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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6
작성일 : 22-02-18 17:29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7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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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레븐이라는 여자는 어떤 빌딩건물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안에는 그녀와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그때문인지 여기까지 오며 한쉬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던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15층 입니다."

 

 엘리베이터의 시스템 안내음성이 들리며 문이 좌우로 열렸다. 언제부터인가 엘리베이터 속도도 1초에 5층높이만큼 올라갈 정도로 무지하게 빨라져서 15층 아래로 두명이 눌러 멈추었다 가지만 않았더라면 그녀와 나 사이의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좀 더 짧았을 것이었다. 나는 또다시 성큼성큼 걸어가며 복도 좌우에 보이는 문들을 지나쳐 그녀가 멈추어 있는 문 앞에서 똑같이 멈추었다.

 

 "사실 최근에 만들어진 캐릭터를 내 공간에 들이는 것이 처음이라 조금 떨리기도 하네요. 일단 들어가시죠."

 

 그녀는 문을 열어 고개를 까딱이며 나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표시를 하였다.

 

 그곳은 그녀의 집인 것 같았다. 실내의 천장이 생각보다 높고 거실과 안방 하나의 투룸 구조인 것 같았다. 안방은 침실로 사용하는 듯 했고 거실에는 안락해보이는 낡은 가죽소파와 한쪽 벽면에 놓인 책상과 그 위에 노트북과 여러가지 노트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그 옆 벽면을 천장까지 가득채운 책장에는 검은색 표지에 제목도 없는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어서 조금 기괴한 느낌마저 들게 하였다. 내가 말없이 집안을 여기저기 보고 있으니 그녀가 냉장고에서 아메리카노 캔을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며 소파에 편하게 앉으라고 하였다. 캔커피를 받아 소파에 앉으니 겉에서 보던 것 보다 더 실제로 안락하여서 침대보다 더 편하게 느껴졌다. 그녀도 기역자로 꺾인 부분에 앉아서 나에게 건네준 캔 커피와 같은 것을 들고 마시고 있었다.

 

 "음~ 역시 커피는 캔커피가 최고죠. 귀찮아 죽겠는데 언제 내려먹어요. 대기업이 만든 캔커피만큼 가성비가 좋은 것도 없다니까요? 한번 드셔보세요. 요즘 캔커피가 옛날처럼 그렇게 싸구려가 아니에요. 가격도 비싼만큼 맛도 좋죠."

 

 "그럼, 잘 먹을게요."

 

 나는 왠지 이 소파에 앉은 순간부터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몸 구석구석으로 들어와 처음 본 그녀에 대하여 조금은 경계심이 낮출 수 있게 되었다.

 

 "맛이 생각보다 괜찮네요."

 

 "그렇죠? 제가 매주 배달시켜서 먹고 있거든요. 일주일이면 20개짜리 한박스는 그냥 순식간에 없어져요. 어쩔때는 두박스를 시켜도 다 먹을 때가 있다니까요."

 

 "그러면 한번에 많이 시켜놓고 먹지 그래요?"

 

 "제 주관이 먹을만큼, 필요한만큼이라.. 또 많이 쟁여두면 손이 잘 안가더라고요. 왜 사람들 다 그럴때가 있잖아요? 돈이 없으면 평소보다 더 먹고 싶은 것이 많은데 막상 돈이 많으면 별로 당기는 것이 없어서 인생이 재미가 없어질 때 말이에요. 뭐든지 그때그때 필요한만큼 사용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행복의 비결이죠."

 

 나는 문득 내가 오늘 처음 본 이 여자와 이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사이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어제 그 남자보다는 더 높은 직위의 사람인 것 같기도 하였다. 요즘은 심리학적인 기술이나 인문학적 소양 및 인간관계에 있어서 소통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저를 데리고 오셔서 하려는 말이 무엇이죠?"

