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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이아 프로젝트 (수레바퀴 : Great Reset)
작가 : 태풍
작품등록일 : 2022.2.28

각기 다른 세계의 두 남자가 가족을 잃으며 복수를 다짐한다.
그 두 세계는 지구의 지상도시와 지하도시다.
두 남자의 여정 중 멸망의 전조와 신의 전말이 점차 드러난다.
세계는 다시 만들기 위하여 부숴야만 한다.

 
2. 심판 (Punishment)
작성일 : 22-02-28 20:46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20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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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지부 (Underworld)

 

  미챌은 부수어진 콘크리트 더미들을 몸에서 차츰 밀어내며 천천히 일어섰다. 무릎의 연골이 삐걱거리는 것 같았지만 다행히 크게 몸이 다친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 주위에 분주한 소리가 떠들려 졌다. 사이렌 굉음과 고함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눈을 질끈 감을만한 아픔에 귀를 후비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손가락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폭발음과 터지는 돌가루에 귓속이 상했음이 분명했다.

  “레오! 레오!”

  미챌은 흐느적거리듯 휘청거리며 레오를 찾아 헤맸다. 발에 채는 돌부리들이 거슬렸다. 우죽비죽 솟아난 콘크리트 더미들은 미챌의 발목을 연신 접질르게 만들었다. 점차 말똥해지는 그의 시야에 주위의 풍경이 오롯이 보였다. 터널은 연기를 내며 모두 무너졌다. 죽은 이도 많고 다친 이도 많았다. 선혈이 벌겋게 튄 돌들은 발을 대면 미끄러질 정도로 질끅거렸다. 찢어지듯 분리된 팔다리와 뇌수와 내장들은 마치 장식처럼 현장을 꾸몄다. 회색 바탕에 빨간 덧칠이다.

  미챌은 몸을 더듬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어쨌든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폭발 당시 무작위로 터져나가는 돌덩이들이 다행히 그를 내려치지 않은 듯했다. 오히려 그에 앞에 떨어진 커다랗게 조각난 돌더미가 파편으로부터 그를 죽음으로부터 구해주었다.

  그는 소음에 눈을 찌푸리고 귀를 찡그리며 헤매이다 너덜한 몸 한 구를 찾아냈다. 마치 폭발의 가장 앞에서 몸으로 막아 튕겨 나간 것처럼 콘크리트 더미들과는 별개로 널부러져 있었다. 일그러진 방탄갑옷의 가슴팍에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이지만 분명히 이름이 각인되어 있었다. 레오.

  미챌은 레오의 생사부터 확인했다. 방탄갑옷이 자글해지고, 노출되어있던 얼굴과 손은 불에 데인 듯 충격에 눌린 듯 살과 옷감이 뒤엉켜 짓뭉개져 있었다. 살아있을까, 라는 생각은 실은 전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했다. 미챌이 레오의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움켜쥐고 무엇이든 느껴보려 애썼지만 뭉개진 진물들이 그의 손바닥에 베여올 뿐 그 어떤 고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싶었지만, 현실을 마주했을 때는 참담했다. 미챌은 허망하게 주저앉으며 우두커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몸이 메말라진 것처럼 눈물은 흐르지 않았고, 그저 동공과 입이 멍하니 커져 허공만 응시하며 공기에 스치는 피부결로 자신의 생존을 느꼈다. 황당함과 분노와 패배감이 심장박동을 따라 일렁거렸지만, 무릎 앞에 놓인 시신의 상실감은 곧 그의 감정을 뭉개버렸다.

 

  에페 도시는 곳곳에서 폭발들이 일어남과 동시에 소란스러워졌다. 그 근방에 일하고 있던 혹은 근무 후 휴식 중이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소리가 섞여 시끄러워질 정도로 웅성거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무 사무소의 직원들과 경찰들도 거리로 나와 도열하며 집결했다. 도시 속 고층 빌딩에 설치된 수십개의 전광판들은 뉴스를 멈추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터크 지부장을 비추며 화면을 내보냈다.

  웅성거림은 짧은 시간 내에 잦아들었고 사람들은 도로에서, 집안에서, 근무지에서 각각 전광판의 성명을 집중했다.

  “에페의 지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사건 사고가 다소 많았습니다. 권능이 전능하신 주다 황제께서도 근심하실 정도로 천민들의 행태가 아주 놀랍습니다. 폐하께서 887년 전 이 땅에 12개의 지부를 신설하고 새로이 창세를 한 이래로 검은 하늘 밑에서 허락 없이 자고 나란 포악한 짐승들을 멀리했습니다. 저 천박한 놈들과 전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어찌나 번식이 좋은지 그 수가 작아지질 않고, 근래에 들어와서는 우리의 생활터전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에페 지부를 비롯한 열두 지부는 당분간 도시와 교역을 폐쇄하고 내부 소탕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지민 여러분들께서는 각별히 천민들을 조심하시며 발견 시 즉시 공무 사무소에 신고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잊지 마십시오. 우리가 왜 이곳에 창세를 하였으며, 왜 검은 하늘을 다시 밝게 비추어 푸른 강산을 되돌려 놓았는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번식하는 짐승들을 왜 박멸해야 하는지. 기도하십시오. 황제 폐하를 사랑하십시오. 폐하께서는 인류의 구원이시니, 폐하의 말씀을 따르십시오. 폐하께서 여러분을 광명으로 인도하시니 폐하의 지혜에 귀 기울이십시오. 폐하께서 신의 약조로 악으로부터 보우하니 폐하께 헌신하고 기도하십시오. 폐하께서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하시니 그분께서 지으신 지부의 규칙을 존중하십시오. 폐하의 장엄함에 두려워하십시오. 우리 모두 어두운 그림자를 피해 영원하고 빛나는 수레바퀴를 향해 나아가고 걸어갈 것입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주었는지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하십시오. 어몽 어스(Among Earth).

  방송 송출이 마무리되자 에페의 수 만명 지민들이 도로에서, 집에서, 근무지에서 어몽 어스라고 손을 들고 외치며 화답했다.

