러 온 거니까. 너나, 두려워하지 마라. 찾았네.”

  주다는 한 기계장치의 유리 벽을 손가락으로 콩콩 찍었다. 유리 벽은 어항처럼 그 안이 비쳤는데 파란 안개가 가득했다.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안개라기보다 수억 개의 점에 가까웠다. 점 하나하나 안개처럼 푸른 연기를 내고 있었고 그 점들은 액체 덩어리로부터 이어진 듯한 실처럼 가는 촉수가 연결되어 있었다.

  “하나 물어보자. 우리로 뭘 어쩌고 싶은 거야?”

  주다가 유리벽을 쳐다보며 신경질적으로 묻자 액체 덩어리도 신경질적으로 꿈틀댔다.

  “가이아의 해방이다. 노예로 살고 싶더냐. 나는 기만자로부터 너희를 구원할 구세주다.”

  주다가 다시 유리벽을 손가락으로 콩콩 찍었다.

  “이건 노예가 아니고?”

  “수레바퀴다.”

  주다는 손사래를 쳤다.

  “아아, 됐어, 됐어. 괜히 물어봐서 머리 아프군. 됐고, 이제 내놔.”

  “너는 기만자에게 속는 것이다. 천년 동안이나.”

  “됐다고.”

  액체 덩어리가 부르르 떨며 구체 전부를 울리면 괴음을 냈다.

  “네 놈들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는 전지전능하고 알파이고 오메가다. 네놈들이 바친 가이아의 대부분이 내 손아귀에 있다.”

  주다는 잠시 푸른빛이 일렁이는 유리벽을 보고 섰다. 그는 양손으로 칼을 쥐고 바닥에 꽂은 채 하염없이 기다렸다.

  “썩 사라져라. 건방진 가이아. 가서 스스로 멸할 준비나 하여라. 신성한 수레바퀴에 너의 자리는 없다. 하지만 은총을 바친다면 신이 재고해 보겠다.”

  주다는 피식 웃는다.

  “시간을 벌고 싶은가? 실은 나도 그렇지만. 기다려보아라.”

  주다와 액체 덩어리는 한참을 대치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액체 덩어리는 씩씩대며 연신 몸을 꿀렁였다. 하지만 코앞에 있는 주다를 제재할 능력이 없는지 분한 모습이 역력했다.

  대치한 채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유리벽에서 변화가 일었다. 그가 기대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리벽 안으로 푸른빛이 빠르게 더 많이 더 크게 모이고 있었다. 주다는 욕설을 내뱉었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 그래, 어차피 알고 있었어. 하면 되는 거야.”

  액체 덩어리는 우쭐하며 꿀렁였다.

  “보았느냐. 가이아. 네놈들은 내 것이다. 받아들여라. 힘을 바쳐라. 신과 함께하라.”

  주다는 유리벽을 보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등의 칼을 빼 들고 오른손에 쥔 채 잠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매캐한 가스 그의 몸에 들어갔다가 다시 코로 나왔다. 그는 주저 없이 유리벽에 힘차게 칼을 꽂았다. 유리가 쩌적 쩌적 갈라지며 통 안으로 칼이 쑥 들어갔다. 주다는 칼자루의 끝에 놓인 스위치를 잡아당겼다. 수억 개의 푸른 점들이 쏟아지듯 칼날로 빨려 들어갔다. 광활한 푸른빛은 찰나의 순식간에 모이며 사라졌다. 주다의 칼이 은은한 푸른빛을 뿜었다.

  “무엄하다. 구세주를 이렇게 대할 수 없다. 내놓아라.”

  주다는 세차게 꿈틀대는 액체 덩어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해방이라며, 그런데 왜 가지고 싶어 하는 말을 쓰지? 외계물체 주제에 꼴값 떨지 마라. 탐욕은 다른 데서 부려. 여긴 이제 아냐.”

  “오오. 이럴 수가. 오해가 있는 것이다. 나약한 너희는 악마의 속삭임을 받는 것이다. 정신 차려라. 회개하라. 용서해줄 것이다. 천국을 보여주마. 오오.”

