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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7화
작성일 : 22-02-25 02:28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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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수라상의 반찬은 반 이상이 남았다. 배가 통통 불러 두드리며 남은 반찬들을 아쉬워하는 영소가 입맛을 다셨다. 더 먹을테면 그리 하라는 왕에게 영소는 여기서 더 먹으면 객기라면서 사양했다. 왕이 영소와 함께 먹기 위해 반찬의 가짓수와 양을 늘이라 명한 것은 끝까지 알지 못했다.

 

 장 내관은 수라상을 내어 가고 잠시 창문을 열어 내실을 환기했다. 노을은 어디가고 어둠이 얕게 가라앉았다. 저 멀리 전각에 달아놓은 전등이 반딧불이처럼 촘촘히 빛나는 것이 웬만한 조명들보다 아름다워 영소는 고개를 이리저리 내밀며 구경했다. 서안에서 잔득 쌓아놓은 상소문을 읽던 왕은 한문장을 읽고 영소를 보고, 다시 또 한 문장을 읽고 창 밖을 바라보며 더디게 일을 보았다.

 

 저녁 바람에 데워놓은 방의 공기가 차가워지기 전, 장 내관은 환기를 마치고 창을 닫았다. 아쉬운 마음에 영소가 장 내관에게 조용히 졸라 보았지만, 가차없이 창은 닫혔다. 작게 툴툴거리는 영소를 또 한 번 보던 왕은 상소로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내일은 덜 심심하도록 또래의 사람을 붙여 주겠다."

 

 "정말요?"

 

 아이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빛이 만연할 것이 그려져 왕은 입꼬리를 올렸다. 영소에게는 순수한 구석이 있어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왕은 영소와 나이가 비슷한 대전 견습 내관의 얼굴을 몇몇 떠올리며 적당한 이를 찾으라고 장 내관에게 하달할 셈이었다.

 

 "아니에요. 차라리 오늘처럼 혼자 있는 게 나아요."

 

 예상치 못하게 영소가 왕의 호의를 거절했다. 손바닥 뒤집듯 밝았던 목소리가 다시 평소처럼 가라앉았다. 약간의 실망과 허탈함도 담겨있는 듯 했다. 왕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들어 아이를 바라보았다. 영소는 무덤덤하게 물잔을 흔들며 말했다.

 

 "머리부터 말투까지 이곳 사람 아닌 게 뻔히 보이는데, 미래에서 왔다고 해명을 해봤자 그 사람이 믿어줄 거란 보장도 없잖아요. 괜히 어색해져서 신경쓰이는 것보다 차라리 방 안에서 혼자 노는 게 나아요."

 

 "..."

 

 왕은 깜짝 놀랐다. 아이가 자신의 불신을 느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영민한 편인 것 같았다. 왕은 헛기침을 하며 태연하게 표정을 갈무리했다.

 

 "큼.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고삼, 아니 열아홉이요."

 

 빈 잔을 내려놓은 영소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난다. 왕은 또 한번 깜짝 놀라 잔을 시끄럽게 내려놓았다. 영소는 왕의 표정이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왕은 속내를 들켜 멋쩍어졌다. 고작 많아봤자 열일곱, 열다섯 정도일 거라 예상했던 것이 정확하게 빗나갔다. 자세히 따져보니 젖살이 좀 있을 뿐 골격에 어린 티는 나지 않았고, 저보다 작아 그렇지 그렇게 작은 키도 아니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사춘기 어린 아이의 불안정함이 아니라 정돈된 단정함이 묻어있었다. 타고난 얼굴이 어리게 타고 나 이런 편견을 많이 겪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도 맨날 저보고 중학생 같다고 그래요. 어려보이는 게 싫어서 일부러 탈색도 해보고 그랬는데, 더 어려보여서 그냥 관뒀어요."

 

 "그렇구나."

 

 한 해만 지나면 관례를 올리고 상투를 틀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건만, 아이에게는 어딘가 부성애를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불안함이 아니라 투정 부리지도 않고 뭐든지 야무지게 해내는 아이를 보면서 느껴지는 애틋함 같은 것이었다. 아니면 저 동글동글한 이목구비 전부가 그렇거나.

