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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망각의 라그나로크
작가 : 오이먹는고슴도치
작품등록일 : 2022.2.27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을 잊어버린 한 소년, 과연 정해진 운명을 부수고 미래를 뒤바꿀 수 있을까...

 
1화
작성일 : 22-02-27 02:50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7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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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자, 오늘까지 할당된 작업이 많습니다. 모두들 잘 부탁드립니다."

 

 "...."

 

 오늘도 소년은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른다.

 그 자신이 어떤 운명을 짊어진지도 모르는 채로.

 

 "여, 꼬마야! 좀 쉬어가면서 해!"

 

 "괜찮아요. 헤헤."

 

 "저 녀석도 참."

 

 집에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는 발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매일매일 낮에는 공사판을 운운하면서 밤이 되면 여러 잔일들을 총동원하여 돈을 벌어야만 했다.

 어느 날은 가게에서 설거지를, 어느 날은 광석 운반을, 어느 날에는 몬스터들의 사체를 처리하기도 하였다.

 

 "자, 오늘도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하루하루가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무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살림살이 속에서도 그의 눈에는 언제나 빛이 존재했기에.

 

 "형!"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엔 언제나 늦둥이 동생이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다녀왔어, 닐."

 

 "어머, 델 왔구나?"

 

 집에는 이제 9살이 된 닐을 매일 돌봐주시는 줄리 아주머니도 함께 계셨다.

 다만 오늘은 다른 손님도 함께였다.

 

 "델!"

 

 "올리비아?"

 

 15살인 나와 동갑이자 줄리 아주머니의 딸 올리비아는 마법에 재능을 인정받아 작년에 기숙 학교에 입학했었다.

 

 "어쩐 일이야? 학교는? 방학이라도 한 거야?"

 

 "방학까지는 아니고 휴식 기간이야."

 

 그녀가 다니는 왕립 마법 학교는 매년 2번의 시험을 치르는데 낙제점을 받은 아이들을 제외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말이지, 날 촌동내 출신이라고 무시한 놈을 마법 시험에서 혼쭐을 내줬다니까!"

 

 "하하, 역시 올리비아는 대단하네."

 

 그녀는 오랜만에 이야기 보따리가 터졌는지 그간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너하고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마법 쪽으론 재능이 전혀 없는걸."

 

 마법의 재능.

 그것은 본능적으로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희미한 마나의 기척을 감지하여 그 본래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재능이다.

 올리비아는 어렸을 때부터 마나에 눈을 뜬 상태였으며 그 힘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그 소문은 입을 타고 우리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또 다른 마을로 흘러들어갔고 수도 지역까지 번져 그 소문의 실체를 알아내고자

 왕국의 마법 기사단이 직접 우리 마을에까지 찾아왔었다.

 이 나라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자는 극히 드물었기에 마법 기사단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자마자 왕립 마법 학교에 입학시켜준

 것이다.

 

 "나는 글렀지만 아마 닐에겐 있을지도 모르지."

 

 옆에서 반쯤 졸면서 이야기를 함께 듣는 델이 자신이 이름이 나오자 꿈뻑이며 나와 올리비아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럼 잠깐 시험해볼까? 정말 닐에게 마법의 재능이 있는지 말이야."

 

 "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그동안 마나에 대해 빠삭하게 공부했거든."

 

 자신만만하게 대답한 그녀는 닐의 자그마한 손을 잡더니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마나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나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닐의 상태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닐, 괜찮아?"

 

 "으으으..."

 

 "올리비아, 괜찮은 거 맞아?"

 

 약간 괴로운 듯 신음하는 동생이 걱정된 내가 물었지만 올리비아 역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끄으응..."

 

 "올리비아?"

 

 그때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데, 델..."

 

 "왜 그래?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거야?"

 

 "이건... 이건 미쳤어... 말이..."

 

 "왜 그러는데? 천천히 말해봐."

 

 "후, 잠깐 설명을 들어줘...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란 게 존재해."

 

 "응, 전에 마을에 마법 기사단이 왔을 때 들어본 적 있어. 나와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 그릇이 없어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거라면서."

 

 "정확해. 내가 닐에게 했던 건 나의 마나를 그에게 전달해서 마나를 수용할 그릇이 있나 없나 확인하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그런데?"

 

 "닐은... 내 모든 마나를 흡수했어. 그것도 모자라 주위의 모든 마나까지 전부!"

 

 "그렇다면 닐에게도 마법의 재능이 있다는 거야?"

 

 "델, 이건 단순한 재능이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야. 내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들도 이 정도의 마나를 흡수할 수는 없었다고!"

 

 "뭐어?"

