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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망각의 라그나로크
작가 : 오이먹는고슴도치
작품등록일 : 2022.2.27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을 잊어버린 한 소년, 과연 정해진 운명을 부수고 미래를 뒤바꿀 수 있을까...

 
17화
작성일 : 22-02-27 03:06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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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라..."

 

 대성당에 있으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존재가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다니.

 

 "상식적으로 악마가 존재할 리 없고..."

 

 "무슨 소리야? 악마 말고도 다른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네?"

 

 "이 세계의 주인이 너희 인간뿐이라는 생각은 곱게 접어두는 게 편할거야. 박쥐 친구, 동물귀 친구, 뾰족귀 친구들 등등 얼마나 많은 종족이

 살고 있는데."

 

 "하하... 그런가요?"

 

 델은 이 소녀가 분명 정신에 이상이 있어 병실에 있는 거라 확신했다.

 

 "방금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이었거든?"

 

 "네... 네, 네? 제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러엄, 나는 악마니까."

 

 "그럼 제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고 계시나요?"

 

 "아니, 하루에 한번만 알 수 있어."

 

 "아... 네."

 

 "흠흠, 그건 그렇고 네가 알고 싶은 답이라는 게 뭐야?"

 

 "그건..."

 

 "쑥스러워 하지 말고 편하게 얘기해 봐."

 

 생전 처음 보는 이 독특한 소녀에게 가슴 속을 답답하게 채워오는 이 고민을 말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지금이 말하지 않으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델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듯 결국 소녀에게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하하! 듣기만 해도 엄청 고생했구나, 너."

 

 "하하, 정신 차려보니까 그렇게 되어 있었네요."

 

 "근데 분하지는 않은 거야?"

 

 "네? 분하다뇨?"

 

 "하루 아침에 마을을 잃고, 친구를 잃고, 이웃을 잃었잖아. 그것도 모자라 하나 남은 친족은 실종된 상태고."

 

 "아하하..."

 

 "동생에게는 적어도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너는 아무것도 없잖아. 안 그래?"

 

 "크르르..."

 

 칼날처럼 예리하게 파고드는 말에 슈가 극도로 흥분한채 그녀를 경계한다.

 

 "무능하고, 약해빠졌고, 쓸모도 없어. 바보같은 사랑만 흘러 넘쳐서는 소중한 건 하나도 지킬 수 없을테지."

 

 "....."

 

 "안 그래?"

 

 "확실히 그러네요."

 

 "응?"

 

 "동생과 다르게 저는 무능하고, 약해빠졌고, 쓸모도 없을지도 몰라요.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해 하늘에 빌 정도로요. 그래도...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제 손으로 꼭 소중한 걸 지켜낼 거예요."

 

 "...물렀네."

 

 "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조금의 분노가 느껴지지 않다니. 놀랍긴 하지만 정말 물렀어."

 

 소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델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잘 들어라 애송아 지금 너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건 증오심이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고 나아가고자 하는 그런 마음.

 나약한 감정따위 집어치우라고. 물론 이렇게 말만 한다고 네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테지. 그러니 오늘부터 네 옆에서 특별 교육을

 시작하겠어."

 

 "특별 교육이요?"

 

 "그럼 잠깐 따끔할테니 참아라."

 

 그렇게 델이 저항할 틈도 없이.

 

 -푸욱!

 

 "...어?"

 

 그녀의 손가락이 델의 눈을 파고들었다.

 그는 왼쪽 시야가 정전이라도 일어난 듯 완전히 까맣게 칠해졌다는 걸 먼저 느꼈다.

 이후 밀려오는 격통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고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 끝났습니다."

 

 -푸확!

 

 피와 함께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건.

 

 "아, 으아아..."

 

 자신의 안구였다.

 

 "끄흑... 끄아아아..."

 

 "어때? 마취 없이 눈이 뽑힌 기분은?"

 

 "끄흐윽... 대체 무슨..."

 

 "특별 교육 제 1장! 분노를 표출하라! 다만 타인을 위한 분노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분노여야 합니다."

 

 "너... 진짜 정체가 뭐야..."

 

 피를 줄줄 새는 왼눈을 틀어막으며 델의 목소리에는 증오가 차오르고 있었다.

