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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선상파티
작성일 : 22-02-18 22:28     조회 : 130     추천 : 0     분량 : 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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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구 내에서 도적질을 해봤자 돈이 될 리가 없었다. 도적단은 방향키를 마루로 돌렸다. 그들은 달이 뜨면 돈을 훔치기 위해 학목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왔다. 다리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들도 그들을 저지하려 애를 썼지만, 도적단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경비대는 뚫리기 일쑤였다.

 

 "달구시 그곳에선 하루에도 수 십 건 씩 행방불명 신고가 들어오고 수 백 건의 사상 사고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범죄가 판치는 곳이고, 그런 곳에 경찰들을 투입하면 전보다 나아지긴 하겠지만 인력 손실이 크게 발생할 것입니다. 달구시를 위해 그런 희생을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강 아래 지역에서 범죄가 너무 성행하다 보니, 심지어 뉴스에서도 달구시 내의 범죄소식은 다루지 않았다. 강 위 지역 사람들에게 달구시는 말 그대로 '범죄도시'였다. 하지만 값 싼 인력을 구할 곳이 달구시 밖에 없다 보니 마루시 입장에서도 달구와의 교통을 끊을 수는 없었다.

 

 "결국 저는 여러분들께 한 가지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윽고 화면에 영상이 재생되었다. 영상의 배경은 마루시와 달구시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 '장목대교'였다. 자세히 보니, 화면의 왼쪽 끝, 마루시 입구에 경비들이 서있었다.

 

 "지난달에 찍힌 영상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이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의 눈은 영상에 집중되었다.

 

 부르릉-부릉-

 

 잠시 후, 다수의 오토바이들이 영상에 등장했다. 이륜차 행렬은 길게 이어졌고 곧 화면을 채웠다. 오토바이의 거친 엔진 소리가 연회장을 가득히 채웠다. 외모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달구시의 도적단이었다. 그들은 다리를 통해 달구시에서 마루시로 거칠게 질주했다. 검은 구렁이가 다리를 타고 마루시로 접근하는 형상이었다. 화면 속 경비원들은 그들을 발견하고 서둘러 총기를 꺼냈다.

 

 탕! 탕! 탕!

 

 수차례의 발사에도 경비원들의 총격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차량들은 그대로 경비대를 향해 달렸고, 순식간에 경비선을 뚫고 마루시로 들어갔다.

 

 화면은 거기서 멈추고 사장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번 달에 범죄를 일으켰던 '흑사단'의 모습입니다. 이들은 이대로 스탠 은행으로 돌진해서 100억에 가까운 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인명 피해도 30명 가까이 됩니다."

 

 흑사단은 금품을 위해서라면 스스럼없이 무력을 행사하는 도적단이었다. 그들의 냉혈함은 경찰이 그들을 함부로 막지 못하는 이유 중 한 가지였다. 심지어 다른 도적단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래서 제가 저번 주에 두 가지 제안을 했었죠? 한 가지는 '다리를 지키는 경찰 병력을 2배로 늘리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니, 교량의 설계도가 나왔다. 다리는 분리형으로,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양쪽이 들리면서 중간이 끊어지는 형태였다. 즉, 큰 배가 밑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다리가 양쪽으로 올려지는 '도개교'와 같은 구조였다.

 

 "'분리형 교량을 만들자.'였습니다."

 

 사람들은 대꾸하지 않고 그저 분리형 다리의 설계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아래 마을의 사람들이 모두 도적단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도적단은 반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분리형 교량을 만듦으로서, 선량한 달구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겠죠."

 

 일례로, 대형 병원들은 오직 마루시에만 있었다. 그 때문에 교량이 분리되어있을 경우, 응급상황에서 달구시 사람들은 응급센터를 가기 힘들었다. 달구시엔 응급센터가 있는 병원이라고 해봤자 고작 2곳. 그마저도 구색만 맞춘 센터였다. 다리만 연결되어있다면 훨씬 가까운 마루 병원에서 더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분리형 교량은 그 가능성을 0으로 만들었다. 치료 외에 다른 상황에도 마루시로 오는 길목이 막혀버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분리형 교량의 장점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다리를 끊어놓음으로서, 마루시의 치안이 한 층 더 탄탄해진다는 점입니다. 여러분도 이 점에 동의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원 그래프(pie chart)가 나타났다. 화면 오른쪽에 적힌 설명을 보니, 파란색은 '다리를 지키는 경찰 병력을 2배로 늘리자'를 의미했고, 빨간색은 '분리형 교량을 만들자'를 뜻했다. 하지만 화면 중앙엔 빨간 원 하나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여러분 모두가 만장일치로 '분리형 교량'을 건설하자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강단 아래로 내려와 단상 앞에 세워진 철제 통으로 다가갔다. 모금함이었다. 높이는 시장의 골반까지 닿을 정도로 높았고, 속에는 수많은 돈이 빽빽하게 담겨있었다.

