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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태권도사
작가 : 우주수
작품등록일 : 2022.2.3

원치 않은 과거 회귀.
배운 게 도둑질이라 태권도를 또 하게 되었다.
근데 뭔가 잘 못 됐다.
악마가 나타났다.
너 퇴마 한 번 해보지 않을래?

 
28화
작성일 : 22-02-18 13:53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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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 가볼게요.”

 “그래. 잘 다녀오고. 가계걱정은 안해도 된다.”

 “네, 그럼 1주일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외삼촌에게 인사를 한 뒤 나는 외삼촌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나왔다.

 오늘부터 나는 1주일간의 태권도부 하계 합숙 훈련에 참여한다.

 나는 회귀 전에도 이런 연례행사에는 거부감이 있어 잘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번 합숙 훈련은 좀 특별했다.

 이번 합숙 훈련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천무극 태권도의 본산 충남 아산이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천무극 관계자에게 직접 천무극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학주 선생님이 마련해 주신 것이다.

 

 “고작 1주일로 무얼 할 수 있겠냐 마는...”

 

 나는 혀를 찼다.

 합숙훈련 기간은 고작 1주일. 그 시간동안 천무극 태권도를 배워운다고 해도 그저 수박 겉핥기 정도 밖에 배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가야만했다.

 천무극에는 그 금태양 녀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없다 하더라도 천무극 태권도는 지금껏 내가 배워온 태권도와는 확실히 달랐다.

 특히 그 천무극 특유의 보법은 기존의 태권도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보법이란 모든 무예에 있어서 기본적인 것으로 이 보법의 차이가 무예의 차이라 말해도 과언 아니었다.

 태권도의 보법은 주로 상대를 속이거나 공격에 특화된 보법이라면 천무극의 보법은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일어나는 독특한 보법이었다.

 집에서 천무극의 보법을 대충 흉내는 내보았지만, 발만 꼬일 뿐이었다.

 게다가 제대로 배우지 않고 흉내낸다 하더라도 그 보법에서 파생되는 기술을 알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저, 차인가?”

 

 학교에 도착해보니 전세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전세버스를 보니 지난번 석환의 습격이 또다시 생각났다.

 아직도 몸이 피곤할 때면 꿈에서 석환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나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석환 그자식은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을까?

 그 녀석은 바알제불의 가호를 받고 있는 모양인데, 보통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현실 세계에 진짜 악마의 힘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경찰마저 죽였으니 이제 거리낌없이 사람을 죽일 터였다. 앞으로도 기회만 있다면 나를 노릴 것 같은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어서와라 현아. 어디 아프냐? 왜 다죽어가?”

 

 차앞에 도착하자 학주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지난밤에도 알바를 하느라 밤을 꼬박 센 상태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데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과 같은 석환이라는 골칫덩이까지 떠안았으니 얼굴이 밝을 이유가 없었다.

 

 “말도 마세요. 지난밤에도 아르바이트한다고 밤 꼬박 새웠다니까요.”

 “그래, 고생했다. 아르바이트도 좀 쉬엄쉬엄 하려무나. 차 안에서 눈 좀 붙여.”

 “네.”

 

 나는 흐느적거리며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 안에는 이미 태권도부 학생들이 제법 많이 타고있었다.

 난 곧장 버스 뒷자리로 가서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미친 듯 쏟아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잠에 골아 떨어졌다.

 

 

 *****

 

 

 “계약자여 일어나라”

 “아 귀찮으니까 날 내버려 둬.”

 “일어나라면 일어나!”

 

 악마의 외침에 나는 억지로 눈을 떴다.

 사방은 언제나 그렇듯 칧흑처럼 어두웠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자꾸 보니 이것도 익숙해져서 무섭지도 놀랍지도 않았다. 나는 긴 하품하며 말했다.

 

 “먼데 또. 석환이라도 나타났냐?”

 “그건 아닌데.”

 “그럼 왜 날 깨웠냐고.”