 

 "하하! 이제서야 좋은 목소리를 내는구나? 맘에 들었으니 내 이름 정도는 알려줄게."

 

 창틀에 걸터앉은 그녀에게서 델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불길한 검은 날개 한 쌍과 붉은 두 뿔을.

 

 "내 이름은 라그나. 널 위해 지옥에서 찾아온 악마야."

 

 음흉한 미소와 함께 악마는 그대로 창틀에서 떨어져내린다.

 

 "컹!"

 

 그 뒤를 슈가 쫓아가보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창가에서 낙하한 그녀는 처참하게 부셔져있었다.

 델은 황급히 슈와 함께 바깥으로 향했지만 이 모든 것이 꿈인 것 마냥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누구도 델과 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그들을 뒤로 전국의 모험가 길드에서는 한참 열이 올라 있었다.

 

 "그러니까, 이놈을 잡아오면 만 골드를 주는 거 확실하지?"

 

 "네, 네. 맞습니다."

 

 오늘만 벌써 몇 번이나 같은 대답을 하는 건지.

 사람이 평소에 몇 배는 득실거리는 길드 안에서 접수원은 골을 썩고 있었다.

 

 "얘 때문에 대체 내가 왜 고생을 해야하는 거야."

 

 새롭게 등록된 범죄자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현상 수배서를 보며 접수원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보다 엄청 낯이 익단 말이지."

 

 수배서에 그려진 얼굴을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였지만 돈이 걸리지 않은 이상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다시 카운터로 모험가들을 상대하러 간다.

 하루라도 빨리 이 범죄자가 잡혀야만 자신이 살만해지겠다 생각하며 카운터에서 버티고 버틴다.

 그렇게 약 한 달이란 시간이 흐른 후.

 

 "저기..."

 

 "네네, 잡아오시면 일만 골드 획득입니다."

 

 "아뇨, 그게 아니라..."

 

 "네? 그럼 뭐 때문에... 어, 너는...?"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설마 델?"

 

 오랫동안 씻지 못한 건지 겉모습은 좀 꾀죄죄했지만 확실했다.

 

 "야,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레이나스 씨도 많이 걱정하던데. 어? 너 그런데 왼쪽 눈이..."

 

 붕대로 칭칭 감겨져 있는 왼쪽 눈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접수원이 다가갔지만 델은 한 걸음 물러섰다.

 

 "괜찮아요. 별 거 아니에요. 그보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좀 있어요."

 

 "부탁하고 싶은 거?"

 

 원래 부탁이라면 그만큼 성의를 보여야만 움직이는 접수원이었지만 전에 비밀로 뒤를 캔 것이 찔리고 있었다.

 

 "지금은 일하는 중이니까 짧게 말해줘."

 

 그녀는 우선 부탁의 내용부터 듣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별 거 아니라면 그냥 들어주고, 좀 힘들다 싶으면 거절하면 되겠지 뭐.'

 

 하지만 그녀가 알 리 없었다.

 

 "과거에 뒷세계에서 활동하신 적이 있으시죠?"

 

 "....뭐? 너 어떻게 그걸..."

 

 델은 그녀가 거절할 수 없게 만들 방법을 알고 찾아왔다는 걸.

 

 "너, 어디까지 알고 찾아온 거야."

 

 "지금도 간간이 발을 들이고 있다는 것까지요."

 

 그녀의 당황한 표정에 비해 델의 표정은 너무나 무뚝뚝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무슨 일을 겪은 건지 모르겠으나 접수원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거, 크게 잘못 걸린 거 같은데?'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도 전, 다른 모험가가 카운터를 찾아온다.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은데 업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지?"

 

 "그럼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고 생각하면 되죠?"

 

 "하... 그래. 근데 너, 그 얘기 다른 사람한테 한 건 아니겠지?"

 

 "아직은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델의 대답에 접수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한 달 전에만 해도 동생 바라기의 순진한 아이였는데, 이렇게 영악해질 줄이야.

 

 "그래, 입 조심하고 2층 주점에는 동물도 출입할 수 있으니까 거기서 기다려."

 

 "컹!"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깥에서 슈가 달려왔다.

