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힐러였지만 지금은 요리사입니다
작가 : 파인블루
작품등록일 : 2022.2.28

S급 힐러였던 나는 은퇴하고 식당을 차렸다.
하지만 세상은 던전보다 더 무서운 곳.
제대로 쪽박찼다. 심기일전.
제 2의 고향 던전에 맛집을 차렸다.
메뉴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오묘한 맛, 기가 찬 맛, 환상의 맛, 지극한 맛, 커플전용, 내맘대로, 쿡스초이스'
내 요리를 너무도 좋아하는 몬스터 녀석들.
하루도 쉴 틈이 없다.
음식만 먹고 갈 일이지 아주 여기서 죽치는 녀석들.

"야. 그만 좀 와."
"형님! 제 고민 좀 들어주시죠."
'미친 거 아니야. 모솔인 나에게 왜 연애 상담을 하는데.'
"아이구. 그렇게 들이대면 안돼. 자.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문의: doldori9986@naver.com

 
16.
작성일 : 22-02-28 20:01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502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부부를 남겨두고 방에 나왔는데 아이들이 눈앞에서 초롱초롱한 얼굴로 날 기다린다.

 

 ‘미치겠네.’

 

 “아빠. 애들도 먹이자.”

 

 그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할 수가 없다.

 

 “이 많은 아이들, 라면 해주려면 큰 솥이 필요해. 아빠가 안 가져 왔어. 큰 솥은.”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라. 여기 고블린 애들 큰 솥단지 있다.”

 

 너구차 이 녀석 아이들에게 솥단지를 가져오라고 한다.

 어디서 났는지 모르지만 무거운 솥단지를 아이들이 낑낑거리며 들고 온다.

 

 ‘어휴. 내 복이 그렇지 뭐.’

 

 일복은 평생 타고났다.

 

 솥에 물을 붓고 라면을 끓이니 저마다 어디서 났는지 그릇 하나씩 가져왔다.

 세나와 너구차가 차례대로 라면 한그릇씩 나눠주니 손으로 퍼먹기 시작한다. 포크가 준비되지 않았기에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원래 손으로 먹는 부족이기에 화상은 입을 염려는 없다.

 

 참 고블린 사회란 게 어떻게 보면 인간보다 좋은 점이 많다. 이 라면 요리, 어른들도 멀리서 군침을 흘리면서 보고 있지만 누구 하나 뺏어 먹을 생각이 없다.

 그저 아이들이 잘 먹고 있는지 배탈은 나지 않는지 걱정할 뿐이다.

 

 고블린은 인간 사회에서 개미와 같다. 그 수만 본다면 다른 부족 다 합쳐도 부족하다. 이런 가족과 종족애가 있기에 가능한 거 같다. 트롤이나 오크나 스켈레톤과 다르다.

 

 아이들이 한 그릇 다 비워가고 있을 때.

 

 “여보 여보 정신 차려요 여보!”

 

 뭔가 탈이 난 거 같다.

 

 ‘이상하네. 몸에 좋은 것만 넣었는데.’

 

 고블린은 인간보다 면역력이 아주 좋다. 웬만히 부패해도 잘 먹고 독초도 어느 한계 이상이 아니면 소화능력이 있다. 고블린이 독침을 잘 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에 급히 방안의 하나로 들어갔다.

 방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있다. 아무래도 부인이 피를 토한 거 같다.

 

 ‘뭐지?’

 

 나도 모르게 고블린 손을 잡았다. 예전 힐러였을 때 상처를 살펴볼 때 쓰던 버릇이다. 눈으로 병세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투시력으로 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건 한의사처럼 진맥하는 게 빠르다.

 

 이처럼 습관이란 건 무섭다. 이미 치료사로서 능력이 사라진 지 오래. 쓸모없겠지만 자동반사적이었다.

 

 ‘반위네.’