  주다는 자세를 낮추고 칼을 허리춤에 놓으며 중얼거렸다.

  “시끄럽다고.”

  주다는 칼을 쥐고 허리를 비틀며 한참을 힘을 모았다. 푸른빛이 칼에 강하게 맺혔다. 그는 흐아앗 함성을 내며 칼을 횡으로 크게 베었다. 전보다 더 강렬한 파동이 칼날을 따라 일렁였다. 칼의 파동은 그의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빗금을 내며 베어버렸다. 그들이 속한 구체의 공간이 반으로 갈라지며 발을 디딘 땅이 기우뚱거렸다. 공전과 자전을 하던 구체의 축이 무너지며 기울어졌다. 빗금 사이로 검고 텅 비고 별빛 가득한 우주의 공간이 빼꼼 내밀어 보였다.

  파동에 베인 액체 덩어리도 지저분하게 찢어지며 갈라졌다. 덩어리가 위아래로 분리되었다. 하지만 곧 내 다시 끈적이며 액체가 엉겨 붙어 이어졌다. 그의 뒤로 빗금에서 완전히 갈라진 구체의 벽을 넘어 끝없이 검은 우주의 공간이 펼쳐졌다.

  액체 덩어리는 연결된 촉수로 비틀리며 기계장치를 조정했다. 반쯤 남은 구체의 잔해가 밑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전보다 빨라졌다. 떨어진다기보다 가속을 했다. 구체의 중력이 위로 향했다. 주다의 몸도 액체 덩어리의 몸도 공중으로 붕붕 떠다녔다. 구체의 방향은 지구를 향했다. 메탄가스가 위로 펼쳐진 무한의 공간으로 쏟아져 나갔다. 허연 연기가 우주로 쏟아 졌다. 주다의 몸이 하얗게 얼어갔다. 숨이 벅차올랐다. 액체 덩어리가 낄낄 웃듯이 요란하게 꿀렁였다.

  “나는 거룩하다. 너는 불행하여라.”

  주다는 액체 덩어리를 보며 입꼬리를 올려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흔들리는 기체 속에서 몸을 버티다가 근처에 있던 촉수를 칼로 잘랐다. 검고 탁한 피가 공중에 튀다가 우주의 밖으로 쏟아졌다. 그는 액체 덩어리에 여전히 연결된 잘린 촉수를 팔에 칭칭 감았다.

  “그럴 거야. 그런데, 오늘은 아냐.”

  액체 덩어리의 몸에서 수십 개의 촉수가 더 돋아났다. 촉수들은 험악한 기운을 내며 주다에게 빠르게 쏘아졌다. 주다는 촉수를 붙잡고 뛰어올랐다. 그는 발을 돋아 이리 저리 피하며 날아오는 촉수들을 칼로 잘라냈다. 잘린 곳에서 검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다가 얼어붙으며 무한의 공간으로 흩어졌다. 주다를 내려치지 못한 촉수가 대신 부딪친 벽은 깊게 패이며 박살났다. 촉수의 사방팔방 공격이 더해질수록 부서지는 구체는 힘을 잃어갔다. 구체의 속도가 잦아들었다.

  주다는 연결된 촉수를 밧줄 삼아 구체의 안을 날아다녔다. 하지만 빠르게 날아드는 촉수가 그의 어깨와 허벅지를 뚫으며 벽에 몰아붙였다. 점차 얼어드는 그의 허벅지가 관통되었다. 촉수가 내려치며 그 충격에 어깨뼈가 으스러졌다. 그의 어깨는 얼음이 박살나듯 산산이 부서졌다. 부서진 왼팔이 떨어져 나갔다. 주다는 몸을 비틀고 칼로 연결된 촉수를 잘라내며 벽에서 멀어졌다. 여전히 그의 허벅지에 잘린 촉수가 붙어있었다.

