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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1930년, 경성. 나라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던 그 날의 어디선가 만나 아무도 모르게 붉은 실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

 
#6. 숨이 막혀도
작성일 : 22-02-25 17:19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3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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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새벽, 연진의 본가에서는 만형의 방문 소식으로 분주했다. 마루를 닦고, 마당을 쓸고 주방을 정리하며 이른 시간임에도 모든 일손들이 집안 청소에 정신이 없었다.

 수민: 아니, 이 꼭두새벽부터 다들 왜 이 난리인 건데요?

 미경: 어르신이 오신대.

 연진의 집안 일손인 수민은 새벽 댓바람부터 끌려 나와 마당 청소를 하고 있었다. 상을 들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미경을 붙잡아 분위기에 휩쓸려 급하고 조용히 물어보는 수민의 모습이다.

 수민: 어른신....이요?

 미경: 어, 갑자기 기별도 없이 오신다고 난리야.

 집안의 가장 어른인 만형의 방문은 일손들을 긴장하게 했다.

 미경: 아, 여기 다 쓸었으면, 뒷마당 청소도 좀 하고 있어.

 어찌나 할 일이 많고 정신이 없는지 말을 제대로 끝내지도 못하고 주방으로 뛰어가는 미경. 잠시 후, 대문이 거세게 두 번 두드려지자 문지기가 문을 여는 동시에 집안 일손들이 제자리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만형을 향해 인사를 했다. 주방에서 음식을 하던 일손들도 뒷마당에서 청소를 하던 일손들도 모두 급하게 뛰어나와 만형의 눈치를 보며 허리를 굽히기에 바빴다. 자신의 호위 경관들을 대동해 들어오는 만형은 그야말로 위엄 있는 위인처럼 보였다.

 고연진: 오셨습니까, 아버지.

 고하람: 오셨어요. 할아버지.

 일손들 사이에서 만형을 향해 걸어오던 연진과 하람이 만형에게 인사를 건넸다. 연진을 쳐다보던 만형의 눈빛이 이내 하람에게로 향했다. 시선을 주고는 있었지만 만형은 어떠한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으로 하람을 응시할 뿐이였다. 만형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하람 또한 바닥 만을 응시하던 시선을 조심스럽게 만형에게로 옮겼다. 하람과 눈이 마주치자 만형은 고개를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만형을 보며 하람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아침부터 성가신 일에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은 하람 에게 주의를 주는 연진.

 고연진: 할아버지 앞에서 네 기분 티 내지 말아라.

 고하람: 알고 있습니다.

 만형을 따라 연진과 하람도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집안 일손들은 너도 나도 눈치를 보며 하나둘 허리를 피고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수민: 우와, 진짜 숨 막히네요. 왜 다들 이렇게 꼼작 못해요?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턱에 괴며 남 일 얘기하듯 말하는 수민.

 미경: 아 수민이 너는 어르신을 처음 보겠구나. 고 씨 집안을 일으킨 장본인이신데. 다들 눈치 보기 바쁘지. 자식이라고 봐주시는 게 없던 분이 였는데 손자라고 예뻐하실까. 근데 너, 청소는 다 했어?

 수민: 해야죠. 지금부터....하핳하

 미경의 물음에 수민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한편, 방 안에서는 긴장이 풀린 바깥과는 다르게 또 한 번의 숨 막히는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만형은 연진과 하람을 앞에 두고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무언가를 고민 하고 있는 듯했다. 이른 아침부터 아무런 기별도 없이 만형이 찾아온 것은 분명 큰일이 있다는 건데. 도저히 생각해봐도 만형이 찾아온 이유를 알지 못 하겠어서 연진이 먼저 무거운 침묵을 깼다.

 고연진: 기별도 없이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연진의 물음에 책상을 툭툭 치던 손가락을 멈추고 하람을 보며 말을 하는 만형.

 고만형: 아팠다더구나.

 고하람: 예.

 고만형: 지금은?

 고하람: 괜찮습니다.

