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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16화
작성일 : 22-02-28 06:05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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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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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후 석반을 먹을 시간이 다 되어가자 왕은 곤한 걸음을 이끌고 대전으로 향했다. 오늘은 유독 몸과 정신이 모두 피곤하다. 원치 않았던 중전과의 대면은 골치가 아팠으며, 머릿 속을 계속 멤도는 석연치 않았던 좌상의 행태도 거슬렸다. 그래도 대전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아니 오히려 재촉하고 싶을 만큼이다.

 

 왕은 대전을 목전에 두고 잠시 멈춰섰다. 전각의 밖에서 홀로 호위를 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내금위장 우현이었다. 영소와 함께 안에서 글 공부라도 시켜주며 벗처럼 시간을 보내라 명했을텐데, 왕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에 왕은 의아해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전하, 오셨습니까."

 

 우현은 왕의 인기척을 발견하곤 고개를 숙여 맞이했다.

 

 "그래, 아이는?"

 

 "글 공부에는 흥미가 없어보여 금방 마치고 나왔나이다."

 

 "안에서 별다른 일은 없었고?"

 

 "...예, 전하."

 

 "그래, 수고했네."

 

 왕은 우현의 머뭇거림을 눈치채지 못하고 어서 대전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우현을 보낸 후 안으로 들어섰다. 우현은 이 시간을 고대하였다는 듯 즐거워 보이는 주군의 등을 보다가 노을이 지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내실 앞에 도착하니 장 내관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의 늙은 손이 잠깐 멈칫하였던 것도, 그의 입이 달싹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것도 보지 못한 왕은 직접 손으로 벌컥 문을 열며 반갑게 영소를 찾았다.

 

 "어찌 괴롭혔길래 저 돌덩이 같은 운담이 너와 함께 있지 않고 밖에 나와있는 것이야."

 

 "어, 오셨어요?"

 

 왕은 장난을 가득 담아 영소를 향해 웃었다. 밝게 웃으며 맞이하는 아이의 얼굴이 해맑아 하루의 피곤함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왕은 장 내관이 미리 펴둔 방석에 앉으려다가 영소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고는 멈칫하였다.

 

 "...아이야."

 

 "네?"

 

 장난스러운 미소가 가득하던 왕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왕은 성큼 성큼 다리를 움직여 영소의 앞에 마주섰다. 천진하게 대답한 영소는 눈만 데구르르 굴리며 그의 시선을 회피하려 했지만, 왕의 손에 볼을 붙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생쥐 꼴이 되었다.

 

 "웬 멍이 들었어?"

 

 왕은 자신이 아픈 것처럼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살살 멍 위를 쓰다듬었다. 살짝 스치기만 했는데도 푸르죽죽한 멍이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핑 돌았다. 왕은 손을 내리고 밖에 있는 장 내관을 큰 소리로 불렀다.

 

 "장 내관 밖에 있는가!"

 

 "예, 전하."

 

 "당장 멍을 치료하는 약을 가져오게."

 

 장 내관은 어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발을 놀려 의원으로 향했다. 영소는 물흐르듯 빠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왕의 눈이 무섭게 영소를 따라왔다. 왜 멍이 들었는지 이유를 말하라는 독촉이었다. 영소는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 다른 구실을 생각해내다 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제기를 발견했다.

 

 "그, 가만히 있기가 좀이 쑤셔서 방 안에서 제기를 좀 차다가 미끄러졌어요. 그래서 저기 서랍장에 부딪힌 거에요. 아주 살짝."

 

 "제기를 찼다고?"

 

 왕은 영소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바닥을 보았다. 정말로 제기였다. 이런 것이 대전에 있을 리가 없어 눈을 의심한 왕의 속을 다 읽었다는 듯 영소이 자랑하듯 말했다.

 

 "장 내관 할아버지께서 가져다 주셨어요. 이거 찾느라고 엄청 고생하셨대요, 예조까지 직접 갔다오셨다는데요? 예조가 뭔지는 몰라도..."

 

 "장 내관이 너를 잘 돌보는구나. 상을 내려야겠다."

 

 "제가 잘 돌봐지게 말 잘 듣는 것도 아주 큰 몫할텐데, 저한테도 상 주시나요?"

