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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며든 너
작가 : Hee Yeon Je
작품등록일 : 2016.10.10

초시계가 뛰면, 내 심장이 뛰고,
내 심장이 뛰면, 널 향한 내 뜀박질이 시작된다.

관음증의 진혁과 이중생활 하나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극과극의 두사람, 그러나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그들.
그렇게 서로가 스며들듯 사랑에 빠지는데..

 
17. 위험한 거래는 지금부터
작성일 : 16-10-31 22:07     조회 : 567     추천 : 0     분량 : 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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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오피스텔 앞,

 어떻게 안 것인지 진혁이 서 있었다.

 하필 진우가 일이 있어서 오늘만은 혼자 들어오는 길이었다.

 

 피할까 생각도 들었지만, 어제 일이 마음에 걸렸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찌르르했다.

 

 처음 보는 진혁의 슬픈 표정이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다.

 저 남자 안아주고 싶게 만들었다.

 한번도 그런 표정을 짓는 적이 없었다.

 

 철옹성 같이 항상 단단하고 완벽하게만 굴던 그였다.

 그런데 그녀를 기다리는 그의 표정은 한없이 약해 보였다.

 결국 하나는 그에게로 발걸음을 끌리듯 옮겼다.

 

 그녀에게 돌아보는,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스러질 듯 아슬하다.

 그런데 하필 그의 뒤에 혜린의 얼굴이 보였다.

 

 하나는 급히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가 왜 여기까지 그것도 진혁의 뒤에 있는 것일까?

 혜린은 진혁을 쫓아 온 것처럼 보였다.

 아마 회사가 끝나고 그의 뒤를 밟은 듯 해보였다.

 

 진혁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

 표정이 전혀 의외라는 것을 보니,

 여기서 만나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답답했다.

 앞에 나서서 그를 끌고 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혜린에게 들켜서는 안되었다.

 하나의 사생활도, 그리고 진혁과의 관계도 그랬다.

 

 세사람 모두 한 회사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혜린과는 친하지는 않아도 항상 붙어있는 관계다.

 

 위험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다른 회사사람들에게,

 말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면 불보듯 뻔했다.

 그 혐오스러운 시선, 의심 견딜 자신이 없었다.

 

 

  "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

  " 진혁씨 따라왔어요. 나 할말이 있어요. "

  " 더는 할말이 없는 것으로

  그 때 이야기가 끝난 것으로 압니다. "

  " 아니요. 저는 아직 볼 일이 남았어요. "

  " 무슨 일이십니까?

  저는 당신에게 낼 시간이 없습니다. "

  " 너무 단호하시네요~ 너무 하신거 아니에요?

  하나에게 하듯이 저한테도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

  " 뭔가 단단히 착각하신 모양인데,

  저는 여자에 관심없습니다만. "

  " 그래서 어머니께도 그렇게 대하시나봐요? "

  " ……. "

  " 뭐 상관없어요.

  나를 앞으로 만나서 제대로 행동한다면,

  하나랑 동거한 사실 숨겨드리죠. "

  " 그 일은 이미 협의된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당신의 사생활이 공개되어도 상관 없습니까? "

  " 저보다는 하나가 더 피해가 갈 것 같네요.

  같은 회사 동료와 동거에 이중생활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폰서 받는 남자의 오피스텔에서

  지금 생활하고 있다죠?

  거기다 술집 마담의 어머니까지 있죠?

  누가 더 불리할 것 같으세요?

  저는 그냥 연애생활이에요.

  여러 남자를 한꺼번에 만난 적은 없어요.

  요즘 세상에 모텔간 것이 뭐 대수라고~

  하지만 하나는 지금 회사에서 평판도 좋고,

  조용한 성격에 이 사실이 소문나면

  회사 그만두어야 할거에요.

  아~ 상관없으려나?

  스폰하는 남자가 따로 있어서? "

  " 그 주둥이로 함부러 지껄이지마..

  그러다 죽는 수가 있어… "

  " 어머~ 무서워라! 그래서 어쩔 건데?

  당신이 어쩔 수 있을 꺼 같아?

  아니, 넌 반드시 날 찾아오게 될꺼야.

  무릎꿇고 매달리게 될꺼야.

