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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
작성일 : 22-02-20 18:25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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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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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곧 자신의 육체의 생명이 다할 것이라고 하였다. 최근에 들은 의사의 소리와 자신의 육체와 연결되어 있던 정신이 빠르게 약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 그 근거라고 하였다.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점점 약해지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왠지 처량하기까지 하였다.

 

 "당신이 죽으면 이 세상은 자동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럴 것 같아서 나는 내 노트에 나와 분리되어 영원히 지속될 것을 설정해 놓았네. 나의 상상에서 피어난 생명이어도 한명, 한명이 귀중한 것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나의 자리를 맡아줄 적임자를 찾았네."

 

 이 사람도 한낱 인간일 뿐이었구나. 나는 그의 이기심에 치가 떨렸으나 죽어가는 그를 더이상 비난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이 사람으로 인하여 나도 숨쉬고 살아가며 순간순간 행복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것마저 부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가 이 제안을 거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내 첫 번째 노트는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게 되네. 그래도 이 세상 어딘가에 남아서 이곳에 영향을 계속 주겠지. 그리고 이 세상은 작가들의 정치판에 휘둘리거나 심하면 작가들끼리 편을 나누어 전쟁을 하여 강제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는 이야기만을 쓰도록 강요할 수 있겠지. 그렇게 하지 않는 상대편은 그 존재를 소멸하거나 아니면 영원히 비참한 공간에 처박아 둘 수도 있겠지. 나야 어디로 가든 이제 이곳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곳으로 갈테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을 잘 관리할 책임자를 두는 것 밖에."

 

 노네임이 말을 마치자 갑자기 배경이 깜깜하게 바뀌었다. 공간의 경계마저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신기하게 그와 나의 모습만이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이 공간이야말로 그가 거주하고 있는 상념속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이 내가 오랫동안 있었던 곳이지. 내 몸뚱아리와 노트가 있기전에 이곳에서 듣지 못할 소리를 들으며 힘없는 소리만 질러 댔어. 참 그때 생각만 하면... 아, 지금 또 그 놈이 와서 말을 거는 구만. 자네도 들어보게."

 

 나는 노네임이 말을 마치자 공간을 울리는 어떠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A: 노인네는 아직이냐?

 

 B: 형님도 알다시피 너무 티가 나게 하면 안되는 일이라서 그래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변호사가 자신의 몫에 불만을 품고 부검이라도 하자고 우기면 우리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으니까요.

 

 A: 박사는 뭐라디?

 

 B: 이대로라면 늦어도 일주일내로는 갈 거라고 합디다.

 

 A: 우리 동생이 열심히 살았는데 좋은 곳으로 빨리 가지. 참 그놈의 생명줄도 질기고 질기다.

 

 B: 10년이나 기다렸는데 일주일을 못 기다리겠어요?

 

 A: 하긴 이제 이 집이며 모든 재산이 우리에게 넘어올 것인데 그깟 일주일을 못 참아서야 될까?

 

 B: 재산도 재산이지만 그보다 저작권이 중요한 거 아닙니까? 이깟 재산도 앞으로 둘째 형님의 추모 영화가 한번 빵하고 터지면 그에 따라서 그동안의 인세가 화제를 받아서 몇 배나 더 뛰지 않겠습니까? 유산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사업아이템을 잘 구상해보자고요.

 

 A: 몰라, 몰라. 머리 아프니까 그런 것은 네가 좀 알아서 해라.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내 몫만 받으면 상관없으니까. 나는 바빠서 먼저 간다. 우리 없을 때는 꼭 박사보고 있으라고 해. 나중에 덤탱이 씌지 않게.

 

 B: 네, 들어가십시오. 형님... 흥, 지가 바쁘기는, 백수 주제에. 아이고 형님. 그러게 살아계실 때 제 얘기 좀 들으시지 그랬어요. 그렇게 매정하게 내치시더니 이렇게 될 것을. 쯧쯧. 그때 좀 나누어 줬으면 나도 그렇고 큰 형님도 악마가 되었겠냐고요. 쥐도 궁지로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데, 어찌보면 형님이 자처한 점도 있수다.