 

 우리 둘 모두를 놀래킨 당사자는 막상 잠에 빠져들었을 뿐이었다.

 아직도 닐이 잠든 얼굴이 선하다.

 과연 그에게 있어서 괴물같은 재능은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올리비아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했던 날.

 그녀를 마중 나온 마법 기사단들이 닐을 찾아왔다.

 

 "형, 저 사람들은 누구야?"

 

 "괜찮아, 닐의 재능을 확인해주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야.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그들 중 한명이 올리비아처럼 닐의 손을 잡고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태연하게 날 쳐다보는 닐의 모습과는 반대로 마법 기사단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건... 확실히 대단하군."

 

 그는 닐의 손을 붙잡은 채로 감탄했다.

 

 "그릇의 끝이 보이질 않아. 설마... 그릇에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건가?"

 

 이제는 반쯤 농담으로 믿고 있었던 올리비아의 말이 사실이 되어버렸다.

 내 동생 닐에겐 정말로 엄청난 마법의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재능을 이런 곳에서 썩히기에는 아깝군. 올리비아 학생과 마찬가지로 우리 왕립 마법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권유할게."

 

 "하지만 닐은 이제 9살인데..."

 

 나는 닐을 홀로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왕립 마법 학교는 비용이 들지는 않았지만 닐은 아직 가족의 품에서 자라야할 시기였기에.

 

 "괜찮아. 우리 학교는 마법에 재능만 있다면 나이가 몇이든 신경 쓰지 않아. 학비도 받지 않고. 그리고 그에게도 남 부럽지 않은 생활을

 보장하지."

 

 남 부럽지 않은 생활.

 그것은 델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지금 그의 모습을 보아라.

 매일매일 그가 일해 돈을 벌지 않는다면 닐까지 굶을 수도 있고 줄리 아주머니의 도움만을 항상 바랄 수도 없었다.

 

 '그래, 닐을 위해서라도.'

 

 닐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마법 학교에 보내는 것이 그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늘, 올리비아와 함께 닐이 마을을 떠나 수도로 향했다.

 

 후에 돌아온 올리비아의 말로는 날 찾아 우는 닐을 달래느라 자신이 엄청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혼자 집에 남게 되었다.

 줄리 아주머니가 가끔씩 찾아와 저녁을 만들어 주실 때도 있지만 닐이 없는 집은 허전하기만 하다.

 

 "엄마, 아빠. 닐 그녀석이 학교에 가게 되었어. 그것도 왕립 마법 학교를."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 한 구석에 앉은 채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엄청 작았던 녀석이 이제 혼자 학교도 다니네. 마법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나봐. 마법 수도에서 온 마법 기사들도 놀라던데?

 엄청 자랑스럽지 않아?"

 

 그러다 갑작스럽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런데 좀 외롭기도 해. 이제는 혼자구나 싶고, 나도 재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괜한 얘기를 했네. 나는 괜찮아. 괜찮아

 질 거야. 꼭. 그곳에서 지켜봐 줘. 나도 남 부럽지 않은 자식이 될 테니까!"

 

 눈물을 흘릴 시간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짊어져야 할 운명이...

 

 '응? 운명이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스쳐간 단어.

 

 '나에게 무슨 운명이 있다고...'

 

 아무래도 닐이 떠나간 것에 적잖이 충격을 먹었나 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데 무슨 운명이 있다고.

 

 "하아암... 잠이나 자자."

 

 그리고 사건은 닐이 떠나고 2년이 지난 후에 터지고 말았다.

 

 "올리비아 누나! 빨리빨리!"

 

 "알겠어 욘석아. 좀만 기다려 봐. 여자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야."

 

 닐이 집을 떠나오고 벌써 2년이나 시간이 흘렀다.

 그중 1년은 시험 때문에 바쁘게 살아온 닐과 올리비아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제 7살이 된 닐이

 아직까지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올리비아를 재촉한다.

 

 "어휴, 이제 다 끝났다. 가자."

 

 준비를 마치고 나온 올리비아를 본 닐이 적잖이 충격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왜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그렇게까지 해서 형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거야?"

 

 "무, 무슨 소리를...! 그리고 그렇게까지라니!"

 

 "평소 모습하고 완전 다르구만."

 

 "이 꼬맹이가!"

 

 서로 투닥거리면서 고향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라타는 둘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생각에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행복이 마을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산산조각 날 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지만.

 

 "저... 여기가 마을 입구가 맞는 건가요?"

 

 마차를 몰던 운전수가 당황하며 두 사람을 부른다.

 

 "길은 맞게 왔는데 왜요?"

 

 "앞을 좀 보시죠..."

 

 운전수의 당황한 말투에 의아해진 두 사람이 마차에서 내리자.

