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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만 영화가 눈에 보여!
작가 : 헉슬리
작품등록일 : 2022.2.28

망한 극장의 아들에게 극장 유령이 특별한 능력을 선물한다.
그때부터 흥행 영화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망한 극장을 다시 일으키고, 영화계 초대박 감독으로 성장하는 이국호의 성공기!

 
6화
작성일 : 22-02-28 04:46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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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호는 하루빨리 배급 일에 참여해서 윤 사장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동궁극장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우뚝 서서 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투자 사업에도 뛰어들어 큰돈을 벌고 싶었다.

 “뭐 어쨌거나 이렇게 인연이 닿아서 같이 일하게 됐으니 앞으로 한번 열심히 해봐.”

 윤 사장이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열심히 안 하면 힘들어.”

 윤 사장은 창밖으로 눈길을 돌리며 연기를 내뿜었다. 남쪽으로 뻗은 신시가지에 여러 복합 상가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너한테 이런 얘기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냐만- 칠십 년대 초만 하더라도 전국에 칠백 개도 넘던 극장이 지금은 사백칠십 개 정도만 남았어. 몇 년 사이 이백오십 개가 문을 닫은 거라고.”

 윤 사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다 영화법이다 뭐다 해서 나라에서 지나치게 규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유흥 시설이 하루가 다르게 번창하고 있기 때문이야. 여기 주변만 해도 술집, 단란주점 천지야. 너 말이야, 나라에서 술집은 규제 안 하고 극장만 규제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 글쎄요. 말이 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야. 이 텔레비전도 문제야. 종일 드라마, 쇼, 코미디를 틀어주는데 극장이 장사가 되겠냐고?”

 “…….”

 “막말로 안방에 편안하게 누워서도 구봉서, 배삼룡, 후라이보이, 이미자, 남진, 나훈아 쇼를 볼 수 있는데 누가 돈 써가며 극장엘 가겠냐고. 안 그래?”

 “예, 뭐…….”

 “그러니 열심히 안 하면 바로 도태된다는 거야. 극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작금의 이 문제를 심각하게 직시해야 한다는 거야.”

 윤 사장은 한숨과 함께 연기를 토했다.

 “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뭐 큰 거 바라는 게 아니야. 그저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 맞고, 청소 깨끗이 하고, 맡은 직무에 충실하고- 그렇게 기본에만 충실해 달라는 거야, 내 말은.”

 “예, 잘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윤 사장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국호를 쳐다봤다.

 “너 스물셋이면 군대는 갔다 왔냐?”

 “전 삼대독자라 면제입니다.”

 “그래? 그럼 됐고. 미리 말해두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좀 힘들다고 갑자기 그만두는 녀석들이야. 그런 녀석들은 뭘 해도 못 할 녀석들이야.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게 분명한 녀석들이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나가서 일 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국호는 오후 내내 주 상무를 따라다니며 극장 내부 위치를 익히는 데 힘썼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청소를 했다. 화장실, 복도, 극장 앞마당, 계단, 유리창 할 것 없이 쓸고 닦았다.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밤 열 시 삼십 분에 이 층 휴게실에서 조촐한 환영파티가 열렸다.

 민 실장이라 불리는 민규식이 먼저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

 “난 민규식이라고 해. 실장님이라고 부르면 되지만, 그냥 형이라고 불러도 돼.”

 민규식은 서른 살의 잘생긴 사내였다. 그는 열일곱 살 때부터 동궁극장에서 일했다. 바닥 청소부터 오징어 팔이, 매표, 검표, 필름 배달까지 극장 내 모든 업무를 거쳐 왔고, 지금은 윤 사장이 가장 신뢰하는 직원이었다.

 영화 제작 투자 사업에도 관여하는 윤 사장이 극장을 비울 때면 민규식이 극장 운영을 맡았다. 그는 동궁극장의 실질적 책임자였다.

 윤 사장의 처남인 주철만 상무가 있긴 하지만 그는 이름뿐인 상무였다. 젊은 시절 건달패와 어울려 세월을 허송하고 오 년 전부터 극장에 들어와 상무직을 맡고 있지만, 그는 사실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었다.

 윤 사장의 말을 빌린다면 그는 그저 극장에 빌붙어서 월급만 축내는 잉여 인간이었다. 그래서 자기보다 열 살이나 어린 민규식에게도 쩔쩔맬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다음은 난가? 난 그냥 정 기사라고 부르면 돼.”