 

 

 

 

 

  왕은 장 내관을 불러 금침 두 개를 깔라 명했다. 왕이 쓰는 이불임을 알리듯 곳곳에 화려한 수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는 이불이었다. 어제와 같이 병풍 바로 앞, 그리고 서안이 있는 쪽 두 곳에 금침이 펼쳐졌다. 영소는 장 내관이 따로 가져온 세숫물로 씻은 후 옷을 벗었다. 뜨듯이 올라오는 방바닥의 열기 덕에 홑옷만 남았음에도 오한이 들지 않았다. 영소는 장 내관의 손에서 자신의 옷을 다시 가져와 스스로 개었다. 엉성했지만 그 마음씨가 예뻐 장 내관은 자애롭게 웃었다. 영소는 병풍 앞 자신의 몫인 이불 위에 풀썩 앉았다. 장 내관은 조용히 미소만 남기고 방을 나섰다.

 

 본디 사람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자지 말라고 하면 졸음이 쏟아지고 자라고 하면 눈이 멀똥해진다. 지금 영소의 경우가 딱 그랬다. 특히 오늘 늦게까지 잠을 잔 영소에게 잠이 올리 없었다. 게다가 조선 시대 사람들은 해가 지고나면 몇 시간 안되어 잠을 자려는 분위기였으므로 새벽까지 자주 깨어있는 영소에겐 아직 적응이 되기 어려웠다.

 

 

 

 영소는 푹신한 이불 위에 멍하니 앉은 채 제 앞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상소를 읽는 왕을 보았다. 금침 위에 앉아 서안을 펴고 잔뜩 쌓인 상소를 읽고 있는 왕의 등은 지도를 그려도 될 만큼 커다랗다. 새삼 준호 형의 등을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본다.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맏형 준호는 클래식을 전공하시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어렸을 때부터 첼로를 켰다. 유명 대학교 졸업에 외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곤 들었는데, 왜 실용음악으로 전공을 했는지는 차마 물어보질 못했었다. 사뭇 곤란해보이던 표정은 큰 산을 넘고 있는 듯 짙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영소는 핸드폰을 보며 가끔 한숨을 쉬던 준호 형이 문득 생각 나 왕의 얼굴을 보고 싶어졌다.

 

 영소는 부스럭거리며 다리를 모아 무릎에 볼을 기대었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도 왕은 여전히 상소 읽기에 한창이다. 곱게 상투를 틀어 올린 단정한 머리, 튼튼하고 건장해보이는 목줄기와 무관이라 해도 믿을 어깨, 상소를 읽으며 붓으로 무언갈 적어내리는 유려한 손놀림. 아주 천천히 관음하다보니 점점 눈이 감겨왔다. 불편하게 구부정한 자세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졸음이 올락말락 눈 운동이 느려졌다.

 

 "피곤하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라. 나는 나가서 읽어도 되니."

 

 왕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 목소리에 번쩍 눈을 뜬 영소는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엎어진 몸을 일으켜 다시 제대로 고쳐앉았다.

 

 "아뇨, 괜찮아요."

 

 이불에 찌푸려져 눌린 자국이 생긴 왼 볼을 슥슥 만지며 영소는 졸음을 떨쳐내려고 고개를 좌우로 몇 번 흔들었다. 왕은 여전히 서안 앞에 앉아 상소를 보는 중이다. 왼 편에 무더기로 쌓여있던 읽지 않은 상소들은 어느새 오른쪽에 더 많이 쌓여있다. 영소는 다시 왕의 너른 등을 물끄럼 구경했다. 등에도 눈이 달렸나,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았챘담. 혹시나 제가 보고 있는 것도 벌써 알아챈게 아닐까 싶어 영소는 눈을 얄밉게 떴다.

 

 "자라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저 안 자는거?"

 

 왕은 이번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영소의 입이 떡 벌어졌다. 영소는 확신에 차서 그의 등에 손바닥을 휘이 휘이 저어보았다. 보이지 않을 터인데 왕이 쿡쿡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왕은 채 다 읽지 못한 상소를 접어 두곤 서안을 옆으로 치워 제대로 돌아앉았다. 토끼눈처럼 놀란 영소의 표정이 제법 볼 만 했다.

 

 "등 뒤에서 나는 숨소리가 어찌나 고르지 못한지. 차라리 코를 고는 것이 덜 거슬릴 정도였다."

 

 "앗."