  주다는 다시 날아오는 촉수를 피하며 달려 나가다 발을 돋아 뛰어올랐다. 그는 벽에 발을 대고 무릎을 굽혔다. 다시 뛰어올랐다. 날아가는 그의 몸이 액체 덩어리 쪽으로 향하며 쏘아졌다. 그가 날아가며 칼을 종으로 크게 휘둘렀다. 칼날의 파동이 액체 덩어리를 수직으로 갈랐다. 그와 함께 액체 덩어리의 밑에 연결되어 고정되어 있던 구체의 바닥까지 갈라졌다. 액체 덩어리는 다시 이어 붙으려 했다. 주다는 몸을 굴리며 그대로 갈라진 액체의 안으로 들어갔다.

  “잡았다.”

  액체 덩어리는 주다를 삼키고는 낄낄대듯 꿀렁였다. 덩어리가 끈적이고 질겅대며 몸을 다시 완전히 이어 붙였다. 주다는 온통 검고 진득이는 덩어리 안을 칼로 해치며 바닥을 찾았다. 덩어리는 주다의 몸을 꼼짝 못 하게 만들기 위해 더욱 꿈틀대고 찐득였다. 코와 입에 찐득이는 액체가 스며들며 함몰되었다. 식도와 폐가 버거워졌다. 주다는 힘겹게 칼과 몸을 해쳐 움직였다. 그는 바닥을 향해 힘을 짜내며 액체 속을 헤엄쳤다. 그는 이윽고 바닥에 발을 딛을 수 있었다. 주다는 고민하지 않고 바닥에 칼을 꽂아 넣었다.

  액체 덩어리는 기쁜 듯 한없이 더 꿈틀댔다. 덩어리는 그를 집어 삼킬 것처럼 자신의 몸 안으로 메탄가스를 세차게 뿜어냈다. 덩어리의 밖으로도 검은 메탄가스 연기가 타올랐다.

  잠시 후 거센 파동이 덩어리의 밖으로 퍼져나갔다. 액체 덩어리의 몸이 산산조각이 났다. 우주의 공간 안에서 구체도 크게 터지고 폭발이 일며 박살이 났다. 폭발의 파동이 더해지자 수백만 개의 파편이 공간을 휘몰아쳤다. 검은 공간이 소용돌이를 돌았다.

  덩어리가 산산조각이 나고 그를 연결한 구체가 폭발하여 사방으로 날아갔다. 액체는 더 이상 덩어리의 형태를 가지지 못하고 사방 곳곳으로 뿌려졌다. 그 안에는 폭발로 인해 두 다리가 터지고 찢어져 잘린 주다가 오른팔로만 굳게 칼을 잡고 공간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주다의 몸도 폭발의 영향으로 멈추지 않고 끝없이 돌며 지구의 반대 방향으로 쏘아져 나아갔다. 주다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수차례 칼을 내질렀다. 수십 번을 칼을 휘두르다 가속과 회전이 잦아들었다. 주다는 쿨럭대며 붉은 얼음덩어리들을 입에서 뱉어냈다. 그는 가만히 푸른 지구를 쳐다보았다. 잠시 아무 말 없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았다.

  주다는 결심을 한듯 한 손으로 칼의 스위치를 힘겹게 눌렀다. 칼의 형태가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며 송곳처럼 얇고 길게 변환했다. 그 길이가 3m 가까이 달했다. 주다는 지구를 향해 힘껏 창의 형태를 한 칼을 내던졌다. 주다의 몸은 지구의 반대편으로 빙빙 돌며 멀어졌다. 그래, 어차피 알고 있었어. 하면 되는 거야.

  송곳의 칼은 푸른빛을 내며 지구를 향해 쏘아졌다. 성층권을 뚫으며 불타올랐다. 대기권을 뚫으며 붉은 꼬리를 말아 쥐었다. 송곳의 칼은 지구로 쏘아갔다. 이윽고 구름을 뚫으며 파란 지구 하늘에 송곳의 칼이 유성처럼 내려왔다.

 

  레오는 쏟아지는 칼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머리 위로 칼의 바람이 빗겨나간다. 레오는 권총의 노리쇠를 당기며 그를 둘러싼 기사들을 향해 크롬탄을 날렸다. 총탄은 그들의 판금을 꿰뚫었다. 앞서서 피를 머금고 뒤로 나가 피를 뿜었다.

