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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rilliant
작가 : 장하다
작품등록일 : 2022.2.8

공부하기도 바쁜데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니?


*

“에드워드.”
“응.”
“우리 나중에 결혼하려나?”

모크니 제국에서는 영애·영작들이 정략혼이 허다했다. 어린아이들도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엮이곤 했다. 부모님 성격상 제게 부득불 짝을 이어주진 않겠지만,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에드워드와 하지 않을까━알버트 지니어스가 안다면 경을 칠 생각이었다━. 부모님 간 친분도 두텁고, 신분도 비슷하고.

“……네가 좋다면.”
“응?”
“네가 좋다면 나도 괜찮다고.”
“그게 뭐야. 에드워드는 상관없는 거야? 아, 그러고 보니 황녀전하도 계시네. 에드워드는 공작이 될 테니까 전하와━”
“너라서.”

에드워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황녀에 관하여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는 아실리를 막았다.

“너라서 상관없는 거야.”

바보 같은 아실리 지니어스. 제 앞에서 놀란 듯 휘둥그레진 애가 천재라니 말도 안 됐다.


-본문 中-


*

#천재가문의 금지옥엽 #고대어천재 여주 #가족사랑 #수학천재아빠+마법천재오빠=웰컴투수학나라 #언어천재남동생 #저세상 딸사랑·시스콤 #괴로운남주들 #(전생_전남친)공작 #(전생_남사친)상단주 #삼각관계

 
오랜 언어 (1)
작성일 : 22-02-28 17:25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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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

 

  아실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번 더 노크했다. 똑똑. 작은 두들김이 빈 복도를 울렸다. 너머에서 빈방도 여기처럼 울리고 있겠지.

 

  “들어갈게요오.”

 

  부드럽게 서재 문이 열리고, 아실리는 빼꼼 고개를 내밀어 안을 살폈다.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지금이면 아버지께서 서재에 계실 시간인데.

 

  평화로운 휴일의 어느 날, 아실리 지니어스는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현자의 탑 방문을 허락받으리라 굳은 다짐을 안고 이곳에 섰다.

 

  엔토니가 다섯 살 적부터 마법의 탑에 들락날락한 것에 반해, 아실리는 십수 번 현자의 탑에 들르는 것을 거절당했다. 현자들이 아닌 알버트에게서! 오히려 현자들은 지니어스의 고명딸 아실리를 궁금해하고 반기는 기색이었다. 단지 그만이 무작정 반대했다. 혹여나 현자의 탑과 불화가 있는 걸까 하여 고대의 탑도 찔러보았는데 더욱 단칼에 잘렸다.

 

  탑의 방문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가 타당한 것도 아니었다. 아직 그녀가 너무 어려워 안 된단다. 어처구니없는 구실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엔토니 지니어스는 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진작 마탑의 일원이 되었다.

 

  무턱대고 탑에 가고 싶다고 조르는 것도 아니고, 아실리는 모든 탑에게서 방문 초청을 받았다. 분야도, 성격도 각기 다른 탑들에게서 전부 초청받은 것은 후대에 길이 남을 이변이었다. 그걸 그녀가 해내었는데, 즉 탑들도 아실리를 원하고 아실리도 탑들을 원하는데 알버트라는 첩첩산중이 요원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기필코!’

 

  아실리가 알버트를 기다리며 몰래몰래 서재를 둘러보았다. 뜨스한 책 내음이 평안한 미소를 떠오르게끔 했다.

 

  “음? 종이? 어, 편지인가?”

 

  알버트의 책상에 꾸깃꾸깃한 종이 하나가 처량하게 던져져 있었다. 아실리가 휙휙 주위를 둘러보다가 슬쩍 구겨진 종이를 집었다. 조심스레 펼쳐 보니 지니어스에게로 온 편지였다. 영어로 쓰인.

 

  “여, 영어가 왜…….”

 

  탁. 당황해 떨어뜨린 편지를 다시 주워 들었다. 다시, 또다시, 아무리 되풀이하여 확인해도 낯익은 언어, 영어였다.

 

  예전에는 진저리가 나도록 봐왔던 문자였는데, 오래간 못 본 자취라고 반가웠다. 혼란스러워 갈피를 못 잡겠고, 난데없이 들이닥친 그리움에 속이 울렁거리고, 온갖 생각이 뒤엉켜 복잡했지만 와중에 반가움만은 뚜렷했다.

