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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증명할 나이
작가 : 계춘
작품등록일 : 2022.2.14

세명의 중년 여성의 서로 다른 삶을 적은 글입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안타까움보다 해결할 것들에 대한 여자들의 압박감에 대해 썼습니다.

 
증명할 나이
작성일 : 22-02-15 19:57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7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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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애들은 자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단아, 무슨 일 있는 거지? 아범도 들어오지 않고 네 얼굴이 말이 아니다.”

 

  윤단의 엄마는 걱정 많은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어깨를 잡았다.

 

  엄마는 엄마였다. 감정을 숨기려고 해도 엄마 앞에서는 숨겨지지가 않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얼른 손을 씻는다고 말하곤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친정엄마에게는 아직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신중한 사람이 모든 것이 본인의 잘못이라며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이미 끝난 일이었다. 다시 돌아 갈 수 없다는 것을 윤단은 알고 있었다.

 

  이혼은 생각보다 쉬웠다. 서로 서류에 도장을 찍고 구청에 서류를 내고 가정법원의 결과를 기다리면 되었다. 합의 이혼이었고 지훈은 미안함에 모든 재산을 윤단에게 주었다. 아이들을 잘 키워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장 생활을 해서 스스로 그들의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돕겠다고 했다.

 

  시부모님께는 당분간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진행이 되는 동안 알았다면 윤단은 시어머니의 시달림에 힘든 이혼이 되었을 테니까. 어차피 알게 될 일이었지만, 지훈의 배려였다.

 

 -

 

  “단아, 우리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 나 곧 학위 받으니까 바로 취직하면 같이 돈 모아서 자리 잡자.”

 

  지훈은 이렇게 얘기를 했지만, 학위가 나오고 나서 결혼을 하면 지훈의 엄마가 얼마나 콧대를 세울지 예상이 되었기에 지훈은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그 당시 박사학위를 받은 아들을 둔 어머니들은 당연히 열쇠는 아니더라도 밍크코트와 조금의 지참금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다. 조선시대의 유교 문화가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절이라 그랬을 것이고, 특히 지훈의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자식을 그만큼 키웠다는 자부심으로 더했을 거다.

 

  5년이 넘게 연애를 하였고 당연히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서인지 결혼준비는 힘들 것이 없어 보였다. 그 시대 남자들이 그랬듯 지훈도 프로포즈를 하지 않은 채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

 

  상견례는 그냥 인사하고 밥을 먹으면 끝난다고 생각했다. 어떤 복잡한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갈 때, 지훈의 엄마는 미리 준비한 글을 읽는 것처럼 또박또박 말을 했다.

 

  “아이들이 연애 기간이 길어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가 봐요. 너무 서두르네요.”

 

  “그러게요. 결혼하면 얼마나 힘든 일이 많은지 몰라서 그렇죠 뭐.”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잖아요. 길어질 것 같아서 한번 적어봤어요. 집에 가셔서 읽어보시고 바꿀게 있으면 전화 주세요.”

 

  지훈의 엄마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온 것 같았다. 그냥 결혼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단의 엄마도 아무런 말없이 지훈 엄마가 주는 봉투를 받아왔다.

 

  집에 도착한 윤단의 엄마는 봉투를 열어보고 너무 놀랐다. 결혼 전에 해야 할 것과 사올 것, 그리고 지참금 액수까지 정확히 적혀 있었다. 액수가 커서 놀라기도 했지만, 지금은 본인의 딸이 벌어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서운했다.

 

  “단아, 지훈 어머니께서 적어주신 것은 모두 할 수가 없어. 액수도 너무 크고 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 지훈이와 의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내일 지훈이 시간 되면 집에 오라고 할래?”

 

  윤단도 그 종이를 보고 너무 놀랐었다. 1990년대 지참금이 2000만원, 그리고 밍크코트와 폐백음식 하는 장소와 액수까지 적혀 있었고, 예식장과 음식의 가격도 정해져 있었다. 경험이 있는 분과 며칠간 의논을 해서 정한 것 같았다.

