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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1930년, 경성. 나라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던 그 날의 어디선가 만나 아무도 모르게 붉은 실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

 
#17. 애정 없는 부류
작성일 : 22-02-27 19:29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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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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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은 잠겨 있고 집 주위에는 일군들이 하람을 감시하기 위해 깔려 있었다. 일본 유학도 그렇고 이렇게 까지 만형이 자신을 감시하는 게 이상했다. 최근에 자신이 뭔가 책 잡힐 짓이라도....아, 순간 하람의 뇌리에 신아와 영민이 스쳐 지나갔다. 하람이 최근 두 사람과 어울려 다니는 걸 아무래도 만형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을 못 믿어 줄곧 미행까지 한 만형의 행동에 하람은 소름이 끼쳤다. 만형이 이렇 게까지 하는 이유가 신아와 영민 때문이라며 더 더욱이 이렇게 만 날이 밝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 밖을 나가야 하는데......그때 하람의 눈에 민수가 들어왔다. 잠결에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행랑채로 돌아가려 던 참에 하람에게 보기좋게 걸려 잡히고 말았다.

 민수: 흐힉..!! 아 깜짝이야. 도련님?

 인기척 없이 자신의 손을 잡아 챈 하람의 행동에 소리를 지르려 던 민수의 입을 살짝 막으며 하람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심각한 분위기의 하람에 덩달아 민수까지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줄였다.

 고하람: 너 이 시간에 안 자고 뭐해.

 민수: 예? 물 마셨는데요.

 고하람: 아...물.

 하람의 추궁에 민수가 맥 빠지게 대답을 하자 심각하게 물어본 하람 만 되려 뻘쭘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민수: 아니 근데요. 도련님. 그건 그렇고 도대체 요새 뭐하고, 다니시길래 어르신 심기가 저렇게 불편 하 시대요?! 오늘도 하루 종일 집안 분위기가 상 갓 집 마냥 축 처져서 얼마나 불편했는 줄 아세요?!

 고하람: 하하...어떡하냐....앞으로 더 불편해 질텐데....

 민수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연진의 집에서 일손으로 일했던 터라 하람과는 굉장히 친했었다. 형제자매가 따로 없어 외로워하던 하람은 민수를 친동생처럼 챙겨줬고 민수 또한 그런 하람을 잘 따랐었다.

 민수: 왜요...? 도련님 설마.........

 고하람: 설마 뭐.

 민수: 여자라도 생기셨어요?!

 고하람: 남자 생겼다. 임마.

 민수: (충격)

 민수의 추리에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하람의 말에 오히려 민수는 심각해졌다. 자신이 모시던 도련님에게 남자가 생겼단다. 도련님도 남잔데.....남자가 생겼다는 건.....역시나......

 민수: 안돼요. 도련님!! 어..어른 도망가세요. 만에 하나 이 사실이 어르신 귀에라도 들어간다면..... 도련님 일본 가는 배에서 내던져 지십니다.

 어렸을 때부터 하람이 장난을 치며 늘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고는 혼자 심각해지는 민수였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역시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허투루 들을 말은 없었다.

 고하람: 하 역시 네 생각에도 그렇지.....할아버지라면 그러고도 남을 분이시니..... 근데 민수야.

 불 난 집에 소금을 뿌리듯 되도 않는 연기를 하던 하람이 아련한 표정으로 민수를 쳐다 봤다.

 고하람: 나....아직도 그 아이가 너무 보고 싶다. 잊을려고 술도 마셔보고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그랬는데...그러면 그럴수록 더 생각나고 보고 싶더라....

 민수: 하. 안돼요. 절대 안돼요. 도련님. 어르신이 도련님만 내던지시겠어요?! 도련님이 좋아하시는.....!! 그분도....같이 내던지 실 거라고요!!

 심각한 표정으로 하람을 말리던 민수가 혹여 누가 들을 세라 하람이 좋아한다는 그.분 이라는 말은 주위 눈치를 보며 소리를 줄여서 말했다.

 고하람: 그래서 민수야 부탁이 있어. 나 그 아이 딱 한 번만 보고 올게. 한 번만 보면 마음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아. 제발 부탁이야. 이렇게 쫓겨 나듯이 떠날 수 없어.

 하람의 말에 이내 민수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이 하람 에게 부탁을 하면 했었지 하람이 이렇게 나서서 자신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무엇보다 정말 간절해 보이는 하람의 표정을 민수는 도저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집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일군들의 경비는 여전히 삼엄했다.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그 삭막한 분위기를 깨듯 민수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민수: 도련님!!!!!!!!!어디 가십니까!!! 얼른 돌아오세요!! 도~~련~~님~~~~~~~!!!!!!!

 민수의 우렁 찬 목소리에 집을 매워 싸고 있는 일군들은 물론 연진과 일손들 까지 잠에서 깨 민수가 있는 곳으로 몰렸다.

