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정령왕의 소환자
작가 : 천향
작품등록일 : 2022.2.26

정령왕을 소환한 사내

 
정령왕을 소환한 날
작성일 : 22-02-26 23:15     조회 : 300     추천 : 1     분량 : 441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치는 밤.

 

 세차게 내리는 비와 함께 성난 파도가 끊임없이 굉음을 울리고 있는 사이 바다를 향한 벼랑 위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커다랗게 덮쳐 오는 파도가 거세게 벼랑을 쳐대고 자신을 주저 앉힐 듯이 무섭게 쏟아져 내리는 폭우 속에서 사내는 무언가를 쳐다 보고 있었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자그마한 소환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비에 젖어 흐물흐물해져 있는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누구나...정령 소환법]

 

 물에 잔뜩 젖어 글자를 알아보기도 힘든 소환서는 이내 절벽을 때리는 파도에 휩쓸려 가고 말았다.

 

 귀가 멀어버릴듯이 시끄러운 천둥소리와 사내의 몸을 당장이라도 집어 삼킬듯한 파도,

 넘실거리는 거대한 파도를 곁에 두고서도 동상이라도 된 듯이 굳어 있는 사내의 모습은 마치 불경한 행동을 보고 하늘과 바다가 엄벌이라도 내리는 듯한 신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게 할 정도였다.

 

 세상의 모든 엄벌이 자신을 향하는 듯한 상황에 모든 신경을 오직 소환진에게만 집중하며 단 한 치의 미동도 없던 사내는 이윽고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곤 아주 경건하게 무릎을 굽혀 소환진에 조심스레 손을 대었다.

 

 그리곤,

 

 그것뿐이었다.

 

 "제발..."

 

 소환을 하려면 당연히 입에서 흘러나와야 할 소환문.

 사내는 소환문을 읊지 못했다.

 단 한글자도.

 

 대신 간절한 염원을 내뱉었다.

 

 "제발...제발 나타나주세요."

 

 정령을 한번이라도 소환,아니 단순한 지식만 가지고 있을지라도 사내의 행동을 본 이는 누구나 어처구니가 없었을 것이다.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소환진과 소환문, 그리고 소환 후 정령과의 맹약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기본적인 행위도 없이 정령을 소환하려 하는 것이다.

 

 글을 알지 못하는 사내는 그저 책에 그려진 소환진만을 막무가내로 따라 그렸다.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조차 모르는 사내가 그나마 머리를 써서 소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바로 정령이 나타나기 위한 가장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

 

 물의 정령을 소환하고자 물의 기운이 가장 풍부한 곳을 찾았고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지금 폭우가 내리는 날, 바다와 가장 가까이 사내가 서 있는 이 절벽 끝이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차치하고서라도 사내가 정령을 소환해내기는 지극히 희박, 아니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에게는 소환이 불가능한 다른 치명적인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사내는 소환진을 바라보며 그가 할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그저 간절히 염원하며 소환진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커다란 파도가 쉴새없이 사내를 덮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럼에도 몇번이나 벼랑 끝으로 휩쓸려 바다 속으로 떨어질뻔한 사내는

 몸을 바닥에 꼭 붙인 채로 여전히 눈만은 소환진이었던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환진은 매우 깊이 그려놓았지만 그마저도 계속 몰아치는 파도에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사내는 자신의 눈 속에 새긴 소환진을 투영한 곳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비바람에 젖은 사내의 몸은 오한으로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몸이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사내는 어느순간부터 감각조차 잊어 버리고 말았다.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어찌나 용을 썼던지 손은 땅속에 박은채 온몸이 그대로 굳어진 채였고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쉬었을 뿐만 아니라 입을 열 기력조차 없었다.

 정신을 잃었는지 차렸는지 인지할 사이도 없이 그는 끊임없이 물의 정령이 나타나기만을 염원할 뿐이었다.

 

 천둥 번개가 고막을 울릴 정도로 요란하게 치며 폭우가 절정에 달한 후 새까맣던 하늘이 하얗게 빛날 만큼 번개만이 남은 하늘에서 내리던 비가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마음 속으로 기도하며 소환진만을 바라보던 사내는 어느순간 자신의 몸을 송곳처럼 파고들던 빗방울이 점점 약해지고 있단걸 깨닫게 되었다.

 

 '안돼...!'

 

 영원할 것처럼 끝나지 않을 듯한 폭우가,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는 듯 몰아치던 파도가 점차 약해지는 걸 알게된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지막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몸은 만신창이라는 걸 사내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더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자신은 분명 다시는 눈뜨지 못할 것이다.

 

 힘겹게 다시 뜬 사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본인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물의 정령을 소환해야 했다.

 왜냐하면...

 

 "...니..."

 

 한숨처럼, 혹은 마지막 생명의 내쉼처럼 사내의 눈물과 함께 마치 신을 부르는 듯한 간절한 목소리가 무의식적으로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사아아...

 

 작지만 희미하게 소환진이 그려져있었던 곳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환진의 변화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무언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검은 선은 소환진이 빛을 내뿜는 것과 공명하기라도 하듯 발 끝에서부터 갑자기 나타나더니

 마치 생명체처럼 돋아나 사내의 발을 타고 올라갔다.

 검은 선은 덩굴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내의 피부 위로 천천히 하지만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발에서 시작된 문신은 그의 다리로 뻗어나가 허리, 가슴을 뒤덮고는 곧 그의 목 언저리에 맴돌았다.

