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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13화
작성일 : 22-02-28 00:33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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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상 전하 납시오-!"

 

 상참(常參, 매일 아침 왕과 신하들이 정무를 돌보는 아침 조회) 시각에 맞추어 왕이 선정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정전은 창덕궁의 전각들 중 유일하게 청기와가 얹힌 전각으로, 왕이 즉위하였을때에 지금의 좌상을 비롯한 몇몇 공신들이 바친 재물들로 새로 지어 다른 건물들과 달리 세련되고 깔끔했다. 상참을 포함, 경연이나 연회, 혹은 왕실 행사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선정전에서는 언제나 사람들의 커다란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개미 한 마리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 속이다.

 

 왕이 옥좌에 자리하자, 대신들은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서 전하께서 말씀하실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꿀먹은 벙어리 마냥 눈치를 살살 보는 신료들의 모습을 훑어보던 왕이 피식 웃었다.

 

 "다들 이리 조용하니, 짐이 불청객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구려."

 

 "..."

 

 무슨 말씀이시냐며 너스레를 떨어야 할 사람들조차도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무니 왕은 기가 찰 지경이었다.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언제까지 그 입을 열지 않고 있을 수 있는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

 

 "도승지는 상참을 시작하라."

 

 

 

 학선은 왕의 분부를 받들어 조회를 시작하였다. 관리들이 간밤 평안하셨는지 전하의 안부를 여쭈고, 육조의 일을 맡아보는 관리들이 주상의 결재를 맡기 위해 업무를 보고하여 올리면, 왕은 그에 맞는 비답을 내리거나 승인을 내렸고 정무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아니, 평소보다 더 수월하게 지나갔다고 해야할까.

 

 "상참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이야, 아니 그렇소들?"

 

 "..."

 

 "쓸모없는 입들이 사라지니 나랏일이 수월하게 돌아가는 게지."

 

 왕은 만족스럽다는 듯 나른히 웃었다. 좌의정의 반대편, 후궁들의 뒷배에 선 자들은 안절부절 못하며 언제까지 침묵을 유지해야 할지 계산 중이었다. 그 빤히 보이는 행태가 우스워 왕은 그들에게 기회를 던져 보기로 했다.

 

 "자리를 파하기 전 고할 것이 있다면 나와서 말하시오. 지금이 그대들에겐 과인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오?"

 

 몇 번의 눈치를 보다 전라 병마절도사 원수신이 왕 앞에 나섰다. 그는 숙의 원씨의 아버지로 딸의 청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들어다주기로 유명했다. 성미가 급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것이 딸의 기질에 한 몫을 한 듯 하다. 왕은 부러 온화하게 웃으며 원수신을 맞았다.

 

 "그래, 병마절도사는 말하라."

 

 "황송하오나 전하, 부디 제 딸을 만날 수 있도록 윤허해주시옵소서."

 

 왕의 얼굴에서 온화함이 단숨에 사라졌다. 왕은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낮은 목소리로 단언했다.

 

 "신료들의 내전 출입을 금하겠다고 말한 것이 바로 어제일텐데, 단 하루라도 딸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소? 그럼 구중궁궐에 입궐시키지 말고 고이 집 안에서 키우지 그랬소."

 

 "소, 송구하옵니다. 소신 그런 뜻이 아니오라..."

 

 "이 이야기는 다시 거론치 마시오."

 

 공개적으로 수모를 당한 원수신은 화끈한 얼굴을 가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헌데 왕의 시선은 병마절도사를 향해 있지 않았다. 왕의 눈은 눈을 감고 어떠한 생각도 내비치지 않는 좌의정 유 대감을 향해 있었다. 그는 왕의 장인이자 왕이 보위에 오르는 데 매우 일조한 일등공신이었다. 남들 보기엔 완전한 왕의 편이라고 보이겠으나, 그야말로 제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딸자식을 궁궐의 안주인으로 앉혀놓고도, 자신이 서있는 방향을 누구도 알 수 없게 은밀히 감추는데 능했다. 감추는 것 뿐만 아니라 그만큼 물밑에서의 꺼림칙한 일들도 가리지 않을 작자다. 그런 그가 작정하고 상황을 관망 중이었다. 보이지 않은 왕과 좌상의 대치가 팽팽히 대립했다.