 

  미챌을 비롯한 숱한 경찰 사상자들은 각지의 병동으로 이송되었다. 특수 수사대와 기동 타격대 모두를 포함하여 에페 지부에서만 부상자가 스무 명이 나왔고 육십 명이 사망했다. 레오 또한 사망자 명단으로 이름이 올라가며 시신으로 분류되었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민이 사망할 경우 신체 조직 일부를 떼어내어 유전 배열 구조를 기록하고 취득한다. 그리고 그 자료는 둘로 나뉘어 하나는 유가족에게 가고, 하나는 이오플 연구소에 보관된다.

  추출된 유전 배열 구조는 유사시 한 가문의 대가 끊길 경우 신체 배양을 통한 인공 자손 번식을 진행한다. 연구소에 기록된 유전 배열 구조는 그 특장점이 골라져 신체 교체 수술에 이용되는 우월 유전자 체계에 통합된다. 그렇게 특장점이 골라 모아 배양된 그릇, 즉 영혼 없는 신체는 우월한 유전 성질로 뛰어난 외모와 신체 능력, 오랜 내구성을 지닌 장기를 구성하여 평균 수명이 300년 가까이 달하는데, 그 그릇은 성질별로 책정된 금액이 천차만별로서 일반 지민은 저렴한 제품을 이용하며, 고위급 임원은 최상급을 이용한다.

  레오의 시신을 비롯한 수십 구의 시신들은 유전 배열 추출을 위해 공무 사무소의 별동에 있는 병동 건물로 옮겨졌다. 무채색의 흰 건물과 그 안으로도 이어지는 흰 벽, 흰 복도, 흰 이동 침대는 서릿한 대비를 이루었다. 지부의 건물들은 대부분 창세 당시 축조된 것들로 그 외벽 색을 통해 건물의 용도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공무 관련 관리 시설은 흑색, 연구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 시설은 백색, 도시 개발 및 유지를 관리하는 기업 시설은 청색, 밀과 옥수수를 기르고 관리하는 농업 시설은 황색, 소나 돼지 등을 기르는 축산 시설은 녹색, 식품이나 의류를 매매하는 근린 생활 시설은 적색, 지민들이 한데 모여 먹고 마시고 즐기고 놀 수 있는 여가시설은 홍색 등이다. 모두 10층 높이의 중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넓은 직사각 형태로 그 공간이 각각 광대하고 필요 및 수요에 따라 내부 시설이 개선되므로 속칭 없는 게 없는 도시 구조다.

  미챌은 추출 전 안치소에 놓인 레오의 시신 옆에서 섰다. 그도 얼굴이 많이 상하고 거동이 편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더 불편했다. 안치소는 각기 찾아온 시신들의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무덤덤한 이들도 있었고, 슬피 우는 이들도 있었다. 이세계에서 재회할 수 있다한들 현재 당장 앞으로 보지 못할 작별은 심지어 예상하지 못한 작별은 감정을 무너뜨린다. 애써 침착하던 미챌의 눈가도 귀에 스치는 울음소리가 그의 눈꺼풀이 뭉개버렸다. 레오의 젊은 어머니가 뒤에서부터 또각또각 걸어오며 눈물지었다. 몽글몽글한 시야가 뿌연 허망함을 대변했다.

 

  - 에페 공무 사무소 도서관 문서 중 ‘창세행전(Testament)’ 1장 기록 내용 -

 

  황제 주다는 예수 원년 서기 1999년에 뉴질랜드 섬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주다는 1살 때부터 손발을 자유롭게 쓰며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그가 자란 사모안 마을은 공동 육아의 개념이 강했으나 풍족하지 못한 환경은 그에게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롯이 독학으로 학업을 이룬 주다는 기초 학문에서부터 고등 학문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시기에 재빨리 터득하고 통달하며 당시 명망 높은 하버드 대학 입학을 통과하였다.

  20살 청년이 된 주다는 아메리카 대륙의 보스턴 지역으로 건너가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성적부 문서상으로는 평점 3점대의 평이한 성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대학 생활 외에 음식점 서비스 근무를 하며 돈을 모으며 주식을 매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래를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유망주들을 사들여 높은 가격에 전량 매도하여 큰 수익을 얻는 것으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네트워크상에서 익명성을 유지함에 따라 그의 정체가 드러나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주식 시장에서 기행을 보이던 주다 대신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한 건 대학 동료 키섬 노엘(nole)이었다. 노엘은 제조산업을 주름잡는 거대기업 이오플(Eople) 대표이사의 손자로 그는 주다에게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자신이 대표로 나서 투자시장 이외의 현물시장에서 계약당사자로 나서거나 사업적 도움을 물심양면으로 주었다. 대학시절 당시 주다의 자산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나, 연인 관계로 추정되는 대학 동기의 증언에 따르면 1억$라고 알려져 있다. 1억 $ 규모의 현세대 당 문서 작성 시점의 물가 기준 100 COIN으로 환산할 수 있다.

  대학 졸업 이후 영입 제안을 받은 골드만삭스 그는 투자회사에서 근무했다. 퇴사 시 기록된 그의 자산은 100억$로 기록되었다. 서기 2030년 30살이 되던 주다는 새로운 투자회사 알세트(Alset)를 창업하여 직접 대표이사로 나서 세계 경제 흐름을 주도했다. 그는 재무이사로 오른 노엘과 손을 자고 거대기업인 이오플과 협약을 맺고 회사 규모를 키워나갔다. 3년후 알세트는 단번에 전세계 경제규모 2위에 오르고 이오플은 독보적인 1위가 되었다.

  알세트와 이오플은 아메리카(America) 대륙의 강대국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Undisputid State)와 합작하여 세계의 화폐를 통폐합시켰다. 화폐단위는 기존 유럽 대륙은 유로, 아시아 대륙은 위안, 아메리카 대륙은 달러, 아프리카 대륙은 자르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각국의 협의를 주도적으로 이끈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의 제안에 따라 현물, 디지털로 통합 관리될 수 있는 바이트(Bite)로 통합되었다.

  서기 2035년 전염병 아노로(Anoroc)가 전세계적으로 돌았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시작된 아노로는 타액으로도 흡입할 수 있는 액기체 전염성 바이러스로 신체에 들어가 폐에 융합될 시 멈추지 않는 강한 기침을 유발하며, 전염 이후 일주일 이내로 결국 모든 피를 토해 사망에 이르렀는데 그 치사율이 매우 높았다. 한가지 특수한 점으로 전염이 되었다 하더라도 당 바이러스 면역 유무에 따라 치사가 결정되었는데, 이오플에서 연구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대중의 혼란이 심각했다. 그리하여 대중은 파벌이 갈려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라 마스크나 호흡기를 착용하는 집단이 있었고, 정부를 불신하며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는 집단이 있었다.