 

 나의 말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선글라스를 벗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아름다운 미인의 얼굴이어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소리가 나올뻔 했으나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눈과 코와 입이 동양적이면서도 서구적이어서 동서양의 대표적인 미인형 얼굴의 장점을 적절하게 배치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tv만 틀더라도 예쁘다는 여자 스타들이 수없이 나오지만 이만한 미인을 실물로 본 적은 여태껏 없었기에 비현실적 상황에 놓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는지 펜과 어떤 종이를 책상 서랍에서 꺼내어 나에게 내밀며 말했다.

 

 "사실 이곳에서 조용히 설명드릴 내용은 우선 매우 비밀스러운 일이기에 서명을 한번 해주셔야겠어요. 자, 여기 이곳에 서명을 한번 해주세요."

 

 {이곳에서 들은 모든 이야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되고 그와 마찬가지로 어떤 기록도 남기면 안된다. 만약, 이를 어길시에는 이야기가 종결되기 전에도 존재소멸까지 될 수 있으며 그 외에 어떠한 징계나 벌이 있더라도 그 책임은 오로지 본인에게 있음을 서약한다.}

 

 어떠한 이야기를 할 것이기에 이런 협박용 밑밥을 들이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섭다고 안 들을 수가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떻게든 진실을 파헤쳐서 의문의 뿌리를 뽑아버려야 했다. 나는 그녀가 가리킨 곳에 서명을 하였고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한번 더 띠고는 종이를 들고 다시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내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기남씨도 어제 피터에게 들어서 대충은 알고 있겠지만 여기서 돌아다니는 인물들은 사실 다 우리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속 인물들이에요. 아, 물론 허구적인 존재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저도 실은 기남씨와 별다른 차이 없이 만들어진 존재이니 그 마음이 어떤지는 저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저는 열한번째로 만들어진 인물이었어요. 나는 처음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나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은 모두 '퍼스트맨'에 의해서 생겨난 인물들이었어요. 최초의 작가들이 탄생한 것이죠."

 

 나는 그녀도 나처럼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말에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그 퍼스트맨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는 말인가요?"

 

 "원흉이요? 음...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기는 하지만 기남씨가 최근에 겪으신 일을 생각하면 그런 시각을 가질 수도 있겠네요. 기남씨가 말하는 요지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을 말하는 것이라면, 맞아요. 그 퍼스트맨은 우리 작가들을 최초로 펜과 노트로 만들어낸 인물이죠. 그런 의미로 '첫번째 작가'라는 뜻에서 우리는 그를 퍼스트맨이라고 불러요. 이름도 알 수 없고 그가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름이나 자신에 대해서 말해준 적이 없기에 '알 수 없는 자'나 '노네임'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는데 저는 퍼스트맨이 더 편해요. 그는 그냥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가장 처음 시작한 사람인거죠."

 

 "그렇다면 그 퍼스트맨은 신인가요?"

 

 "신이요? 글쎄요. 저희에게는 사실 신처럼 여겨지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는데 요즘들어 부쩍 야위고 수척해진 그를 보면 오히려 늙지 않고 건강한 우리 작가들이 더 강하게 보이기도 하죠. 권한이야 아직도 그에게 많이 있지만요. 그에게는 우리를 좌지우지할 무기가 있거든요."

 

 "무기요?"

 

 그것에 대하여 말하면서 눈을 빛내던 이 여자는 처음으로 조금 탐욕스러운 욕망이 어린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금방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말을 이어나갔다.

 

 "네, 절대적인 무기죠. 그것은 하나의 노트에요. 여기 이 책장에 가득한 노트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가 있어요. 바로 모든 작가들이 이야기를 창작하는데에 기본적으로 쓰이는 배경세팅 값이죠. 대표적으로 자유의지를 말할 수 있어요. 기남씨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선택하며 행동할 수 있는데에는 그분의 그 노트에 기록된 세팅값에 캐릭터의 자유의지 설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에요."

 

 "자유의지가 있어도 작가들이 스토리를 쓰는대로 살게 된다고 들었는데요? 무슨 해피엔딩, 배드엔딩, 새드엔딩 하던데."