 정 기사라 불리는 정영환은 마흔여섯 살로 극장 내에서 윤 사장 다음으로 나이가 많았다. 그는 원래 영화 현장에서 카메라를 만지던 사람인데, 윤 사장과 인연이 닿아 십 년째 영사 업무와 여러 가지 전기 관련 일을 맡고 있었다.

 이어서 매점 아주머니라 불리는 마흔다섯 살의 장옥자가 자기소개를 했다.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과 이혼하고 지금은 고등학생 딸과 둘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국호와 동갑인 배성욱이 짧게 자기소개를 했다. 그는 작년 여름부터 이 극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통통한 체형에 눈이 찢어진 사내였다.

 “제 이름은 이미영이에요. 스무 살이고, 작년 가을부터 여기 매표 일을 맡고 있어요. 저한테 잘 보이면 공짜 표 한 장 얻을 수도 있어요.”

 이미영은 아담한 체구의 귀여운 아가씨였다. 매표 일을 비롯해서 극장에 걸려오는 전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린 오승준이 자기소개를 했다. 오승준은 중학교를 마치고 공장에서 일 년간 일했다. 그러다 공장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난 뒤 중국집 배달부를 전전하다 이 극장에 취직했다. 올해 열아홉 살이었다.

 “참, 그런데 주 상무는 어디 있는 거야?”

 정 기사가 맥주잔을 들고 두리번거렸다.

 “상무님은 오늘 옛날 친구분들 모임이 있다고, 거기 가셨어요.”

 민규식이 대답하자 정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 친구가 술자리를 마다할 친구가 아닌데. 더 큰 술자리가 있었던 모양이군.”

 “근데 옛날 친구 모임이라면 학교 동창생 모임을 말하는 건가?”

 장옥자가 캐물었다.

 그러자 정 기사가 혀를 찼다.

 “주철만이 국민학교도 못 나왔다는 건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인데, 동창생이 어디 있겠어요? 보나 마나 젊었을 때 놀던 건달패들하고 어울리는 거겠죠.”

 “주 상무님이 건달이셨습니까?”

 국호가 물었다.

 “건달이긴 한데- 뭐 네가 생각하는 김두한, 이화룡, 시라소니 이런 쪽으로 생각하면 곤란해.”

 정 기사가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말했다.

 “자기 말로는 이정재 밑에 있었다는데, 그게 알고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동대문의 그 이정재가 아니고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이더라고. 동네 술도가나 선술집 돌며 푼돈이나 뜯는 그런 시시한 깡패들하고 어울렸던 거지.”

 “그래놓고선 맨날 우리만 보면 자기가 왕년에 이정재하고 같이 다니면서 이화룡하고도 싸워봤다고 허풍을 친다니까요.”

 배성욱도 나서서 주철만의 흉을 봤다.

 “왼쪽 어깨에 난 상처도 술에 취해서 계단에 굴렀을 때 생긴 상처라는 거 뻔히 다 아는데, 맨날 무슨 이화룡이 패거리에게 기습당했을 때 이정재 오야봉 지키다가 난 상처라고 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다니까요.”

 아무래도 주철만은 극장 식구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야, 국호야. 너 말이야, 혹시라도 주 상무가 너에게 돈 빌려달라고 하면 절대 빌려주면 안 된다.”

 정 기사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인간에게 돈 빌려주면 네 친형이 판사라고 해도 절대 못 받아낸다.”

 “말도 마세요. 저도 오천 원이나 빌려줬는데 다섯 달이 지나도록 못 받고 있어요.”

 이번에는 이미영도 끼어들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민규식이 야단쳤다.

 “미영이 넌 주 상무 그런 분이라는 거 잘 알면서 왜 빌려줬어? 빌려준 네 잘못도 있는 거야.”

 “아는 동생 수술비가 필요하다며 계속 부탁하는데 그럼 어떡해요.”

 “그럴 땐 나한테 얘기하라고 했잖아. 다시 말씀드리는데, 직원 사이에 금전 거래는 절대 용납 못 합니다. 이건 사장님 지시사항이기도 하고요.”

 “아 그래야지. 원래 돈이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친한 사이에도 결국 금이 가게 마련인 거야.”

 장옥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 아무튼 그 인간 얘긴 더 할 것 없고 국호야- 다시 한번 환영한다. 우리 한번 잘 지내보자.”

