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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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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

소개팅이 엇갈려 우연히 만난 극작가와 연극배우가 11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

 
제 17화. 진짜 이야기.
작성일 : 22-02-17 00:04     조회 : 179     추천 : 1     분량 : 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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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석이가 전해주래.”

 

 찬우는 꿉꿉한 지하극장을 둘러보았다. 지하극장은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아무런 공연도 하지 않아 한산한 것이었다. 성현은 종종 극장 사무실로 나와 새 작품 작업을 했다. 하지만 좀체 진척이 없어 몇 주 째 같은 페이지에서 맴돌았다.

 

 “아, 드디어 나온 거야? 두 달만 달라고 하더니 날짜 딱 지켰네.”

 

 성현이 테이블 위에 있는 탁상달력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찬우가 달력을 슬쩍 보니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거기엔 ‘민석 희곡’이라 쓰여 있었다. 참 독한 사람이라고, 찬우는 생각했다.

 

 찬우는 깜깜한 무대를 보았다. 겨우 두 달 전, 거기에선 사람들이 살아 숨 쉬고 웃고 울었다. 찬우는 ‘모쏠로맨스’의 마지막 공연을 봤다. 철웅 사건이 있고 난 뒤의 일이었다. 지혜를 보기 위해 공연을 봤는지, 아니면 민석을 위해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찬우는 제일 뒷자리를 예매해 아무도 몰래 공연을 관람했다.

 

 연기를 하는 지혜의 표정은 내내 어두웠다. 밝고 발랄한 서희의 모습이 아닌 지혜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럼 갈게. 출근해야 해서.”

 

 찬우가 뒤를 돌아가려는데 성현이 그를 불렀다.

 

 “너는 요즘 뭐하냐.”

 

 “뭐하긴. 일하지.”

 

 “……니 글도 보고 싶은데.”

 

 의외였다. 성현은 지금까지 찬우에게 글을 보여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성현은 글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지만 그만의 취향이 있어 웬만해서는 맘에 내키지 않아 했다. 특히 찬우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다양한 장소에서 인물을 사용하는 데에 강점이 있었다. 그 말은 즉슨 한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연극과는 전혀 상반된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웬일이야? 내가 보여준다고 아무리 떼를 써도 쳐다도 안 보더니.”

 

 “안 보기는…… 니가 지금까지 쓴 거 다 봤지.”

 

 “선배가? 어떻게?”

 

 “민석이가. 괜찮은지 봐달라고 니가 학생 때 쓴 글 다 가져다줬었어.”

 

 “걔가 왜……”

 

 “너 영화관에서 일하면서 글 한 편도 안 썼다며. 나한테 니 글 보여주면서 응원 좀 해주라고 하더라고. 니가 글 얼마나 잘 쓰는지. 영화관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을 게 아니라면서 말야.”

 

 “……쓸데없는 짓 했네, 구민석.”

 

 찬우는 잠시 글을 쓰지 않았던 지난 3년을 떠올렸다. 민석은 찬우에게 한 번도 글을 쓰라고 말했던 적이 없었다. 그것은 아마 찬우가 부담을 갖고 어쩌면 같은 동급생끼리 훈수를 두는 건 아닐까 걱정했기 때문이리라.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게 달라질 수 있었다.

 

 민석은 지금까지 인내했던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찬우를 응원했지만 소리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신작 나오면 보여줘. 니 글 좋더라.”

 

 성현은 그 말을 하고는 다시 노트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영감이 생각이 난 듯, 천천히 느린 타자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영화관에 도착한 찬우는 평소처럼 옷을 갈아입고 오픈을 준비했다. 최근 새로 들어온 알바생들이 찬우에게 깎듯이 인사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됐거나 한창 대학 생활을 즐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예슬은 없었다. 예슬은 그 사건이 있고 나서 곧장 알바를 그만뒀다. 이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외국어 쪽을 전공했다고 했다. 어쩌면 해외로 떠났을지도 몰랐다. 몇 번이고 예슬에게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답은 없었다.

 

 ‘너무 많은 게 변했어. 그저 평범한 걸 원했던 건데.’

 

 불과 두 달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도시개발사업에 의해 이전 것을 모두 없애고 새 단장을 한 것처럼. 이전의 모습을 기억해내려 해봤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 . . . . .

 

 찬우가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민석은 찬우의 방에 있었다. 찬우의 노트북 앞에 앉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찬우는 놀라 황급히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 하지만 이미 민석은 몇 번이나 글을 읽은 모양이었다.

 

 “이거 내 얘기지?”

 

 민석이 말을 꺼냈다.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듯 보였지만 떨리는 손은 주체할 수 없었다.

 

 “아니야. 그런 거.”

 

 “넌 내가 전작에 실패해서 사람들과 연을 끊은 루저로만 보고 있었구나.”

 

 찬우의 글의 주인공 얘기였다. 민석에게서 영감을 받은 건 맞지만 절대 친구를 낮게 보지는 않았다.

 

 “오해야, 민석아. 내 말 좀 들어 봐.”

 

 “오해는. 여기 다 쓰여 있는데. 넌 나를 얼마나 같잖게 본 거야? 내가 두 여자를 끼고 내 욕구만 충족하는 사람으로 밖에 안 보였던 거야?”

