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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9
작성일 : 22-02-20 16:32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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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퍼스트 작가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하였다. 그는 몇일이라 공시하지 않고 그저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주라고 하며 결론이 내려지면 작은 종이조각을 주면서 그 종이에 '결론을 내림.'이라고 쓰라고 하였다. 그러면 자신이 다시 찾아와 선택한 대로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나는 그가 떠나고 나서 지우와 고야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직 그들은 대화중인지 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지나지 않아서 지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우는 고야의 집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다른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고야도 자신을 찾아온 작가와 자신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나는 오랜만에 고야네 집으로 찾아가기로 하였다.

 

 고야네 집은 여전히 편리하고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다. 지우가 있으면서 청소나 관리를 해주는지 저번에 왔을 때보다 더 정리가 잘 된 느낌이 들었다. 블라인드도 좀 더 밝은 톤으로 바꾼 것 같았다. 지우와 고야는 내가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재촉을 하며 문을 열고서 기다리고 있을만큼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너희들 괜찮니?"

 

 "괜찮을리가. 다만 우리는 기남이 네가 오기전에 이미 이야기를 나누어서 결론을 냈어."

 

 "벌써?"

 

 정말 놀랐다. 그 사이에 결정할 수 있을만한 문제였던가? 나는 의아하면서도 그들의 어떤 결론을 냈는지 궁금해졌다.

 

 "일단 우리들은 노네임 후보에서 빠지기로 하였고 지우와 헤어지는 것이 슬프지만 기억을 지워준다고 하니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서로 합의했어. 어차피 이 상황도 오래 가기는 힘든 거잖아? 원작자들이 우리둘을 이어줄리도 만무하고. 또 노네임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책임을 지기에는 나는 아무런 지식도 가지지 못했고 솔직히 자신도 없단 말이지."

 

 "지우도 같은 생각이야?"

 

 지우는 나의 질문에 일주일전만큼이나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도 담담하게 대답을 하였다.

 

 "저도 오빠랑 헤어지기 싫지만 현실은 현실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해요. 어차피 이야기 속에서 생명이 다하고 나면 작가로서 오빠와 다시 만날 수도 있고 그때부터는 더 자유롭게 어느 이야기 속이든 들어가서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노네임보다는 그것이 더 편할 것 같더라고요. 아저씨는 어떻게 할지 결정했어요?"

 

 "후... 사실 나는 반반이야. 나도 너희들처럼 기억도 지워준다는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였어. 그런데 이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하고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세팅 값을 바꾸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어차피 너희들 말처럼 죽고나면 작가로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시 만날 수 있지만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이번 뿐이니 그것이 마음에 조금 걸리는 부분이야."

 

 "역시 그릇이 크구나."

 

 "역시 아저씨는 오빠보다 스케일이 크네요."

 

 아니, 칭찬 들으려고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닌데. 이 단순한 애들 때문에 갑자기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우리는 이제 그 사람들이 찾아올 때까지 이곳에서 마지막 추억을 쌓기로 했어. 노네임을 만나면 기억을 지울 수 없다고 하는데 맨정신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그것이 마음이 편해. 기남아, 너도 어떤 결정을 내리든 네가 좋을 대로 해. 그것이 최선인 것 같아."

 

 "그래."

 

 나는 생각보다 허무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생각하며 고야의 집에서 나왔다. 고야와 지우가 밥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결론이 난 그들과 다르게 나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여서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었기에 그냥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나왔다.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한강둔치에서 산책을 좀 하며 바람을 쐬었다. 이제 이 황량한 도시와도 어떻게든 작별이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그토록 무섭고 외로웠던 시간들도 아련하게 다가왔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정말 나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가장 행복한 것일까? 이대로 고야말처럼 기억을 지운채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그러나 한편으로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의 인생이 불완전한 작가들이라는 존재들에 의해서 결정되고 비극적인 삶을 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세계를 지었는지 따져 묻고 싶기도 하였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원히 그 시작에 대한 원인을 밝힐 수 없을지도 몰랐다. 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노네임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제대로 이 세계를 관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물론 나도 그럴 자신은 없었지만 어쨌든 이 기억을 가지고 살더라도 노네임을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나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날 밤, 나는 지우와 고야에게 나는 먼저 노네임에게 간다고 전화를 하여 알린 후 퍼스트 작가가 나에게 주었던 작은 종이에 다음과 같이 글씨를 썼다. '결론을 내림.'

 

 글씨를 쓰고나서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집의 인터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아까 찾아왔던 '퍼스트'였다. 그는 환한 미소를 띠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어떻게 결론을 내렸습니까?"

 

 "노네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오! 그럼 일단 후보자리에서 바로 내려올 생각은 아니시군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 오시죠."

 

 나는 지우와 고야의 선택은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그가 신기하였지만 어쨌든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를 따라서 노네임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집을 나서서 그가 타고온 차로 보이는 검은색 세단의 조수석에 앉았다.

 

 "여기서 멀지 않는 곳에 노네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곳에 있다고요?"