 민수: 하이구 우리 도련님 어떡하실 려고.... 정말!! 어 저기!저기로 가셨습니다. 얼른 가서 우리 도련님 좀 모셔와 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

 고연진: 따라와라

  -ついて来い

 연진은 일군들을 데리고 민수가 가리킨 곳으로 하람을 찾으러 갔다. 집 분위기가 어수선한 틈을 타 하람은 민수가 가르킨 곳의 반대편 담을 넘어 숲으로 들어갔다. 하람이 어렸을 적, 연진이 하람에게만 알려준 지름길이 있었다. 숲을 통해 그 지름길을 넘어가면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고도 거리로 나갈 수가 있었다. 하람은 뛰는 동안에 내내 신아와 영민 생각 뿐이 였다. 두 사람에게 이 사실을 솔직하게 전해야 할지, 전한다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기본적인 생각도 하지 않고 무작정 일을 벌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하람은 어떠한 계획이 있어서 사고를 친 게 아니였다. 단지 신아와 영민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그 한가지 생각 때문에 이렇게 까지 일을 크게 벌린 거다. 숲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중간에 호숫가 하나가 나왔다. 그게 보이면 절반 정도 왔다는 뜻이 였다. 숲에 있는 그 호수가는 연진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인적이 드물어 하람도 혼자 있고 싶거나 생각이 많을 때면 자주 찾아왔던 혼자 시간을 보내던 곳이였다. 근데....네가....왜...어떻게 여기 있어....어렸을 때부터 몇 번이고 이 호숫가를 찾아왔었지만 그때마다 어떤 누구도 마주치지 못했었다. 한번도.....단 한번도 그랬었는데 지금 하람의 눈 앞에는 신아가 있었다. 신아가 호숫가에 혼자 앉아 있다. 하람은 한 번도 쉬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뛴 탓에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신아를 보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지만, 막상 신아의 얼굴을 보니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를 몰라 쉽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머뭇거렸다. 하람의 인기척 때문이였는지 호숫가를 응시하고 있던 신아가 이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하람의 모습에 신아 또한 많이 놀란 기색을 보이며 눈동자가 커졌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에게 눈을 맞추다 하람이 먼저 신아 쪽으로 발을 옮겼다.

 류신아: 너가 어떻게 여기 있어?

 고하람: 그러는 너는....왜 여기 있어? 여기 숲 길이랑 이어져 있는 곳이 아니라 웬만한 사람들은 모르는 곳인데....

 류신아: 수...아..영....형님이 알려주신 곳이야.

 아직 동년회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하람의 앞에서 영을 습관적으로 수장이라고 부를 뻔한 신아가 눈치를 보며 말을 돌렸다.

 고하람: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너랑 영 형님, 그리고 영민이랑 다른 형님들까지. 다 어떻게 알 게 된 사이야? 꽤 깊어 보이던데...

 하람의 물음에 신아는 얕은 미소를 띄우며 영과 영민, 그리고 조직원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류신아: 난 태어나서 아빠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그렇다고 엄마 손을 잡아 본 기억도 없어.두분 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셨었거든. 그래서 아빠의 오랜 친구였던 영 형님이 날 돌봐주셨지. 아빠의 마지막 부탁이셨대. 끝까지 내 옆에서 날 지켜주는 거. 영 형님

  은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주고 계신 거야. 영민이는 해남에서 처음 만났었는데 가족들한테 버림받고 길가에 혼자 있는 영민이 한테 내가 먼저 말을 걸었어 같이 가자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내가 왜그랬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때는 그냥 그러

  고 싶었던 것 같아. 다른 형님들도 경성에 막 상경했을 때 만나서 다 같이 해월관을 열고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하고 있는 거야.

 한 번도 누군가 에게 얘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조직원들과의 만남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며 얘기를 하고 나니 신아 본인에게 조직원들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깨닫게 되는 것 같았다.

 고하람: 진짜 가족이구나.....

 하람의 말에 신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람을 쳐다 봤다. 하람의 말이 맞았다. 신아 에게 조직원들은 가족 같은 존재였다. 살아가면서 막연히 엄마 아빠가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외롭다 거나 부모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도 언제나 자신의 편인 든든한 가족들이 있었으니까.

 류신아: 가족.........

 하람의 말을 곱씹으며 가족이라는 말에 희미하게 웃음을 보이는 신아다.

 고하람: 좀 부럽네.....그런 가족들이 있다는 게.

 류신아: 너도 있....아.....!

 신아는 하람의 대답에 의아해 하며 말을 하다 순간 자신에게 줬던 손수건이 어머니의 유품이라고 말했었던 하람의 말이 떠올라 말을 멈췄다.

 고하람: 나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어. 우리 어머니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셨었거든. 아버지가 어머니를 엄청 좋아하셨다나봐. 근데 할아버지가 두 분 사이를 심하게 반대하셔서 결국에는 날 몰래 낳으신 거야.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는 날 싫어하진

  않으셨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으셨어. 그냥 가족이라는 단체에 묶여 있는 애정 없는 부류일 뿐이야. 우리 집은.

 류신아: 너가 마음을 닫고 있는 건 아니고?

 신아에 물음에 호숫가를 보며 그런 환경이 익숙하다는 듯 허무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던 하람이 이내 신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류신아: 사실 그런 건 생각하기 나름이야. 어느 환경에 있던 네 생각이 제일 중요해. 네 진짜 진심이 뭔데?

 처음이였다. 누군 가가 자신의 진심을 물어봐 준 게. 하람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것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가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자신의 장래와 미래도 만형과 연진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다. 가끔은 모든 게 다 정해져 있는 자신의 인생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의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아의 말을 듣는 순간 하람의 뇌리에 크게 박힌 질문 하나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 처음으로 하람, 자신이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였다. 그때 머릿 속에 든 그 질문이 하람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때 했던 그 질문을 기준으로 하람의 인생은 둘로 나뉘었다. 만형과 연진이 원했던 삶과 하람 본인이 살고 싶어했던, 앞으로 하람이 살아가게 될 삶으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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