 

 "오늘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넣어주신 이 후원금은 교량 건설의 착수에 쓰일 예정입니다.“

 

 시장은 그 통을 들어 올리려는 시늉을 했다. 그는 나무를 뿌리째 뽑는 임꺽정 같은 자세를 취했지만, 모금함은 미동도 없었다. 무안해진 그는 겸연쩍게 웃음 지었다.

 

 "허허, 여러분의 후원이 이렇게 가득할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하하-

 

 내빈들의 웃음소리엔 희망과 안도가 섞여있었다.

 

 "그럼, 이 후원금을 통해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이제 달구시 도적단 때문에 속 썩으실 일은 없을 겁니다."

 

 짝... 짝...

 

 한 사람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박수소리는 파도를 타고 이내 연회장 전체를 채웠다.

 

 짝짝짝짝짝-

 

 시장은 허리를 90도로 숙여 손님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때였다.

 

 툭

 

 연회장이 온통 암흑으로 휩싸였다. 계획에 없던 어둠이었다.

 

 철컥. 철컥.

 

 "뭐, 뭐야?"

 "웬 정전이야?"

 "불 끈 사람 누구야?"

 "빨리 불 켜!"

 

 내빈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툭

 

 10초 후, 다시 불이 켜졌다.

 

 "어떤 놈이 불을 끈 거야?"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사람들은 불을 끈 장난꾸러기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몇 초 뒤, 그들은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 허전함을 가장 먼저 느낀 사람은 다름 아닌 임 시장이었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몸이 굳은 채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금함이...."

 

 분명 몇 초 전까지 그의 앞에 있었던 모금함이 사라진 것이었다.

 

 "모금함이 없어졌잖아?"

 "누가 그런 짓을?"

 "도...도둑이야!"

 "뭐? 도둑?"

 "설마 흑사단인가?"

 "뭐? 흑사단이 여기 있다고?"

 

 혼란은 전염병처럼 퍼졌고 연회장에 있던 모두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난 이곳에서 나가야겠어."

 

 당황한 여성 내빈 한 명이 연회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출입문을 당겼지만, 문은 단단히 잠겨있었다.

 

 "뭐야? 문이 왜 잠겨있어?"

 "이쪽도 잠겨있어!"

 

 반대편 문을 당기던 신사도 외쳤다.

 

 삐익-

 

 마이크 켜지는 소리가 다시 들리고,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강단을 쳐다보았다.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단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마루시의 경찰청장이었다. 160cm이 조금 넘는 키였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키운 그의 몸집은 위압감을 드러내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승객들은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어안이 벙벙했다. 경찰청장은 연회장을 쓰윽 훑어보더니 마이크를 입에 가져갔다.

 

 "저는 마루 경찰청의 청장, 오성한입니다. 저희 경찰은 이 모임에 불청객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덕분에 저희 경찰이 그 불청객보다 한 발 앞서 함정을 파놨죠."

 

 승객들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 그를 멀뚱히 쳐다볼 뿐이었다. 경찰청장은 절도있는 동작으로 팔을 쭉 뻗어 출입구를 가리켰다.

 

 "돌발상황이 일어난 순간, 연회장의 모든 출입문, 비상구, 그리고 창문까지 굳게 잠기도록 설계해 놓았습니다. 창문의 경우엔 미리 밖에다가 철창까지 설치해 놨고요."

 

 승객들은 그의 말을 이해하고 시선을 움직여 서로를 쳐다보았다.

 

 "한 마디로, 모금함을 훔쳐간 불청객은 지금 이 연회장 안에 있습니다."

 

 승객들은 천적을 경계하는 생쥐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리 중에... 도둑이 있다고?”

 

 경찰청장이 손가락을 왼쪽으로 까딱거리자, 구석을 지키고 있던 순경 4명이 강단으로 뛰어왔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발맞춰 달려오는 모습은 그들이 상당한 훈련을 받은 경찰임을 증명했다. 경찰청장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모금함 전체가 없어졌지만, 도둑이 원했던 것은 그 안에 있던 돈일 겁니다. 아무리 돈이 많으신 분이라도 그 많은 돈을 현찰로 들고 다니는 분은 없겠죠? 자, 이제 한 분씩 나오셔서 이 순경들에게 검사를 받으시면 됩니다. 무사히 조사를 마치신 분들만 이 강단에 올라오는 걸로 하죠. 수상한 행동을 하는 자가 있으면 그 즉시 말씀해주시고요. 그럼 바로 시작합시다.”