  충돌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한 잠재 면역 남성이 이미 병에 걸린 여성과 입맞춤을 진하게 하고도 전염되지 않는 실시간 영상이 네트워크에 일파만파 퍼지자 결국 정부의 방역지침이 모두 유명무실화 되고 말았다. 그 결과 1년 후 전 인류의 30%가 사망했다. 이후 이어진 전세계적 불안 공황이 이어졌다. 전염병 발생 시 그 시신과 당사자가 거쳐간 모든 물건과 집을 태워 없앴다. 세계는 밤낮으로 매연이 끊이지 않았다. 매연을 머금은 구름이 회색빛으로 변하며 하늘이 검어졌다. 검은 하늘은 세기말 분위기를 내며 세계적 불안 공황을 가속 시켰다. 전염자의 물건을 훔치는 자들, 폭동을 일으키는 자들, 삶을 스스로 끊는 자들, 공황을 이용하여 장사를 하는 자들이 속출했고 정부는 점차 대중을 통제할 힘을 잃어갔다.

  이오플은 다음 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를 독점적으로 내놓았다. 각국 정부와 단체는 이오플이 제시하는 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해 이오플의 협력으로 공급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는 자국 중심 세계통합 일원화를 시도했다. 공포에 잠식된 대중과 국가들은 불합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마지못해 협력했다. 음모론적 기록으로 이오플이 의도적으로 전세계에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을 유포시켰다고 증언되었다. 하지만 기록상 확실치 않다. 이오플에 항전하여 폭동이나 테러를 저지르는 민간단체가 많았다. 이로 인해 이오플은 정부의 묵인으로 기업 무장화를 구축했다. 이오플은 합법적으로 총기와 폭약을 구비하고 사병을 거느려 군대를 꾸렸다. 체제가 거의 갖춰졌을 때의 이오플 군대는 10만명을 기록했고, 고집약 소형 핵탄두 발사 체계도 구축했다.

  백신과 치료를 받지 못한 가난한 국가와 시민들은 그 나라에서 철저하게 격리되었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이오플은 전자 시민증을 몸에 내장할 수 있는 칩으로 개발하고 공급하여, 지칭하여 이르기를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을 분리하였다.

  이오플은 또한 오직 칩에 내장된 디지털 화폐인 바이트로만 매매가 이루어져 시장경제가 굴러갈 수 있도록 경제 순환 체계를 재정립하여 그를 견고하게 구축했다. 이는 모두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가 승인했다. 이로 인해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하였다. 칩을 구비할 여력이 없는 시민은 현물거래만 가능한 극빈층으로 전락했고, 칩이 있는 일반 시민은 중산층으로 자리잡았으며, 해당 전자 기술과 다량의 디지털 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 신흥 부자들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도의 호화를 누렸다. 비공식 기록으로, 칩을 뺏고 빼앗는 신종 신체 약탈 범죄가 증가했다.

  이오플이 주도하는 고도의 기술화로 인한 풍부한 생산으로 인해 기초적인 노동력이 필요 없어진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는 일반 시민에게 기본 생존금을 부여해 가난한 사람들도 생산을 하지 못하더라도 소비라도 하여 시장경제에 일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하여 모든 경제를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와 이오플이 주도하자, 이후 많은 정치적 거래와 회담이 오간 끝에 전 세계 국가의 절반이 당초 논의되었던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로 통합되어 세계일원화가 시작되었다.

  이때 반기를 든 국가가 있었다. 아시아(Asia) 대륙에 위치한 신진(Republic of Chin)은 아시아의 주변 국가들과 미들 이스트(Middle East)의 국가들을,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에 대한 반대급부로 국가통합을 시도했다. 하지만 신진의 강제성을 동반한 반발심 때문에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되려 아시아 대륙의 내전이 자주 발발하였다. 이로 인해 서기 2040년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었다. 최초의 참전 국가는 신진(Chin), 뉴 잉글랜드(New England), 루시아(Rusia) 그리고 고려(Corea)였다.

  그중 고려는 신진 동쪽에 근접하여 위치한 작은 나라다. 본래 내전으로 위아래로 분열되어있다가 신진의 강압적인 통합정책으로 인해 결속하여 다른 연합국들과 함께 신진에 대항하게 되었다. 고려는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에 버금가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 발발 후 초기에 고려는 비교적 큰 국가인 신진을 대상으로도 압도하는 면을 보여주었다. 이에 역전을 기대한 다른 작은 국가들이 고려에 가세하여 신진에 대항함으로써 신진과 연합국 간의 전쟁 양상이 새롭게 벌어졌다.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는 당초 이 아시아 전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전쟁 중기 신진이 고려 수도에 고집약 핵폭탄을 투하하여 동아시아 대륙을 통째로 물에 가라앉혔다. 이로 인해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가 연합국에 참전하게 되었다. 이때 일약 성공한 기업가로 인기를 끌고 있던 주다가 강력한 국가의 강력한 전쟁 승리를 선거 광고로 내세우며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 대통령(현시점 지부장)으로 취임하였다. 부통령은 이오플의 재무이사인 노엘이 부임했다.

  신진 대 연합국으로 벌어지는 세계대전은 길고 긴 10년간의 전쟁 끝에 신진이 멸망하고 언디스퓨티드 스테이트가 승리하였지만 큰 대가가 따랐다. 전쟁에서 결국 패배할 것임을 직감한 신진의 고위간부들이 보복성으로 핵탄두를 각국 요충지에 수없이 떨어트린 탓에 전쟁 후 많은 땅이 오염되어 전쟁 전 시점 대비 절반으로 수요 가능한 대지가 줄어들었다. 오염되어 사막화된 땅은 기후변화를 일으켜 덥고 건조한 가운데 하늘을 덮는 구름이 전보다 더 많아져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이 매우 드물어졌다.

 

  - 에페 공무 사무소 도서관 문서 중 ‘창세행전(Testament)’ 3장 기록 내용 -

 

  서기 2050년 주다는 세계일원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모든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지국(United Earth, 地國)이라는 하나의 국가를 만들었다. 통폐합된 기존 국가들의 모든 기록은 말살되어 지국의 도서관으로 들어갔으며 그 누구도 허가 없이 열람할 수 없다. 해당 기록 또한 마찬가지다.