 

 "그렇죠. 작가들이 노트에 기록한 내용은 아무리 자유의지가 있는 인물이라도 따라갈 수 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그것또한 퍼스트맨이 설정한 세팅값에 기초하여 작가들의 스토리라인에는 자유의지가 부여받은 캐릭터도 따라갈 수 밖에 없음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모든 작가는 한 사람당 적어도 수백에서 수천, 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관리하게 되어요. 그들이 만든 인물들이 살아가며 자연적으로 파생되는 수많은 인물들의 스토리들 또한 관리의 영역안에 들어가고요. 실질적으로 자신이 만든 인물이라고 하여도 24시간동안 그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모조리 디테일하게 적으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그러니 요즘 작가들이 도무지 창작활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거에요."

 

 "어제 그 피터라는 사람은 제가 쓰이던 노트가 원작자에 손에서 누군가가 훔쳐갔다고 하던데 저는 어떻게 창작이 된 거죠?"

 

 "인물을 새롭게 만들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세상의 인과관계속에서 태어나는 수많은 삶이 시작되면 새로운 노트가 생성되어 랜덤으로 작가들에게 매일 배정이 되어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창작에 대한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의미이지 아직까지도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는 순수한 작가들이 소수이지만 여전히 존재해요. 다만 제가 기남씨의 원작자는 아니지만 그 친구를 좀 아는데 그는 아마도 굉장히 많은 공을 들여서 기남씨 이야기를 쓰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은 노트를 도난당하고도 사실을 오랫동안 숨긴 것이 인정이 되어 기남씨가 괴로웠던 것과 비슷한 고통을 당하고 있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135일이죠. 그는 심지어 기남씨처럼 친구와 함께하지도 못하고 철저히 혼자서 그 외로움을 감당하고 있어요. 물론 자신이 벌인 일에대한 책임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좀 더 빨리 알렸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괜히 스스로 배드맨과 합작한 사건이라는 오명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혹시 저의 이야기가 적혀있다는 그 노트들을 좀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잠시만요. 자, 여기 있어요. 최근에 도난당한 노트는 네번째 권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첫번째부터 세번째까지 세권밖에 없고요."

 

 나는 첫번째 노트의 첫번째 장을 펼쳤다. 그곳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인공: 이기남

  성별: 남

  건강: 유전적인 질병없음. 그 이외에는 랜덤시스템.

  신체: 표준에 가까운 랜덤시스템.

  지능: 표준에 가까운 랜덤시스템.

  성격: 표준에 가까운 랜덤시스템.

  부모: 랜덤시스템.

  국가: 대한민국

  그 이외의 환경: 랜덤시스템.

  그 이외의 가족: 랜덤시스템.

  이 밖의 모든 설정은 기본 세팅값을 존중한다.}

 

 내 존재가 이름과 대한민국 빼고는 랜덤시스템이라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기가막혔다. 건강이란 항목에 유전적인 질병은 기본적으로 없애주었다는 것이 그나마 고맙다면 고마운 일인데 내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가 이 여자의 좀 전의 말로는 꽤 공을 들였다고 했는데 시작부터 이러니 무언가 허무해졌다. 나라는 존재가 이렇게 되도않은 작자의 랜덤시스템인지에 의해서 정해진 운명이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공을 들인 것이 이건가요?"

 

 "아, 랜덤시스템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은데 진짜 창작에 열정적인 사람일수록 랜덤시스템을 잘 활용하곤 하죠. 사실 우리 작가들이 아무리 인물을 디테일하게 잘 짜더라도 퍼스트맨이 만들어놓은 랜덤시스템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을 때가 많아요. 특히 처음 인물을 설정하고 그와 관련된 배경과 환경을 설정하는데에는 웬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여도 꼭 놓지는 부분이 있죠. 물론 최대한 세밀하게 설정한 후 나머지 부분을 랜덤으로 돌릴 수도 있는데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랜덤시스템이야말로 설정에 관한한 가장 효율적이며 세상에서 하나뿐인 인물을 만드는데에 도움을 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랜덤시스템에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인물과도 중복이 되지 않기에 온전히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시작으로 신뢰를 가지고 선택하기에 충분한 것이죠. 그래서 거의 99% 인물들이 랜덤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첫번째 노트를 훑어보았다. 내가 아기때에 있었던 일들과 어린시절의 소소하면서 특별했던 추억들이 꽤 자세하게 여러장에 걸쳐서 묘사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니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그 일들이 이 노트에 기록된 그대로 였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오묘한 감정에 휩쌓였다. 나는 두번째 노트를 집어 들었고 그 곳에는 학창시절의 기억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세번째 노트에서는 내가 그 이상한 곳에 가기 몇달전까지의 기록이 있었고 20대 시절의 열정가득한 일들과 지우와 연애하고 결혼한 스토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복잡미묘한 감정에 빠져서 잠시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을 했다.