 

 경찰청장의 카리스마는 단숨에 혼란을 덮어버렸고 사람들은 그의 지휘에 따라 줄을 길게 섰다. 이제 더 이상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자, 차례대로 오세요."

 

 진행은 간단했다. 한 줄로 서있던 승객들은 차례로 경찰들에게 몸수색을 받았다.

 

 "올라가셔도 좋습니다."

 

 검사를 마친 승객들은 순경의 지시에 따라 강단 위로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경찰청장은 강단에서 내려와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그 큰 게 어디로 갔을까? 어디 숨겨 놓기도 힘들 텐데?"

 

 그가 찾고 있던 것은 모금함이었다.

 

 “여러분 모두 잘 협조해주고 계십니다. 조사는 1시간 내로 끝날 겁니다. 당연히 범인도 그 안에 잡히겠죠.”

 

 경찰청장은 정말로 그 상황을 예측했던 것처럼 말투에 확신이 가득 찼다. 몸수색 계획도 그려놨었는지 그의 부하 중엔 여경도 있었다. 덕분에 남성 경찰이 여성승객의 몸을 더듬는 일이나, 여성 경찰이 남성승객의 몸을 더듬는 일은 없었다.

 

 “외투를 걸쳤거나 모자를 쓰신 분들은 수색을 받기 전에 미리 벗어주시기 바랍니다.”

 

 몸수색은 한 사람 당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때때로 짐이 많은 사람들은 3분 가까이 걸리긴 했지만, 20분이 지났을 무렵엔 80명 가까운 사람들이 단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저기요."

 

 대기 줄의 중간에서 노신사가 손을 번쩍 들었다. 경찰청장의 기억대로라면 그는 한천대학교의 교수였다. 경찰청장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응시했다.

 

 “무슨 일이시죠?”

 

 백발의 노신사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나서야 목소리를 냈다.

 

 “여기, 테이블 밑에 모금함이 있습니다.”

 “모금함이요?”

 

 경찰청장은 황급히 걸음을 옮겨 노교수에게 다가갔다. 노교수의 손가락 끝이 가리킨 곳은 음식이 즐비해있던 테이블의 밑이었다. 테이블은 식탁보로 덮여있어 그것을 들춰보지 않는 이상 그 안을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여기 있는 건 어떻게 발견하셨죠?”

 

 교수는 모자를 벗다가 놓치는 바람에 모자가 테이블 아래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모자를 찾기 위해서 식탁보를 올리는 순간,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모금함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러셨군요. 알겠습니다.”

 

 경찰청장은 허리를 굽혀 테이블 밑으로 손을 뻗었다. 아까 시장이 소개했던 그 모금함이 분명했다. 그는 모금함을 힘껏 당겨 테이블 밖으로 꺼냈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내용물은 이미 꺼내갔나 보군.”

 

 역시나 모금함에 걸려있던 자물쇠는 부서져있었다. 지금은 그저 달랑거리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했다.

 

 “이로써 정전의 목적까지 확실해졌습니다. 여러분 중에 도둑이 있다는 추측도 사실이 됐고요. 이제부터 수상한 행동을 하시면 즉시 도둑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오 청장의 눈빛은 송곳처럼 날카로워졌다. 그에게서 풍기는 강렬한 기운은 파티장을 한 순간에 취조실로 만들었다. 연회장은 조용하다 못해 싸늘해졌다.

 

 "일단 모금함부터 확인해봐야겠어."

 

 경찰청장은 내용물을 조사하기 위해 모금함의 뚜껑을 쥐었다. 그는 뚜껑을 천천히 위로 올리려 했다. 그러나 청장은 이내 당황했다.

 

 "이게 왜 이러지?"

 

 모금함의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내부에서 무언가 걸린 것이 느껴졌다.

 

 "자물쇠 때문인가?"

 

 하지만 자물쇠는 박살이 나있었다. 오 청장은 더욱 큰 힘을 주었다.

 

 "안에서 뭔가가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은데?"

 

 오 청장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는 손에 힘을 모아 강하게 당겼다. 힘이 증가함에 따라 모금함과 뚜껑의 틈은 조금씩 벌어져 갔다. 그의 주먹에서 힘줄이 튀어나오려는 찰나, 모금함이 활짝 열었다.

 

 휘익-

 

 모금함 속에서 생수병만 한 물체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땡그랑 땡그랑

 

 "뭐, 뭐야?"

 

 금속 물체들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렸다. 경찰청장은 깜짝 놀라 주위를 돌아보았다. 언뜻 보면 알루미늄으로 된 음료수 캔이었다. 청장을 중심으로 음료수 캔이 사방팔방에 굴러다녔다. 청장의 행동을 지켜보던 순경은 빠르게 눈을 돌려 상황을 보고했다.

 

 "1.. 2.. 3.. 4.. 5... 모금함에서부터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물체는 총 10개입니다."