  서기 2052년 지국의 헌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상하의원제가 폐지되고 지구적 규모의 최고회의가 개설되었다. 대통령 직위는 최고회의에서 투표로 주관하며 계속적 연임제다.

  서기 2053년 개정 자치법으로 자유시장주의가 불허되고, 정부통제주의가 국가적 이념이 된다. 모든 종류의 매매는 정부에서 통제하고, 통제받는 기업이 독점적으로 상품을 공급하며, 소비자는 정부에 의해 보호받는다. 모든 소비자 권장 가격은 개정 발의 없이 변경할 수 없다.

  서기 2055년 각 대륙별 검은 구름을 피해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중심으로 도시 중심화가 이루어졌다. 텍사스, 오타와, 대전, 교토, 청주, 다마스커스, 크레타, 밀란, 보르도, 에딘버러, 누크, 웰링턴, 총 12곳이 선정되어 집중 관리되어 증축되었다.

  서기 2060년 지국은 인간 분리화를 시작했다. 기본 생존금이 폐지되었다. 낙오되고 필요 없는 극빈층 인류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도시 밖으로 방출되었다. 수년의 증축 후 견고하게 벽으로 감싸진 열두 도시들은 한번 나가면 결코 다시 들어올 수 없었다.

 서기 2065년 구체적 조례가 각 행정별로 발현되었다. 주식 시장이 폐지되고 모든 공급과 소비는 정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시민은 1인, 1직업, 1주택, 1차량을 가지며 이를 넘거나 부족할 수 없다.

  서기 2070년 공식적으로 모든 종교가 폐지되었다. 관련되는 영상과 자료 또한 일괄 몰수되어 일괄 말살되었다. 각 종파별 모든 종교적 사제는 재산 유무에 관계없이 극빈층으로 축출되었다. 건축물은 인류의 역사물로 치부하여 남겨두었다. 지국의 통치 이념은 합리적 과학 사실주의에 기반한다.

  서기 2075년 주다 대통령의 주도로 수레바퀴 이론이 과학적 공식 교리로 채택되어 대중에게 배포되었다. 인류를 비롯한 모든 동식물은 위대한 초기화를 겪으며 수없이 환생한다. 환생 시 전생에서의 삶에 따라 후생이 결정된다. 이로 인해 이승에 미련을 두지 않는 자유민족들이 대거 늘었으며, 수레바퀴를 찬양하는 맹목적 사이비가 성행했다. 후생에 대한 두려움으로 강력 범죄가 매우 줄었다.

  서기 2080년 오랜 인간 분리화와 도시 통폐합을 통해 전 대륙에 12개의 거대도시만이 남았고, 각 도시별 인구 제한은 100만 명으로 정해졌다. 100만이 넘을 경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출산이 금지되었다. 지부의 인류는 1,200만의 제한된 육신을 가진다. 1,200억의 영혼은 순차적으로 환생한다. 환생과 질의 여부는 전생의 경중이다. 수레바퀴가 개량되었다. 주다 황제는 그 심판을 관장한다.

  서기 2090년 새로운 신체를 배양하는 기술이 수년간의 실험 끝에 탄생했다. 가장 먼저 대통령 주다가 신체 교체 수술을 시행하여 늙은 몸을 버리고 젊은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뒤로 최고회의 귀족들과 이오플의 임원들도 시행했다. 경우에 따라 죽는 이도 있고, 사는 이도 있었다. 이후 희망 여부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고 대중에 공개하여 수술을 판매했다.

  서기 2100년 자유민주주의가 폐지되고 능력세습주의가 실행되었다. 도시경제 시스템 개발 및 유지는 이오플이 모두 주관했다. 타고난 능력과 노력한 재능을 인정한 직업변경과 시장논리의 자유가 인정은 되되, 특출난 경우를 제외하고 부모의 직업이 자식에게 세습되도록 하였다. 직업의 전문화를 위한 교육만이 공교육으로 특정되고, 그 이외에는 사교육으로 분리되었다.

  서기 2150년 기존보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많아져 햇빛이 극히 적어졌다. 열두 도시를 제외한 지구 대부분의 땅이 메말라져 사막화가 되고, 동식물의 수가 매우 적어졌다.

  서기 2200년 신체교체 기술이 일반화 되었지만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비싸졌기 때문에 흔하게 할 수 없었다. 지능개발과 근육개량 기술이 발달하여 직업의 전문화가 촉진되었다. 유전배열 구조 개량은 각 직업에 맞게 이루어졌다. 세대를 거쳐 유전자를 이어받게 되었다.

  서기 2210년 주다가 도시 밖으로 떠나며 자리를 비웠다. 공석으로 인한 부재는 노엘 최고의원이 역임했다. 50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서기 2260년 지구의 사막화가 더욱 가속되었다.

  서기 2300년 최고회의의 만장일치로 주다가 지국의 황제로 등극하였다. 황제는 지국 모든 것의 권한을 가지며 기본 통치 규칙은 최고회의에서 주관하되 황제의 권위는 그 위에 있다.

  서기 2400년 많은 사람과 모든 기술력이 총동원되어 바다 밑 지하에 빈 공간을 만드는 지하도시 계획을 세웠다. 지하 공간 예정지는 대륙지각을 기준으로 지하 300km 암석층에 자리 잡았다.

  서기 2500년 도시들에서 많은 자원을 끌어다 쓴 탓에 도시 외의 환경은 사막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더욱 많아졌다. 총 12개의 지하도시가 완공되었다. 각 지부는 통로를 통해 서로 이동할 수 있다.

  서기 2950년 열두 도시의 이름이 개명되었다. 텍사스는 코린트로, 오타와는 갈라타로, 대전은 테살로, 교토는 필립으로, 청주는 티모트로, 다마스커스는 하이브로, 크레타는 테살라로, 밀란은 콜로스로, 보르도는 타이토로, 에딘버러는 자고보로, 누크는 로메로, 웰링턴는 에페로 바뀌었다.