 

 영어로 하면 캔서, 우리말로는 암이다. 중증 암. 말기암은 아니고 이제 증세가 시작된다. 원래 암은 초기에는 아무 느낌이 없다. 중기는 돼야 증세가 나타난다.

 

 -울컥!

 

 또다시 피를 쏟는다.

 남편은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을 모른다.

 

 “언제부터야?”

 “두 달 되었습니다.”

 “그럼 산후 전?”

 “네.”

 

 아이를 임신하면서 더 증세가 악화한 듯하다. 고블린 의사도 분명 반위를 알고 있을 것이다. 용어는 달라도 증상은 같기에 아기를 지우라고 했을 것이다. 안 봐도 알 수 있다. 엄마가 자식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걸.

 

 나도 모르게 아픈 산모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댔다. 예전 힐러의 버릇이 또 나온다. 조금이라도 진통을 줄여주기 위해 힐러의 능력을 발휘했다.

 

 ‘아! 나 이제 힐러가 아니지.’

 

 손을 떼고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려 했다. 기적이 발생했다.

 내 손에서 푸른빛이 확 피어나 온다. 청염의 불꽃. 힐러의 불꽃이다.

 

 내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치겠구나. 이건 아니지.’

 

 그때 불안감이 맞았다. 힐러, 이건 반갑지 않은 능력이다.

 SS급 이상의 헌터인 나에게 힐은 필요치 않다. 굳이 좋은 포션이 있는데 힘 쓸 일이 없다. 나에게 힐을 줄 수도 없다.

 물론 힐러는 자체 수복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체 수복 능력을 벗어나면? 그냥 죽는 거다. 포션도 쓸모 없다. 그 정도 되려면 SSS급이라 평가받는 마왕 정도 돼야 한다.

 

 굳이 싸울 필요도 없다. 안빈낙도, 유유자적, 있는 듯 없는 듯 나태하고 평화로운 삶이 내 생활철학이다.

 

 하지만 이 힐러 재각성은 나의 오랜 던전 경험으로 보면 고생길이 시작되리란 걸 확신한다.

 

 ‘어? 내가 이 정도야?’

 

 S급 힐러로서 능력은 좋았지만 반위, 암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보통 힐의 능력은 외상 위주의 상처에는 아주 뛰어나지만 인간세상이든 이종족 세상이든 기존에 오랜 기간 발생한 병에는 그렇게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미친 거야. 이건 분명 고생길 열린 거야.’

 

 힐러, 전투시 필요하다. 피비린내나는 살육의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 물론 헌터 병원에서 치유를 하긴 하지만 거긴 또 성력을 가진 이들이 비슷하게 힐러로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아 난 주로 야전파였다.

 

 -울컥!

 

 “여, 여보!”

 

 아픈 부인이 피를 또 한사발 쏟아부으니 눈물을 펑펑흘린다.

 

 “괜찮아. 이제 많이 좋아졌어.”

 “고맙습니다. 은인,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마석으로 갚아.’

 

 잡석이나 되겠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다.

 요사이 계속 돈만 나가고 있다.

 정말 내 인생 편하게 돈 써본적이 없다.

 

 기껏해야 두 세달, 쉬었지만 돈만 많았지 막상 쓸 곳이 없다. 인간관계 제로인 나에게, 새 신분으로 위장한 상태에서 전화조차 걸 사람도 없었다.

 부모님 얼굴도 모른다.

 그냥 고아원에 버려졌기에...

 

 한 번쯤은 보고 싶다.

 한 번쯤은 보고 싶다.

 부모님이 미치도록 보고 싶다.

 돌아가셨을까, 날 버린 건 아닐까. 크리스마스나 명절 때에는 참 외로웠다.

 다헹히 세나가 있어서 난 버텼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빌런이나 쓰레기가 됐을 거 같다.

 

 “응애, 응애”

 

 잘 자고 있던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

 방금 전까지 죽을 거 같이 아픈 산모가 몸을 일으켜 수유를 시도한다.