 

 "이, 이게 무슨...?"

 

 "어...?"

 

 둘 모두 내뱉을 수 있는 언어를 상실해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사람들이 즐비한 마을 입구가 아닌, 완전히 묵사발이 난 폐허가 존재했기 때문에.

 건물들의 잔해가 바닥에 빈틈없이 널부러져 있고 사람들의 시체가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마, 말도... 안돼..."

 

 "어, 어째서 이런... 형, 형은?"

 

 충격에 주저앉은 올리비아를 뒤로하고 닐은 형을 찾기 위해 뛰쳐나갔다.

 

 "형! 델 형! 대답 좀 해봐!"

 

 그러나 그의 외침을 들어줄 이는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후 왕국 기사단이 도착.

 베릴 마을의 멸망을 마물들의 습격으로 발표.

 시체와 혈흔의 상태로 보아 3일 전 쯤 습격이 있었을 거라 추측.

 마을 사람 167명 중 생존자 0명.

 멸망한 마을과 가족과 고향을 잃고 남아버린 두 명의 아이.

 누굴 원망할 수도 없는 그들의 감정은 표적을 잃은 화살처럼 허공만을 맴돈다.

 

 "으.. 으윽..."

 

 그리고 여기, 운명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 한 소년이.

 

 "으아아아악!!"

 

 눈을 뜬다.

 

 "여, 여기는?"

 

 아담한 침대 위, 정신을 차린 델은 허둥지둥대며 주위를 경계한다.

 

 "허억, 허억... 여기는...?"

 

 아직 정신이 온전치 않았기에 천천히 숨을 고르며 어제의 일을 회상한다.

 

 "마물... 마물들은!? 아얏!"

 

 황급히 주변을 살피던 그는 가슴에서 통증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그렇게 움직이면 상처 다 벌어진다."

 

 델은 기척도 없이 다가온 노파에 놀라 한번 더 통증을 느껴야만했다.

 

 "하, 할머니는 누구세요?"

 

 "글쎄다, 이런 인적 드문 산속에서 조용하게 죽어가는 나보다는 강가에서 떠내려 온 네 정체가 더 궁금한데."

 

 "아..."

 

 이것이 노파와 델의 첫 만남이자 그의 인생의 큰 변환점이기도 했다.

 

 "베릴 마을이라..."

 

 "저희 마을은 어떻게 됐죠? 사람들은 무사한가요?"

 

 "진정해라. 확실히 베릴 마을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 그저 강가에 떠내려온 널 치료해준 것 뿐이니까."

 

 "그렇...군요..."

 

 델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피가 튀기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어젯밤의 일은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되었기에.

 검은 형체의 괴물들, 일명 마물이라 불리는 것들의 습격 속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무력한 자신의 모습과 죽음의 공포가 목덜미를 옥죄어온다.

 

 "...왜 우는거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델의 모습에 노파가 물었다.

 

 "저만... 살아남은 걸까요... 모두들 죽고 말았는데..."

 

 "...."

 

 공포와 절망, 설움과 두려움, 분노와 고통이 뒤섞인 그의 울분을 노파는 듣기만 할 뿐이었다.

 

 "눈앞에 줄리 아줌마는 잔해에 깔렸고, 필은 쓰러져 있고, 도그 아저씨는 사람들과 함께 마물들을 막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도망쳤어요... 죽어가는 마을 사람들을 두고...!"

 

 "하이고, 꼬맹아."

 

 그러다 죄책감에 휩싸인 그의 모습을 보며 노파는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 노파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 좀 들어봐라."

 

 델은 노파의 말대로 눈물로 적셔진 얼굴을 들어올렸고.

 

 "악!!"

 

 아주, 정말 아주 딱밤을 이마에 맞고 뒤로 쓰러져버렸다.

 

 "왜...?"

 

 그러나 노파는 더는 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꼬맹아, 힘들게 살려줬더니만 웬 잘난척이냐?"

 

 "...네?"

 

 "너는 네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노파는 델의 가느다란 팔을 낚아챘다.

 

 "조금 근육은 있다만 형편없는 수준이군."

 

 그러곤 다시 그의 팔을 놔주고는 독설을 이어나갔다.

 

 "덩치도 작고, 마법도 못 쓰고, 검은 잡아본 적도 없고, 몇 번 휘두르다 지쳐 쓰러지지만 않으면 다행인 상태군."

 

 "...."

 

 노파의 독설은 델의 귀에 따갑게 꽂혀갔다.

 

 "그런데 뭐? 네가 도망쳤다는 것에 마을 사람들을 버렸다느니 같은 이상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잘 들어라. 너는 그 상황에

 도망칠 수밖에 없던 연약하고 나약한 꼬맹이었을 뿐이야. 네가 도망친 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죽은 것만 같냐? 천만에.