  서기 2900년 완공된 지하도시를 개발 및 개량하여 생층부로부터 석유를 추출하고 토양이 많은 지층부에 산림을 조성하고 가축을 사육하여 폐쇄된 생산시설을 조성했다. 착공일로부터 500년에 걸쳐 이른바, 방주가 건설되었다. 3000년 1월 1일에 도시의 모든 이가 지하로 이동할 것임을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서기 3000년 각 지부별 100만 명, 전 대륙 1,200만 명이 일시에 지하도시로 이주했다. 지민(地民)들이 지국(地國)을 새로 세웠다 하여 이를 창세(創世)라 하여 황제력을 세우고 서기를 처음부터 기록했다.

  서기 1년 지구 재생 계획 (Terraforming Earth)에 따른 위대한 초기화(Great Reset)가 실행되었다. 지상의 모든 기존 도시를 고밀도 우라늄으로 증발시켜 토양으로 만들었다. 지구 상공 우주에 준비하여 설치한 특수목적 인공위성물들을 통해 녹생체 탄두 600발을 쏘아내려 지상 땅의 녹지화를 가속시켰다. 검은 구름에서 한 달 가량 땅에 비가 쉼 없이 내렸으며, 사막에 초록 볕과 풀이 돋아났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동식물은 사멸했다. 녹지화 후 자연적으로 재구성된 유전 배열 구조에 따라 새로운 동식물들이 자생적으로 탄생했다.

  서기 100년 기동 타격대의 수색일지에 일년 가량 지켜본 지상의 현 상황이 상세히 기록되었다. 땅 위에서의 기존 인류문명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일년 내내 계절이 바뀌지 않으며 낮의 기온이 20℃ , 밤의 기온이 10℃를 유지했다. 푸른 잎에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의 종류가 가장 많았는데, 붉은 열매를 쪼개니 하얀 속살에 검은 씨앗이 수없이 많았다. 가장 작은 나무가 1m였고 가장 큰 나무는 10m 가까이 자랐다. 원색을 가진 동식물들이 출현했는데 그 종류가 많지 않았다. 머리에 가는 뿔이 달리고 날렵한 몸체로 양 네발을 땅에 붙여 사뿐하게 다니는 작은 짐승은 나무의 열매나 땅에 자란 풀을 주식으로 삼았다. 두발로 서고 검고 긴 털을 휘날리며 날카롭고 두꺼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커다란 짐승은 열매를 먹는 작은 짐승을 사냥하여 그 살을 주식으로 삼았다. 그 외 특이한 점으로 짐승의 형태를 한 인간들이 목격되었다. 문화 형태로 보아 추방 인류의 잔류 생존인들로 추측된다. 대체적으로 피부가 검고 머리칼은 하얬다. 가죽 같은 의류를 주로 걸치고 있었고 주 거주지는 큰 동굴이거나 나무통을 이어 만든 목재형 집이었다. 그들은 사냥이나 채집시 칼, 창과 같은 철붙이들을 사용하였는데 그 연식이 매우 오래된 과거 유물로 보였다. 제조술은 발달하지 않았다. 그들은 동식물을 모두 잡식하였다.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였다. 받침이 없는 된소리가 말의 대부분이었다. 최고회의는 지상을 천국(Groundworld)이라 명명하며 자연의 본 생태계를 간섭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여, 기동 타격대 이외의 일체의 지상 출입을 금했다. 그들을 천민(Groundworld People, 天民)이라 이름 붙였다.

 

 2-1. 심판 (Punishment)

 

  레오는 온몸이 꽁꽁 묶였다. 말이 묶였다는 것이지 실제 묶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유롭되 움직일 수 없고, 붕 뜬 듯 떠다니되 가눌 수 없다. 그의 팔은 차렷처럼 허리에 꼭 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했고 발 또한 허벅지가 아플 정도로 조여졌다. 혼미하게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와중에 고개만이 빳빳이 위로 세워졌다. 레오는 아악, 아악, 힘을 주어도 소용이 없었다. 눈을 뜨고 있는 게 맞기는 한 걸까. 온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내가 눈을 감았던가. 레오는 얼굴을 세차가 흔들었다. 그가 눈을 뜨자 온 시야가 파랗게 물들었다. 아니 내가 눈을 떴던가. 그가 눈을 뜨자 온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다시 눈을 감자 온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가 눈을 감았단 느낌은 없다. 그냥 질끈 감는다고 힘을 주고 생각을 번뇌였다. 웅성거림이 그의 귀를 울렸다.

  ”- - -, - - -, - - -“

  그는 도통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으니 들을 수 없었다. 무어라고 하는 건가. 이런 말이 있었던가. 내게 하는 말인가. 번뇌는 격한 도리질이 되었다.

  ”레오.“

  그는 분명 그의 이름을 들었다. 고개는 아직도 세우고 있는 것 같지만 고개를 들어보았다. 눈을 떴다고 생각하니 온 시야가 푸르게 물들었다. 눈을 제대로 뜬 게 맞기는 한 건지 힘을 주어 눈커풀을 움직인다. 그러자 일시에 그의 앞에 길이 보였다. 사방이 검은 가운데 푸른 길이 놓였다. 그는 걸어간다고 생각했다. 다리야 움직여라. 길이 움직인다. 그는 어쨌든 앞으로 나아간다.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멈춰섰다.

  ”이리 와라.“

  몸을 일으켜 세워보려 하자 시야가 빙빙 돈다. 위로, 위로, 위로, 위로, 위로.

  ”너를 잠깐 만나러 직접 왔지. 여길 봐라.“

  시킨 대로 쳐다본다. 내가 고개를 들었던가. 아니 애당초 팔다리가 있었던가.

  ”가이아들이란.“

  눈을 껌뻑인다. 거멓게, 푸르게, 거멓게, 하얗게.

  ”어이, 가이아.“

  무어라고 하는 거야. 내 앞에 있기는 한 거냐.

  ”그렇군. 레오.“

  그의 이마에 감촉이 돋아난다. 아아, 이것이 느낌이란 것이다. 촉감, 시각, 청각, 후각, 모든 걸 곤두세운다. 팔다리가 돋아난다. 익숙한 것을 떠올리자 앞에 사람이 앉아있었다. 중년은 되보임직한 사내의 외모에 머리와 수염이 거멓고 얼굴이 하얗다. 의자에 팔을 걸쳐 턱을 괴고 무심하게 그를 쳐다본다. 검은 옷. 저게 옷이 맞기는 하던가. 그저 거멓다. 레오는 양손으로 괜히 두 눈을 감싸 질끈 감는다. 손이 있음을 깨달으며 익숙하지 않은 촉감에 등허리가 부르르 떨렸다. 레오가 눈을 뜨자 중년 사내는 검은 정장을 입고 앞에 앉아있다. 그는 여전히 검은 사방에 푸른 길에 있다.