 

  아실리가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며 편지를 고쳐 잡았다. 해석. 진정하고, 우선 해석해보자. 남의 편지를 멋대로 가로채 읽는 것이 무례한 행동이라는 이성이 잠시 스쳤지만, 그런 예의를 일일이 따질 겨를이 없었다. 전생의 언어가 왜 여기 있는가. 이 문자의 정체를 당장 알아야만 했다.

 

  “왜, 거기에는, 않아, 고대, 언어, 천재, 태어나, 너희 가문에서. ……왜 너희 가문에는 고대어 천재가 태어나지 않아?”

 

  이게 맞아? 아실리가 황당하게 편지를 내려 봤다. 겉만 영어와 비슷한 문자인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해석이 매끄러웠다. 내용만 괴상했다.

 

  엉뚱한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꿋꿋하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팔 년이나 영어를 접하지 않았으니 기억이 바랬을 법도 한데,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제발 고대어 지니어스를 보내줘?”

 

  무슨 터무니없는!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너희 지니어스 가문에는 경제, 음악, 수학, 마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이 나오는데 도대체, 왜 고대어 천재는 없는 것이냐. 요즘 우리가 많이━거칠게 그어진 밑줄이 있다━, 조금 힘들다. 그러니 고대어 인재 한 명만 보내달라. 혹시 자녀 중 고대어에 흥미를 보이는 떡잎은 없느냐?

 

  “president? 대통령? 아, 회장. 그러면 고대 언어의 회장, 그리고…… association(협회)가 뭐였지.”

 

  기나긴 편지의 끝맺음, 작성자를 살피며 아실리가 중얼거렸다. 대강 고대어학회회장이 보낸 서한인 것 같았다.

 

  편지를 들고 굳은 채로 아실리가 입술을 짓씹었다. 온 추측이 한 결론으로 수렴되고 있는데 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그리움 덕택에 기분 좋게 아득해지다가도, 뒤늦은 발견으로 말미암은 후회가 또는 의아심이 정신을 흐리게 만들었다. 왜 이걸 이제야 알았지? 지식의 창고 지니어스 가에 왜, 고대어 관련 서적이 없었지?

 

  이 세계의 고대어는 전 세계의 영어와 동일하다.

 

  아실리가 아버지를 뵈러 가야겠다 편지를 고쳐 들 때, 덜컥! 알버트가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고대의 탑에서 발신한 편지와 얼떨떨한 표정의 아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기랄, 늦었군.

 

  아주 잠깐 자리를 비운 것뿐이다. 그 사이에 딸아이가 찾아올 줄이야. 편지를 받자마자 곧바로 태워버렸어야 하는데, 해석을 마치지 못해 다녀와서 마저 읽겠다고 남겨둔 게 실책이었다. 하다못해 편지를 우두커니 올려두지 말았어야 했다.

 

  아실리가 고대어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난 뒤부터, 그는 여태껏 철저히 ‘고대’와의 접점을 막았다. 하필 아실리가 역사에도 관심이 깊어 모든 구석을 치우진 못했지만, 적어도 고대어와 고대의 탑과 관련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지니어스 가에 고대어 관련 서적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사라진 까닭이었다.

 

  가뜩이나 재능이 눈부신 아실리가 본격적으로 공부한다면 얼마나 아름답게 활공할지 기대되는 한편, 그런 아이를 주변에서 얼마나 들들 볶을지 염려되었다. 승냥이 떼처럼 달려들 학자들, 전 대륙에서 쏟아질 초청, 세간의 주목, 그만큼 가혹해질 평가와 기준. 오, 어쩌면 딸아이를 품 안에서 내보내고 싶지 않은 아비의 속 좁은 욕심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욕심은 아마도 평생 그가 짊어져야 할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얄팍한 제지는 언젠가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결국 아실리 지니어스는 고대어와 맞닥뜨렸다.

 

  “아버지께 온 서한을 함부로 엿보아서 죄송해요. 그런데……” 아실리가 잠시 숨을 골랐다. “아버지, 여기 쓰인 글자가 혹시, 고대어인가요?”

 

  “……그래.”

 

  알버트가 망연자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미친 가문 ‘지니어스’는 명칭에 걸맞도록 미친 관습 하나가 존재했다. 세간에서는 그를 ‘잠수를 탄다’고 표현했다. 물속 깊숙이 잠겨 들어가는 것처럼, 한 학문만을 깊이 판다고 붙여진 호칭이었다.

