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의 편지
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4

받는 이, 받는 시간을 쓰면 과거든 미래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전달되는 우표를 갖게 된 소영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2부 - 제 16화. 잃어버린 2년 (2)
작성일 : 22-02-28 19:54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430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지혁은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머릿속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발로 바닥에 널브러진 난장판들을 밀어내며 지아에게 다가갔다. 지아는 두 무릎을 끌어안고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유리 조각이라도 밟았는지 분홍색 양말이 부분적으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근처에 떨어져 있던 곽티슈를 집어 들고 지아의 양말을 벗겼다.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휴지로 동생의 다친 발을 감쌌다.

 

 “왜 이제야 온 거야…… 일찍 온다고 그랬잖아.”

 

 지아는 완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집은 어두웠고 안방에서 나오는 빛만 간신히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일이 있어서…… 어떻게 된 거야? 도둑이라도 든 거야?”

 

 지혁이 물었지만 지아는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아 역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어쩌면 눈앞에서 벌어진 일 자체를 부인할 수밖에 없을 지도 몰랐다.

 

 간신히 얘기를 꺼낸 지아도, 그걸 듣는 지혁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 . . . . .

 

 몇 시간 전. 지아가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소영은 지난번처럼 야외 테라스를 내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최근 엄마의 이상한 행동들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지아는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소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도 없다고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아가 세수를 하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까지도 엄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엄마. 평소에 안 그랬잖아. 나 무서워. 요즘 왜 그러는지 알려주면 안 돼?”

 

 결국 해질녘이 다 되어서야 지아가 울음을 터뜨렸다. 소영도 그제야 정신이 든 듯 지아와 눈높이를 맞췄다. 지아는 엄마의 날카로웠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온 걸 알고 안심했다.

 

 그러나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았다.

 

 “우리 지아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알고 지냈으면 해. 그래서 엄마가 비밀로 하는 거야.”

 

 그러나 지아가 원했던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알 걸 다 아는 나이였다. 그런데도 왜 엄마는 아직도 나를 어린애 취급을 하는 걸까.

 

 소영은 지아가 안심했다고 착각한 것처럼 보였다. 지아가 눈물을 그치자 오랜만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자며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꾸밈 있는 엄마였지만 이전처럼 알 수 없는 공포감은 생기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진짜 우리 엄마,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영의 바램은 겨우 몇 분 만에 깨지고 말았다.

 

 

 

 초인종 소리가 집 안의 적막을 깼다. 지아는 방에서 문을 굳게 잠그고 오빠에게 문자를 보내던 참이었다. 분명 일찍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는 것 보니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는데.

 

 아빠도 연장근무가 있다며 점심을 먹고 회사에 간 참이었다. 주말에 꼭 일을 해야겠냐며 지아가 투덜댔지만 석우는 막내딸의 어리광쯤으로만 여겼다.

 

 “누구세요?”

 

 소영이 현관으로 나갔다. 지아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까 시킨 배달음식이 왔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배달이 이렇게 빨리 왔던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동안 조용했다. 그때부터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진짜 왜 이래! 왜 여기까지 찾아오는 거야!”

 

 소영이 빽 소리를 질렀다. 지아가 깜짝 놀라 방에서 나갔다.

 

 소영은 거실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리고 낯선 남자가 신발을 신은 채로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지아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쓰고 있던 커다란 캡을 꾹 눌러썼다. 하지만 그의 키가 너무 큰 나머지 모자 아래로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

 

 덥수룩한 수염, 각진 얼굴, 진한 눈썹. 한 번 보면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당신 딸이야?”

 

 그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아야, 이리 와!”

 

 지아는 그제야 굳어 있던 몸을 움직였다. 남자의 눈빛이 사나웠지만 간신히 그를 지나쳐 엄마에게로 갔다.

 

 “왜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거야.”

 

 소영이 침착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남자와 엄마가 아는 사이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절대 평범한 관계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이름이 지아니? 오해하지 마. 아저씨랑 너희 엄마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

 

 “저 남자 말 듣지 마.”

 

 남자는 최대한 부드럽게 얘기하려고 노력하는 것만 같았다. 왠지 그에게서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익숙한 사람인 듯. 지아는 그가 두렵지 않았다.

 

 “지아야. 방에 들어가 있을래?”

 

 “안 돼. 여기에 있어.”

 

 지아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왠지 지금은 남자의 말을 듣고 싶었다.

 

 “애가 감당할 수 있겠어?”

 

 “상관없어. 저 남자가 하는 말은 다 미친 소리야.”

 

 소영이 지아를 등 뒤로 숨겼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아는 여전히 엄마와 낯선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어쩌면 둘 다 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까지 변호사 선임비를 마련해야 해. 사정은 잘 얘기했잖아.”

 

 남자가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손목에 걸린 싸구려 시계를 자꾸만 내려다봤다. 지아도 갑자기 시간이 궁금해졌지만 시계를 볼 수 없었다. 남자와 엄마에게서 눈을 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세상의 빛을 보아 6시는 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날 이용해 먹을 생각은 하지 마.”

 

 “우리 딸 때문이잖아.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그렇게 매정해!”

 

 “그만해!”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지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가 ‘우리 딸’이라고 했다. 우리 딸, 이라면 누구?