 

 “이건 그냥 내가 만든 글일 뿐이야. 너의 이야기를 쓴 게 아니야.”

 

 “그래. 나 루저야. 좋아하는 여자한테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두 달 째 소식도 모른 채 살고 있어. 옆에서 보면서 얼마나 우월감을 느꼈을까.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구민석!”

 

 찬우는 참다못해 소리쳤다. 하지만 민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른여섯 먹은 여자가 어린 남자애가 좋기도 하겠지. 순수하고 다루기 쉽고.”

 

 “거기까지만 해. 지금 단단히 오해하고 있어.”

 

 “넌 내 진심을 완전히 뭉개버렸어.”

 

 “난 네 진심을 봤던 거야!”

 

 찬우가 민석의 어깨를 붙잡았다. 민석은 눈물을 흘리며 찬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 진심이 뭔지 알고서 하는 말이야? 나는 지혜 씨를 만나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어. 근데 그걸 바람피우는 여자와 어장관리 하는 남자로 만들다니…… 조금은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

 

 찬우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석은 찬우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나서 방으로 돌아갔다.

 

 

 

 찬우는 노트북으로 열어 자신이 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글 속에선 민석과 지혜를 꼭 닮은 주인공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만난 두 남녀. 첫 눈에 반했지만 여자는 남자 친구가 있었다. 남자는 이미 연락하는 여자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그저 친분만 쌓은 친구들이었다.

 

 여자는 이기적인 남자 친구에게 완전히 질려 존중 받는 연애를 하고 싶었다. 남자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녀를 존중했고 그녀를 위한 연애를 했다.

 

 남자는 애매한 사이의 이성 친구들 보다는 자신만 바라봐줄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싶었다. 여자는 많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남자를 바라봤고 그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맨틱한 두 사람과는 달리 주변의 눈은 그저 꽃뱀과 문어다리로 봤다. 하지만 남녀는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연애를 했다.

 

 그게 찬우가 생각하는 민석과 지혜의 결말이었다. 사람들의 시선,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오로지 서로만 바라볼 수 있는 사랑. 그게 찬우가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게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민석이 장본인이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찬우는 굳게 닫힌 민석의 방 문 앞에 쭈그려 앉았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깊은 심해 속의 고요처럼, 문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인양 느껴졌다.

 

 “아직 안 자지?”

 

 찬우가 마른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네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건 네 자유야.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널 응원하기 위해 글을 썼다는 거야. 네가 지혜 씨를 만나 글을 쓰기 시작한 것처럼, 나도 너희 두 사람을 보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 가장 옆에서 너를 보면서 응원하고 싶었고 누구보다 너를 알기 때문에 더더욱 글을 쓸 수 있었어. 나중에라도 네가 내 글을 읽고 지혜 씨를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지혜 씨를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당당함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힘겹게 꺼냈지만 방 안은 여전히 심해였다. 찬우는 그저 문에 등을 기대고 천장을 쳐다볼 뿐이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홀가분했다. 그 동안 민석 몰래 민석의 얘기를 쓰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석에게 글을 보여주지 않았다.

 

 “찬우야.”

 

 방에서 민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깊은 물속에 있는 듯 깊이 잠긴 목소리였다. 아마 찬우를 따라서 문에 등을 기대고 있는 듯 등 뒤로 성대의 진동이 느껴졌다.

 

 “응.”

 

 “혹시 지혜 씨도 내가 쓴 글을 보고 화를 낼까?”

 

 “이번에 쓴 얘기, 너랑 지혜 씨 얘기지?”

 

 “어.”

 

 민석은 잠시 말을 삼켰다. 찬우는 민석의 말을 기다렸다.

 

 “내 글의 주인공이 지혜 씨고, 지혜 씨가 그 글을 연기할 텐데.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

 

 찬우는 잠시 지혜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지막 공연. 무대 위의 지혜는 ‘모쏠로맨스’의 서희가 아닌 지혜 그 자체였다. 지혜와 함께 숨을 쉬는 서희는 지혜에게 잠식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혜 씨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을지도 몰라.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인형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미소를 보여주고 싶은 진짜 본인 말야.”

 

 민석은 그 말을 듣고는 한참 침묵을 지켰다. 찬우가 일어나려 할 때 민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마워. 지금까지 내 얘기를 글로 써준 사람은 없었어. 찬우 네가 처음이야.”

 

 “미안해. 말도 없이 네 얘기 써서. 최소한 귀띔이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내가 다시 지혜 씨를 만날 수 있을까?”

 

 “성현 선배가 네 작품 준비 할 거래. 언제 한 번 시간 나면 극장에 들리면 좋지 않을까?”

 

 “시간이야 많지……”

 

 “내가 같이 가줄게.”

 

 “……”

 

 “너만 괜찮으면.”

 

 “고마워.”

 

 “고맙긴.”

 

 두 친구는 깊어져가는 밤을 그렇게 보냈다. 보름달이 뜬 밤이었다.

 

 보름달은 마치 거대한 알전구처럼 빛났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은 태양 못지않게 눈부셨다. 찬우는 보름달이 만든 그림자로 손장난을 했다. 찬우가 만든 나비는 나풀거리며 날아갔다. 차가운 보름달을 먹고 자라난 나비. 그러나 태양보다 눈부셨다. 밤하늘의 보름달이 대낮의 태양보다 밝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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