 “이번엔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다.”

 

 시큼한 유황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나는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위대하신 악마님께서 필멸자의 도움이 왜 필요한지요.”

 “비꼬지 마라. 난 그다지 위대해지고 싶지도 않고 어떨결에 친구 따라 타락한 병신같은 악마니까.”

 “하아, 뭐 그렇다 치고 내가 뭘 도와줘야 하는데?”

 “내가 싫어하는 게 세 개가 있어.”

 “세 개?”

 “하나는 빌어먹을 신. 하나는 그 밑에서 일하는 젓갈 같은 천사. 그리고 그 셋 중에서도 가장 싫은 것이 자기 주제를 모르는 설치는 악마지. 네가 가려는 곳에 악마 메피스토와 계약을 맺은 인간이 있다. 그놈의 동향을 살펴라. 뭔가를 계획 중인 것 같은데 알 수가 없다.”

 

 악마는 난처한 듯 내 주위를 서성거렸다.

 물론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느껴질 뿐.

 

 “근데 내가 왜 널 도와 줘야 하는데?”

 “석환이 니 여친을 노려도 모른척 해도 되나?”

 “이 악마같은 놈.”

 “난 이미 악마야. 정의의 용사가 아니라고.”

 

 악마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악마를 향해 말했다.

 

 “그래서 멀하면 되는데?”

 “차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너를 맞이 하는 사람이 메피스토와 계약을 맺은 자다. 그자를 밀착감시해라. 그정도면 된다. 지금은.”

 

 “알았어. 감시만 하면 된다는 거지.”

 “그래... 너도 아는 사람일꺼다. 큭큭큭”

 

 악마는 나를 바라보며 기분나쁘게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의 이유를 멀지 않아 나는 알 수 있었다.

 

 “자 모두 일어나라 도착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학주 선생님의 말이 들려왔다.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시골에 도착해 있었다.

 아마도 이곳이 천무극의 본산 충남 아산시 산촌인 것 같았다.

 

 ‘내가 내리면 제일 먼저 만날 사람이 그 메피어쩌구의 쫄따구라는 거지?’

 

 나는 일부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마지막 사람까지 다 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사람이 내리고 난뒤 느긋하게 버스에서 내렸다.

 

 “풋 역시 있었구나.”

 

 버스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지난 대회에서 나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준 금태양이었다.

 

 “어서와라. 음 이렇게 보니 꽤 잘생겼네.”

 

 검은색 태권도복을 입은 금태양은 나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아마도 악수를 하자는 뜻인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금태양의 손을 잡았다. 바로 그때였다.

 금태양은 내손을 잡고선 그대로 자신에게로 당겼다. 그결과 나는 금태양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꽃냄새?’

 

 금태양의 몸에선 향긋한 꽃냄새 같은 것이 났다. 향수인 듯 했는데 남자가 뿌릴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보니 금태양의 가슴이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마치 여자의 가슴처럼 말이다.

 

 “너 설마, 여자였냐?”

 “응. 여자 경기는 시시해서 말이야.”

 

 금태양은 나의 귀에 속삭였다. 난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내가 남자도 아닌 여자에게 졌다니... 그야 말로 충격이었다.

 

 “네 계약자인 루시펠에게 말해. 메피스토님은 당분간 활동할 계획 없다고. 말이야.”

 “그럼 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지?”

 “나? 연애나 해보려고.”

 “여, 연애?”

 “응. 너랑.”

 “...”

 

 금태양은 웃었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금태양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그저 키가 또래보다 큰 여자. 화장만 하면 재법 미녀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얼굴이었다.

 

 “다시 소개할게. 내 이름은 유이. 성이 유고 이름이 이야. 유이라고 부르면 돼. 천무극 창시자는 우리 아빠야. 난 그 뒤를 잊기로 되어있지.”

 “그 딴건 됐고. 난 이미 여친이 있단말야!”

 “음, 상관없어.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들어가는 건 아니니까.”