 

 C: 대표님은 가셨나 봐요?

 

 B: 아, 박사님 오셨어요? 네, 좀 전에 큰 형님은 먼저 바쁜 일이 있어서 가셨네요.

 

 C: 우리 소설가님께서 귀가 들린다고 제가 말씀 드렸죠? 또 옆에서 무슨 이야기 하신 거 아니죠?

 

 B: 아, 그럼요. 무슨 말을 불쌍한 우리 형님에게 하겠어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그렇게 말했죠.

 

 C: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환자 분이 다 듣고 계시니까.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천벌 받을 까봐.

 

 B: 하하하하! 박사님, 무슨 종교 믿으세요? 걱정 마세요.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나라에 재산을 빼앗기느니 이해당사자들끼리 나누는 것이 뭐가 나쁘다고 그래요. 그리고 우리 형님도 장장 10년이에요. 그동안 속으로 말은 못해도 얼마나 괴로웠겠냐고요. 아마 눈꺼풀만 깜빡일 수 있어도 생명유지장치를 바로 꺼달라고 했을 거에요. 내가 아는 형님이라면 분명해요.

 

 C: 그렇죠. 그런 것까지 다 이해하고 진행하는 것이긴 한데... 그래도 좀.

 

 B: 나중에 벌을 받으면 제가 박사님 대신 받으렵니다. 박사님은 그저 형님이 더 고통스럽지 않게 도와주시는 건데 벌을 받으면 되나요? 참 걱정도 팔자라더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럼 저도 이만 가보렵니다. 수고하세요.

 

 C: 예,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휴... 소설가님.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어쨌든 의학적으로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니 비참하게 형제들에게 계속 농락당하는 것 보다 이렇게 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죄송합니다. 오늘은 소설가님께서 좋아하셨다는 음악을 찾아왔습니다. 틀어드리죠.

 

 그 말을 끝으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노네임은 어느듯 검은 공간에 생긴 쇼파에 앉아 등을 기대고서는 음악을 감상하며 말했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네. 일단 조금 감상하지."

 

 나 또한 반대편에 생긴 소파에 그를 보고 마주 앉으며 간단히 대답했다.

 

 "네."

 

 나는 충격적인 세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이 노네임의 처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동생으로 보이는 음성에서 그가 이 불쌍한 소설가를 의도적으로 다치게 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형의 음성에서 죽어가는 동생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없이 그저 돈만을 탐욕스럽게 밝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의사로 여겨지는 박사라는 사람의 말에서 그나마 이 소설가를 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 또한 핑계에 지나지 않음은,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었다. 이러한 충격적인 말들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라벨의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미소짓고 감상하는 이 노인이 갑자기 너무나 측은하게 느껴졌다. 이 공간마저 이 음악과 어울리며 내가 진정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환상에 빠져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단 몇분의 시간이 영원처럼 지속될 듯 아련하게 이어졌고 나의 마음에 몽실한 감정이 끊임없이 샘솟았다. 나는 감히 노네임의 감상을 방해할 수 없었고 나 또한 어느새 감상에 젖어 들었다. 꿈결 같은 시간이 지나고 음악이 끝을 맺었다.

 

 "빠르면 6분 10초에서 6분 35초까지 다양한 버젼이 있지만 살면서 가장 꿈 같은 6분이기도 한 것 같아. 라벨처럼 이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은 내가 모든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보다 아름다운 일이야. 생각해보게. 언어가 아닌 소리로 어떻게 몇 백년을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음악은 영혼의 언어임이 분명해, 그렇기에 모든 사람에게 가 닿는 것이겠지."

 

 "그렇네요. 저도 잘 듣던 음악은 아니지만 좋았습니다."