  내일까지 나에게 답을 줘.

  안 그러면 하나 다시는 얼굴들고 다니지 못할거야!

  알아 들어? "

  " ! "

 

 

 혜린의 협박은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서 무시하려 했으나,

 이렇게 집요하게 파고 들줄은 몰랐다.

 

 차라리 진혁에 대한 일을 가지고 협박 했더라면,

 무시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일을 걸고 넘어졌다.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녀와 다시 시작하기 위해 그가 모든걸 내놓았다.

 

 이제 어머니와의 관계도 다 끝내고

 하나를 찾아와 다시 한번 진심다해 설득시키려고 했는데,

 걸림돌이 생겼다.

 

 혜린, 그녀를 만만하게 본 것이 실수였다.

 설마 하나를 가지고 협박 할 줄이야,

 진혁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혜린은 그의 손에 핸드폰을 뺏어 들어

 그녀의 번호를 남기곤 돌아갔다.

 그의 손에 쥐어진 핸드폰이 부서질 것 처럼 흔들거렸다.

 

 하필 이순간에 이런 거지같은 일이 또 벌어지다니,

 하늘이 깜깜해지고 세상이 핑돌고 있었다.

 

 간신히 붙잡은 이성이 멀리 날아갈 것 같았다.

 

 진혁은 하나가 들어간 방향을 뚫어지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발길을 어렵게 돌렸다.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일을 해결 짓는 것이 먼저였다.

 

 

 하나는 다음 날,

 소란스럽게 회사로비로 몰려든 사람들 틈으로,

 어렵게 안으로 들어섰다.

 

 아침부터 이상하게 사람들의 표정은 상기되어있고,

 믿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었다.

 

 대자보다.

 회사로비 벽면에 대자보가 붙었고,

 그 곳에 사진들과 이니셜이 거론된 이야기들이 써 있었다.

 

 그들이 모텔로 오고 나가는 장면이었다.

 얼굴이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밑에 쓰인 설명이 그랬고,

 여자가 입은 옷차림과 머리 모양새가

 딱 평소 혜린의 모습이었다.

 

 

  [ 옆에 있는 남자가 낯이 익은데, 누구지 ? ]

 

 

 이니셜도 낯이 익었다.

 여자 이니셜과 설명이 그리고 사진이,

 혜린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러면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문뜩 사람들 사이에서 이니셜에 대한 말이 오고간다.

 그리고 그들 틈에서 진혁의 이름이 오갔다.

 

 

  [ 진혁이라고? 그러고 보니 어제 혜린이 좇아온 것이!!

  그의 새로운 먹잇감인가? ]

 

 

 그렇다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혀진 이유는 뭐란 말인가?

 대자보의 내용을 읽어내려가던,

 하나는 너무나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써있는 사실은 남자의 관음증에 관한 내용이었고,

 그리고 혜린은 그 것을 알면서도 서로 동조하며,

 그런 성관계를 즐겼고 같이

 사진과 비디오를 찍은 내용이었다.

 

 약간의 모자이크 처리가 되긴 했지만,

 모텔 내에서 성행위 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캡쳐한 듯한 영상이 고스란히 실려있었다.

 화질을 보아해도 상당히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이 분명했다.

 

 그런데 도대체 둘이 언제 그렇게 가까워졌단 말인가?

 혜린이 전부터 진혁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단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하나는 진혁과 얼마 전까지 동거를 했고,

 그의 관음증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 영상들과 컬렉션을 몽땅

 불태워 버리고 부셔버리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혜린의 사진과 영상은 없었다.

 

 적어도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그랬다.

 

 

 [ 혜린과 진혁이 그런 관계라고? 설마…그래서 어제? ]

 

 

 그런데 수근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는 의문이 들었다.

 진혁은 여자와 성관계를 맺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나가 터치하는 것조차 거부했던 그였다.

 물론 최근에 키스끼지 하기는 했어도,

 그는 결벽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남을 찍은것까지는 몰라도,

 같이 모텔을 들어가고 성비디오를 찍었다고?

 관계를 맺으면서?

 

 애시당초 모텔 자체를 결벽때문에라도

 들어갈 남자가 아니다.

