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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9화
작성일 : 22-02-26 04:47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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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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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희는 으슬한 한기에 눈을 떴다. 어제부터 숙소 아궁이가 오락가락 하더니 결국 고장이 났는지 방바닥이 온통 차갑다. 복희는 이불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다가 되려 오들오들 떨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무래도 이불을 빌려와 바닥에 하나 더 깔고 자야 할 성 싶다.

 

 "얘, 순임아. 자니?"

 

 복희는 그녀의 방 짝지인 순임에게도 이불이 필요한지 돌아보았다. 덩치가 왜소하고 어릴 때부터 감기를 자주 달고 살았던 순임은 강골인 저보다 추위를 훨씬 많이 탄다. 제가 깰 정도면 이미 고열에 시달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복희의 옆자리에는 순임이 자고 있었다. 아니, 자고 있어야 했다.

 

 "순임아?"

 

 돌아본 자리엔 걷혀진 이불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소피가 마려워 뒷간에 갔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에 문득 오싹한 예감이 들었다. 복희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불현듯 보름 전부터 궁인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괘소문이 떠올랐다. 들었을 때는 그저 그런 재미없는 괴담일 뿐이라 콧방귀 뀌었지만, 왜 지금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여인의 직감이다. 복희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순임의 이부자리를 쓱 만져보았다. 온기가 전혀 없다. 잠깐 잠에서 깨 뒷간에 갔다 올 참이면 온기가 이리 식을리 없다. 몰래 숨겨둔 다과라도 군것질하려고 소줏방에 갔을 참이면 황급히 나간 듯 이불이 흩트러져 있을리 없다.

 

 "순임아!"

 

 복희는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순임의 이름을 부르며 복도를 뛰쳐나갔다. 맨발에 머리도 묶지 않은 채 큰방 상궁이 보면 매우 경을 칠 모습이었으나 지금 그런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복희의 시끄러운 움직임에 잠귀밝은 다른 방 궁녀들이 잠에서 깨어 등잔불을 켰다. 이내 곧 숙소의 방 여러 군데에서 불이 커졌다. 복희는 신발을 찾아 신을 새도 없이 마루에서 돌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갔다. 자갈과 불편한 감촉이 맨 발을 간지럽히다 못해 상처를 냈지만, 복희의 표정은 다급하기만 했다.

 

 

 

 건물 너머와 소줏방, 그리고 뒷간, 샅샅이 뛰어다니며 뒤져보았으나 순임의 머리칼 한 올도 보이지가 않는다. 복희의 단정했던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하얀 치맛자락은 흙이 묻어 볼품없어졌다. 등불도 들고 오지 않을만큼 씩씩한 순임의 얼굴엔 조금씩 두려움과 무서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문득 기분 나쁜 이끌림이 등 뒤에서 복희를 불렀다. 차가운 새벽 공기에 뛰어다니느라 코와 볼이 부르터버린 복희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우물이다. 세숫간 나인들이라면 생각시 때부터 물을 길으러 다녔던 그 우물이다. 두레박으로 우물 밑까지 내려다보겠다며 덩치 좋은 아이와 도르래 놀이를 하다 상궁 마마님께 된통 혼이 났었던 우물이다. 복희의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닫혀있어야 할 우물 덮개가 나동그라져 있다. 우물 옆에 있어야 할 두레박과 밧줄이 없다. 이내 우물에 도착한 복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얼굴엔 핏기가 삭 가셨고, 호랑이라도 마주한 듯 새파랗게 질려있다. 부디 아니길, 순임이 아니길. 간절히 소원하며 복희는 우물을 내려다 보았다.

 

 

 

 "꺄아아악-!!!"

 

 복희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와 구슬픈 곡소리가 깊은 새벽 바람을 타고 멀리 흩어졌다. 그 소리에 깨어난 세숫간 숙소의 모든 궁인들은 동이 틀 때까지 다시 잠들지 못했다.

