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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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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

소개팅이 엇갈려 우연히 만난 극작가와 연극배우가 11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

 
제 18화. 마지막으로.
작성일 : 22-02-18 00:06     조회 : 171     추천 : 1     분량 : 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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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웅은 허리를 숙여 지혜의 작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철웅의 미소는 한결 가볍고 아름다웠다. 그의 가지런한 치아가 입술 안에서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혜는 철웅이 민망해하지 않게 그를 따라 웃었다.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철웅이 지혜의 집까지 바래다준 이른 밤. 작별 인사를 하고도 한참 지혜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그가 갑자기 허리를 숙여 입을 맞췄다.

 

 “나 들어갈게.”

 

 지혜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철웅은 그 자리에 서서 지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혜의 집에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제야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지혜는 커튼 사이로 슬쩍 바깥을 내다보았다. 철웅의 차는 이제 막 꽁무니만 보이며 모퉁이를 돌았다.

 

 침대에 앉아 잠시 천장을 쳐다봤다. 천장은 울긋불긋하게 마감된 도배 때문에 세월의 흔적이 드러났다. 월세 30만 원짜리 연립주택에서 산 지 벌써 7년이 됐다. 배우를 꿈꾸던 서른 살의 호기롭던 7년 전 지혜의 다짐이 무색하게 아직 제자리걸음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호기롭게 천장에 붙였던 야광별 스티커는 이제 제 몫을 다하고 흉물스럽게 흔적만 남아있었다. 이제 별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뭘 해왔던 걸까.’

 

 지혜는 말없이 자문했다.

 

 두 달 전 ‘모쏠로맨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철웅을 찾아간 것이었다. 철웅은 지혜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듯. 지혜는 말없이 철웅의 면도하지 않은 얼굴을 두 손으로 어루만졌다.

 

 철웅 역시 말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내가 어리석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두 사람은 그날 밤 딱 이 말만 주고받았다.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서로를 안아주었다. 침묵 속에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어 철웅의 침대에 녹아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철웅은 이미 출근을 하고 옆에 없었다.

 

 ‘아침 먹고 가.’

 

 식탁 위에는 그 짧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지혜는 철웅이 좋아하는 메뉴로 식사했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흑백영화와 뉴올리언스 재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철웅과 대화할 수 있도록 공부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벼락치기를 했다는 게 들통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웃을 수 있었다.

 

 철웅이 좋아하는 대화 주제를 꺼냈다. 연극, 배우, 작가에 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그가 오늘은 무슨 일을 했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철웅이 주로 말을 하는 편, 지혜는 그의 말을 경청했다. 모든 걸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공감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민석에 대해 비아냥거리거나 지혜가 다시 돌아온 게 꿈만 같다며 어린아이처럼 흥분하곤 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좋은 뒷배경이 바쳐져야 한다는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며 지혜가 성공할 때까지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호언장담했다. 철웅은 그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사랑이란 게 연인을 후원하는 거였던가. 성공할 때까지 지원하면 성공하고 나서는? 지혜는 그럴 때마다 무거운 입술을 닫았다.

 

 미용실에서 본 잡지에서 ‘남자 친구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는 법’에 대해 읽고 그대로 실천해보기도 했다.

 

 철웅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만나며 처음 연애를 할 때처럼 굴었다. 지혜도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그에게 헌신할수록 철웅은 지혜의 마음이 완전히 풀린 줄 알고 안일함을 갖고 더더욱 일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승진을 하고 나면 여유가 생길 거라는 말과는 달리 철웅은 항상 다른 곳으로 정신이 떠나 있었다. 데이트 중에도 여기저기서 전화를 많이 받았고, 그럴 때마다 민망한 미소를 지으며 ‘급한 전화라서.’ 말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단 한 번도 ‘미안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낮추며 철웅의 마음에 들도록 행동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이제 철웅을 향한 최후의 눈송이마저 완전히 녹아버렸음을 직감했다.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날따라 평소처럼 저녁을 먹던 철웅이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혜도 처음엔 얘기를 이끌려다가 분위기를 직감하고 먹는 것에 집중했다. 그것만이 지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가 물어온 것이다.

 

 “무슨 말이야?”

 

 “알잖아. 우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거.”

 

 “우린 큰 사건을 겪었고 이제 다시 회복하는 중일뿐이야. 우리 천천히 하자.”

 

 “지혜 네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아. 하지만 나도 노력하고 있어.”

