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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개와늑대의시간
작가 : 프란츠
작품등록일 : 2022.2.8

시골에서 성장한 열두살 주인공이 1980년 가을 농번기방학 동안 겪는 4일간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친구, 학교 등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과 이로인한 상처 및 극복과정을 담담히 그 시절 청소년기의 입장에서 현재형으로 풀어낸 소설.

 
제 9화. 엘리제를 위하여
작성일 : 22-02-15 00:59     조회 : 287     추천 : 2     분량 : 6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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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밭에서 낫으로 들깨를 베다가 철퍼덕 소리에 놀란 길성이네 아빠랑 엄마도 그쪽으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작은 아버지를 깊은 고랑에서 겨우 빼내는 덴 이 두 사람의 힘도 함께 필요했다. 줄포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오셨나 보다. 고주망태가 된 얼굴은 흙에서 튀어나온 돌부리에 긁힌 건지 아니면 오는 동안 어디에서 자빠져서 다친 건지,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입으로는 간격을 두고 이상한 괴음을 질러댔다.

 

 “으억! 으억!”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을 살피며 일으켜 세워 부축하려는데 웃통을 벗으려고 가슴을 쥐어뜯었다. 급히 난 억지로 앞섶을 닫으며,

 

 “작은 아버지. 어서 가요.”

 

  그제야 눈을 제대로 뜨고선 내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으...우리 호구나...으억..킁...아빠... 집에...킁... 있냐?”

 

  안주로 홍어 삼합을 먹었는지 입에서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아빠는 “엉”을, 작은 아버지는 “킁”을 말 뒤에다 붙이는 걸 보니 형제가 맞긴 맞는가 보다. 그러니 다들 “킁킁이”라고 부르지 싶었다.

 

 “담배밭에...”

 

  말을 이어가려는 내 얼굴을 붙잡더니 다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며,

 

 “으...우리 호구나...으억...킁...근디 너 아까 줄포서 왜,...킁...도망갔어?...킁...내가 챙피허디?”

 

 ‘그래요, 대낮부터 여자 끼고 그것도 버스터미널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데를 취해서 돌아다니면 어느 누가 잘 했다고 칭찬하겠어요?’

 

 목구멍까지 이 말이 차올랐지만 더 화를 돋울 것 같아 그냥,

 

 “전 못 봤어요...” 둘러댔다.

 

  그랬더니 갑자기 언덕 아래쪽으로 날 밀치고선 자기는 줄타기 하는 남사당패 마냥 휘청휘청 가까스로 균형을 잡으면서,

 

 “요것 봐라...이게 인자 그짓말을 허네? 킁...긍께 아빠 어딨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때 아빠가 담배밭에서 때마침 뛰쳐나왔다.

 

 “뭔 술을 이리 마셨디야?”

 

  자기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것인지, 참견하는 멍충이 아저씨를 잡아끌어 당신의 뒤로 팽개치더니 아빠는 다짜고짜 달려들어 작은 아버지 뺨부터 후려 갈겼다. 난 깜짝 놀라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아버지도 술이 취한 상태라 무게중심을 앞으로 쏟아 때린 걸 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서로 소 닭 보듯 데면데면하게 살긴 했어도 이렇게 정면으로 싸우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피와 멍이 걸레 얼룩마냥 뒤집어 쓴 곳에 아버지의 손자국이 뻘겋게 피어올랐다. 땅으로 고꾸라진 작은 아버지는 일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던지 다리를 뻗어 아버지에게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며,

 

 “으억...으억...행님이 나헌티 뭐를 해 준 거이 있다고..때려? 으억...킁...으억...”

 

  서럽게 울부짖었다.

 

 “동네 챙피허게 이게 뭔 짓이여, 엉? 우리 집안이 어뜬 집안인디..엉? 너 같은 걸뱅이 놈이 깎아 먹고 다니냔 말이여? 엉?”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향한 작은 아버지의 발을 냅다 발로 차버리곤 당신이 입은 남방을 펄럭 뒤로 한번 쳐내더니 집 쪽으로 걸어간다. 멍충이 아저씨와 내가 양쪽에서 부축해 일으켜 세워 거의 끌다시피 언덕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작은 아버지가 우리 둘의 연행을 풀고 막 우리 집 쪽으로 달려갔다. 뒤쫓아 달려가는데 또 저만치서 고꾸라졌다. 이번엔 혼자서 벌떡 일어나더니 울타리를 짚으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뒤따라 들어오니 벌써 웃통은 벗어서 변소 옆에 버려놓았고, 마루 밑으로 허겁지겁 달려 들어가는 것을 보니 연장을 찾는 것 같았다. 달려가 말리려는데, 시끄러운 소리 때문인지 형은 자기 방문을 활짝 열고선 허리를 잡고 일어서려는 모습이었다. 엄마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연이를 재우는 중이었던지 냉큼 끄고 마루에 나와 문을 조용히 닫고선 작은 아버지를 째려보며 서있었고, 아빠는 부엌에서 물을 떠 마셨는지 파란 플라스틱 바가지를 들고 나오고 계셨다.