 

 “안돼. 지금은 쉬어야 해. 넌 아직 나은 게 아니야.”

 

 아공간 가방에서 우유를 꺼냈다. 급속 냉동된 최고급 우유, 정확하게는 산양유다.

 

 가난한 고블린 사회에 젖병이란 게 있을 수가 없어 조그마한 그릇에 우유를 따라주었다.

 

 “먹여.”

 “감사합니다.”

 

 아이가 배고팠는지 정말 잘 먹는다.

 

 “많이 먹어.”

 

 우리 세나, 아기가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고블린도 아기 때는 예쁘다.

 배가 불렀을까 아기는 잠을 잔다. 엄마 옆에서.

 

 세나가 엄마 생각이 나는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세나도 엄마가 필요하다. 난 죄인이다. 못난 아빠다. 하루 빨리 세나에게 엄마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실현될 가망은 없어 보였다.

 

 엄마도 지쳤을까 아이를 꼭 안고 잠이든다.

 당장은 더 할 일은 없다.

 

 며칠 뒤에 한 번 더 와서 상태를 살펴볼 생각이다. 미쳤다. 왜 이렇게 착해진 걸까. 굳이 내가 이럴 필요는 없는데 엄마라서 그럴까. 세나도 엄마가 그리운 거처럼 나 역시 엄마가 보고 싶다.

 난 부모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기일때부터 고아원에 있었다. 그때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모정에 감동했을까.

 엄마가 보고 싶어서일까.

 

 가기 전에 산모를 위해 아기를 위해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여보세요.”

 “아! 세나 아버님. 잘 지내시죠?”

 “네. 아주 잘 지냅니다.”

 

 거짓말이다. 일만 죽어라고 하고 있다.

 

 “주문하실 거 있나요?”

 “네. 냉기 보존 가방이랑 젖병 하나 주문할게요.”

 “마법 가방 말씀하시는군요. 그런데 젖병은 왜요?”

 “아기 때문에요.”

 “아기도 있어요? 세나 아버님! 혹시 ...”

 

 또 오해한다. 내 아기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게 고블린 아기에요. 우유를 먹여야 하는데 젖병이 없어서 주문하는 거에요.”

 “고, 고블린이랑 사랑하신 거에요? 세나 아버지. 당신은 정말...”

 

 미친다. 이 여자랑 얘기하다보면 가끔 정신이 홍콩을 지나 안드로메다로 가는 느낌이다. 가본 적은 없지만...

 

 “제 아이 아니에요.”

 “고블린 아기도 생명이에요. 세나 아버지 자신의 아기를 부정하는 모습, 너무 실망스러워요.”

 “언니, 아니야. 아빠 아기 아니야. 여기 고블린 부족에 요리 배달하러 온 거에요. 고블린 산모 한 명이 많이 아파서 아빠가 도와준 거 뿐이에요.”

 “호호호. 그렇구나. 오해했네. 알았어. 바로 배달할게. 특별히 최고의 할인을 해줄게.”

 “고마워요. 언니.”

 

 나와 통화가 끝나기전에 먼저 끊어버렷다.

 

 바로 차원 배달부가 냉기 보존 마법 상자와 젖병을 가져온다.

 

 “특별 할인으로 100골드입니다.”

 

 싸다. 냉기 보존 마법이 각인된 상자가 100골드면 거저나 다름없다. 싯가는 500골드가 넘는다. 10골드 팁까지 주고 상자 안을 열었다.

 

 우선 우유를 담아 놓기 위해서.

 피자를 먹기 위해서 우유도 아공간 가방에 많이 보관해놨기에 몇 병 빼는 건 어렵지 않다. 피자는 콜라나 우유랑 먹어야 맛있다.

 

 -세나 아버님, 오해해서 미안해요.

 

 짧은 쪽지와 함께 쪽쪽이도 있었다.

 참 착한 여자, 언젠가는 한 번 보고 싶다.