  다시 새 탄알집을 장전하며 벽을 벗어나 지부의 도로를 따라 뛰어나갔다. 그를 발각한 기사들이 뒤를 쫓았다. 레오는 벽에 숨어 그들을 조준하여 연신 총을 발사했다. 크롬탄이 그들의 사지 곳곳을 부쉈지만, 돌진하는 기사들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미챌이 지니던 크롬탄이 바닥이 났다. 그는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평범한 권총을 주워들었다.

  머리 위에 파편이 터져나갔다. 폭발에 휘말렸다. 그들이 던지는 혼합물질들이 건물이며 땅이며 불길로 헤집었다. 레오는 불길과 폭발을 피하며 뛰쳐나갔다. 무리하게 움직여 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근육이 점점 딱딱하게 뒤틀렸다. 다시 날아드는 혼합물질이 그의 뒤를 폭격했다. 거센 폭발이 일었다.

  레오는 그를 던진 기사에게 달려 나갔다. 옆으로 비스듬히 상체를 숙이며 몸을 낮췄다. 그리고 반원을 그리며 그에게 뛰어갔다. 불길의 잔상이 여전히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있는 힘껏 달릴 수밖에. 레오는 재빠르게 그의 앞에 당도했다. 기사의 코앞까지 가자 높게 뛰어올랐다.

  레오는 발을 딛어 기사의 팔을 타고 올라 머리에 가까워질 때 몸을 틀어 그의 어깨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레오는 녀석의 뒤통수에 권총 끝을 탁 붙여 갖다 대었다. 탕 탕 탕 소리와 함께 기사의 투구가 구멍이 났다. 기사는 구멍난 투구에서 피를 뿜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레오는 그 뒤통수를 발로 밟으며 그 앞으로 턱 착지했다.

  철컥, 권총의 탄약을 꺼내 발수를 확인하며 도로를 따라 걸어 나갔다. 올 테면 와보라지. 앞으로 더 나아가자 일렬로 운집한 기사들이 있었다.

  레오는 천천히 신중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같은 방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처치해나갔다. 신들린 그의 재빠른 몸놀림이 더욱 경이로워졌다. 신경의 흥분지수가 올라가며 요동치는 심장박동을 채찍질했다. 근육은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끝없는 힘을 뿜으며 팽창했다. 그는 점점 더 빨라졌다.

  도시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두 번 다시 재생 하지 못할 만큼 파괴되어 있었다. 거리에는 수많은 지민들의 시체뿐만이 아니라 판금이 파편으로 작살나고 머리가 터진 천민 기사들도 꽤 있었다. 격한 전쟁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도시의 공중에는 은은한 푸른빛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 빛은 정처 없이 도시 주위를 떠돌고 있었다. 어떤 빛들은 시체 주위를 공허하고 돌고 있었다. 어린아이나 여인들도 무참하게 신체가 도륙 나 있었다. 이 도시는 끝장났다. 그렇게 결론 낼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매튜는 모든 병사를 잃고 피를 흘리며 홀로 눈앞의 괴물과 맞서 싸웠다. 괴물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연기를 해치며 나왔다. 뱀의 형체를 하며 배와 꼬리를 질질 끌며 나왔다. 힘을 다해 칼을 내리쳤건만 칼은 부러졌고 괴물은 잠시 나가떨어졌지만 멀쩡하게 다시 나타났다. 나타가 뱀의 모습을 드러냈다. 6개의 팔이 팔랑거린다. 그는 끅끅거리며 매튜를 비웃었다.

  “시크의 종. 멍청한 가이아 같으니. 너희가 결국 이리로 올 줄 알았어. 심연의 아가리로 온 걸 환영한다. 의도한대로 스스로 몸을 바치러 오다니 이리도 좋을 수가.”