 

 "어떤가? 나의 진실을 들어본 소감이?"

 

 나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래도 어떤 말이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서 입을 열었다.

 

 "솔직히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제가 소설가님과 똑같이 영혼이 있는 실제 인간이었을 때의 말인 것 같습니다. 소설가님은 이제 죽으면 어디로 가신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의 대답이 의외였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노네임이 말을 했다.

 

 "글쎄, 내가 교회도 가보고 절도 가보고 했는데 내가 무엇을 믿었을까?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던 것 같아. 어디로 갈 지에 대해서 물어보니 조금 겁이 나기도 하는군. 이럴 줄 알았으면 무엇이라도 열심히 믿어볼 걸 그랬어. 그랬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건데. 그런 의미에서는 자네가 나보다 나을 수도 있겠구만."

 

 "어떤 의미에서요?"

 

 "나야 진짜 신이 있다면 그의 뜻에 따라 결정이 나겠지만 자네는 자네의 운명을 스스로 정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이야말로 내가 자네와 이 세상 사람들에게 준 선물인지도 모르겠어."

 

 "선물이요?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는 이제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가 당신의 권한을 이어 받겠습니다."

 

 나의 말에 노네임은 그저 빙그레 웃었다. 나도 웃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그 웃음의 의미를 몰랐다.

 

 

 "자네가 내 권한을 이어받는다고 하였으니 그것은 내가 죽게 되면 퍼스트가 인수인계를 해줄 것이야. 뭐, 어려울 것도 없지. 첫번째 노트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아, 퍼스트가 중간에 들고 튈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마. 그것과 관련해서는 내가 세팅 값을 변경하면 되니까. 퍼스트는 무조건 성실히 자네에게 노트를 건네주게 될거야. 아, 그리고 자네의 이야기가 담긴 노트도 자네가 보관하면 되네. 나는 모든 것을 설명했으니 이제 자네에게 이 세계의 운명이 달렸구만."

 

 "저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기억도 물론 가지고서. 짧은 시간이겠지만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나."

 

 "제가 사라지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됩니까?"

 

 "미안한 말이지만 자네는 사고로 죽은 후에 인수인계를 받게 될 걸세. 내가 죽는 순간 자네도 죽게 되네. 그러니 남은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럽겠지."

 

 하긴, 갑자기 실종이 되는 것보다야 깔끔하게 죽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더 받아들이기가 쉬울지도 몰랐다. 막상 결정하고 내가 죽어야한다는 사실을 들으니 잘한 결정일까 싶기도 하였지만 나는 속으로 굳힌 결심을 더 단단히 하였다.

 

 "그렇다면 남은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원작자들에게 말 좀 해주십시오."

 

 "그거야 뭐 어려운 일이 아니지. 새로운 노네임의 가족들이었다고 하면 그 원작자들도 알아서 이야기를 잘 써줄 것이네. 너무 걱정말게. 아니면 나중에 자네가 직접 살펴봐도 되는 것이고."

 

 "하... 그렇군요. 그럼 이제 저를 일상으로 보내주세요. 저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습니다."

 

 나는 그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차갑게 말을 뱉었다. 그러나 그런 나를 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그래야지. 이 죽어가는 사람과 있는 것보다야 그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지. 암, 그렇고 말고. 자, 저 뒤에 문이 있네. 그곳을 나가면 자네가 그리던 집이 보일 거야. 어서 가게."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다가 아직 그의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음을 깨닫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물어보았다.

 

 "저...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건 알아서 뭐하겠나? 그냥 가시게."

 

 "아,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끝까지 나는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인사를 받고 홀로 남은 그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다. 나는 노네임이 말했던 곳에 문이 생긴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나가니 아파트 복도로 나오는 문임을 알았다. 나는 바로 집 앞에서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2051년 5월 3일 10시였다. 내가 며칠전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잠이 쏟아져서 방에 들어갔던 시각에서 한시간 정도 지난 때였다. 나는 조용히 집안으로 들어가 거실에서 아이들을 재워놓고 혼자서 조용히 TV를 보고 있는 지우를 발견했다. 지우는 내가 현관에서 들어오자 깜짝 놀래하며 물었다.