  ”가이아, 거래를 제안하겠다.“

  ”뭐?“

  ”멍청한 놈을 골랐나, 반응도 느리고 되려 묻고 있는 꼴이라니. 하기사, 그럴 만도 하지.“

  레오가 그의 몸을 내려다보자 그는 어느 순간 서 있었다. 검고 푸른 길. 늘 입던 같은 검은 옷을 있다. 레오는 사내를 노려보며 머리를 빨리 굴려보려 했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하자. 그래, 난 분명 죽었던 거야.

  ”난 죽은 건가?“

  ”죽다?“

  ”...“

  ”음, 죽다. 아, 그렇지.“

  ”죽은 게 아니야?“

  ”비슷하다 봐야겠지. 뭐, 맞아. 너희식 표현대로 돌아온 것이라고 봐야겠지.“

  ”돌아와?“

  ”역시 가이아를 잘못 골랐나, 질문이 많군.“

  ”네 말대로라면 여기가 수레바퀴로군.“

  ”그래.“

  간단하리만치 대답이 명료했다. 레오는 두통이 밀려왔다.

  ”난 시간이 있지만 넌 없고, 난 한가하지만 넌 바쁘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됐나?“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건 상대가 누구건 분명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분명 우위에 있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고, 이제와 생각할 머리도 돌지 않았다. 그는 잠자코 들었다.

  ”그래, 좋아. 말해.“

  ”넌 곧 심판받을 것이다.“

  우선 잠자코.

  ”여기서 널 보내면 넌 잠벌을 할 테고, 그리고 연옥으로 갈 테고. 이후엔 순환일 테고.“

  잠벌, 연옥, 모두 들어본 적 없는 말이다.

  ”?... 그렇군. 이제는 믿음이 없는 족속들이던가.“

  일단 잠자코. 머리에 피가 돌았다.

  ”네가 곧 신이란 거지?“

  중년의 사내는 긁적이는 표정이다.

  ”아니긴 하지만 맞다고도 해두지. 그렇지, 궁금한 게 있겠지. 물어.“

  ”여기를 보건대 네 말을 듣건대 난 이승에서 숨을 다 한 것이겠지.“

  ”맞아.“

  ”왜 날 가이아라 부르는 거지? 난 레오다. 이름이 있다.“

  ”가이아가 가이아지. 넌 가이아의 일부일 뿐이야. 너희끼리 부르는 이름이 그것이라면, 좋아. 그렇게 불러주마.“

  ”주다의 말대로라면 예정대로 계획대로 날 수레바퀴로 보낼 것이지 왜 멈춰 세운 거지? 그렇다면 볼 일이 있는 것이겠고.“

  ”흐훗, 맞아.“

  ”그럼 용건을 말해.“

  ”세 가지. 우선 첫 번째, 동기부여, 마리아와 카타리나를 아나?“

  레오는 흠칫 떤다.

  ”알면서 묻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인가? 내 아내와 아이다. 재회할 수 있겠지?“

  ”아니, 녀석은 여기에 없어.“

  ”왜.“

  ”붙잡혔거든.“

  ”어디로.“

  ”말하자면, 하늘 위로. 내 직접 찾아오고 싶지만, 내 영역 밖이다.“

  ”하늘?“

  ”그래, 두 번째, 그들을 잡아간 녀석들에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휘젓고 와봐. 그럼 되찾을 수 있을 거야.“

  레오는 눈에 띄게 몸을 떤다.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세 번째, 그 외에 때가 되는 날, 내가 마지막으로 시키는 것을 해, 그건 아직 알려주지 않겠다.“

  ”왜지?“

  ”뭐, 중요하지 않아, 잊어버려,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을 보도록.“

  레오는 눈썹을 찡그린다.

  ”네 말만 듣고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어.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생판 모르던 네놈과 계약이니 뭐니 하고 싶지 않아.“

  중년의 사내는 크큭 웃는다.

  ”물론 보상이 있지. 완수하는 날, 널 자유롭게 해주고, 네가 원하는 가이아들을 영원히 네 곁에 있게 해주겠다. 마리아와 카타리나를 일컫는 거야.“

  ”그럼 조건도 있겠군.“

  중년의 사내는 손뼉을 친다.

  ”그래, 이제야 대화다운 대화를 하는군. 당분간 네 영혼은 내 것이야. 물론 당분간이야. 그래야 널 계속 죽지 않게 할 수 있거든. 넌 일이 끝날 때까지 죽고싶어도 절대 죽지 못 할거야.“

  ”저주처럼 들리는군.“

  ”받아들이기 나름이지.“

  레오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레오, 다시 말하지만 난 시간이 많지만 넌 없어. 널 붙잡고 있는 것도 잠시만이야.“

  ”어째서지?“

  ”우선 결정이나 해라. 계약, 할 텐가? 이대로 수레바퀴로 가도 좋아. 하지만 가면 마리아는 볼 수 없어. 카타리나도 마찬가지고. 보복이니 뭐니 모두 잊고 다시 선환을 돌려도 된다. 결정은 오롯이 네 몫이야. 네 녀석 말고도 후보는 많다. 내 시간을 뺏지 마라.“

  중년의 사내는 짐짓 몸을 앞으로 내민다. 레오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좋아. 그런데 중요한 걸 안 물었어. 네 정체를 명확히 말해.“

  중년의 사내는 살그머니 웃는다. 꼭 비열한 것처럼 보인다.

  ”난 나타(Natas), 신들의 대리인이다.“

  레오는 단어를 곱씹었다.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이곳의 뒤에, 그의 뒤에, 그리고 그 넘어 더 뒤에, 무언가 더 있다고. 하지만 레오는 아는 것이 없어 무력했다. 레오가 잡념에 휩싸일 무렵 나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꼭 헤헤헤, 라고 비정하게 웃는 것처럼도 보인다. 기분 탓이길. 그는 마치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맛있겠다는 듯이 쳐다보는 듯도 같다. 착각이길.