 아무래도 이 대자보의 내용이 이상했다.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것도 그렇고,

 이렇게 대놓고 공개한 것도 타격이 너무 컸다.

 

 진혁이라면 이렇게 정공법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라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관리해왔다.

 

 일부러 무언인가 목적을 위해

 공개적으로 회사내에서 알려진 것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진혁은 저 비디오와 사진의 주인공일 수가 없었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

 누가 이 대자보를 모든 회사내에

 직원들이 볼수 있게 해놓았을까?

 

 뒤에 서있던 혜린의 표정이

 울그락 불그락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었다.

 꽉진 주먹은 핏줄이 불거지고 너무 하얗게 질려버렸다.

 앙다문 입술은 피가 베어 나오고,

 있을 만큼 꽉 물고 있었다.

 

 

  " 당했어. 강진혁, 역시 예사롭지 않았지만,

  이렇게 뒷통수 칠줄은 몰랐네.

  하나씨, 좋겠어.

  엄청 지켜주고 싶었나봐.

  덕분에 나는 다 모두 다 잃게 생겼네. "

  " 그게 무슨 소리… "

 

 

 하나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혜린은 많은 사람들의 멸시어린 시선에도,

 당당하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혜린이 남긴 마지막 말,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 지켜주고 싶었다니?

  누가 누굴?

  진혁이 설마 나를?

  대체 왜? ]

 

 

 무엇을 위해 그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없는 일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그의 목적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나가 예측도 할 수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그의 행동에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그녀는 혼란 속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계속했지만,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현재 회사에도 나오지 않는,

 진혁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

 그를 찾아가자니 겁이 났다.

 

 그의 진심은 뭐란 말인가?

 

 그리고 이러한 거짓소동을 만들어

 이득이 없는 그에게,

 대체 이 미친 짓의 진위여부를 알 수가 없었다.

 

 자꾸 혜린이 남긴 말이 맴돌뿐이었다.

 

 

 같은 시각, 진혁은 진우를 만나고 있었다.

 

 

  " 우리 다시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맞죠? "

  " 네가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난 것 후회하게 될 것이야. "

  " 뭐 일단 제 얘기를 들으신 후에 마음대로 하시죠. "

  " 시간 벌려하지마. 난 이미 한계거든. "

  " 하나씨에 관한 얘기 입니다만. "

  " 말해봐. "

  "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

 

 

 진혁은 그간에 혜린의 일을 알려주었고,

 진우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사실 하나는 지금 위기 상태였다.

 김회장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든 준비를 끝냈고,

 물밑작업도 끝난 상황이었다.

 

 그 중심의 히든 카드에는 바로 하나가 있었다.

 

 김회장은 역시 하나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하나를 이용해 강의원을 밀어내고,

 그녀를 반대파 여당 늙은이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권력에 눈 멀은 아비의 미친 욕심은 끝이 없었다.

 진우의 검은 돈을 이용해 표를 조작하고,

 각종 언론사에 돈을 미리 대어주어,

 언론을 조작하여 강의원의 악성 기사를 내보내고,

 폄하하여 그를 끌어내릴 생각이었다.

 

 이 모든일을 현재 진우가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하나를 그 늙은이에게 넘길 수 없었다.

 60이 가까운 욕정에 눈먼 늙은이었다.

 

 결국 둘은 힘을 합쳐 하나를 지켜내기로 했다.

 진우는 그와 거래를 했다.

 혜린의 협박으로 부터 온전히 하나를 지키고,

 김회장의 손에서 하나를 빼내어 도피시킬 생각이었다.

 

 그럴려면 머리가 비상하고 완벽하다못해 치밀한

 진혁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의 편집증과 관음증이 이럴때 도움이 되었다.

 

 그가 사람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쫓아다니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니 김회장과 여당 대선주자의 담합의 과정을

 상세히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진우는 지금 김회장의 감시하에 있기에 힘들지만,

 진혁이라면 가능했다.

 

 진혁은 자유로왔고, 아직은 김회장의 레이더망 밖이었다.

 하나로 인해 잠깐 주목받았으나,

 별 쓸모없는 놈임을 인지하고 이제는 기억조차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

 절대 담합 하지 않을 두 남자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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