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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의 편지
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4

받는 이, 받는 시간을 쓰면 과거든 미래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전달되는 우표를 갖게 된 소영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2부 - 제 14화. 다시 찾아온 악몽 (4)
작성일 : 22-02-28 19:45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3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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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슥한 산속.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첩첩산중. 몇 년이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수히 쌓인 낙엽은 계절을 잊게 했다. 나무 끄트머리에 달린 새 낙엽들은 이제 막 퇴적의 역사에 한 몸을 바치려 옷을 갈아입었다. 거기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벌써 17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그 작은 흙더미는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무덤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보잘 것 없었다. 그 무덤엔 실제로 해골이나 다른 뼛조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사라진 세월과 잊을 수 없는 고통, 절규와 악몽까지 전부 그 안에 있었다.

 

 바로 현서의 무덤이었다.

 

 발소리의 주인공인 소영이 그 무덤 앞에 멈췄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차가운 무덤에 쌓인 낙엽을 치웠다. 그리고 마치 임산부의 배인 양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부드럽고 푹신하진 않았지만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처음 소영이 그 무덤을 만들었을 때는 스물다섯의 앳된 소녀였다. 우연히 얻게 된 미지의 우표로 인해 스물넷, 스물다섯. 2년의 세월이 통째로 바뀌어버렸다.

 

 그 2년은 소영이 알지 못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 아끼던 아기도, 사랑했던 사람도, 진정한 자신도 모두 사라졌다.

 

 소영은 그 아픔을 이 무덤에 묻어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그 잃어버린 2년을 찾아야할 때가 왔다는 걸 소영은 잘 알고 있었다.

 

 

 

 과거가 바뀌면서 영원히 남이 된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다시 찾아왔다. 그의 출몰은 굉장히 뜻밖이었다. 그는 소영의 인생을 통째로 바꾼 장본인이었다. 다만 바뀐 지금의 세상에서는 전혀 연이 없는 보통의 남자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소영을 찾아왔다는 건 분명 잃어버린 2년에 소영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 아기를 위해서라도…… 니가 언제까지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관희의 성화에 소영은 그를 만났다.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평소에 입던 옷차림이 아닌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스타일로 나갔다.

 

 17년 만에 마주한 그 악몽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토록 커 보이고, 듬직했던 남자가 반의 반 세기도 지나지 않은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겨우 이 정도 남자에게 내가 그토록 겁을 먹었던 건가? 라는 수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젊었을 적 그 얼굴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여전히 소영을 깔보는 듯한 눈빛, 자신의 수하에 있다고 생각하는 말투가 거슬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는 소영이 그를 휘어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애 상처 받게 해야겠어? 버리고 간 것도 모자라서, 이제 와서 모든 걸 까발릴 생각이야? 그래야 마음이 편해?”

 

 관희는 끊임없이 알 수 없는 말만 했다. 소영이 알고 있는 한 관희와 소영 사이에 애는 없었다. 금빛 우표를 붙인 편지를 통해 현서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 애? 누굴 얘기하는 거지?

 

 알 수 없는 그의 말을 듣자니 소영은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소영이 아는 한 관희와 다인 사이에 딸이 한 명 있었다. 관희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공장에 전화했을 때 쉽게 알 수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버리고 갔다니? 대체 누가?

 

 “강다인 그 년이랑 이혼하면 우리 애도 가족증명서를 볼 테고 그러면 제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19년 동안 엄마라고 불렀던 여자가 사실은 여자가 아니란 걸 알게 되면 얼마나 충격이 클지 상상이나 돼?”

 

 관희는 소영이 말을 할 틈도 주지 않고 열변을 토했다. 100평이 넘는 넓은 카페에서 두 사람은 만났다. 그러나 관희의 흥분한 목소리는 그 넓디 넓은 카페를 가득 채웠다. 사람들이 전부 두 사람을 쳐다봤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우리 애라니!”

 

 소영은 관희의 입을 막고 간신히 말을 꺼냈다. 관희는 그제야 말을 멈추고 소영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더니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웃기 시작했다. 아까의 그 큰 목소리로 웃었다.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이 턱의 근육에 따라 씰룩댔다.