 

 "넌 되었다. 제기차기도 제대로 못해 턱에 멍이나 달았는데, 무슨 말을 잘 들어."

 

 영소는 괜한 생떼를 부리면서 적적해진 대전의 분위기를 조금씩 풀어나갔다. 다행히 왕은 얼굴에 웃음을 다시 되찾은 것 같아 보인다.

 

 

 

 "전하, 소인 장 내관이옵니다."

 

 "들라."

 

 얼마 후 장 내관이 연고를 가져왔다. 그가 연고를 서안에 두고 의복 벗는 것을 먼저 돕겠다 고하자, 왕은 되었으니 물러가라는 말과 함께 영소를 바닥에 앉혔다. 장 내관은 머뭇거리며 익선관이라도 벗겨드리면 안될까 하고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결국 영소가 직접 왕의 익선관을 씀벙 벗겨내어 장 내관에게 건네주었다.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장 내관은 잠시 후 수라상을 가져오겠다며 방을 나섰다.

 

 왕은 직접 연고를 들었다. 초록색의 약초를 짓이겨 만든 연고에서는 기분이 좋아지는 풀향이 새록새록 났다. 왕이 두 손가락으로 연고를 푹 찍은 다음, 영소의 턱에 바르려고 하자 영소가 잠깐 당황하며 고개를 뒤로 빼었다. 그가 직접 발라줄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제가 할게요. 혼자 할 수있어요."

 

 "이미 손에 묻혔으니 가만 있거라."

 

 그 말에 영소는 가만히 멈추었고, 왕은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랐다. 차가운 연고가 멍에 닿을 때, 알싸하지만 아픔이 조금씩 가시는 것 같아 영소는 긴장했던 어깨를 내려놓았다. 아까 전 우현에게 붙잡혔던 오른쪽 어깨는 약간 욱신거리며 아팠지만, 단순히 근육이 놀란 듯 하니 굳이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혹시 왕이 어깨에도 연고를 바르자며 옷을 재껴버릴까봐 약간 걱정이 된 것도 있었다.

 

 꼼꼼하게 연고를 수북히 바른 왕이 길쭉한 눈을 천천히 뜨며 상처부위를 살폈다. 조금 거리가 가까운 탓에 혹시 숨소리가 불쾌하게 여겨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한 영소가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었다. 그 탓에 멍이 진 피부가 당겨져 고통을 초래한다.

 

 "아-."

 

 영소가 아픈 듯 눈을 찡그렸다. 왕은 영소의 동그란 눈을 뚫어져라 보더니 이내 피식 하고 웃었다. 갑자기 그냥, 영소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유는 영소 본인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왕이 또 자신을 비웃는구나 싶어 수치심을 느꼈을 거라 대충 짐작할 뿐이다.

 

 "턱에 초록색 수염이 난 것 같구나."

 

 뭐, 어느 정도 그 짐작이 틀린 것도 아닌 것 같고. 뭔가 애간장을 녹이는 듯한 분위기가 왕의 말로 인해 단숨에 평소로 돌아왔다. 단 한 명, 영소만 붉은 얼굴을 감추지 못해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왕에게서 멀어진 것을 뺀다면 말이다.

 

 

 

 

 

 조용함 속에서 왕과 영소는 저녁 수라를 함께 들었다. 장 내관은 역시나 기미를 보기 위해 상에서 따로 떨어져 앉아있었고, 왕과 영소는 기미를 마친 음식을 먹었다. 오늘은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 젓가락을 깨작거리는 영소에게 왕이 고기반찬을 밀어주었다. 영소는 사양하지 않고 반찬을 푹푹 퍼서 먹었다. 왠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밥이라도 잘 먹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야."

 

 "네?"

 

 수라상을 물리고 식혜로 입가심을 하던 왕이 돌연 영소를 불렀다. 아까부터 무언가를 계속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영소는 저를 불러놓고도 말이 없는 왕을 기다려주었다. 이제는 준호 형을 닮았기 때문이 아니라, 제 앞의 전하라는 사람에게 마음을 붙힌 건지도 모르겠다.

 

 "너는 미래에서 왔다고 했지. 그럼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아느냐?"