 

  윤단은 너무 화가 나서 내일까지 참을 수 없었다. 당장 지훈을 만나야 했다.

 

  “지훈씨, 미안하지만 당장 만나.”

 

  윤단은 지훈의 엄마가 주었던 종이를 보여주었다. 지훈도 처음 보는 듯했다. 깜짝 놀라며 미안하다는 말부터 했다.

 

  “단아, 나도 모르는 일이었어. 그런 것들을 적은 것 같기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적었는지는 몰랐어. 미안해. 우리 엄마가 좀 그렇지? 아버지와 의논하고 다시 전화 드리라고 할게.”

 

  “윤단씨, 결혼한다며? 언제 해?”

 

  윤단과 같이 일하는 과장님이 갑자기 물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며칠 전에 상견례 했어요.”

 

  “내가 서울에서 오래 살아서 아는데, 지금은 아파트를 살 때야. 윤단씨 결혼자금 있지? 그걸로 일단 아파트 청약을 해. 되면 천천히 돈 모아서 중도금 갚고 하면 되니까. 결혼은 좀 늦춰도 되잖아. 선배의 말 귀담아 들어.”

 

  그 때는 그냥 흘려들었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1억이 조금 넘었었고, 그 시대의 1억은 평생 벌어도 만지기 쉽지 않은 돈이었다. 호텔 근처 용산 쪽은 가격이 낮았으니까 시도해 볼만 했다.

 

  상견례가 있은 후 윤단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준비할 것도 너무 많고 돈도 많이 들었다. 그 때 과장님의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 더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 애들은 자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단아, 무슨 일 있는 거지? 아범도 들어오지 않고 네 얼굴이 말이 아니다.”

 

  윤단의 엄마는 걱정 많은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어깨를 잡았다.

 

  엄마는 엄마였다. 감정을 숨기려고 해도 엄마 앞에서는 숨겨지지가 않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얼른 손을 씻는다고 말하곤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친정엄마에게는 아직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신중한 사람이 모든 것이 본인의 잘못이라며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이미 끝난 일이었다. 다시 돌아 갈 수 없다는 것을 윤단은 알고 있었다.

 

  이혼은 생각보다 쉬웠다. 서로 서류에 도장을 찍고 구청에 서류를 내고 가정법원의 결과를 기다리면 되었다. 합의 이혼이었고 지훈은 미안함에 모든 재산을 윤단에게 주었다. 아이들을 잘 키워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장 생활을 해서 스스로 그들의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돕겠다고 했다.

 

  시부모님께는 당분간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진행이 되는 동안 알았다면 윤단은 시어머니의 시달림에 힘든 이혼이 되었을 테니까. 어차피 알게 될 일이었지만, 지훈의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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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아, 우리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 나 곧 학위 받으니까 바로 취직하면 같이 돈 모아서 자리 잡자.”

 

  지훈은 이렇게 얘기를 했지만, 학위가 나오고 나서 결혼을 하면 지훈의 엄마가 얼마나 콧대를 세울지 예상이 되었기에 지훈은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그 당시 박사학위를 받은 아들을 둔 어머니들은 당연히 열쇠는 아니더라도 밍크코트와 조금의 지참금 정도는 기대하고 있었다. 조선시대의 유교 문화가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절이라 그랬을 것이고, 특히 지훈의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하고 자식을 그만큼 키웠다는 자부심으로 더했을 거다.

 

  5년이 넘게 연애를 하였고 당연히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서인지 결혼준비는 힘들 것이 없어 보였다. 그 시대 남자들이 그랬듯 지훈도 프로포즈를 하지 않은 채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

 

  상견례는 그냥 인사하고 밥을 먹으면 끝난다고 생각했다. 어떤 복잡한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갈 때, 지훈의 엄마는 미리 준비한 글을 읽는 것처럼 또박또박 말을 했다.

 

  “아이들이 연애 기간이 길어서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가 봐요. 너무 서두르네요.”

 

  “그러게요. 결혼하면 얼마나 힘든 일이 많은지 몰라서 그렇죠 뭐.”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잖아요. 길어질 것 같아서 한번 적어봤어요. 집에 가셔서 읽어보시고 바꿀게 있으면 전화 주세요.”