 

 "사실 이곳은 노네임이 직접 설정하고 만든 최초의 장소입니다. 여기 어딘가에서 항상 작업실을 옮기며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위치는 저희도 모르죠. 오늘은 그가 미리 알려준 장소로 가는 것입니다."

 

 "그곳이 어딘가요?"

 

 "남산타워 레스토랑입니다."

 

 여기서 다른 지우를 만났던 곳이 그곳이었다. 좋은 기억만 가득한 곳에서 노네임을 만나야한다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뭐, 이곳이 그 양반의 놀이터라니 어디서 보면 또 어떨 것인가? 나는 그 노네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것저것을 물어보았지만 진짜 아는 것이 별로 없는지 중요한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도 남산타워의 야경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는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불빛들을 쳐다보며 이 세상도 이렇게 아름답기를 바랬다. 퍼스트를 따라서 남산타워의 레스토랑의 출입문에 도착하니 그곳에서 퍼스트는 나에게 들어가면 노네임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은 이제 임무를 다했으니 가보겠다고 하였다.

 

 "노네임이라..."

 

 나는 긴장된 마음에 그의 이름대신 한번 불러보고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선 곳에서 얼마 안된 거리에 있는 창가 쪽 자리에 그가 있었다. 나이는 60대 중반으로 보였으나 몸이 안좋은 것인지 얼굴의 볼살이 쏙 들어간 상태이고 눈 두덩이도 움푹 패여서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불사의 존재들을 만들어놓고 정작 본인은 저렇게 병들어 있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내가 그를 발견한 것처럼 그도 나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게. 내가 노네임이네."

 

 "안녕하세요. 저는 이기남이라고 합니다."

 

 "우선 별로 차린 것은 없지만 식사를 안했으면 간단히 한 끼 하게나."

 

 "네. 잘 먹겠습니다."

 

 나는 입맛이 없어서 집에서도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허기가 지는 것을 느끼며 노네임이 차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런 음식조차 노트에 써서 만들어 낸 것인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에서도 황당할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다고 게걸스럽게 먹을만큼 식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존심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일부러 안 먹을 생각도 없었다. 나는 적당히 먹을만큼 먹으며 노네임과 식사 속도를 맞추었다.

 

 "맛있네요. 직접 요리를 하신 건가요?"

 

 "직접하면 너무나 좋겠지만 보다시피 지금 내 몸이 말이 아니라서, 다른 요리사에게 부탁을 했네."

 

 "어디가 아프신가요?"

 

 "내가 만든 인물들이야 나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과 같으니 그 생명이 무한하겠지만 나는 유한한 존재야. 나를 만드신 분이 따로 있으신 것이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자, 지금부터 내가하는 말을 잘 들으시게. 나는 원래 소설가였네. 운이 좋게도 내가 쓴 소설은 거의 다 많은 사랑을 받았지. 그러다 내 나이 55세 때 큰 교통사고가 났어. 자네도 알다시피 이제 완전자율주행으로 사고날 확률이 거의 없어진 시대가 아닌가? 혹시 누군가 의도적인 해킹으로 사고를 냈다고 의심이 들기도 하였지만 부질 없는 생각이었지. 왜냐하면 내가 식물인간이 되었거든. 무엇이 고장났는지 눈을 뜰 수도, 입을 열어 말을 할 수도 없었지만 귀는 들렸고 생각은 할 수 있었어. 나는 가족이 없이 살았고 재산도 충분해서 보험도 들지 않았어. 그런데 나의 변호사가 있지도 않은 나의 유언장을 만들어서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명연장을 요구해왔지. 나는 세상에서 인지도가 있는 유명 인사였기 때문에 그 유언장이 무리없이 받아 들여졌어. 나의 재산에 대한 처분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 나는 아무 말을 한 적이 없었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형과 동생이 변호사와 나누기로 했는지 그 유언장에는 그 세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 이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던 것 또한 내 귀가 살아있었기 때문이야. 처음엔 생명유지 장치를 위해서 병원에서 관리를 하다가 나중에는 집에서 전문 의료인을 두고 나를 관리하였지. 변호사 그 놈은 내 귀에 대고 양심고백이라도 하듯이 이러한 일을 꾸몄음을 자백했어. 그러면 천국에라도 갈 거라고 생각했나봐. 멍청한 녀석. 또 며칠이 지나자 이번엔 형제들이 와서 내 귀에 대고 그런 똑같은 짓을 했지. 세상에, 귀로 몹쓸 소리를 듣고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자네는 알고 있나?"

 

 노네임이 실제로 사람이었고 식물인간상태의 소설가였다니... 갑자기 노네임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져서 나도 모르게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더 비참한 것은 그 상태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사실이야. 나의 상태는 좀비보다는 낫지만 살아있지도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란 말이야. 내가 십년간 움직이지 않는 캄캄한 세상에 갇혀서 어찌 제정신을 유지하고 살 수 있었겠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관념이 실체가 될 정도로 의식을 훈련했네. 결국 나는 보이지 않는 조각인 생각들로 상상속에서나마 오감을 충족할 이 몸뚱아리를 만드는 지경까지 이르렀지. 그리고 다음에 한 일이 무엇인지 아나?"

 

 "노트와 펜을 만드셨군요."