 

  지니어스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 잠수를 탔다. 특정 분야에 관한 흥미가 정점을 찍을 때, 밥이고 잠이고 모든 걸 제쳐두고 꽂힌 학문에만 열중했다. 시기는 사람마다 달랐는데 이번 지니어스들은 유별나서, 알버트 지니어스는 11세에 전 수학을 총체적으로 훑어야겠다며 장장 세 달간, 엔토니 지니어스도 같은 나이에 세상 일반의 마법진 정리가 형편없어 대신 해야겠다며 한 달간 밖을 나오지 않았다.

 

  자,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아실리 지니어스 또한 제정신이 아닌 ‘지니어스’였다. 그리고 알버트와 다이애나의 염려를 이해해주자면, 그녀는 아직 여덟 세밖에 되지 않은 한창 클 어린아이였다.

 

  ━아버지는 제가 고대어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죠?

  ━……그래. 그동안 숨겨서 미안하구나, 아실리.

 

  황궁 도서관과 맞먹는다는 지니어스 백작저에 고대어 서적들만 감쪽같이 없다는 것부터 수상했다. 아실리는 이제껏 고대의 언어가 있다고만 야트막하게 알았지, 그것을 면밀하게 확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언젠가 역사를 공부하며 고대어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졌던 것도 같지만, 유난스럽게 가족들이 고대어에 관하여 함구했기 때문이다. 모든 게 다 고의였다.

 

 ━오, 아실리, 진정하렴. 물론 옳은 결정이었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겠지만, 네 아버지는 너를 염려하여 그러했던 거란다.

 ━어머니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려는 건지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이제 보니 저를 빼고 모두가 한통속이었군요.

 ━한통속이라니. 누나, 아니야!

 

  아실리가 침대에 누워 저녁 식사 시간을 떠올렸다. 가끔 알버트나 엔토니가 사고 칠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화목하던 식사 시간이 오늘만은 서늘했다. 배신감에 휩쓸린 아실리와 난처해하며 변호를 늘어놓는 가족들. 최악의 식사 시간이었다.

 

  결국 저녁 식사는 모두가 잔뜩 감정에 지배된 채로 흐지부지 끝이 났다. 가족들의 일그러진 사과와 아실리의 용서 아닌 용서. 수확이라곤 그뿐이었다. 그것을 수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그래서 앞으로 고대어는 어떻게 할 것인지, 가족들은 여전히 그녀의 공부를 막을 것인지, 무엇 하나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도저히 안 되겠어! 고대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왜지? 왜일까?

 

  이전의 기억을 잠시 빌려와 보자. 다솜일 적, 그녀는 사실 영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사회의 요구에 맞추어 부득불 영어를 익히긴 했으나, 쌓이고 쌓인 반발심 탓인지 정감이 드는 언어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아실리 지니어스는 고대어를 너무나 배우고 싶었다. 허무하게 죽고 난 뒤 서서히 바래져, 이대로라면 별다른 감흥 없이 완전히 잊힐 것만 같은 안타까운 이전 삶. 대부분의 기억이 엉클어지고 흐려졌지만 그중 몇몇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했다. 전 남자친구 가람, 베스트프렌드 시원, 마지막으로 영어가 그러했다.

 

  가람과 헤어져서 엉엉 울다가, 시원에게 전화하여 그와 눈물의 알코올을 때려 붓고 돌아가는 길에 죽었다. 그런 서사였으니 앞의 둘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영어는 왜?

 

  그녀가 다솜이었음을 증명해주는 전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 고리여서 그런 것일지도. 혹은 그녀에게 정말로 지니어스의 피가 흐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어를, 아니 고대어를 배우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실리는 비슷한 느낌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가 어느 날을 회상했다.

 

 ━오라버니는 마법이 그렇게 좋아?

 ━응응. 아무리 배워도 더 배우고 싶고, 그냥 마법이라면 즐거워.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주문을 외우는 순간도, 마법진을 그리는 것도, 전부. 물론 나는 우리 아실리가 가장 좋지만.

 ━오라버니도 참. 그럼 언제부터 마법이 좋았어?

 ━처음부터. 마법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마치 내가 마법을 배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어.

 

  그때는 엔토니의 말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지만, 그가 작년에 마법을 공부해야 한다며 한 달간 잠수를 탔을 때 지니어스의 미친 기질에 경악했지만 오, 아실리도 어쩔 수 없는 지니어스였다.

 

  알버트 지니어스가 수학을, 엔토니 지니어스가 마법을, 아서 지니어스가 외국어를 좋아하는 것처럼 아실리 지니어스도 드디어 제 짝을 찾았다. 그녀는 본격적으로 고대어를 공부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

 

  “내일부터 두 달간 저를 찾지 말아주세요.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요.”

 

  아실리는 환하게 웃으며 폭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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