 

 "쟨 하나도 안 변한 거 같은데."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접수원은 알지 못했었다.

 변해버린 그가 무슨 짓을 벌일지.

 

 "슈, 배고프지는 않아?"

 

 "컹!"

 

 2층에 올라와 자리를 잡은 델은 간단하게 음식과 우유를 시켜 슈에게 건네주었다.

 

 "끼잉..."

 

 "난 괜찮아. 너 많이 먹어."

 

 델과 슈는 정말 오랜만에 휴식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뒷세계에 발을 들인 대가를 치뤄야만 했고 정신은 피폐해지기만 했다.

 그곳에서는 마음 편하게 뭘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다.

 뭐, 그 덕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배불러?"

 

 "컹!"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슈는 델의 옆 편하게 누웠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슈를 쓰다듬어주며 델 또한 몰려오는 피로에 잠시만이라도 눈을 감으려 했지만.

 

 "뭐야? 노숙자가 여기 있어도 돼?"

 

 옆에서 들려오는 시비조의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다시 떠야만 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무리의 모험가들이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 옆에 서 있었다.

 

 "이봐, 집 없다고 여기서 잘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주변을 둘러보니 주점에는 남아있는 자리가 없었고 딱 봐도 초라해 보이는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얄팍한 시비에 응해줄 델이 아니었고 전에 받았던 임시 자격증을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 나무 쪼가리는 뭐냐?"

 

 "임시긴 하지만 저도 모험가에요."

 

 "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허접한 가짜를 보여주는 건 실례지."

 

 "가짜 아니에요. 길드 마스터 님께서 직접 전해주신 증명서에요. 여기 에일스터라 적혀 있고 꽃 그림도 있어요."

 

 "푸하하하! 그 바쁘신 길드 마스터 님이 직접 전해줬다고?"

 

 그들은 자신의 말은 쥐뿔도 믿지 않는 것 같다.

 

 "야, 거짓말도 정도껏 해라.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으니까."

 

 그들의 입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이런 누추한 꼴로 앉아 있다면 누구든 모험가라는 걸 의심하겠지.

 게다가 보여준 건 실제 모험가 자격증이 아닌 임시 자격증.

 거짓말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한 달 전의 델이었다면 여기서 물러났을 것이다.

 스스로 희생해 무의미한 갈등을 피했겠지.

 하지만 그건 한 달 전 델이었다.

 지금 피로가 극치에 달한 델은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움찔하고 움직이는 걸 느낀다.

 

 "다치기 싫으면 어서 일어나지?"

 

 "...나네."

 

 "지금 뭐라고 했냐?"

 

 "짜증난다고..."

 

 그동안 그의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고 있던 거대한 댐이.

 

 -쩌저적

 

 무너져 내린다.

 

 "정말 같잖다. 내 인생."

 

 귓가에 소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하루 아침에 마을을 잃고, 친구를 잃고, 이웃을 잃었잖아. 그것도 모자라 하나 남은 친족은 실종된 상태고.

 

 "...조용히 해."

 

 동생에게는 적어도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너는 아무것도 없잖아. 안 그래?

 

 "...씨끄려워."

 

 무능하고, 약해빠졌고, 쓸모도 없어. 바보같은 사랑만 흘러 넘쳐서는 소중한 건 하나도 지킬 수 없을테지.

 

 "제발 좀 닥치라고!"

 

 "이 새끼가 돌았나."

 

 -퍽!

 

 무리 중 대장격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델의 몸을 걷어찬다.

 힘없이 나가 떨어진 델은 뒤로 나동그라져버리고 자고 있던 슈는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진짜 뭣도 없구나."

 

 무력하게 왼쪽 눈을 빼앗기고, 뒷세계에서는 어린 아이들에게 조차 당할 뻔했다.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속을 전부 게워내야만 했고 자고 있는 사이 급습한 암살자는 슈가 아니었으면 정말 죽었을 거다.

 무르다.

 소녀의 말대로 자신은 물렀다.

 그러니 변해야만 한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동생을 찾기 위해.

 

 '조금이라도 좋다.'

 

 증오라는 감정을 지금 쏟아낸다.

 

 "그래, 바로 그거야."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한 소녀는 조용히 웃음짓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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