 

  지훈의 엄마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온 것 같았다. 그냥 결혼 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단의 엄마도 아무런 말없이 지훈 엄마가 주는 봉투를 받아왔다.

 

  집에 도착한 윤단의 엄마는 봉투를 열어보고 너무 놀랐다. 결혼 전에 해야 할 것과 사올 것, 그리고 지참금 액수까지 정확히 적혀 있었다. 액수가 커서 놀라기도 했지만, 지금은 본인의 딸이 벌어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서운했다.

 

  “단아, 지훈 어머니께서 적어주신 것은 모두 할 수가 없어. 액수도 너무 크고 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 지훈이와 의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내일 지훈이 시간 되면 집에 오라고 할래?”

 

  윤단도 그 종이를 보고 너무 놀랐었다. 1990년대 지참금이 2000만원, 그리고 밍크코트와 폐백음식 하는 장소와 액수까지 적혀 있었고, 예식장과 음식의 가격도 정해져 있었다. 경험이 있는 분과 며칠간 의논을 해서 정한 것 같았다.

 

  윤단은 너무 화가 나서 내일까지 참을 수 없었다. 당장 지훈을 만나야 했다.

 

  “지훈씨, 미안하지만 당장 만나.”

 

  윤단은 지훈의 엄마가 주었던 종이를 보여주었다. 지훈도 처음 보는 듯했다. 깜짝 놀라며 미안하다는 말부터 했다.

 

  “단아, 나도 모르는 일이었어. 그런 것들을 적은 것 같기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적었는지는 몰랐어. 미안해. 우리 엄마가 좀 그렇지? 아버지와 의논하고 다시 전화 드리라고 할게.”

 

  “윤단씨, 결혼한다며? 언제 해?”

 

  윤단과 같이 일하는 과장님이 갑자기 물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며칠 전에 상견례 했어요.”

 

  “내가 서울에서 오래 살아서 아는데, 지금은 아파트를 살 때야. 윤단씨 결혼자금 있지? 그걸로 일단 아파트 청약을 해. 되면 천천히 돈 모아서 중도금 갚고 하면 되니까. 결혼은 좀 늦춰도 되잖아. 선배의 말 귀담아 들어.”

 

  그 때는 그냥 흘려들었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1억이 조금 넘었었고, 그 시대의 1억은 평생 벌어도 만지기 쉽지 않은 돈이었다. 호텔 근처 용산 쪽은 가격이 낮았으니까 시도해 볼만 했다.

 

  상견례가 있은 후 윤단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준비할 것도 너무 많고 돈도 많이 들었다. 그 때 과장님의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 더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이혼 후 윤단은 그대로 그 집에 살았다. 아이들이 살 던 곳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고, 지훈은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신청을 했다. 아이들도 이혼이라는 단어보다는 아빠가 외국에 있어서 볼 수 없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였다.

 

  너무나 간단한 이혼 절차, 이혼 후 지훈과 따로 산다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은 없었다. 눈을 뜨기 전 들어오는 희미한 햇살도, 3교대를 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컴컴한 거실도, 배고프다고 짜증부리는 둘째의 목소리까지도 어느 하나 바뀐 게 없었다.

 

  “엄마, 애들 학교 보내고 찜질방이라도 다녀오세요. 저 때문에 너무 힘들었잖아.”

 

  하나 바뀐 게 있었다. 지훈과 같이 살지 않으니 친정엄마가 들어오셨다. 아이들을 보시기에 같이 살면 좋았겠지만, 그 동안은 남편 눈치를 보느라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혼을 아는 사람은 윤단의 친구들 밖에 없었다. 세월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자에게 이혼의 딱지는 두꺼웠다. 아예 모르는 게 살기 편했으니까.

 

  아이들을 재우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뒤척이고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났다. 지훈이었다. 일본으로 나가기 전날 아이들을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지훈을 만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약속 장소로 갔다. 지훈과 이혼 후 아이들을 위해서 중고 자동차 하나를 구입했었다. 면허증만 있었지 운전은 많이 하지 않아서 두려웠는데 책임감이 있어서인지 먼 거리를 운전해도 무섭지 않았다.