 

  술 먹은 힘이 얼마나 센지 살짝 뒤로 밀었을 뿐인데도 나는 마당에 나동그라졌다. 아빠가 바가지를 들고 마루 아래로 떨군 작은 아버지의 머리를 냅다 때렸다. 바가지가 박살나자 작은 아버지는 나무할 때 쓰는 도끼를 찾아 들고는 일어서서 아빠에게 달려들었다. 이 광경을 보고, 일어서려는 나보다 더 빨리 형이 허리 아픈 것도 잊은 것인지, 마루에서 한 번에 마당까지 뛰어 내리는 게 보였고, 아빠는 도끼를 피하며 부엌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서방님, 왜 그런다요? 아이고!”

 

  엄마는 있는 힘을 다해 목에 핏대를 올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이 소리에 놀라서 일어난 연이가 자지러지면서 안방 문을 열고선 마루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우리 둘이 부엌으로 따라 들어갔을 땐 아버지는 뒷문을 통해 장독대 쪽까지 밀려나 있었고 작은 아버지는 도끼를 들어 막 밥솥단지를 내리치고 있었다.

 

 “오늘...킁...내가..다 죽일 판이여...나도 죽고...킁...이 놈의 집구석...”

 

  작은 아빠는 취했으나 의지를 품은 이 말을 내뱉으며 장독대 쪽으로 도끼를 끌고 갔다. 힘을 다해 깨부수려고 위로 올리던 찰나였다. 뒤따라간 형이 이단옆차기로 작은 아버지의 벗은 웃통을 찼다. 장독대에 엎어진 것을 멍충이 아저씨와 내가 일으켜 세우고 이번엔 더 힘을 주어 양팔을 연행해 마당으로 모시고 나왔다.

 

  얼마나 난리를 부렸는지, 울타리밖엔 벌써 동네 애들이랑 빨래터에서 만났던 아줌마들도 옹기종기 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그 중엔 아랫집 교장 선생님의 딸인 경순이도 보였다. 너무 너무 창피해서 어디라고 숨고 싶었다. 형은 짜증을 내며 아까 뺏은 도끼를 휘두르며,

 

 “구경 났어요? 구경 났냐고? 얼렁 돌아가쇼!”

 

  소리를 지르자 겁을 먹고 다들 쭈뼛쭈뼛 뒤로 물러서는데, 그 무리를 헤치고 작은 어머니가 밭에서 일하다 왔는지 손에 든 호미를 저 멀리 내던지고는 머리에 썼던 수건을 들고 작은 아버지를 향해 휘두르면서,

 

 “이 인간아! 여기가 어디라고 와! 응?”

 

  울먹이더니, 이내 솥이 깨진 부엌 입구에 망연자실 앉아 울고 있는 어머니와, 어디로 도망갔다가 지금 부엌문을 통해 나오는 아버지한테 달려가 단번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보였다.

 

 “으억...씨벌...”

 

  괴성을 지르는 작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는 작은 어머닌 자세를 풀고 일어나 우리에게서 남편을 넘겨 받아 데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아예 바닥에 누워 흙바닥을 두 발로 뻗대며 울부짖었다. 그러는 바람에 애써 정리 해두었던 담뱃잎들이 헤쳐져선 마당에 나뒹굴었다. 아버지는 이 광경을 무시한 채 마루로 와선 콧물과 눈물이 범벅되어 울고 있는 연이를 팔에 안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형은 이제야 통증이 오는 건지, 아니면 이제야 자기 연극이 끊긴 걸 깨달은 건지, 다시 허리에 손을 얹곤 아픈 자세로 어머니를 일으켜 자기 방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또 남은 것은 내 일이었다. 항상 일은 남들이 벌이고 뒤처리는 이렇게 내 몫이었다. 한숨을 쉬며 부엌 양쪽 기둥을 잡고 멍하니 부엌을 살피고 있는 날 뒤에서 토닥인 건 멍충이 아저씨였다. 힘없는 날 데리고 족두리꽃이 심어진 가장자리로 가 앉더니 담배를 한 대 문다. 진짜 이런 날은 그 징글징글한 담배라도 한 대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저씨도 놀랐던지 술이 다 깬 목소리로,

 

 “내가 보니께 너도 참 안 돼얐어.”