 

 

 

 *

 

 

 

 궁궐을 이루는 것은 사람이요, 사람이 모인 곳엔 소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날이 밝자 간밤 세숫간 나인 중 한 명이 우물에서 목을 멘 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온 궁궐 개구멍에까지 퍼져 궁인들 입 사이로 속닥거리고 있었다. 궁녀가 우물에 목을 메어 자살하는 일은 자주 있진 않았으나 종종 없지도 않았다. 남들 보기엔 멋있어 보여도 혼인 못하고 끝까지 수발 들다 썩는 것이 얼마나 남모르는 고통과 인내인지는 오직 궁인들만이 알았으니까. 별감과 마음이 맞아 끙끙 앓다 아이를 가져 자결한 궁녀부터 생활고로 팔려와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우물에 뛰어든 궁녀까지 사인도 다양했다. 그래서 보통 이런 일이 일어나면 웃전에 알려지지 않도록 쉬쉬하며 처리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죽은 순임에 대한 소문은 달랐다. 복희가 한밤중에 동무의 시신을 끌어올려 한참을 울다가 동이 트자마자 감찰부에 스스로 달려가 제 동무는 자결한 게 아니라고 이마를 찧어대며 항변했기 때문이어서는 아니었다. 순임이 우물에서 발견된 세번째 궁녀였기 때문이었다.

 

 

 

 복희는 급작스러운 휴가를 얻었다. 동무의 죽음으로 얻은 휴가는 전혀 기쁘지 않다. 아침 해가 중천에 떠서야 감찰부에서는 순임의 시신을 내어주었고, 어릴 때부터 복희와 순임을 가르쳤던 스승 상궁과 다른 궁인들 몇이 약소한 장례를 치룰 수 있도록 복희를 도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하호호 떠들며 다음 휴가 때는 접날 장에서 보았던 노리개를 사러 가자 약조했던 순임이, 싸늘하게 굳어 상여에 들려나간다. 한낱 궁녀의 죽음에는 상복도 입지 못한다. 복희는 순임이 입던 분홍빛 저고리에 다홍색 치마를 다 태우고서야 자신의 붉은 치마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다. 소리는 내지 못했다. 지나가던 궁인들은 벌써 퍼진 소문에 저 나인이 그 나인이냐며, 안타까움에 혀를 끌끌 차며 그녀를 피해갔다. 보이지 않는, 구중궁궐 여인들의 위로다.

 

 눈물로 얼룩진 고개를 들고 복희는 무언갈 다짐한 듯 이를 악물었다. 곧 복희는 자신의 숙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중궁전의 궁인들 사이에서도 간 밤에 죽은 순임에 대한 소문이 한창 도는 중이었다. 중궁전에 아침 문안을 올리러 온 세 후궁 마마님을 모시는 지밀 궁인들 또한 함께 머리를 맡대고 그 소문에 대해 입을 모았다. 소문은 소설이 되어 몸집을 부풀리고 곧 관계없는 낭설이 붙곤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순임의 죽음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은 남겨진 자들이 감당해야 할 분노로 고스란히 남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콧대 높고 남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이곳 지밀 나인들의 말을 복희가 들을 리 없다는 것이었다.

 

 

 

 한편, 궁인들과 달리 화려한 색 당의를 입은 웃전들에게는 조금 다른 소문이 돌고 있었다.

 

 "중전마마께 문안 인사 올리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화려하게 치장한 세 여인이 중전을 찾아왔다. 본처로서 한 집에 첩이 셋이나 있는 게 마땅치 않을 법도 하나 그에 더해 매일 그들의 문안 인사를 받고 자애로운 척 담소를 나눠야 하는 것이 투기하지 않는 중궁의 덕이기에, 그녀는 오늘도 자리에 앉아 미소와 따뜻한 차를 대접해야만 했다.

 

 절을 마친 후, 품계에 따라 숙의 원씨, 소용 임씨, 소원 신씨가 중궁과 가까운 자리에 차례대로 앉았다. 이내 찻상이 그들의 앞에 내어졌고, 이후 숙의가 손뼉을 부딪히며 칭찬 같은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 중전마노라! 오늘도 차 향이 매우 좋습니다. 중궁전 궁인들의 차 우리는 솜씨는 주인을 닮아 궁방 최고인 것이겠지요?"

 

 입에 발린 말이다. 진심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쭉정이 같은 그런 칭찬이었다. 숙의가 몸을 흔들 때마다 코가 마비될 듯한 역겨운 꽃 향기가 풍겼다. 향유를 바른 듯 했다. 과연 그의 숙부가 성공한 거대 부호 역관이라는 것을 자랑하듯 가채부터 당의의 비단까지 부기가 철철 흘러넘친다. 중전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수긍했다.

 

 "그런가요."

 

 "물론입니다, 마노라. 저는 매일 밤 잠들기 전 다음 날 마노라께서 대접해주실 차를 떠올린답니다."