 

 왕은 매우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영소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잘못 들은 척을 했다. 물론 왕에게 영소의 얉은 연기가 들통나지 않을리 없으므로 결국 영소는 사실을 실토했다.

 

 "어... 제가 공부를 안 하는데, 특히 역사 공부를 제일 안 했거든요. 그래서 전하께서 누구신지를 모르겠어요. 근데 안다고 해도 어떤 일을 하셨는지는 아마 잘 모를 거에요. 제가 음악만 하고 살아서 역사 이런 거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진지했던 왕의 표정이 어느 한 단어에서 멈춰 흥미를 띄었다.

 

 "음악? 악사樂士라도 되는 것이냐?"

 

 "음... 정확히 말하자면 지망생이지만요. 저는 기타를 연주해요."

 

 "기타가 뭔데?"

 

 영소의 표정이 난처함으로 물들었다. 사진을 보여주거나 직접 연주를 해주면 설명이 쉬울 텐데, 왕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악기를 말로 설명해주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영소는 이리저리 손짓 발짓을 전부 써가며 최대한 쉬운 단어로 설명했지만, 여전히 왕의 고개는 갸우뚱했다.

 

 "서양에서 들어온 악기인데, 음... 거문고? 비슷한 거에요. 아니다, 거문고 말고 비파 같은? 그렇게 비슷하게 생겼어요."

 

 "신기하구나."

 

 다행히 비파의 이름을 떠올려 이해시키는 데 성공한 영소가 아쉬운 소리를 했다.

 

 "기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제가 기타 하나는 기깔나게 잘 하거든요. 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긴 하지만."

 

 "나중에 꼭 들려주렴."

 

 "..."

 

 왕이 다정하게 웃었다. 영소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왕의 표정을 살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일까? 기타라는 악기가 조선시대에도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하지만 왕의 표정은 장난이나 가벼운 약속도 아니었다. 정말로 다음을 기약하는 그런 바램이었다. 영소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왕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다. 이번엔 영소의 귀에서 무언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하는 왕은 한시진 일찍 침수 준비를 했다. 영소도 덩달아 그에 맞추어 잠 잘 준비를 했다. 김 상궁과 장 내관이 들어와 입고 있던 옷을 얇은 홑옷으로 바꿔입혀주고 따듯하게 덥힌 세숫물로 세안을 마치고 나면 폭신한 이불에 누울 수 있었다. 암흑이 방 안을 너무 삼키지 않도록 저 멀리 문간에 작은 초를 밝혀놓으니 딱 알맞은 밝기로 은은하게 방 안이 어두워졌다.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영소의 입에서 하품이 터져나왔다. 조금 떨어진 옆에서 왕의 푸슬푸슬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영소는 괜히 새침해져선 병풍 쪽으로 등을 돌리곤 눈을 꾹 감았다. 낮에 우현과 몸싸움을 벌여 그런지 수마가 밀물처럼 쏟아졌다.

 

 "오늘은 밖에 나가고 싶진 않았느냐?"

 

 왕은 잠들기 직전인 아이에게 나즈막히 물었다. 잠에 거의 들락말락했던 영소가 조금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늘어지는 말투는 어쩔 수 없었다.

 

 "조금요-."

 

 "요즘 궐 안이 숭숭하여 함부로 나가기엔 위험하다. 어딜 갈 때는 운담을 꼭 대동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나가거라."

 

 "네에-."

 

 거의 완전히 수면 상태에 빠진 영소는 그 대답을 끝으로 잠에 들었다. 작게 들리는 고른 숨소리가 퍽 귀여워 왕은 웃음을 흘렸다. 아까 나가고 싶어 제기차기를 하다 다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 한 구석이 답답했었는데, 외출을 허락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속 시원히 뚫릴 줄 알았다면 진작에 허락해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바라고 바라던 대전 바깥 외출을 허락받은 장본인은 잠에 취해 제대로 기억도 못할 텐데 말이다.

 

 왕은 어깨를 영소 쪽으로 돌려 어둠 속에서 아이의 작은 등을 보았다. 기타라는 것을 잘 친다며 눈을 반짝이던 얼굴, 꽤나 아팠을 멍울이 져 조금 속상했던 마음, 잠결이라 그런지 모두 한데 섞여 참 뒤숭숭해지는 밤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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