 

 

 

 한 줌의 작은 폭풍이 편전을 훑고 지나갔다. 왕은 다른 신하들이 앞으로 나올 것을 기다렸지만,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나서고 싶은 자들은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이대로 빨리 조회가 파하였으면, 하고 속으로 간절히 외치는 사람도 더럿 있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침묵 속에서 도승지가 천천히 왕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전하, 소인 근래에 궐 안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관해 감히 보고드리겠나이다. 궁인들의 사정은 주상전하의 집안일이나, 차마 전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흉측한 일인지라..."

 

 "상세히 고하라."

 

 도승지는 고개를 들고 생각시들에게 들었던 간밤의 사건에 대해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고했다.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던 신료들의 표정은 말이 계속 될수록 경악을 금치 못하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세 궁녀는 자결이 아니라 피살을 당했을 것이란 증언과 증좌가 여럿 속출되고 있사옵니다. 하여, 전하께서 형조에 일러 직접 수사를 명하시고 범인을 밝혀내어 대궐의 기강을 잡으심이 옳다 아뢰옵니다."

 

 화룡점정이다. 도승지가 말을 마치자마자 대신들의 수군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엄한 대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다니! 순식간에 가능성은 사실이 되어 편전을 떠돌았다. 이대로 놔두었다간 궁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 않겠소! 사건이 크게 커져 불안감이 조성된다. 도승지는 그 소란 속에서도 고고하게 절을 올리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평소처럼 시끄러워진 편전을 참다못한 왕은 직접 중재에 나섰다.

 

 "단순히 심증에 불과한 일을 형조에서 시간을 들여 조사하는 것은 쓸모없는 짓이오. 그러니 이는 감찰부에 맡기는 게 어떻겠소?"

 

 궁인들 셋이 죽어나간 일 때문에 편전이 소란스러워진 것이 왕은 영 조심스러웠다. 이러한 일은 충분히 내명부의 감찰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도승지가 다시 나서 그완 반대의 의견을 표했다.

 

 "하오나 전하, 지엄하신 지존께서 거하시는 궁입니다. 심증이라하나 피살의 정황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이 곧 전하의 신변에 위협으로 번질 수 있는 일이옵니다. 결코 좌시해선 아니되옵니다."

 

 도승지는 꼭 이 일이 형조에 넘겨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굴었다. 왕은 도승지의 수수한 눈을 아무 말 없이 보았다. 학선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좌상과 더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이복 형의 친우였고, 그의 충신이었으며, 지금은 왕의 사람이었다. 돌아가신 세자 저하의 유언에 따라 전하를 안전하게 보필할 것이란 학선의 음성엔 거짓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가끔 뒤가 시린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왕은 형조참의를 불러내어 언교를 받들라 명했다. 형조에서 이 일을 전담하여 수사하라 하교를 내리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중전마마 납시오-!"

 

 입시를 알리는 음성과 함께 편전의 문이 활짝 열렸다. 용포가 새겨진 붉은 당의에 곤색 치마를 차려입고 나타난 중전은 길게 늘어선 대신들 사이를 고고하게 걸어갔다. 옥좌까지 가는 길은 꽤 길었으므로 신료들은 가리개를 쓰지 않아 전부 모습을 드러낸 중전의 얼굴을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였다. 당상관이 아닌 젊고 낮은 품계의 관리들은 곤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으므로, 천하절색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곤전의 화려한 아름다움과 우아한 품위에 그만 홀려버린 듯 입을 헤 하고 벌렸다. 그들의 옆에서 주의를 주는 헛기침 소리가 들리자 황급히 입을 다물다 혀를 씹어 피를 본 사람들이 신음이 새어나가지 않게 자기들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전하, 신첩 전하께 청할 것이 있어 무례를 무릅쓰고 그만 편전에 나왔나이다. 아녀자의 도리에 맞지 않음은 잘 아오나 꼭 신첩이 해야 할 일이오니, 바라옵건대 신첩의 청이 무엇인지 들어주신다면 이후에 무슨 벌이든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도승지는 중궁이 하는 양을 곁눈질로 따라보았다. 중전은 왕좌의 바로 맞은 편, 계단에 오르기 직전의 땅에서 몸을 숙였다. 가볍지 않은 여인의 목소리가 옥좌 앞에 깔렸다. 긴 속눈썹 아래 가려진 그녀의 눈은 백합 한 송이처럼 빛났으며, 벌을 청하나 결코 죄를 짓지는 않았다는 양 당당한 기품이었다.