 

 "역시, 자네는 나를 이해할 줄 알았네. 소설가가 가장 재밌는 일이 글을 쓸 때가 아니겠나. 나는 우선 몸을 가지게 된 후부터 노트와 펜을 만들기 위해서 또 한번 온 정신의 힘을 쏟아야 했어. 실로 몸을 만들때만큼 힘든 일이었네. 하지만 결국 내 앞에 첫번째 노트와 펜이 나타났지.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다음부터야. 그 노트에 무엇이든 쓴대로 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수정도 가능했지. 더구나 그 노트에 기록되는 것은 모든 것이 실제가 되어서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기로 작정하였네. 그것이 바로 방금 자네를 인도해준 '퍼스트'였지. 그는 나의 젊은 시절의 친우를 닮았어. 그에게 초창기에는 나에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았지. 그에게 자유의지와 생각할 힘을 주면서 인격적인 교감또한 나눌 수 있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만든 인물들이 많아질수록 자유의지를 가진 그들이 나를 공격하고 첫번째 노트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생겼네. 나는 너무나 놀랐지. 내가 만든 존재들도 그들이 스스로 악한 쪽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그들이 머릿속의 나에대한 기억을 모조리 지웠네. 그리고 노네임으로 그들에게 지시만 하였지. 그들이 나를 해칠 수 없는 본능마저 세팅 값으로 기록해 두었어. 나의 영혼이 내가 만든 망상적 존재에 의해 파괴되는 것은 절대 허락할 수가 없었거든. 아이고, 요즘에는 말을 조금 많이 하면 힘이 들어서."

 

 "물이라도 한잔 하시면서 천천히 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나의 말에 조금 힘겨워 보인 노네임은 물을 몇 모금 마시며 숨을 돌렸다. 나는 그가 그저 한 사람일 뿐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이 모든 일이 놀랍게 다가왔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내가 만든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무엇인가를 쓰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거야. 그것도 바닥에 하도 끄적거리길래 물어보아 알았지. 나는 그들에게 첫번째 노트에 기록하여 새롭게 다른 노트들을 만들어서 나누어 주었네. 그 노트는 첫 번째 노트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내가 설정한 값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았지. 아무튼 그렇게 작가들의 활동이 시작되었고 지금 자네처럼 수많은 인생들이 그들의 손에서 노트를 통해 만들어졌지. 나도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나는 내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캐릭터들에게 무한한 자유의지를 기본으로 하는 세팅 값을 정했고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규칙이지. 하지만 작가들이 만든 인물들이 늘어날수록 작가들도 결국 많아지고 더 많은 작가들에 의해서 인물들이 수없이 만들어지면서 모두 선한 의도만을 가지고 살기는 불가능해졌어. 이쯤에서 자네는 내가 왜 그런 슬픔과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침묵하고 묵인하는지 궁금할테지?"

 

 "네, 사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실존하지도 않는 허구적인물들에게까지 자유의지를 주면서 그렇게 혼란을 야기하는 이유를 저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순전히 나의 삶의 철학이었지. 자유의지가 없는 존재는 그 자체로 죽은 것이라는 것이 나의 삶의 명제였네. 생각해보게나. 내가 웃고 슬퍼하고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이 전혀 나의 의지가 아닌 정해진 치밀한 각본에 의한 것이라면 나는 그 스토리를 강제로 연기하는 인형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불완전한 존재들에 의해서 인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유의지로 인한 것이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까? 어느 누가 완전한 신도 아닌 이상한 상상으로 만들어진 인물에게 자신의 삶이 탄생되었다고 좋아하겠습니까?"

 

 조금은 가시를 담아 내 뱉은 말이었다. 노네임은 날카로운 나의 말에 조금은 더 무거운 표정이 되었고 힘겹게 말을 대답하였다.

 

 "나의 불찰인 것을 인정하네. 하지만 내가 만든 인물들에게 어떤 제약을 거는 것 또한 나에게는 딜레마였어. 나는 모든 이들이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던지 죽음 이후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었네. 그래서 작가로서 살아갈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면 랜덤시스템에 맡기고 그저 살아갈 수도 있지. 또한 모든 것이 허무하다면 자신의 존재의 소멸또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 딜레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

 

 "그냥 이 말도 안되는 세상을 만드신 분이 책임지고 모든 것을 원래 상태로 없던 무(無)로 돌려 놓으시면 끝나는 문제 아닙니까?"

 

 "글쎄. 나에게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되지 않는구만. 그래서 그 문제로 내가 자네를 선택한 것이었네. 사실 나는 자네를 지켜보면서 다른 이들이 아닌 자네만이 나에게 올 것이라 생각했지. 다른 이들이야, 어떻게 보면 자네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위급한 상황에 응급조치로 내가 보낸 것 정도 밖에 되지 않을지도 몰라. 어쨌든 나는 처음부터 자네를 선택했고 이 순간을 기다렸어. 내 자리를 이어서 모든 권한을 자네가 받는다면 나는 자네가 무엇을 결정하여도 그것을 거부할 수 없네."

 

 "왜 하필 저입니까?"

 

 나의 이번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는 노네임은 그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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