 그때 네가 무슨 짓을 하던 결과가 달라질 일은 하나도 없었을 거다. 그저 한명 더 죽어나갔을 뿐이겠지."

 

 "...."

 

 그럼에도 멍하게 자신을 쳐다만 볼 뿐인 델을 보며 노파가 말을 이었다.

 

 "아직도 모르겠냐? 손바닥을 좀 봐봐라."

 

 델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긁히고, 불에 데였는지 피부도 살짝 벗겨지고 손톱도 몇 개 빠져있는 자신의 손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공포에 각색되었던 그날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아마 너는 그냥 도망친 것도 아닐 거다. 분명 누군가를 잔해에서 구해내려고 애썼겠지. 그 손의 상처들이 그 증거고."

 

 그래, 잔해에 깔려 도망도 치지 못하던 줄리 아줌마를 보고 곧장 달려가 어떻게든 아줌마를 구해내려고 했었다.

 그러나...

 

 '도망치렴, 어서!'

 

 처음으로 화를 내듯 큰 소리로 나에게 도망치라 한 아줌마의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달려나갔었다.

 

 "그리고 강가에서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네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냥 단순히 기절해 있어서가 아니야. 네 옷에 묻어난

 엄청양 양의 피 때문이었지. 하지만 너는 살아 있었고 그 피는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 아마 네가 이미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은 누군가를 업고 옮기려다가 그 피가 묻어난 거겠지."

 

 "아, 아아..."

 

 집 밖으로 나가자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러나 단 한명, 나보다 한 살 아래인 필만이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를 엎고 도망치려고 했었다.

 

 '델... 형...'

 

 '괜찮아, 말하지 마... 괜찮아질 거야...!'

 

 괜찮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런 거 아무 일도 아니니까!'

 

 '형... 나... 너무 졸려...'

 

 '필? 필! 대답 좀 해봐!'

 

 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필을 주저않고 죽음으로 내보낼 뿐이었다.

 

 "으, 으으으..."

 

 마지막으로 노파는 침대 옆에 새워져 있던 곡괭이 하나를 그에게 보여줬다.

 

 "이게 뭔지 알겠냐?"

 

 "...아뇨..."

 

 "어제 강가에 떠내려온 네가 손에 쥐고 있던 거다. 의식이 없음에도 얼마나 꽉 쥐고 있었는지 뗴어내느라 혼났다 임마. 이건

 네가 사람들과 함께 마물들을 막기 위해 사용하려고 했던 거겠지."

 

 숨을 거둔 필을 두고 도망치던 나는 도그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도그 아저씨!'

 

 '델! 살아 있었구나!'

 

 '하지만 이미 마을이...'

 

 '괜찮다.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든 해 보마. 너는 어서 도망치렴.'

 

 '아뇨, 저도 사람들과 함께 싸울게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쓰러져 있던 사람의 손에 잡혀 있던 곡괭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뭐? 헛소리 하지 말고 도망치기나 해!'

 

 그리고 나타난 마물에 도그 아저씨가 사람들과 합세하여 막아섰고 나 또한 그러려고 했지만.

 

 '델! 이번에는 말 좀 들어라!'

 

 '윽...!'

 

 '너같이 비실비실한 놈 없어도 우리는 괜찮으니까!'

 

 그렇게 나는 사람들에게서 발을 돌려 숲을 향해 뛰어갔다.

 뛰고, 뛰고, 또 뛰었다.

 이젠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멈춰섰고 그 순간 나는 등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넘어지고 말았다.

 

 '크르르르륵....'

 

 '아, 으아아...'

 

 도망치던 나를 보고 마물이 따라붙었던 것이다.

 

 '으아아악!!'

 

 겁에 질린 난 마물을 향해 곡괭이를 휘둘렀지만 발빠른 마물은 가볍게 내 공격을 피하더니 한번 더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주춤거리며 뒤로 넘어진 나는.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너는 비겁하게 사람들을 배신하고 도망친 게 아니야. 네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을 다했던 것 뿐이지."

 

 "흐윽, 흐으윽..."

 

 또다시 울음이 터져버린 델이었지만 이번엔 좀 더, 편해 보이는 눈물이었다.

 

 "이제 진정이 좀 됐냐?"

 

 "...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됐다. 어차피 할 것도 없는 심심한 노친네일 뿐이니까."

 

 "그래도 이 은혜를 어떻게..."

 

 "정 갚고 싶다면... 내 일이라도 좀 도와주던가."

 

 "일이요?"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동물들을 돌보는 일이야."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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