 

  지훈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오라고 했다. 어두침침한 자리로 안내를 하더니 한 직원이 빵을 가지고 왔다. 음식이 나오기 전 시장한 것을 배려하고 식욕을 돋우려는 그곳만의 서비스였다. 주문을 하고 나서야 지훈의 얼굴이 들어왔다.

  윤단은 담담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아빠, 왜 집에 안 들어 와? 일본에는 언제 가?”

  첫째는 눈치가 뻔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그럴 때 아이들은 일단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아빠가 요즘 너무 바빠서 집에 못 들어갔어. 내일 일본으로 일하러 가거든. 오래 있을 거야. 방학 때 일본으로 놀러오면 아빠가 많이 구경시켜 줄게.”

 

  지훈은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 할 수 없었다. 미안해서, 또 미안해서 이야기 하는 동안 눈동자의 초점은 아이들 머리 위를 향했다. 거짓말이었으니까. 윤단은 식사만 같이 하고 지훈이 아이들과 나머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다닌 곳이 많지 않았다. 서울에서 갈 곳은 정해져 있다. 몇몇 궁, 남산, 한강, 아쿠아리움 등등. 하지만 경복궁 한번 가 본 것이 다였다.

 

  ‘무심한 아빠였구나.’

 

  저녁이라서 갈 수 있는 곳은 남산뿐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로 가서 서울의 야경을 보았다. 반짝이는 빛은 너무도 많았고, 그 빛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멀리 있는 것은 모두 좋아 보인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지훈은 아이들을 데려다 주러 차에 태웠다. 고단했는지 아이들은 차에 타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자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윤단은 주차장으로 갔고,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올 수 없어서 지훈이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물론 윤단의 엄마는 나오지 않았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지훈은 묵고 있는 호텔로 갔다. 일본 지사로 갈 예정이어서 따로 집을 구하지 않았었다. 누구에게는 설레는, 누구에게는 행복한, 누구에게는 힘든 곳이 호텔이다. 하지만 지훈에게 호텔은 그저 잘 곳이었다.

 

  삐리릭 소리로 문이 열리고 카드키를 꽂으면 불이 켜진다. 편리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차갑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

 

  지훈은 일본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큰 트렁크 두 개가 전부였다. 아이들이 있었다면 더 많은 짐이 필요했겠지만, 일본에서 필요한 게 더 있으면 그냥 살 계획이었다. 그러면 되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짐을 붙이고, 간단히 식사를 한 후 게이트로 갔다. 평일의 공항은 한산했다. 보딩하기 전, 지훈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일본으로 발령이 난 것은 미리 말씀 드렸었지만, 이혼했다는 것을 어머니가 알게 되면 여러 가지 귀찮아 질 것 같아서 아버지께만 말씀 드릴 예정이었다.

 

  “아버지, 저에요. 저 지금 비행기 타요. 한 가지 말씀 드릴 게 있어서요.”

 

  “응, 뭐 힘든 일 있어? 목소리가 힘이 없어?”

 

  “아버지”

 

  지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최대한 간단하고 단오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서였다.

 

  “이제부터 단이에게 전화하지 마세요, 아버지. 저 이혼했어요.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이제 단이 편하게 살게 하고 싶어요.”

 

  아버지도 아무 대답 없이 건강 하라는 당부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뭐라도 짐작하고 계신 것 같았다.

 

  그 많은 비행기 중에 왜 하필 해질녘인지, 탑승하는 브릿지 안으로 붉고 뜨거운 빛이 들어오는데 짜증이 났다. 가장 쓸쓸한 시간에 그것도 혼자, 이런 상황에서, 어떤 떨림이나 기쁨도 없이 출발하는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프래스티지 클래스는 따로 탑승을 해서 금방 들어갔는데, 이코노미는 한참동안 줄을 서고 있어야 했다. 더웠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해는 금방 없어졌다. 이별처럼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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