 

 검은 선은 마치 문신을 새긴 것처럼 지나온 모든 자리에서 검붉은 피가 배어져 흘러나오고 있었다.

 

 매우 기묘한 현상이었지만 사내는 자신의 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듯 희미하지만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소환진의 빛을 커다래진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어...니..."

 

 사내가 다시 한 번 무언가를 나지막히 읊조렸다.

 

 사내의 몸에서는 이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뜨겁게 타고 있는 불을 차가운 물로 바로 덮으려 하는 것처럼.

 그의 몸은 연기에 둘러 쌓였고 수증기와 함께 아까부터 흘러나오던 검붉은 피가 이내 사내의 몸을 덮어갔다.

 

 "쿨럭"

 

 사내의 몸을 타고 오르는 검은 선의 색깔이 더욱 진해지고 많아졌다.

 사내는 온 몸을 휘감는 충격적인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입에서 새까만 피가 한 움큼 토해져 나왔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니 차라리 정신을 놓아 버리는게 더 편할 정도의 고통이 그를 옭아 맸다.

 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힘으로 정신을 붙잡으려 애썼다.

 사내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이제는 덩어리로 뭉친 채 마치 작은 계곡을 연상할 정도로 비와 함께 암벽을 타고 바다로 흘러 내렸다.

 

 사내가 죽을 듯한 고통에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이 소환진은 그의 고통에 비례하는 듯 조금씩 조금씩 더 밝은 빛을 내뿜었다. 아무런 소환문도 없이 제대로 발동하는 소환진은 유례가 없었던 것이었기에 일반적인 정령술사가 보았으면 경악할 만한 일이이지만 소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내는 고통에 흐려진 눈으로 그저 악착같이 그 빛을 보고 있었다. 소환진이 밝아질 수록 그와 비례하여 자신의 고통도 커졌지만 사내는 자신의 아픔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기적같이 발동하는 소환진이었다.

 

 '한 번만...한 번만 다시 볼 수 있다면...'

 

 희망의 빛을 보는 동안 사내의 검은 선은 이제 눈동자 언저리까지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피눈물이 흘러 시야가 흐릿해졌다.

 하지만 사내는 핏물이 가득 찬 눈으로 끝까지 소환진을 쳐다 보았다.

 기적처럼 빛을 내는 소환진이 잠시라도 눈을 떼면 신기루처럼 사라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내의 의지와는 달리 소환진을 향해 손을 뻗은 사내의 몸은 온통 검은 선으로 덮여버렸고 그것은 마치 몸 전체가 기묘한 형상을 새긴 동상처럼 보였다.

 

 사내의 감각은 죽어갔고 그의 정신은 이미 한없이 흐릿해져 갔다. 밝게 빛나던 소환진이 그의 의식이 멀어짐과 함께 점차 사그라 들고 있었다.

 멀어져 가는 정신의 끝 자락에서 줄어드는 빛을 보며 사내는 절망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간신히 붙잡은 기적을 자신의 하찮은 몸뚱이가 고통 하나를 버텨내지 못하여 잡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화가 나고 동시에 슬펐다.

 이를 악물수도, 주먹을 피가 나게 쥘 힘도 없는 무력함에 사내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렀다.

 

 그리곤 점차 사라지는 빛을 보며 아까부터 간절히 되내이던 그 이름.

 어차피 모든 희망이 사라진 이 순간 그 이름만이라도 지금 당장 죽더라도 다시 한번만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마지막 모든 힘을 모아 입을 열었다.

 

 "어...머...니..."

 

 사내는 마치 처음처럼 돌아간 빛이 느껴지지 않는 소환진을 보며 모든 힘을 쥐어짜 어머니를 부르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아아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빛이 방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렬하게 소환진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거대한 빛과 함께 세상이 마치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조금씩 잦아들긴 했지만 그래도 매섭던 파도와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고 오직 조용한 바다와 화창하게 맑은 하늘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이 평온해진 벼랑 위에는 사내 외에 또다른 존재가 있었다.

 

 

 갈색빛 머리에 반듯한 얼굴의 물빛 원피스를 입은 여인.

 

 너무나 이질적인 공간에서 너무나 평범한 모습으로 긴 속눈썹을 드리운 채 눈을 감은 채 서있던 여인이 마치 잠에서 깨듯 눈을 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드래곤 케르샤 2022 / 2 / 28 170 0 15461   
12 중간계에서 2 2022 / 2 / 28 178 0 12796   
11 각자의 사정 2022 / 2 / 28 188 0 6256   
10 드러나는 진실 2022 / 2 / 28 171 0 3979   
9 중간계로 2022 / 2 / 28 170 0 5572   
8 곁에 있게 해주세요. 2022 / 2 / 28 180 0 6074   
7 기억의 조각 3 2022 / 2 / 28 181 0 11289   
6 기억의 조각 2 2022 / 2 / 28 175 0 4740   
5 기억의 조각 2022 / 2 / 28 184 0 4456   
4 깨어난 소환자 2022 / 2 / 28 179 0 2108   
3 또다른 방문자들 2022 / 2 / 28 188 0 7233   
2 물빛 원피스를 입은 여인 2022 / 2 / 26 190 1 6271   
1 정령왕을 소환한 날 2022 / 2 / 26 301 1 441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