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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의 편지
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4

받는 이, 받는 시간을 쓰면 과거든 미래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전달되는 우표를 갖게 된 소영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1부 - 제 10화. 17년 뒤
작성일 : 22-02-26 12:08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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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수도의 중심지. 30층 높이의 초호화 아파트가 기다란 그림자를 늘어뜨려 거리를 검게 물들였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서 고급 세단이 미끄러져 올라왔다. 밝은 빛이 차 내부로 환하게 쏟아졌다.

 

 뒷좌석에는 세련된 옷차림과 고급 메탈시계, 커다란 결혼반지를 낀 한 여인이 다리를 꼰 채 우아하게 앉아 있다.

 

 눈부신 듯 무심하게 들어 올린 손으로 햇빛을 가렸다. 이내 햇살이 도로의 그림자에 의해 사라지고, 여인이 손을 내렸다.

 

 

 

 여인이 탄 차는 운전사의 훌륭한 운전으로 안전하게 성실기업 사옥에 도착했다. 멀리서 바도 눈에 띄는 거대한 건물을 자랑하는 성실기업 사옥은 외벽 전체가 통유리로 돼 눈부신 크리스탈처럼 보였다.

 

 세단이 입구에 부드럽게 멈추자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장차림의 비서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

 

 뒷좌석에서 내린 우아한 여인은 바로 42세가 된 소영이었다.

 

 “반갑습니다, 사모님.”

 

 소영이 입구로 또각거리며 다가가자 대기하고 있떤 여럿 정장을 입은 비서들이 그녀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네.”

 

 커다란 방과 커다란 책상. 사장실에 노크소리가 울리자 모니터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장이 대답했다. 그의 명패에는 ‘모석우’라 이름 쓰여 있다.

 

 이내 문이 열리고 소영이 들어왔다. 40세가 된 석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귀찮게 여기까지 왔어.”

 

 “이따 가족 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가기로 했잖아.”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 여보. 애들도 곧 올 거야. 고 비서가 데리러 갔어.”

 

 “당신도 참. 나는 빼고 애들만 부른 거야?”

 

 “애들은 학교에서 바로 오는 거잖아. 그리고 당신 생일인데 우리가 직접 모시러 가야지. 깜짝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네.”

 

 석우는 소영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소영은 회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소파에 앉아 책상에 있던 잡지를 펼쳐 들었다. 표지에 석우의 전신사진이 장식 돼 있었다.

 

 <젊은 CEO.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초신성. 성실그룹 회장 모석우>

 

 잠시 후 노크도 없이 문이 발칵 열렸다. 사장실 문을 마음대로 열 수 있는 건 딱 두 사람 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교복 차림의 지혁이 옆구리에 농구공을 끼고 먼저 들어왔다. 중학생 교복 차림의 지아는 방방 뛰는 지혁이 한심한 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죄송합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라고 일러도……”

 

 뒤늦게 들어온 고 비서가 진땀을 흘렸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소파 위로 몸을 던져 드러누웠다.

 

 “괜찮아요. 아빠 사무실에 오는데 누가 노크를 해요. 수고했어요, 고 비서님.”

 

 “예. 그럼 이만……”

 

 고 비서가 문을 닫고 나가자 석우는 소영에게 멋쩍게 웃어 보였다. 소영은 갑자기 벌어진 소란이 즐겁다는 듯 소리 없이 웃었다.

 

 “엄마도 있었네?”

 

 지혁이 누운 채 머리 위로 농구공을 던졌다, 받았다.

 

 “너희 맨날 이런 식으로 아빠 사무실 와서 소란 피우는 거야?”

 

 소영이 말하자 막내딸 지아가 괜히 고개를 돌려 엄마의 시선을 피했다.

 

 “오늘 오빠 농구 졌대.”

 

 지아가 화제를 돌리기 위해 딴 얘기를 했다. 지혁은 고등학교 농구선수로 활동 중이었다. 아직은 1학년이지만 지역에서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 얘기는 꺼내지도 마. 홈콜이었어.”

 

 “왜. 이긴 것도 아니잖아. 오늘 오빠 한 골도 못 넣었대.”

 

 지아는 엄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를 놀리는 게 재미있는 듯 보였다.

 

 “오빠 아직 1학년이잖아. 그리고 지난 경기에서 MVP 받았다며.”

 

 “그래!”

 

 지혁은 그제야 기세등등해서 소리쳤다. 그러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에 공중으로 띄운 농구공을 놓쳐 중력에 의해 공이 그의 얼굴로 떨어졌다. 지혁은 얼굴을 감싸고 신음을 냈다.

 

 “거의 마무리 해가니까. 조금만 기다려.”

 

 “여섯 시면 끝난다며. 지금 딱 여섯 시야. 배고파 죽겠어.”

 

 “모지혁. 말버릇.”

 

 소영이 아들에게 한 소리 했다. 지혁은 괜히 투덜거렸고, 지아는 그런 오빠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석우는 그런 가족을 힐끗 보고는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 . . . . .

 

 “나 궁금한 거 있는데.”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던 지아가 문득 물었다. 책상 위에 있던 세 개의 초가 하늘하늘 거리며 예쁜 그림자를 만들었다.

 

 와인을 마시던 석우가 잔을 내려놨다.

 

 “엄마아빠는 어떻게 만났어?”