 

 “차소영. 너 진심이야?”

 

 간신히 웃음을 그친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고문을 당한 끝에 실성한 사람이 낼 법한 목소리였다.

 

 “난 당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이때 소영의 벨소리가 울렸다. 석우에게서 온 전화였다. 소영은 수신거부 버튼을 눌렀다.

 

 “너는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구나.”

 

 관희가 말했다. 뭐라고? 다른 사람이 된 건 그가 아닌가. 소영은 관희를 따라서 자신도 미쳐가는 것만 같았다.

 

 곧이어 석우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도 늦는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지아가 학교가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갔다.

 

 “결론만 말해. 당신의 그 미친 소리에 장단 맞추기 싫으니까.”

 

 소영이 딱 잘라 얘기했다. 그러자 관희는 다시 미소를 띄었다.

 

 “이번 주 주말이 되기 전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해. 강다인 그 여자가 요구한 합의금만 5억이야. 난 5억은커녕 변호사 선임비도 없어. 만약 합의금을 받지 못하면 현서한테 모든 비밀을 다 말한다고 했어.”

 

 소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모든 비밀이 탄로난다고.”

 

 “아니, 그 전에.”

 

 소영은 어쩌면 진짜 미친 건 자신이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

 

 “방금 현서라고 했어?”

 

 “그래, 현서. 우리 딸 현서. 당신이 그 추운 겨울 날 매정하게 버리고 떠나버렸던 소중한 우리 딸 말이야.”

 

 소영은 빈혈 증세가 나타나는 듯 주변이 어두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숨도 거칠어졌다.

 

 “현서는 없어……”

 

 “아니. 당신이 버린 우리 딸. 아직 살아있어. 그동안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현서는 태어나지도 않았잖아!”

 

 “완전히 미쳤군…… 당신한테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한 내가 바보지.”

 

 소영은 갑자기 자신의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테이블에 있던 아이스커피를 급하게 들이마셨다. 그럼에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평소에는 망각하고 있는, 심장이 뛰는 게 전부 느껴졌다.

 

 “당신은 그 날 현서를 버릴 때 모든 걸 버린 거야. 나도, 현서도.”

 

 “너 누구야.”

 

 소영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 관희를 노려봤다. 관희는 소영의 황당한 행동에 이제 지친 듯 보였다.

 

 “니 남편 돈 꽤나 버는 것 같던데. 5억은 아무것도 아니겠지? 우리한텐 5억이 있어야 해. 현서가 아프지 않으려면.”

 

 그는 소영과 자신을 ‘우리’라고 불렀다. 소영은 그 말을 듣자 헛구역질이 나왔다.

 

 “우리 현서를 어떻게 안 거야. 너 그 잡상인이랑 한 패지?”

 

 관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참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제 딸 버리고 갈 때 알아봤어야 했어.”

 

 관희는 소영을 지나치면서 어깨를 툭툭 쳤다. 소영은 신경질적으로 관희의 손길을 뿌리쳤다.

 

 “잘 생각해봐.”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악마는 떠났다. 소영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자리를 지켰다. 아무리 용을 써도 엉덩이가 들썩이지 않았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 제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소영은 그저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쥘 뿐이었다.

 

 

 

 소영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현서라는 아이를 만났다. 아들 지혁과 함께 있던 그 아이는 거짓말처럼 ‘나현서’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소영이 딸 현서를 찾아 나서려는 것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현서를 찾기 위해 무작정 현서의 존재를 찾아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야 비로소 나침반 뚜껑을 열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나침반은 소영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현서를 찾기 위해선 소영의 잃어버린 2년을 찾아야 했다.

 

 

 

 깊은 산속. 현서의 무덤 앞에 선 소영은 실소를 터뜨렸다. 그 안에 자신이 묻었던 현서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 전부 잘못된 방식이었다.

 

 그걸 전부 꺼내야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소영은 무덤을 전부 파헤쳤다. 희미하지만, 작은 방울종소리가 짤랑, 하고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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