  ”그럼, 계약 완료야.“

  ”그럼, 된 건가?“

  ”아니, 잠시 똑바로 서보아라.“

  레오는 한결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며 길에 섰다. 하지만 걸음은 내딛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자 그의 몸이 앞으로 나아갔다. 붕 붕 떠다니듯 나아갔다. 이내 나타와 손이 닿을 만큼 거리가 가까워졌다.

  ”네 가슴을 찢어라.“

  ”뭐?“

  ”어서.“

  레오가 자신의 가슴에 손가락을 넣자 깊이 파고든다. 젖혀 열자 껍데기가 잘려지듯 활짝 벌어진다. 안에는 파란 잔영이 구름처럼 일렁인다. 나타가 그를 보며 말한다.

  ”결정한 거야.“

  나타가 손을 뻗어 레오의 가슴 안을 움켜쥐자 잔영이 꿈틀거린다. 그가 뜯어내듯 팔을 뺐다. 잔영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줄을 만들며 오밀조밀 길게 늘어진다. 나타가 여전히 움켜쥐며 말했다.

  ”따라 말해라. 나는.“

  ”나는.“

  ”창조주가 언제나 우리를 보살피고 온전히 의지하나, 내 생각과 말과 행위를 거룩한 뜻대로 다스린다. 내가 하는 일에 강복하여 나와 함께 있는 사자의 사랑을 깨달아 섬기니, 잠시 영광을 드려 봉헌한다.“

  레오는 쥐어짜는 고통에 신음하며 또박또박 그의 말을 따라 말했다. 말이 끝나자 푸른 잔영이 갈라지며 반은 그의 가슴에 반은 나타의 손에 쥐어졌다. 그가 손을 꽈악 움켜쥐자 잔영이 터져나가듯 안개를 뿌리며 모두 그의 몸에 적셔졌다. 그의 손이 멀어지고 레오가 자신의 가슴에서 손을 떼자 모두 닫혔다.

  ”너에게 영혼을 바친 건가? 그럼 이제 어떻게 되지?“

  나타는 웃는다.

  ”모르는 게 약이다. 때 되면 다 알 게 되지만, 넌 지금 알 필요 없어.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복을 해도 좋고, 마음껏 살인을 하고 다녀도 좋고, 네 삶을 망치든 남의 삶을 망치든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길을 알려주지. 네가 있는 곳에서 위로 올라가라. 지상으로. 그곳에 너와 나의 적이 있다. 헤집어 찾아내라. 마리아를 죽인 녀석도, 죽이라고 시킨 녀석도, 모든 원흉이 그곳에 있다. 하늘을 원망해라.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욕을 퍼붓고 총알을 쏟아내라. 아무쪼록 날 재미있게 해주고 실망시키지 마. 네가 아무리 죽어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몸을 소중히 여겨라. 네가 영원성을 간직하는 것은 네 영혼이지, 물체로 이루어진 몸이 아니다. 스스로 숨을 끊어도 살아날 것이다. 이제 네 삶은 고통이고, 목적을 완수한 이래 영원한 죽음은 해방이다. 덧붙여 계약을 맺은 건 너뿐만이 아니다. 모쪼록 잘 처신하도록. 눈을 들어 지상으로 올라가라. 답을 찾을 것이다.“

  레오는 황망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나타는 이제 되었다는 듯 갑자기 앉아있던 몸을 날려 레오에게 손가락을 날리며 그의 미간에 콕 찍어 박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지만, 펑 하는 소리가 나는 것처럼 주위가 파장을 일이크며 가슴을 맞은 레오는 뒤로 날아갔다. 레오는 몸이 붕 뜨며 정신이 저 멀리 아득해졌다. 사라져가는 정신 속에서 다시 나타의 속삭임이 마지막으로 들렸다.

  ”날 실망시키지 마.“

 

  ”말도 안 돼!“

  눈꺼풀이 근지럽다고 느끼다 눈을 번쩍 떴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미챌의 얼굴이 보였다. 그 옆에 소스라치게 놀란 의사와 간호사도 보였다. 덮고 있던 것이라고 여겨지는 천을 들고 있던 간호사가 하얗게 질린 놀란 눈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와 소음이 동시에 뒤로 넘어가며 우당탕 소리를 내며 무언가들이 무너지고 깨졌다. 하지만 온몸의 타는듯한 고통은 그것 따위 알 바 아니었다. 얼굴과 손과 목이 뜨겁고, 뜨겁고, 뜨거웠다. 용암을 뒤집어쓴 느낌이다. 불길이 몸을 휘감는 통증은 저절로 팔다리를 발버둥 치고 얼굴과 모가지를 벅벅 긁었다.

  ”으아악!“

  ”레오!“

  시야에 잡힌 의사가 붉게 상한 팔을 부여잡으며 침상으로 끌어당겼다.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휑휑한 기분과 공기가 안면에 스쳤다. 손가락으로 얼굴을 긁어서 파버렸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꿈속으로 날려 보내며 시야가 모두 검게 칠해졌다. 기억과 생각과 말과 행위가 모두 조각 조각나며 뿔뿔이 쪼개졌다. 그리고 제대로 기억하는 게 맞다면.

  레오는 죽음에서 돌아왔다.

 

  레오는 얼굴과 팔다리에 재생밴드와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병실에서 일어났다. 최초 안치실에서 깨어난 이후 이곳으로 옮겨졌다. 병원은 도심 중심에서 꽤 높은 고층 건물로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훤하게 내려다보였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형형색색의 빌딩들이 병원 시설과 함께 나란히 놓였다. 빌딩 옆으로 지나니는 자기부상 버스들과 그 밑으로 다니는 바퀴 달린 개인용 차량들이 비슷한 속도로 서로 오가며 반복적인 줄을 섰다. 레오에게 늘 보던 같은 풍경이지만, 윤곽선을 그리듯 또렷하게 망막에 사물이 잡혔다. 천장에 별처럼 수놓아진 조명들이 점차 환해졌다. 가까이서 있다면 철컥 소리가 날리만큼 일사분란하게 바뀌었다.

  ”감옥에서 돌아온 소감이 어때.“

  미챌의 말에 레오가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밴드로 하얗게 감긴 얼굴에서 두 개의 눈동자만 희번덕거렸다. 레오는 반쯤 굳고 망가진 턱과 혀를 움직이며 어눌하게 말했다.