 나한테 반한 건지 모른다.

 

 “며칠 뒤에 올 테니까 우유 아기에게 잘 먹여.”

 “감사합니다. 이 은혜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그냥 나오려다 이왕 선심 쓴 김에 아공간 가방에서 구운 고기를 꺼냈다.

 냉기 마법이 각인된 상자에 넣으면 며칠간은 상하지 않는다.

 

 물론 이 마법 상자가 1회용이다. 무한정 쓰는 건 엄청 비싸다.

 오늘 주문한 건 잘해야 1주일 보존 기간이 가능한 거, 우선은 산모가 체력을 회복하려면 잘 먹어야 하기에 고기까지 선물로 주었다.

 먹기 좋게 잘게 잘라 넣어줬다.

 

 “그럼 간다. 나오지 말고 산모만 신경 써. 알았지?”

 “네.”

 

 방문을 열자 고블린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절을 한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은인이시여! 존성대명만이라도 알려주시옵소서.”

 “됐어. 은인은 무슨...”

 

 그래도 이름은 알려줘야 할 거 같은 분위기다.

 신분 세탁했기에 새 이름을 불러본다.

 

 “정요한이야.”

 

 이러다가 여기서 날 샐 거 같아서 서둘러 파카우에 올라타 출발했다.

 너구차 이 녀석 라면 먹기만 하고 일할 때는 쏙 빠졌다.

 

 “음마!”

 “음마!”

 

 이번에도 쌍으로 선불 달라는 소리.

 눈물을 머금고 돈을 주머니에 넣어주자 마차가 출발한다.

 

 결계를 빠져 나와 식당에 도착하니 파김치가 될 정도로 피곤하다.

 던전 중립지역도 사람 살 곳이 못 되지만 역시 던전은 더 힘들다.

 우선 산소가 희박하다.

 마치 40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사는 거처럼 숨이 차다.

 

 처음 던전에 출입한 신입 헌터들이 바로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고 그래서 술을 먹인다. 좀 경험이 쌓인 헌터들이야 크게 구애 받지 않지만 인간세상보다 몸도 체력도 급속도로 빨리 지치는 게 던전이다.

 

 너무 피곤하기에 오늘 장사는 끝이다.

 막 가게 문을 닫고 마법으로 각인된 CLOSED 팻말을 문 앞에 걸려 할 때.

 저번에 봤던 어린 헌터 둘이 찾아왔다.

 

 “가게 문 닫는 건가요?”

 

 ‘귀찮은데.’

 

 그래도 내 요리를 사랑하는 손님인데 내칠 수는 없었다.

 장사는 안 한다.

 

 “들어와.”

 

 장사 끝 팻말을 걸고. 식사 준비를 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2022 / 2 / 28 199 0 5068   
19 19. 2022 / 2 / 28 209 0 5079   
18 18. 2022 / 2 / 28 200 0 5099   
17 17. 2022 / 2 / 28 210 0 5049   
16 16. 2022 / 2 / 28 204 0 5026   
15 15. 2022 / 2 / 28 210 0 5064   
14 14. 2022 / 2 / 28 202 0 5091   
13 13. 2022 / 2 / 28 206 0 5050   
12 12. 2022 / 2 / 28 207 0 5031   
11 11. 2022 / 2 / 28 209 0 5071   
10 10. 2022 / 2 / 28 215 0 5083   
9 9. 2022 / 2 / 28 205 0 5110   
8 8. 2022 / 2 / 28 201 0 5031   
7 7. 2022 / 2 / 28 220 1 5105   
6 6. 2022 / 2 / 28 198 1 5077   
5 5. 2022 / 2 / 28 212 1 5018   
4 4. 2022 / 2 / 28 227 1 5086   
3 3. 2022 / 2 / 28 227 1 5037   
2 2. 2022 / 2 / 28 223 1 5053   
1 1. 2022 / 2 / 28 313 1 513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