 

 “얘기 안 해줬나?”

 

 “어렸을 때 해줬던 거 같은데, 까먹었어.”

 

 소영과 석우는 수줍은 듯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재미없어. 엄마아빠 얘기.”

 

 지혁이 큼지막하게 썰은 고기를 입 안 가득 밀어 넣으며 말했다. 지아가 오빠를 째려봤다.

 

 “가만히 좀 있어봐.”

 

 “쪼끄만 게……”

 

 소영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더니 재밌는 게 생각났다는 듯 쿡쿡 웃었다.

 

 “니들 아빠가 먼저 나 좋다고 따라다녔지.”

 

 “무슨 소리야.”

 

 석우가 괜히 민망해져서 스테이크를 썰었다.

 

 “맞잖아. 아빠랑 재영이 삼촌이랑 친구인 건 알지? 엄마 힘들 때 아빠가 계속 옆에 있어줬어.”

 

 “오. 의외로 로맨틱하네?”

 

 지아가 괜히 더 부끄러워져서 말했다.

 

 “벌써 언제 적 얘기야.”

 

 부부는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지아는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보기 좋은 듯 따라 웃었다.

 

 

 

 “모 회장 아니야?”

 

 가족들이 신나게 대화하는 중에 낯선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멋지게 정장을 차려 입은 60대의 강 회장이 서 있었다. 석우는 강 회장을 알아보고는 일어나서 그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강 회장에 옆에 있던 비서 민영이 석우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강 회장님.”

 

 “가족끼리 밥 먹으러 왔나 보군?”

 

 석우는 당황한 기색을 최대한 숨기며 강 회장이 내민 악수 손을 잡았다. 분위기를 대충 인지한 소영이 자리에 일어나서 강 회장에게 목례했다.

 

 “네. 오늘 아내가 생일이라서요. 식사하러 오셨어요?”

 

 “아니. 위층에서 세미나가 있어서. 지나가는데 모 회장 보이길래 잠깐.”

 

 강 회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석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지난 번 마케팅은 정말 좋았어. 하루 빨리 계약서 마무리 하자고.”

 

 “네 회장님. 스케줄 잡아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곽 비서 통해서 연락 줘. 그럼.”

 

 강 회장이 껄껄 웃으며 돌아서자 민영이 석우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곤 그를 따라 나갔다. 석우는 식은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았다.

 

 “누구야?”

 

 소영이 남편에게 물수건을 건네며 물었다.

 

 “아. 이번에 새로 계약하려는 거래처 회장이야. 여기서 만나네.”

 

 물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낸 후에야 석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두 사람이 나간 출구 쪽을 괜히 한 번 더 힐끔거렸다. 강 회장과 민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저 먹자. 미안해.”

 

 네 가족은 다시 오붓한 저녁 식사를 즐겼다.

 

 . . . . . .

 

 “나 차에 지갑 두고 그냥 왔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영이 가방을 뒤지다 말했다. 엘리베이터는 이제 막 도착해 문이 열렸다. 지혁과 지아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내가 가져올게. 먼저 올라가.”

 

 “아니야. 차 키 줘. 내가 가지고 올게. 먼저 올라가.”

 

 소영은 남편에게서 차 리모컨을 받아 지하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소영의 구둣소리가 지하주차장에 메아리 쳐 울려 퍼졌다. 거대한 동굴에 들어온 듯 작은 소리도 어린 아이의 악몽처럼 증폭됐다. 멀리서 차바퀴가 내는 마찰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차에 도착한 소영은 리모컨을 눌러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면서 들리는 커다란 알림음이 들리자 소영은 화들짝 놀랐다.

 

 ‘이 소리가 원래 이렇게 컸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녁을 늦게까지 먹은 탓에 이미 지하주차장은 만원이었고 퇴근한 발걸음들은 보이지 않았다.

 

 조수석 문 수납함에서 지갑을 찾을 수 있었다.

 

 “아까 괜히 여기다 둬서.”

 

 소영이 차 문을 닫고 리모컨으로 문을 잠갔다.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로 가려는데.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건 마치 안개 속에서 서서히 조여 오는 중력과도 같았다.

 

 처음엔 천천히, 그리고 점점 빠르게. 그 발소리가 자신에게 가까워진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는 걸 소영은 알았다.

 

 발소리가 들리는 등 뒤로 홱 돌아봤다.

 

 “차소영.”

 

 발소리의 주인공은 어느새 소영의 앞까지 와 있었다.

 

 소영은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서서 남자의 눈을 쳐다봤다. 너무 놀란 나머지 성대가 완전히 수축 돼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소영의 심장소리가 남자의 발소리보다 더 컸다.

 

 “너 차소영 맞지.”

 

 깎지 않은 수염. 덮수룩한 머리. 완전히 빼빼 말라 각진 얼굴. 오랜 세월 햇빛에 그을려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지만 소영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지난 17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를 잊은 적이 없었다. 잊을 수가 없었다. 그를 잊는다는 건 소영의 모든 걸 잃는 것과 같았으니까.

 

 “나관희?”

 

 소영이 간신히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알 수 없는 한기가 온 몸을 파고드는 걸 느꼈다. 그의 이름이 입 밖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영은 말 그대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17년 만이네……”

 

 관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무표정으로 소영을 내려다봤다.

 

 소영의 귀에서 방울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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