 

 취이익-

 

 갑자기 사방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상황을 보고하던 순경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바닥에 떨어진 캔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승객들은 손가락으로 그 물체들을 가리켰다.

 

 "음료수에 불이 붙었어요."

 

 처음엔 캔이 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연기는 캔의 내부에서부터 나고 있었다.

 

 연기가 코끝에 닿기도 전에 경찰청장은 그 캔과 연기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최루탄이다!"

 

 최루가스는 순식간에 연회장 바닥을 덮었고, 연기는 서서히 위로 올라왔다. 경찰청장의 눈으로 불안 가득한 승객들의 눈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눈들은 뿌연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여러분들, 자리를 지키고 계세요! 즉시 환기시키겠습니다!"

 

 경찰청장은 아까처럼 승객들의 혼란을 가라앉히려 했으나 결과는 그 전과 달랐다. 심지어 승객을 진정시키려는 그의 눈물샘에도 이슬처럼 눈물이 고여있었다. 가스에 버티려고 눈을 질끈 감은 순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눈이 따가워!”

 

 우르르-

 

 밀폐된 공간은 눈 깜짝할 새에 가스로 꽉 채워졌고, 승객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난관에 봉착했다. 게다가 최루가스까지 마시게 되자 승객들에겐 합리적 이성보다 생존욕구가 앞섰다. 그들 중 몇몇은 연회장 출구로 달려가 코뿔소처럼 몸을 부딪쳤다.

 

 콜록- 콜록-

 

 승객들은 눈도 뜨지 못한 채,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 콧물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여기서 나갈 거야! 문 열어!"

 

 쿵! 퍼억! 쾅!

 

 사람들은 출입문을 밀고 발로 차기 시작했다. 그 둔탁한 소리는 침착하게 행동하던 주변 사람들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단상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마음이 흔들려 경찰청장의 부탁에도 강단을 뛰쳐나갔다.

 

 "나도 나갈 거야!"

 

 하지만 연회장은 앞이 보이지 않는 연기 속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고, 뒤엉켜 넘어지고, 결국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연기 속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

 

 방향감각을 잃은 사람들은 벽을 짚고 출구를 찾으려 했다.

 

 “여기가 어디야?”

 

 출구를 찾기 위해 열리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떴지만 나오라는 출구는 안 나오고 눈물만 하염없이 나왔다.

 

 쾅! 콰광! 쾅!

 

 문밖으로 나가려는 승객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꺼내줘!"

 

 인내심이 다한 승객들은 경찰청장을 부르기 시작했다.

 

 "콜록, 오 청장님! 문 좀 열어줘요."

 “오 청장! 문 좀 열어주게!”

 "이러다 숨 막혀 죽겠어요."

 

 눈물 섞인 탄식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안 돼. 거의 다 잡았는데.'

 

 연회장 출구를 개방한다는 것은 범인에게 탈출구를 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경찰청장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지경이었다.

 

 쾅! 쾅!

 

 "에이, 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고막을 쉴 새 없이 강타할 때였다.

 

 끼익-

 

 연회장의 출입문이 열렸다. 청장의 지시가 내려진 것이었다. 그도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열렸다!"

 

 문이 열렸다는 그 한 마디에, 사람들은 열리지 않는 눈을 비벼가며 출구를 찾았다.

 

 "저기다."

 

 출구가 개방되면서 바깥바람이 느껴졌고, 최루가스는 미약하게나마 연해졌다. 경찰청장은 눈물을 머금은 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혹시 주변에 쓰러지시거나 크게 다치신 분 없는지 확인해주십시오."

 

 하지만 사람들은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문밖으로 뛰어나갈 뿐이었다.

 

 “뭐지?”

 

 그때 청장의 시야에 의문의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한 손에는 서류가방을, 다른 손에는 큼지막한 배낭을 든 채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남성이라고 여긴 건, 그가 입은 남성용 정장 때문이었다. 의심스럽다고 느낀 건, 그가 머리에 쓰고 있던 것 때문이었다.

 

 '방독면?'

 

 그는 분명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방독면을 쓴 자는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출구를 향해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경찰청장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당신 뭐야? 거기 서!"

 

 그가 사정거리에 들자, 경찰청장은 날렵하게 그를 덮쳤다.

 

 “잡았다, 이 자식!”

 

 방독면의 사내는 청장의 품에 안긴 채 쓰러졌다. 사내는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청장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어딜 빠져나가려고!”

 

 청장은 더 큰 힘을 주었다. 그의 상완 이두근은 아나콘다처럼 사내를 꽉 조였다. 잠시 뒤 방독면 안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악!”

 

 경찰청장은 민첩하게 방독면 사내의 배 위에 올라탔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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