 지난날, 하람이 모임에 나가지 않은 일을 끄집어내는 만형의 물음에 연진은 눈을 감으며 짧게 인상을 찡그렸다. 하람의 몸 상태를 묻는 만형의 질문에는 걱정도 관심도 담겨있지 않았다. 단지 또 한 번의 확인이였을 뿐이다.

 고만형: 그럼 됐다. 내일 해월관에서 동양척식주식회사 설립 20주년 기념 파티가 있다. 일본 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금융계 인사들도 참석하는 자리니 하람이 너도 준비하거라.

 고연진: 하람이도.....참석 합니까?

 연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놀란 건 하람도 마찬가지였다.

 고만형: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 내가 하는 일, 네가 하는 일. (하람을 보며) 하람이도 보고 배워야지.

 하람은 아직 만형의 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간단한 사교 모임에는 나간 적이 있어도 이렇게 크고 중요한 자리에 자신이 참석하는 건 처음이였다. 만형이 앞서 말한 자신이 하는 일, 연진이 하는 일이라는 건 도대체 어떤 일인 걸까. 그저 일본인들 옆에 붙어 아양이나 떨며 비위를 맞추고 떨어지는 꿀이나 받아먹어야 하는 일이 자신이 보고 배워야 하는 일이라는 건가. 생각이 물 밀 듯 복잡하게 떠밀리고 있는 하람의 표정은 누가 봐도 가기 싫다는 표정이였다. 어릴 때부터 하람은 표정을 잘 못 숨겼다. 연진이 걱정하는 하람의 습관 중 하나이기도 했다. 기분이 좋으면 웃고 안 좋으면 찡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표정이 되는게 하람도 모르는 자신의 습관이였다. 단순한 건지, 순진한 건지 거짓말을 하면 표정에 다 티가 나는 하람이 연진을 늘 걱정이였다.

 고만형: 문제 생기지 않게 준비해라.

 만형이 일어나며 마지막 당부의 말을 했다. 만형이 일어날 때 까지도 생각에 잠겨 멍 때리던 하람을 연진이 일어나며 나지막하게 불렀다.

 고연진: 하람아....!

 연진의 불음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만형을 따라 나서는 하람. 만형이 나오자 집안 일손들도 따라 나와 일제히 인사를 하며 배웅했다.

 고연진: 이따 양복 맞추러 가자. 근사한 걸로.

 만형이 집을 나가고 하람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들뜬 모습이 역력해 보이는 연진이다. 오래전부터 하람을 탐탁지 않아 했던 만형이였다. 자신이 정해준 혼사를 깨고 근본도 없는 조선 계집애랑 정분이 나서 생겨 버린 손자였으니. 그게 만형이 놓은 수 중 두 번째로 잘못 놓은 수였다. 만형에게 하람은 늘 잘못 놓은 수였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제 품으로 어린 손자를 안아본 적이 없었기에 연진은 늘 걱정이였다.

 고하람: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고연진: 하라..

 고하람: 걱정 마세요. 내일까지는 돌아 올 테니까. 양복은.... 혼자 맞추러 가세요.

 연진의 말을 끊어버리고 뛰쳐나오듯 급하게 집을 나온 하람은 답답하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였다. 만약 내일 그 파티에 참석해 일본인 고위 관리들에게 인사를 하고 얼굴이 알려진다면 하람은 평생 만형과 같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숨이 막히고 답답해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더 숨이 막혔고 그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하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연진은 하람을 붙잡지 않고 보내주었다. 집을 나와 발을 떼지도 못하고 대문에 기대 힘없이 주저 앉는 하람.

 연진의 집안 일손 3: 그대로 보내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고연진: 내일 파티 때까지는 올 테니까 걱정 말고 기다려보지. 양복 점 가게 준비하고.

 연진의 집안 일손3: 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나간 하람이 신경 쓰였는지 걱정스러운 듯 묻는 일손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 했지만 연진도 내심 마음이 쓰인 듯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하람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연진도 만형처럼 이제 와서 멈출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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