  ”그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가 더 감옥 같다고 하면 황당하게 들리겠지? 주다가 삶은 고통이고 죽음은 해방이라더니 같은 이야기를 들었어.“

  ”누구에게?“

  ”신의 대리인.“

  ”신?“

  미챌은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아니, 신들의 대리인.“

  미챌이 턱을 괴며 짐짓 생각을 더듬으며 말했다.

  ”창세행전에 이르길 그걸 천사라고 지칭하더라. 본 적 없지? 나야 역사에 관심이 많으니까 도서관에서 한번 본 적이 있는데, 뭐랄까, 주다 황제를 찬양하는 내용인 듯도 하면서도, 이야기들이 자세하고 굉장하더라. 증언이나 과거 기록물을 근거로 집대성한 거라고 하던데, 비교할 게 있어야 이야기하지, 아무것도 없이 모두 말살된 마당에 맹목적으로 믿으라고 하는 것 같아서 찝찝하긴 하더라.“

  ”그런 말 모욕이나 불경 범법 아닌가? 현직 경찰이 그런 소리나 하다니.“

  미챌은 한쪽 눈을 찡그리고 대뜸 이두박 근육을 내세우며 자신을 화려하게 손짓했다.

  ”시대의 선구자라 해줘. 궁금한 게 많은 호기심 청년이지.“

  레오는 헛웃음을 지었다.

  ”계속 말해봐.“

  미챌은 끄덕이며 침상 옆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고는 입에 플라스틱 담배를 물었다. 담배는 치직 하는 불꽃을 내뿜고 플라스틱 원통 안에서 연기가 회전하고는 미챌의 입으로 빨려들어 갔다.

  ”한 대 필래?“

  ”환자한테 주는 거야? 멋지네. 줘 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자마자, 창밖 빌딩들의 전광판에서 번쩍이며 예쁜 여성 모델들이 제품을 손에 들고 춤을 추는 광고들이 보였다. 지부의 기업인들은 치열하게 회사를 경영했다. 기업 모두 사장단들은 기원전부터 대를 이어 내려온 그 유전자가 유서 깊은 가문들인데,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수익 창출을 많이 하고자 애썼다. 소비자 권장 가격이 동일하고 공정한 시장경제에서 가난한 계층 마냥 무엇이라도 하나 더 사고 더 먹고 싶은 심리가 아니라, 최고회의의 임원이 되고 싶은, 더 나아가 지부의 지배계층이 되어 멋진 영생을 하고 싶은 게 그들의 최종 목표일 터였다. 오래 살며 자신의 씨를 남기고 싶어하고, 유전자가 같은 자식을 나아서라도 그 대를 오래 남기고 싶어하는 것은 인류 본래의 천성인지도 모르겠다. 최고회의에서 아무리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떠들어대도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세상은 누구나 두렵다. 알지 못하는 것은 회피의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기적적으로 숨이 멎었다가 살아 돌아온 레오는 이것저것 캐묻고 싶은 최고 관심의 대상이겠지만, 지부의 보호 차원으로 친인척을 제외한 면회가 모두 금지되었다. 속칭 죽음을 보고 오고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레오뿐만은 아니지만, 분명 희귀한 경우의 수였다.

  ”아무튼 천사들은 수레바퀴의 관리자들인데, 어느날 주다에게 와서 말했다는 거야. 나를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그러면서. 그러고는 임무를 맡겼단다.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라고. 그럼 인류를 구원하겠다고.“

  ”이후엔 아는 이야기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지하에 살고 있는 거고.“

  미챌과 레오는 서로 마주보며 과일향이 저릿한 플라스틱 담배 연기를 공중에 뿜었다.

  ”그렇지. 그런데 네가 본 건 어떻대?“

  미챌이 물었지만 레오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기억의 편린은 또렷하지만, 선뜻 입에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물며 잠시 머물던 그곳이 어디인지 그 녀석이 정확히 누구인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계약을 말해도 되는 것인지 레오는 알 수 없었다.

  ”몰라. 돌아가라더라. 그게 다야.“

  미챌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허, 방송프로그램에 나오던 증언과는 다르네. 죽음을 앞둔 어떤 할아버지는 죽기 직전 가족 앞에서 눈을 감은 채 어떤 강이 보인다고 하더라. 그 강 건너에서 먼저 죽은 부인이 손짓하고 있었다고. 그런 게 있었어?“

  ”모른다니까. 그런 거, 다 상상이겠지. 보고 싶은 걸 본 걸 거야. 난 볼 수 있는 게 없었고.“

  ”너 분명 의사가 혈액과 심장이 3시간 동안 멈췄다고 했었어. 분명 숨이 멎었다고. 그래서 시신 유전 복사 처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래, 그래. 살아 돌아왔지. 아는 게 없어 말해 줄 게 없어 미안하네.“

  ”뭐, 됐어. 돌아왔으면.“

  치직. 연기가 다시 통을 맴돌았다. 레오가 뻐끔 뱉어버리며 혀에 연기가 돌자 단맛이 올라왔다. 입술 모양에 잘려져 가리워진 밴드가 까끌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너 수술 후 혼수상태에 있는 동안,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그 짐승들 모두 폭사했다더라. 우리도 피해가 꽤 크긴 했는데, 아마 사무소는 소탕을 멈추지 않을 건 가봐. 도시 내부 청소 완료가 확인되면 팀을 꾸려서 지상으로 올라간다고 하더라. 전쟁이라고.“

  ”너는.“

  ”내가 거길 왜 가니, 난 내 삶이 좋아. 술도 먹고, 떡도 치고, 게임도 하고, 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이번 폭발사건 이후로 나도 일선에서 물러났어. 위험한 건 안녕이다, 이거지.“

  ”그렇군.“

  미챌은 플라스틱 담배 스위치를 꺼서 누르며 허공을 응시하는 레오의 눈을 흘겨봤다.

  ”가고 싶다고 눈으로 말하는구나.“

  ”생각, 중이야.“

  치직. 레오의 입에서 연기가 다시 맴돌았다.

  ”좋아. 나는 이만 가본다. 다 낫고 나오면 연락해. 뭐든 도와줄 테니. 50년 전에 네가 도와준 거, 잊지 않고 있다고.“

  미챌은 웃으며 레오의 어깨를 툭 치고 병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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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심판 (Punishment) 2022 / 2 / 28 183 0 20793   
1 1. 특이점 (Singularity) 2022 / 2 / 28 287 0 13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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