 

 "어머, 언제 나갔대? 방에서 자고 있지 않았어?"

 

 "그냥 자기전에 밤바람 좀 쐬고 싶어서 잠시 나갔다 왔어."

 

 말도 안되는 변명이었지만 지우는 다행히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가 잠이 많이 오던 상태이기는 했지만 요즘 집에만 있었으니 답답하기도 했을 거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어쨌든 나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무사히 집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온 후에 나는 이틀을 수소문하여 최고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리고 전화를 하였더니 역시나 그곳에서 만났던 고야가 아니었다. 무슨 일로 10년만에 연락을 했냐며 혹시 돈 빌려달라는 소리냐고 했을 때에 역시 내가 이곳에서 원래 알던 오리지널 최고였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냥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대충 둘러대고 앞으로 전화할 일이 없을 거라 이야기했다. 녀석은 끝까지 사정을 잘 설명하면 거의 무이자로 빌려줄테니 사연을 말해보라고 했는데 그런 사연도 없거니와 실제로 급전이 필요해도 녀석에게 빌릴정도로 내가 망가지지는 않았으니 하나마나한 소리였다. 나는 전화를 끊고서 오늘이 5월 5일 어린이날임을 알았다. 노네임이 십년동안 이 세상을 만들면서 수많은 인물들이 태어나고 죽은 것을 보면 그의 일주일이 이곳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짧지 않은 날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애써 불안해하며 지내지 않기로 하였다.

 

 나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대공원으로 지우와 함께 산책을 갔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냄새나는 동물원이나 시끄러운 놀이공원은 무리일거라 여겨 솜사탕을 지우와 나누어 먹으며 어린이날을 핑계로 아이들과 함께 데이트를 하러 나온 것이었다. 지우는 내가 돌아온 지난 5일 동안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심으로 좋아하니 나도 더 기분이 좋았다. 얼마나 함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떠나더라도 아이들과 지우는 행복하게 해줄 것을 다짐하였다. 나에 대한 슬픔도 없애주고 나보다 더 좋은 남자와도 다시 사랑에 빠지게 해줄 작정이었다. 그리고서 이 세상에 수많은 아픔과 슬픔을 뿌리 째 뽑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왕 이렇게 된 거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 방식대로 한 번 해볼 생각이다. 그런 내 생각을 모르는 지우는 솜사탕이 너무 맛있다며 어서 한 개 더 사오라고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나는 웃으며 솜사탕을 사러 걸어갔고 잠시 후 뒤에서 찢어질 듯한 소리의 비명이 울렸으나 그것이 나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나는 비명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고 그때 내 뒤에서 흉기를 들고 나를 찌르는 괴한과 마주했다. 순간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나의 허공을 가르는 두 팔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칼붙이에 깊숙이 배를 찔렸다. 정신이 아득하고 그동안의 삶이 끔찍한 고통과 함께 순식간에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연신 비명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오는 지우와 주변에서 성인남자 몇명이 그 괴한에게 덤벼드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쓰러지면서도 머리를 세게 부딪히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노력했으나 복부의 자상이 너무 깊어 피가 쉴틈없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그렇게 아득하게 멀어져 가는 정신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가까이 온 지우가 무어라 말하는 소리도 웅웅대기만 할 뿐 분명히 들리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지우가 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말을 했다.

 

 "사.랑.해.."

 

 "안 돼!!!!!"

 

 나의 소리를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몰라도 나의 얼굴을 감싸고 지우는 소리를 지르며 오열하였다. 내 얼굴로 쏟아지는 물방울들은 아마도 지우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따뜻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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