 

 숙의 원씨는 4년 전 간택된 후궁이었다. 종2품 숙의淑儀 봉작을 받은 그녀는 가냘프게 위로 쭉 찢어져 여우같은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키는 멀대같이 크고 늘씬했으며 적당히 풍만해 한번쯤은 다들 돌아볼 법한 외모였다. 그러나 아가씨 소리를 들으며 오냐 오냐 자라서인지 아랫사람은 매우 깔보고 윗사람의 비위 맞추기는 철저한 사람이기도 했다. 같은 해 몇 달 전 그녀보다 먼저 입궐한 소원昭媛 신씨가 정4품에 임명된 것을 보고 은근히 그녀를 깔보곤 한다는 것이 눈에 대놓고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의 품계가 훨씬 높은 지라 마땅한 태도라고 두둔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숙의는 윗사람의 눈치에 맞추어 거슬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므로.

 

 

 

 "그렇지 않나요, 소용? 오늘따라 유독 말이 없네요."

 

 중전이 더 말을 맞추고 싶지 않다는 기색을 읽은 숙의는 말을 제 앞에 앉은 소용에게 돌렸다. 은근히 툭툭 던지는 말투는 상대를 은근히 얕잡아보는 그녀의 기술이다. 소용 임씨는 들은 척도 않은 채 태연히 대꾸했다.

 

 "차는 말이 아닌 입으로 즐기는 것이니, 중전께서 주신 차를 즐기기 위해 말이 없을 뿐입니다."

 

 진하게 그린 숙의 눈썹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구겨진다. 숙의는 빨갛게 칠한 입술을 짓이겼다. 중전의 앞에서 차마 큰 소리로 짜증을 부릴 순 없었으므로 어색하게 웃으며 뜨거운 차를 단숨에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소용은 제 꾀에 걸린 숙의를 보며 마음에 든다는 듯 피식 웃었다.

 

 정삼품 소용昭容 임씨는 살집이 통통하고 인상이 너그러운 여자다. 느슨해보이며 잘 휘어지는 눈매에는 능구렁이 같은 속내가 숨어 있다는 건 사람 모시는 일을 많이 해본 상궁들이나 알 수 있었다. 내명부에선 하늘같은 중전 마마를 제외하고 그나마 다가갈 수 있는 후궁 마마님들 중에 인품이 제일 다정하며 친근하였기 때문에 나이어린 나인들은 곧잘 소용에게 알은 척을 하곤 했다. 처세가 좋으며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 일가견이 있기 때문일까, 그는 여인에게 서릿발 같던 주상의 마음도 곧잘 녹여내었다. 지금까지 밤시중을 든 횟수와 빈도로만 보았을 때, 성총이 그녀에게 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임씨는 몇 해 전 옹주를 낳은 적이 있었다. 개월 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 이름도 받기 전에 일찍 죽었으나 왕의 후사를 이을 가능성을 엿보았으니 실제로 내명부 안에서의 위세가 높았다.

 

 

 

 다과는 계속 되었다. 말이 많은 숙의가 이런 저런 대화를 꺼내면 중전은 내킬때만 짧게 답했고, 간간히 소용은 숙의의 속을 긁는 말을 해대어 그녀의 화를 돋구었다. 대화에 좀처럼 끼지 못하는 소원昭媛 신씨는 차만 계속 차만 홀짝이다가 결국 급하게 혼헌(궁중 화장실)으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쯧쯧, 여인이 저렇게 현숙치 못해서야."

 

 "...음."

 

  편하게 흉볼 거리가 생긴 마당에 숙의가 앞장 서 소원의 행실에 혀를 끌끌 찼다. 소용도 웬 일인지 숙의의 말에 무언으로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다. 중전은 그저 고고히 앉아 소원이 나간 문을 멀찍이 보았다. 첩이 첩 꼴 못본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중전의 눈엔 흉을 보는 숙의든 험담을 당하도록 맹하게 구는 소원이든 그 짝이 그짝일 뿐이었다.

 

 숙의는 한동안 신씨의 외모부터 집안까지 전부 헐뜯는데만 대화의 주를 이뤘다. 제일 재밌는 대화가 첫째로는 소문이야기요, 둘째로는 이 자리에 없는 남의 흉 보는 이야기이니 고고한 내명부 여인들 답지 않긴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숙의의 상궁 한 명의 입실로 인해 중단되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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