 

 “알고 있어.”

 

 철웅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식기구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 그 말을 하고 싶었어.”

 

 지혜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접시 위에는 더 이상 남은 게 없어 괜히 젓가락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밥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 데려다줄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지혜는 철웅이 했던 말을 곱씹어보았다.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혜는 그저 삶의 일부분인양 자연스러웠다. 되려 소개팅을 나가고 민석을 알게 되고 민석을 마음에 품었던 것이 한순간의 꿈인 것처럼 느껴졌다.

 

 구민석. 두 달 동안 잊고 있던 이름이었다. 그를 알게 되고 만난 건 겨우 일주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를 완전히 알고 원래부터 알고 있던 사이인양 편했다. ‘좋았다’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민석과 연락을 시도해보았지만 좀체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성현에게 물어보아도 민석의 소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성현의 귀띔에 의하면 두 달 뒤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타날 거라고 했다. 성현은 반드시 정확히 두 달 뒤 민석이 나타날 거라고 믿었다. 약속을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 사건이 있고 일주일 뒤에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배터리가 꺼져 있다는 안내음만 며칠 동안 들려왔다.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문자를 보내보았지만 답장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철웅에게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민석이 없는 세상으로 가고 싶어서.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민석이 없는 세상은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야광 빛이 다한 별 스티커라지만 아직 거기에 남아 제 모습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철웅이 입을 맞췄을 때. 이제는 그를 떠나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 . . . .

 

 ‘소집 : 봄 공연 대본 도착. 내일 오후 다섯 시 지하극장.’

 

 연출에게서 단체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혜는 무의식적으로 달력을 봤다. 성현이 예견했던 그 날. 정확히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두 달 만에 지하극장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여전히 그때의 세상에 멈춰 있었다. 빈 무대와 빈 객석만이 다를 뿐 냄새, 분위기, 습도는 그대로였다.

 

 장발에서 단발로 깎은 희진이 두 번째로 도착했고 그 뒤로 연출과 성현, 다른 배우들도 제시간에 맞췄다.

 

 연출은 이제 막 제본해온 대본집을 한 사람씩 돌렸다. 지혜는 첫 장을 펼쳤다.

 

 ‘좋아하세요. 구민석 작가.’

 

 지혜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쳤지만 애써 밀어 삼켰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었다.

 

 “이번에 컨텍한 신인 작가 작품인데 아주 완성도 있고 괜찮아. 별다른 수정 없이 실연에 옮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 제본을 해왔고요.”

 

 연출이 입을 열었다. 성현은 연출이 공지를 하는 동안 속독으로 대본을 읽었다. 이미 여러 번 대본을 읽어봤는지 벌써 종이 한 켠이 바래있었고 메모한 흔적으로 지저분했다. 제본 스프링은 떨어져 나갈 듯 헤져 있었다.

 

 “자, 민석 역은 수혁이가 해주고, 지혜 역은…… 지혜가 하면 되겠네.”

 

 연출의 가상캐스팅으로 대본 리딩이 시작됐다. 첫 장면은 소개팅에서 엇갈리는 바람에 두 남녀가 만나는 데에서 시작됐다. 겨우 한 번 스친 우연이었지만 그 이후에 또 다시 두 사람은 마주쳤다.

 

 “어서 오세요……!”

 

 민석 역을 맡은 수혁이 어리숙한 역할을 잘 소화했다. 지혜도 괜히 피식 웃음이 나왔고 연출과 성현도 웃음을 참았다.

 

 “맞죠? 유자차 갖다주셨던. 소개팅 엇갈려서 서로 민망했잖아요. 우연히 이렇게 두 번이나 만나기 쉽지 않은데. 우리 뭐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지혜는 그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을 되살려보았다. 어린아이처럼 심장이 뛰는 기분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설렘이 끓어오를 때 목이 메여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지혜의 기분이 딱 그랬다.

 

 “혹시 괜찮으시면…… 커피, 아니 유자차라도 한 잔 하실래요?”

 

 민석 역의 수혁이 수줍게 물어왔다. 그 순간 지혜는 민석을 봤다.

 

 

 

 지하극장 앞, 이제 막 겨울이 찾아오던 계절. 아마 찬바람이 척추를 막 훑기 시작하던 날씨였다. 지혜는 어느새 거기에 서 있었다.

 

 “좋아요.”

 

 지혜가 말했다. 민석도 지혜를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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