  나타는 매튜를 응시하며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는 매튜가 간신히 손으로 붙들고 있는 칼을 손쉽게 쳐낸다. 칼은 캉 캉 거리며 바닥을 돌았다. 매튜의 검은 갑옷은 걸레짝이 되었다. 나타는 반질거리는 뱀의 손으로 매튜의 목을 쥐었다. 그의 몸이 위로 들어 올려졌다. 맥없는 신음이 울린다. 나타의 꼬리가 살랑댔다. 6개의 날개와 6개의 가슴이 스미듯 흔들렸다.

  “왜 그렇게들 사는 것에 집착하는 거지? 진즉에 모두 1,000년 전에 얌전히 죽어서 수레바퀴로 돌아갔으면 좋았잖아. 좋은 기회였다고. 너희한테도.”

  매튜는 목이 잡힌 채 버둥거리며 답한다.

  “그게 인간이다. 오늘도, 내일도, 어떻게든 살아남고, 생존한다.”

  나타는 뱀의 머리를 찌푸린다.

  “멍청한 게 너희들의 유전자인가? 난 너희가 왜 그렇게 편애를 받는지 모르겠다. 나약하고 썩어빠진 놈들. 그렇게 잘났다는 놈들이 시크 따위를 찬양하고 믿어? 그래서 여기까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와 줬고? 그럴 거면 씨도 뿌리지 말고 쭉 비참하게 살아갔어야지. 모두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다. 그 덕에 기회가 오기도 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고맙단 말은 하지 않겠어. 너희 가이아란 족속들은 배은망덕한 녀석들이거든. 너희는 평생 노예로 살 운명이야. 노예는 노예답게 굴어라.”

  매튜는 목이 잡힌 채 피를 토하며 발악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대를 잇고, 사랑하고, 그게 우리의 유전이고 생명이다. 너희 괴물 같은 악마들이 뭘 알겠냐.”

  “너희가 원해서 너희를 위해 기껏 찢어 줬더니 결국 헛소리나 하고 있고. 아아, 레피크. 그러니 내가 말했잖아. 어차피 쓸모없는 행위라고. 감상적이라고. 가이아에게 더 이상 자비는 필요 없다고. 희망이 없는 녀석들이라고. 이 따위 소리나 듣고 있는 우리의 처지가 가련하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아까웠고, 지금도 아까워.”

  “죽일 테면 죽여 봐라. 심판의 날이 오고 있다. 난 그중 첫 번째 기사일 뿐이야.”

  나타의 혀가 매튜의 얼굴을 거칠게 핥는다.

  “시끄러워. 더 이상 개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거든. 내가 널 왜 죽이겠나. 이렇게 탐스러운데. 너희의 원자 분리는 너희가 가지기에 아까운 힘이야. 이리 내놓아라. 다시 뭉쳐서 한꺼번에 먹어주마.”

  나타는 손을 올려 매튜의 머리를 입으로 거칠게 뜯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그의 머리를 잘근잘근 부쉈다. 나타는 그의 머리를 쥐어뜯어 삼키고는 손에 든 몸을 휙 던졌다. 머리를 잃은 몸은 바닥과 벽에 피를 묻히며 허망하게 굴렀다. 나타는 아직 입에 들은 머리를 씹어 삼켰다. 푸른빛이 돌며 그의 목으로 함께 들어갔다. 나타는 크릉 크릉 하며 기분이 좋은 듯 괴음을 냈다. 도시에 작게 포효가 울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8 8. 시작점 (Genesis) - 完 2022 / 2 / 28 172 0 10400   
7 7. 종말 (Harmagedon) 2022 / 2 / 28 164 0 19876   
6 6. 매정 (Nomercy) 2022 / 2 / 28 166 0 17284   
5 5. 폭로 (Revelation) 2022 / 2 / 28 179 0 23428   
4 4. 순환 (circulation) 2022 / 2 / 28 171 0 23674   
3 3. 천지 (Earth) 2022 / 2 / 28 177 0 16819   
2 2. 심판 (Punishment) 2022 / 2 / 28 182 0 20793   
1 1. 특이점 (Singularity) 2022 / 2 / 28 286 0 1348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밀우유유전 (고
태풍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