 

  하면서 어깨를 감싸는데 이상하게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훌쩍대는 나를 곁눈으로 보며, 아버지의 습관처럼 체크무늬 남방을 뒤로 한 번 제치더니 경순이네 대문 쪽으로 후 하고 연기를 크게 내뿜었다.

 

 “이따 우리 집에 와. 너도 좀 쉬어야겄다. 공부 할 것도 갖고 와서 하고...이렇게 속 시끄러운데서 공부해갖고 전주로 가겄냐, 서울로 가겄냐? 응, 안 그려?”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 진지하게 말하는 바람에, 찬바람 쌩쌩 그간 아저씨를 대하던 내 태도는 잠깐 잊은 채로 나직이,

 

 “뭔 핑계로요?” 한숨을 지으며 물었더니,

 

 “술 배달 간다고 하면 되잖여?” 이런다.

 

 “아저씨 집이 어딘데요? 가보지는 않아서 잘 몰라요. 고모네 집 옆인가?”

 

 “잘 아네...어서 일어나더라고. 아저씨가 치우는 것 도와 줄팅게.”

 

  아저씨 덕분에 조금은 다리에 힘이 붙는 게 느껴졌다. 비료 포대랑 대빗자루를 들고 들어가 아저씨와 깨진 솥단지를 정리해 놓고는 보란으로 빨래를 걷으러 나가면서 힐끗 돌아다보니, 아저씨는 흩어진 담뱃잎들을 하나씩 들어서 흙을 털어 정리하고 있었다. 내 일을 누군가 곁에서 나눠 해준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높이 올렸던 장대를 목까지 내려 다시 땅에 지지해 놓고 빨래를 걷다가 경순이네 마루를 힐끔 쳐다보았다. 약사인 경순이네 작은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동요 대회 나가는 것을 관심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 말을 했겠지 싶은 생각에 미치자 나도 모르게 픽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아까 그 우리 마당에서의 전쟁터를 두 눈으로 봤으니 어쩜 좋을까 싶었다. 경순이는 막 동생 경희 머리 만져주는 것을 마치고는 방으로 데려다 놓더니 자기 방을 청소하는지 레이스가 달린 하얀 커튼을 펄럭펄럭 대며 웃고 있었다. 나를 안 보는 척해도 아마 똑바로는 쳐다볼 수는 없으니까 그런 건 아닐까 생각됐다. 평소대로 예측해 보면, 청소를 끝냈으니까 다음은 피아노를 칠 것이다. 그것도 ‘엘리제를 위하여’를.

 

 “띠리리리 리리리 따라라 따라라...라라라”

 

  괜히 혼자 흥분해서는 걷은 빨래를 안고 이리저리 좌우로 살랑살랑 몸을 흔들면서 어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길 기다렸다. 그러나 내가 기다린다는 것을 경순이가 알면 안 되니까 귀만 그쪽으로 열어둔 채 아주 천천히 빨래를 걷었다.

 

  흥얼흥얼 하는 가사도 다 끝나가고 빨래도 다 걷어 가는데 소리가 안 들려서 살짝 몸을 낮춰 경순이 방을 흘끗 훔쳤다. 경순이는 방에 없었고 눈을 돌려보니 마루에 서서 이쪽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약사 작은 아버지 말이 맞는 것일 수도 있겠다. 뭐, 콕 집어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게 그 얘기 아닌가? 나한테 관심은 있는데 부끄러워서 그동안 표현을 못해 왔다는.

 

  그런 그녀가 마루에 서서 나를 향해 지금 활짝 웃는 것이다. 아까 우리 집의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도 말이다. 사랑은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니까 그녀에겐 내 환경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웃마을 신덕리에 사는 봉일이 한테 맛깔난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내가 지금 너무 앞질러가게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웃으면서 다시 흘끔 보는데, 이번엔 손뼉까지 치면서 이쪽을 향해 웃는다.

 

 ‘뭐지?’

