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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1930년, 경성. 나라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던 그 날의 어디선가 만나 아무도 모르게 붉은 실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

 
#2. 인연의 시작
작성일 : 22-02-23 03:26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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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7년 후, 1930년. 경성. 늦은 밤이 였지만 해월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과 웃음소리는 아직 한창이였다. 해월관은 경성에서 가장 큰 술집으로 음식 맛을 보러 오는 사람들과 기생들의 치맛자락을 술로 적시러 오는 사람들을 통해 금세 유명해졌고 이제는 경성에 해월관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 해월관의 주인이 바로 영이다. 17년 전, 조직이 무너지고 승준이 죽은 그 해에 영은 승준의 딸인 신아와 함께 해남으로 몸을 피했다. 자신과 신아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일군들이 알게 될까, 매일매일을 노심초사하며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었던 영이였지만, 신아와 승준을 생각하며 버텼다. 아마 혼자만 살아남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독하게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어린 신아를 위해서라도 영은 악착같이 버텼고 17년이 지난 지금은 경성에서 가장 크고 잘나가는 술집의 사장이 되었다. 사실 영은 경성으로 다시 돌아 오는 게 영 내키지 않았었다. 그들이 아직 죽지 않은 이상 신아를 데리고 경성으로 가는 건 제 발로 호랑이 굴로 뛰어드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이 다시 경성으로 온 이유는 신아 때문이였다. 어린 신아가 혹여 충격을 받지는 않을까 마음고생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랫동안 승준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지 못했었다. 그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죽기 전 신아를 부탁했다고밖에. 하지만 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신아는 훨씬 강했다. 승준의 죽음을 태연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자신처럼 누군 가를 피해 도망 다니는 짓 같은 거는 하지 않았다. 신아는 스스로 복수를 선택했고 경성으로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복수를 꿈꾸기에 신아는 아직 작고 연약한 어린 소녀였다. 누구보다 그걸 제일 잘 아는 영은 신아의 복수를 응원해주지 못했다. 신아를 보면 승준이 생각났다. 오래 생각하며 내뱉는 짧은 말투들도 냉철한 판단도. 한 번 결심한 일은 어떻게서든 끝까지 가봐야지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과 자신의 뚜렷한 철학에 옳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들은 누구보다 빠르고 용기 있게 나서는 것도. 영은 승준을 잘 알았다. 해서 신아도 잘 안다. 자신이 반대하고 응원해주지 않아도 신아는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해나갔을 것이다. 신아가 복수를 하게 해 달라고 말했을 때 친구들과 함께 조직을 만들자고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신아의 모습과 눈빛을 통해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자신의 인생 속에서 가장 패기 있고 뜨거웠던, 친구들과 함께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영은 신아를 끝까지 말릴 수가 없었다. 신아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으니까. 끝내 영은 신아의 복수를 허락해줬지만 당장의 지금은 아니였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패기 만으로 적진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래서 영은 신아를 직접 훈련 시키기 시작했다. 여자의 몸으로 영의 체력을 따라가며 훈련을 받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였지만, 신아는 훈련을 받는 동안에 단 한 번도 힘들어하는 내색도 꾀도 부리지 않았었다.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처럼 신아는 그렇게 자신을 단련해갔다. 영의 앞에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일군들 손에 승준이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신아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치가 떨렸다. 승준뿐만이 아니라 신아의 모친 또한 일본인들에게 강간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다. 부모를 둘 다 일군들 손에 치욕스럽게 잃어버린 어린아이의 분노는 결코 작지 않았고, 신아를 더욱 냉정하고 연민도 정도 없는 구석으로 밀어냈다. 그런 신아가 걱정이 되면서도 영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신아가 살았으면 했다. 복수를 빌미로 삶의 이유를 얻었으면 했다. 신아는 영의 바람대로 커갔고 이제는 웬만한 사내 열보다 훨씬 듬직했다. 경성으로 돌아와 해월관을 연 건 고위 관료들의 정보를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해월관은 경성의 중심지에 있다. 술과 여자가 넘쳐나는 곳에서 사람은 솔직해지고 경계를 풀기 마련이다. 고위 관료들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해월관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술 냄새로 가득했다. 해월관을 열고 딱 하나 참기 힘든 게 있다면 일군들의 웃음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였다. 찢어 죽이고 싶은 놈들의 웃음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복수의 불을 계속 지폈다. 그때 해월관의 직원이자 영이 수장으로 있는 동년회의 조직원인 영민이 영에게 다가와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조영민: 수장, 작전이 끝났을 시간인데 아직 신아가 오질 않았습니다.

 영민의 말에 손목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영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한 눈빛으로 영민 에게 돼 말했다.

 허 영: 내가 나가서 살피고 올 테니 일군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어.

 영은 영민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어깨를 두 번 툭툭 치고 양복 겉옷과 모자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 시각 신아는 건물들 틈에 숨어 일군들의 눈을 피해 숨어있었다. 해월관에서 일군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틈을 타 경계가 소홀해진 무기고함에 잠입해 쓸 수 있는 총알을 훔쳐 오는 것이 이번 작전의 계획이였으나, 예상보다 빨리 들이닥친 몇 명 일군들을 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건물 그림자들 사이에서 일군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던 그때 신아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하람: 저....기..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사내의 손을 습관적으로 낚아 채 벽으로 밀어붙이고 입을 막으며 제압을 하는 신아의 얼굴에서 복면이 풀리며 떨어졌다. 풀려진 복면 사이로 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이는 신아의 휜 피부와 오목조목 모여있는 뚜렷한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신아에게 손쉽게 제압 당한 사내는 저항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잊을 정도로 너무 놀라 멍하니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신아가 사내의 입을 가리고 있어 신아도, 사내도 서로의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서로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둘은 알았을까? 그 잠깐의 눈 맞춤이 훗날 서로를 얽맬 무겁고 잔인한 족쇄가 될 것을.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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