 

 완벽한 국모의 모습, 신료들은 12년 간 왕과 함께 대궐의 주인으로 살아 온 좌상의 딸을 흠모와 존경의 눈으로 보았다. 아녀자는 얌전히 아녀자의 도리를 다해야 하지만, 장부를 지혜롭게 보필하는 것은 국모의 도리. 갑작스럽게 편전에 나서긴 하였으나 중전이 직접 선수를 쳤으니 만류할 방도가 없었다.

 

 허나 그 모습을 보는 왕의 온 얼굴 근육은 화를 참는 듯 꿈틀거렸다.

 

 

 

 실로 한 해 만에 보는 중전의 얼굴이다. 아무리 평범한 부부가 아니라하나 한 집에 살면서 부인의 문안을 받지 않아 그의 얼굴을 일년 동안 보지 않았다는 것은 지아비로서도 지탄받을 일이었다. 그 사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지 아니면 다들 모른 척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왕은 오랜만에 본 중전의 얼굴이 몹시 불쾌했다. 문안을 받지 않는 것으로 에둘러 화를 표현하였거늘 버젓이 나 살아있다하고 존재를 드러낸 꼴이니, 왕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왕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중전의 발언을 허락했다.

 

 "...중전은 무슨 일인데 편전까지 나오신 것이오?"

 

 "전하, 원치않게 밖에서 들었사온데, 어젯밤 우물에서 발견된 궁인의 죽음에 대해 논하시고 계시었사옵니까?"

 

 "그렇소만."

 

 "그 일의 수사를 소첩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중전의 말을 듣고 있던 도승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부산스러운 도승지에 옆에 있던 좌상이 희안한 일을 보듯 잠시 바라보았다. 왕은 어좌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골몰히 생각에 빠졌다. 궁인의 일은 엄연히 중전이 수장인 내명부의 권위 아래 있는 일이니, 순리대로라면 중전이 일을 맡아보게 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이미 상참에서까지 올라온 안건을 형조에 맡기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왕은 중전에게 일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고민이 거절의 의미로 들릴만큼 계속되자, 중전은 조용히 쐐기를 박았다.

 

 "아무리 의심이 간다해도 한낱 소문에 불과한다면 어찌하옵니까. 내명부의 집안일 때문에 조정을 쓸데없이 낭비하시는 것은 신첩의 부덕이 될 것이옵니다. 내명부에서 수사하여 사건의 진위가 심각하게 드러난다면 형조에게 일을 넘길 것이니 부디 신첩을 믿어주시옵소서."

 

 왕은 주먹을 꾹 쥐었다. 도승지 또한 절절한 눈으로 왕을 보았다. 중전은 가만히 앉아 자신에게 돌아올 승리를 기다렸다. 무심하게도 형조판서가 나서 중전을 옹호하자, 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중전마마의 말씀이 옳다고 사료되옵니다. 먼저 내명부의 수장으로서 기강을 바로하신다면 일이 커지기 전 신속히 마무리 될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저희 형조에서도 중전마마를 도울 것이옵니다."

 

 "...중전에게 수사권을 일임하겠다."

 

 "황공하옵니다, 전하."

 

 왕은 말을 마치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신들이 일제히 왕을 향해 돌아보며 인사를 올렸다. 단 한 사람, 좌상만은 중전을 바라볼 뿐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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