 정 기사가 국호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도 환영해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국호가 잔을 비우자 이번엔 미영이 술을 따랐다.

 “고맙습니다.”

 술자리는 사십 분 정도 이어졌다.

 국호의 오른쪽에 앉은 오승준이 국호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오승준은 시골에 있는 홀어머니와 동생들 생활비를 매달 보냈다. 국호는 오승준을 보며 봉운극장에서 일했던 영택이 생각났다. 둘이 비슷한 나이였고, 처지도 닮았다.

 “동궁극장 바로 뒤에 사장님 집이 있어요.”

 오승준이 사이다를 마시며 말했다.

 “거기 일 층이 우리 숙소예요. 형도 같이 지낼 거죠?”

 “응, 그래야지.”

 무일푼이었기에 처음부터 숙식이 가능한 극장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숙소는 어때? 커?”

 “그렇게 크진 않은데, 우리끼리 지내기엔 딱 좋아요. 그러니까, 일 층에 방이 총 세 개가 있는데, 제일 작은 방은 민 실장님이 써요. 그리고 중간 방은 매점 아주머니하고 미영이 누나가 쓰고, 제일 큰 방에 성욱이 형, 저, 그리고 국호 형 이렇게 셋이 쓰는 거죠. 정 기사님은 집에서 출퇴근하시고요.”

 오승준은 말을 하면서도 삼겹살과 사이다를 쉼 없이 먹었다.

 “그럼 주 상무님은?”

 “그분은 옥탑방에서 살아요.”

 “옥탑방?”

 “예. 옥상에 따로 지은 방이 하나 있거든요. 원래 그곳도 세를 주던 방인데, 상무님이 오시면서 상무님 방이 되었다나 봐요.”

 “그럼 이 층에는 사장님 가족이 계시는 거야?”

 “예. 사장님하고 사장님 따님하고 계세요. 원래는 아드님도 함께 살았는데, 얼마 전에 군에 입대해서 지금은 없어요.”

 “사모님은?”

 “안 계세요. 돌아가신 지 삼 년쯤 된 것 같아요.”

 “그렇구나.”

 국호는 아침에 잠깐 만났던 윤 사장을 떠올렸다. 꼼꼼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화가 잔뜩 나 보이는 얼굴 너머엔 아내를 잃은 허탈감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사장님 따님은 몇 살이니?”

 “형하고 동갑일 거예요. 근데 그 누나 진짜 예뻐요.”

 “야 인마, 넌 무슨 수다를 그렇게 떠는 거야?”

 맞은편에 앉은 배성욱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수다는 무슨요. 국호 형 처음이라 여기 사정 대충 얘기해주는 건데.”

 “인마, 그건 자기가 스스로 알아가는 거지 누가 가르쳐주고 말고 하는 게 아니야. 누군 뭐 처음부터 친절하게 알려준 사람 있었냐?”

 배성욱이 국호를 힐끗 흘겨봤다.

 “그리고 너, 앞으로 나에게 형이라 불러.”

 “왜요? 성욱이 형도 오칠 년생이잖아요. 그럼 국호 형이랑 똑같이 스물셋인데…….”

 “멸치 넌 빠져 인마.”

 배성욱은 비썩 마른 오승준을 멸치라 불렀다.

 “난 사실 태어나기는 오십육 년에 태어났어. 내 친구들도 다 오륙 년생들이야. 그러니 너도 날 형이라고 부르는 게 이치에 맞겠지? 안 그래?”

 “에이, 형이 무슨 오륙 년 생이에요? 정 기사 아저씨가 형 오칠 년 생이라고 다 얘기해주셨는데.”

 오승준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배성욱이 눈을 부라렸다.

 “뭐? 너 인마, 정 기사 아저씨가 나보다 내 나이를 더 잘 안다는 거야? ”

 “그럼 어디 주민등록증 한 번 볼 수 있을까?”

 국호의 말에 배성욱의 콧잔등이 일그러졌다.

 “뭐야? 이 자식이 건방지게 어딜……, 내가 지금 오륙 년 생이라고 말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주민등록증 한 번 보자고.”

 “뭐야?”

 분위기가 험악해지려는 순간 민규식이 국호를 불렀다.

 “국호야, 이리 와서 내 술 한 잔 받아라.”

 “예.”

 국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배성욱을 흘깃 쳐다보고는 규식에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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