 

 "보통은 이야기의 결론, 그러니까 이야기속에서 죽고 나서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는데 기남씨처럼 이야기속의 인물이 노트 밖의 세상에 대하여 알게 되는 일은 잘 없어요. 이런 특수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기남씨는 다른 평범한 인물들처럼 편안하게 나이들어서 눈을 감았을 거에요."

 

 "그럼, 저와 같은 이야기속 인물들이 죽고나면 어떻게 됩니까?"

 

 나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대답을 해주었다.

 

 "두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모든 사실을 알고나서 존재소멸에 동의하며 무(無)로 돌아갈 수도 있고 우리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될 수도 있어요.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무(無)로 돌아가는 것에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보통은 작가가 되는 것을 선택하죠."

 

 "내가 보았을 때에는 그렇게 무수한 삶을 지어내고 관리하며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나아보이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죠. 하지만 이제 작가가 된 초보작가에게는 한손가락에 꼽을만큼 적은 인원을 관리하도록 배정해주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요. 또한 그 관리해야할 수가 늘어나더라도 랜덤시스템을 적용하면 별로 손대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굴러가죠. 마지막으로 우리 작가들은 자신들이 살고 싶은 이야기속 세상에서 언제든지 들어가 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요. 그곳에서 살기위해 필요한 돈은 작가 자신이 세팅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굶어죽을 염려도 없죠. 무한한 세계를 언제든지 경험하고 랜덤시스템에만 의지한다면 그냥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해서 살아가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한마디로 영원히 사는 삶이 되는 거에요."

 

 "그야말로 불사신이군요."

 

 "죽지 않는다는 정의로는 맞는 말이에요. 퍼스트맨이 자신이 지은 모든 존재를 없애기로 마음먹지 않는한 우리는 세팅값에 따라서 사라지지 않아요. 그래도 가끔씩 철학적 질문을 너무 파고든 나머지 스스로 존재소멸을 하는 작가들도 없지는 않답니다. 정말 드문 일이긴한데 기남씨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우울증과 비슷한 개념이에요.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극도로 우울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결국 그런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작가들이 존재소멸을 하려면 퍼스트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아니에요. 퍼스트맨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절대 만날 수 없어요. 기본적으로 그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우리가 요청하기 전에 나타나서 도움을 주고 사라지죠. 우리는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알 수가 없어요. 작가들이 선택하는 소멸은 자신의 이야기가 쓰여진 노트를 불에 태우는 것이에요. 자신의 이야기가 적힌 노트는 원래 이야기속 세상에서 죽은 후에 누구나 받게 되는 거에요. 다른 사람이 악의를 가지고 훔쳐서 불태운다고 하여도 절대 불타지 않죠. 어떤 방법으로도 훼손되지도 않아요. 오로지 그 노트의 주인공인 자신만이 불태울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세팅값이에요. 이렇게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적인 절대규칙과 같은 거에요. 퍼스트맨이 처음 이 모든 세계관의 기초를 잡을 때에 설정해 놓고 기록한 것이죠. 그것이 기록된 첫번재 노트를 가질 수 있다면 가히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에요."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죽고나서 저 노트를 가지게 되면 곧바로 불태워서 아무런 고민도 없는 무(無)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좀 더 거지 같은 존재에 의하여 만들어진 세상이라도 계속 살아보아야 할 지에 대한 문제로 저울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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