 

 “현서는 없어. 제발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엄마가 한 번 더 소리쳤다. 현서, 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그래. 당신이 현서를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치자. 우린 어렸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로 애를 가진 건 잘못된 선택이었어. 그리고 내가 당신의 임신을 감당할 수 없어서 도망친 것도 사실이야. 다 인정해.”

 

 “그만하라고!”

 

 하지만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이 집 앞에 현서를 버리고 간 그 날 밤.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후회했어. 그래서 당신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가슴으로 현서를 키운 거야. 현서는 죽지 않았어.”

 

 “그만!!!”

 

 소영은 급기야 손에 잡히는 걸 남자를 향해 냅다 집어 던졌다. 아빠가 아끼는 피규어도, 엄마가 아끼는 유리 조각상도, 오빠가 처음 받은 게임볼도. 사소한 것까지 전부 집어 던졌다.

 

 남자는 결국 도망쳤고, 소영은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공포에 빠진 지아는 그저 엄마를 붙잡고 남자가 갔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지아는 엄마가 난장판으로 만든 집을 치워보려고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그때 소영이 빠르게 몸을 움직여 안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무슨 소리가 들렸다. 지아도 며칠 전에 들어봤다. 바로 금고 다이얼을 돌리는 소리였다. 이내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안방에서 나온 소영의 손에는 지퍼백이 들려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금빛과 은빛 사이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7장의 우표였다.

 

 소영은 곧장 현관으로 갔다. 그녀가 문을 열려고 하자 지아는 엄마를 붙잡아야 한다는 본능에 현관으로 따라갔다. 하지만 깨진 유리 조각이 지아의 발목을 잡았다. 지아는 순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소영은 이미 밖으로 나간 뒤였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오늘따라 더 컸다.

 

 

 

 “그 남자가 누군지는 모르고?”

 

 “응…… 모르겠어.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

 

 동생의 얘기를 들은 지혁은 두 손으로 아픈 머리를 감쌌다. 빨리 집으로 왔어야 했는데, 후회가 막심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아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거실을 혼자 치우며 아빠에게 전화해 봤지만 항상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갈 뿐이었다.

 

 엄마에게도 전화했지만 핸드폰 전원 자체가 꺼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지혁은 아빠에게 문자를 보면 최대한 빨리 전화해달라는 문자를 남기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 . . . .

 

 “핸드폰 아까부터 계속 울리는데, 전화 안 받아도 괜찮아요?”

 

 “몰라. 애들이겠지. 주말인데 놀아달라고.”

 

 석우가 민영의 작은 입술에 입을 맞추곤 말했다. 민영의 뜨거운 체온이 석우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했다.

 

 며칠 전부터 집안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석우는 이제 미래를 민영에게 맡기고 싶었다. 지혁과 지아가 신경 쓰였지만 그건 뒷전이었다. 지금 내 아래에 누워있는 사랑스러운 천사가 눈앞에 있는데 뭐가 눈에 들어오랴.

 

 “저, 회장님이랑 같이 있는 거 너무 좋아요.”

 

 가장 단순한 말이었다. 그러나 가장 기분 좋은 말이었다.

 

 

 

 밤이 깊었다. 석우와 민영의 밤도, 지혁과 지아의 밤도, 소영의 밤도.

 

 동쪽에서 뜬 달은 어느새 완전히 서쪽으로 기울어 제 모습을 산 너머로 숨었다. 부엉이 한 마리도 울지 않는 밤이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달이 모습을 감추자 어둠이 완전히 세상을 잠식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2부 - 제 17화. 잃어버린 2년 (3) 2022 / 2 / 28 194 0 5703   
17 2부 - 제 16화. 잃어버린 2년 (2) 2022 / 2 / 28 181 0 4300   
16 2부 - 제 15화. 잃어버린 2년 (1) 2022 / 2 / 28 202 0 5672   
15 2부 - 제 14화. 다시 찾아온 악몽 (4) 2022 / 2 / 28 190 0 3779   
14 2부 - 제 13화. 다시 찾아온 악몽 (3) 2022 / 2 / 28 197 0 7592   
13 2부 - 제 12화. 다시 찾아온 악몽 (2) 2022 / 2 / 27 210 0 6061   
12 2부 - 제 11화. 다시 찾아온 악몽 (1) 2022 / 2 / 27 208 0 4359   
11 1부 - 제 10화. 17년 뒤 2022 / 2 / 26 208 0 4277   
10 1부 - 제 9화. 바뀌어버린 과거 (3) 2022 / 2 / 25 195 1 7599   
9 1부 - 제 8화. 바뀌어버린 과거 (2) 2022 / 2 / 24 202 1 8271   
8 1부 - 제 7화. 바뀌어버린 과거 (1) 2022 / 2 / 23 212 1 7485   
7 1부 - 제 6화. 잔인한 (2) 2022 / 2 / 22 202 1 6480   
6 1부 - 제 5화. 잔인한 (1) 2022 / 2 / 21 208 1 4185   
5 1부 - 제 4화. 찬란한 (4) 2022 / 2 / 20 223 1 7257   
4 1부 - 제 3화. 찬란한 (3) 2022 / 2 / 20 207 1 7510   
3 1부 - 제 2화. 찬란한 (2) 2022 / 2 / 19 222 1 5996   
2 1부 - 제 1화. 찬란한 (1) 2022 / 2 / 19 229 2 6690   
1 프롤로그. 2022 / 2 / 14 443 1 185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좋아하세요...
일희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