 “...”

 

 아무래도 난 무시무시한 적수를 만난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전에 너와 싸워보고 한눈에 반했어... 라는건 거짓말이고, 너라면 나를 만족시켜 줄 만한 남자 정도는 될 것 같아서 말이지.”

 “야, 거기까지만 말해. 다들 오해 하잖아.”

 

 이미 나와 유이 주변에는 태권도부 학생들이 빙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

 

 “지난 대회에서 꼬신 여잔가 봐.”

 “능력도 좋네. 애인도 있는 주제에.”

 “세상 참 불공하다. 누군 태권도도 잘해, 여자도 잘 꼬셔. 하!”

 

 나는 얼른 유이의 품에서 벗어나 유이를 끌고 애들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속셈이지? 넌 메피스토와 계약한 계약자잖아.”

 “그래서? 그게 어때서? 그냥 심심해서 해봤는데 진짜 돼서 좀 놀라긴 했지만, 뭐 메피스토도 그냥 따분해서 지옥에서 탈출했다고 그러고. 나야 뭐 너랑 사귈 수만 있으면 만사 OK지.”

 

 유이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머리를 양손으로 거머쥐었다.

 석환이만 해도 골치 아팠는데 이젠 금태양, 아니 유이까지 여기에 가세하다니 그야말로 산넘어 산이었다.

 

 “아 여기 계셨군요. 유사범님.”

 

 바로 그때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학주 선생님이었다.

 

 “지난번 대회에 참석했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지 아십니까?”

 “놀라실꺼 까지야. 고작 태권도 대회에 참여했을 뿐인데요.”

 “남자부 대회에 참석했으니 그렇지요. 대회 관계자들까지 다 속이셨다고 들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학주 선생님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유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앞서 걸으며 입을 열었다.

 

 “여자 경기는 재미가 없어서요. 남자 대회라고 해서 다를 줄 알았는데 거기서 거기더군요. 뭐 그중에서 학주 선생님의 제자는 꽤 괜찮았습니다. 조금더 다듬어야겠지만.”

 “아, 네... 그래서 제가 데려온 겁니다. 유관장님께는 잘 좀 말해 주십시오. 아시잖아요. 저 싫어하는거.”

 

 유이 뒤에서 연신 굽신거리며 말하는 학주 선생님. 뒤에서 이를 보고 있는 내가 다 창피해질 정도였다.

 

 “걱정마십세요. 제가 이미 허락받아 놨습니다. 단지...”

 “단지?”

 “다현이라고 했던가요? 그 학생은 제가 직접 가르치겠습니다. 단 둘이서요.”

 

 유이는 나를 힐끔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오삭 돋았다.

 

 “그러시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릴려고 했습니다. 저 녀석 제 수제자거든요. 저 녀석 조금만 다듬으면 꽤나 쓸만한 재목이 될 겁니다.”

 “저기 잠깐만요!”

 

 나는 둘의 말에 끼어들었다. 난 연애를 하기 위해 여기 온게 아니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꼼짝없이 이번 학숙훈련은 유이와의 데이트로 변해 버릴 상황이었다.

 

 “왜 현아. 사범님께서 친히 널 가르쳐 주시겠다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저기 제가 조금 부담스러워서...”

 

 차마 유이와 사귀기 싫어서 그렇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유이는 그런 나를 재밌는 장난감이라도 본 것처럼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부담스러워 할 것 없어요. 학주 선생님은 저랑 예전부터 친했고, 학주 선생님의 수제자 라면 당연히 제가 직접 봐 드려야죠.”

 “하하하 사범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둘봐를 모르겠네요. 그럼 잘부탁드립니다.”

 “뭘요. 저도 제자분이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호호호.”

 

 마치 상견례라도 하는 분위기에 나는 자포자기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아직 날씨는 더웠다.

 언제나 가을이 오려나. 나는 깊이 한숨을 쉬며 학주 선생님과 금태... 아니 유이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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