 

  내가 빨래를 걷는 게 손뼉 칠 일은 아닌데 하며 눈에 힘을 주어 보니 마루가 너무 높이 있다 보니 경순이가 마당 쪽을 바라보면 내가 있는 곳과 거의 높이가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 궁금해지던 순간, 아까까지 안보이던 곳에서 숨어있던 정민이가 엉덩이를 씰룩씰룩 우스꽝스런 춤을 추며 사뿐사뿐 마루 앞 계단 쪽으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 아마도 우리 형이 내게 했던 이주일 춤을 흉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빨래를 널던 그때부터 지금 빨래를 걷는 이때까지 여태 붙어 있었다는 거잖아? 너무나도 실망스럽고 짜증이 나서 걷은 빨래더미를 위아래로 흔들며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마당에선 아빠가 시멘트 가루에 물을 연신 뿌려가며 삽으로 개고 있었고 동석이 아버지는 그걸 흙손으로 떠서 부엌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아마도 뒷마당에서 여분으로 쓰던, 곰탕 같은 것을 고던 용도로 쓰던 같은 크기의 밥가마솥을 아까 깨진 것을 제거한 자리에 갖다 붙이는 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빨래를 마루에 던져놓고 성질을 빨래에 해대면서 개는데 엄마가 형 방에서 연이를 앞세워 나오셨다.

 

 “울화통이 터져서 내가 제명에 못 살지...”

 

  안 봐도 뻔하다. 가슴을 얼마나 쳐댔으면 손댈 때마다 아프니까 이젠 가슴도 살며시 치는 시늉만 하면서 울어 쉬어버린 목소리를 내니까 말이다. 가슴 치며 울고 싶은 사람은 여기에 또 하나 있는데, 라고 생각하며,

 

 “밥은 저거 다 돼믄 해요, 어째요?”

 

  다른 화제로 얼른 엄마의 우는 소리를 덮어버렸다.

 

 “그래야지 어쩌겄냐...”

 

 “그럼 형한테 저기 콩대랑 볏대 있으니까 여물 좀 썰어서 쇠죽 좀 끓이라고 엄마가 말 좀 해주세요. 저 너무 바빠요.”

 

 “형이 몸이 저래갖고 어떻게 허냐? 니가 동생인게 좀 고생헌다 생각허고...”

 

 개던 빨래를 냅다 쾅 내 발 아래 놓으며 말을 가로채서는,

 

 “나으면, 일은 하고요? 뭐 좀 시켜요 좀, 제발...형 이리로 고등학교 가버리면 어차피 내가 다 할 일인데 지금 좀 도와주면 안 돼요?”

 

 “어차피 할 일이니까 니가 하면 되잖여? 아픈 형을 어떻게...”

 

 아빠가 들을까봐 소리는 크게 못 내고 이빨로 입술을 물면서,

 

 “아까 작은 아빠한테 이단옆차기 하는 것 보셨잖아요?”

 

 “어서 가서 대두랑 굵은 소금 덖어 놓은 거, 그거 여그 명주포에다가 좀 담아와..”

 

  또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 말만 하는 엄마에게 아빠의 눈치가 보여서 더 이상 화를 내진 못하고 명주포를 낚아채 부엌으로 들어갔다.

 

  담배를 피우던 동석이 아버지가 아직 한참이나 많이 남아있는 담배를 재빨리 자기 발바닥에 끌어다 놓고 짓이기는 게 보였다.

 

 “왜요? 아깝게? 다 피우시지.”

 

 “아니여...애들 건강에 담배 안 좋은디 그람 쓰간디?”

 

 “그럼 우리 방, 한 겨울에 문도 못 여는데서 화투치고 술 마시면서 아저씨 입에 물고 있던 건 사탕이었어요? 연기 나는 사탕?”

 

 연기 나는 사탕! 내 입으로 말 해 놓고도 표현이 너무 웃겨서 웃어버렸다. 그걸 보더니,

 

 “호가 그러코롬 웃으니께 참말로 보기 좋네. 항상 찡그리고만 댕기지 말고, 잉?”

 

 ‘참나, 누구는 웃는 게 싫은 사람 있나? 웃을 일이 없으니까 못 웃지. 아저씨가 우리 집 내 자리에서 하루만 살아보면 그 말 안 나올 겁니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더 이상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찜질 속 것을 채운 명주포를 들고 나오는데, 저기 우리 집 안으로 정민이네 엄마가 쌍심지를 켜고 씩씩 숨을 몰아쉬며 달려 들어오는 게 보였다.

 
작가의 말
 

 '엘리제를 위하여'처럼 아스라한 고전음악같은 순수함을 열망하던 꿈이 좌절되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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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행복 22-02-15 01:16
 
늦은밤 시다리다 읽고 잡니댜. 작가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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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22-02-15 01:40
 
이 늦은밤까지 기다려주시고 정독해주신 님께 감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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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22-02-27 22:29
 
잘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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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22-02-28 07:47
 
고맙습니다. 더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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