 

 영소가 입술을 앙 다물었다. 겨울에 감기가 잘 걸리는 체질인 영소는 더운 곳에서 코가 잘 막혀 입으로 숨을 쉬는 버릇이 있었다. 왕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생각에 영소는 눈에 띄게 얌전해졌다. 눈치보며 꼬리내리는 꼴이 영락없이 강아지를 닮아 왕은 허허, 소리를 내며 웃었다.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에 영소는 슬쩍 입술을 풀고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이미 익숙해져 괜찮다. 오늘은 이만 하고 잘 것이니 너도 어서 눕거라."

 

 

 

 왕은 이부자리에 누웠다. 솜이불을 가슴께까지 덮고는 곧장 눈을 감았다. 왕의 얼굴엔 저 멀리 치워둔 등잔불의 빛이 아주 살짝 일렁였다. 영소도 왕을 따라 베개에 머리를 뉘였다. 나무로 된 천장은 높고 어두웠다. 관람 용으로만 봤던 궁 안에서 버젓이 누워 잠을 자고 있다니. 영소는 심란한 마음에 괜히 이불을 만지작 거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영소는 왕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미동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왕은 오르내리는 가슴팍마저 잘 보이지 않아서 마치 마네킹을 눕혀 놓은 것 같았다. 영소는 베개 밑에 손을 넣고는 왕이 누운 쪽으로 돌아누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요, 저 왜 계속 여기 있어요? 그때 우현이 형, 아니 내금위장이 저 옥에 가둬야 한다고 했잖아요."

 

 "..."

 

 미동 없던 왕이 감았던 눈을 스르륵 떴다. 순수한 걸까 아니면 어리석은 걸까. 열아홉이라 하였으니 마냥 순수하다고 볼 수도 없고, 그간의 눈치를 보아선 어리석지도 않을 텐데 아이의 질문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왕이 베푸는 호의에 하해와 같은 감사를 표하긴 커녕 왜 옥에 보내지 않았느냐 직설적으로 묻는다니. 어쩌면 아이의 질문에는 '왕'에 대한 신분의식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 쪽으로 고개만 살짝 돌리니 영소는 아예 이쪽을 향해 돌아누워있었다. 왕은 느리게 눈꺼풀을 깜빡이며 영소의 눈을 찾았다. 순수하게 궁금증에 반짝이는 눈, 혹은 반짝임 안에 의중을 떠보려는 심산이 있는 눈. 방 안 어둠 속에서 왕은 그 눈을 마주쳤다.

 

 "자라니까 왜 계속 떠드는 게야."

 

 잠들기 직전이었는지 끝이 갈라지는 낮은 목소리가 귀에 부드럽게 울렸다. 영소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왕의 눈은 나른히 반쯤 감겨 있었고, 평소의 여유보다 더욱 늘어지는 행동들에 괜히 자리가 소란스러워졌다. 영소는 횡설수설 눈을 굴리다 다시 한 번 왕의 눈을 마주하고 말았다. 무겁고 짙으며 한겨울 서릿발 같은 눈이었다. 숨 쉬는 것도 까먹을 만큼, 그 마주함의 순간은 시간을 일시정지한 것처럼 느리고 고요하게 흘렀다.

 

 

 

 몸 안쪽 어딘가가 매우 간질거리기 시작할 때쯤 영소는 눈을 도록 도록 굴리며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왕이 거두지 않은 시선이 아직도 얼굴에 붙어있는 것 같아 뒷목이 여전히 홧홧했다.

 

 "자, 잠이 잘 안 와서 그래요. 원래 이 시간이면 저한테는 그냥 대낮이나 다름 없거든요. 하루 종일 한 것도 없는데 일찍 자라니까 잠이 안 오는 게 당연하죠."

 

 "아까는 옆으로 쓰러져서 졸던데?"

 

 "아 그거는!"

 

 평소처럼 놀리듯이 말하는 왕에 영소가 바락 큰 소리를 내며 눈썹을 찌푸렸다. 요상하게 조용했던 분위기가 다시 통통거리게 바뀌었다. 왕과 아이는 이부자리에 누워 여러 의미없는 장난 같은 대화를 주고 받았고, 이따금 소년의 짜증섞인 투정 비슷한 소리가 장지문을 건너 복도에까지 미치기도 했다. 밤이 더욱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밝아지는 등잔불처럼 밤 새는 것이 체질인 영소의 입은 말상대를 만나 쉴 줄을 모르고 조잘거렸다. 이따금 천진한 왕의 웃음소리와 맞장구 소리, 장난에 삐진 아이를 달래려는 듯 풀어주는 말들도 간간이 들리곤 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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