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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14. 폭풍전야
작성일 : 22-02-15 00:00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5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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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폭풍전야

 

 야심한 밤, 재영과 희수가 제일방직이 내려다보이는 지붕 위에서 매복하고 있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고요하다.

 낮은 자세로 번을 서는 희수의 모습이 이제는 능숙해 보여 재영이 복면 아래서 미소짓는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나 보군.”

 재영의 목소리에 희수가 시선은 정면에 고정한 채로 답한다.

 “덕분입니다.”

 희수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잇는다.

 “이제는... 좀 괜찮으십니까?”

 “뭐가?”

 “...”

 괜한 얘기를 했다 싶은 희수였다. 이케다 부부가 돌아왔다는 걸 안 이후로 재영은 어딘가 깊은 수렁에 빠진 것 같았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분명 재영은 아팠다. 그저 걱정이 되어 물어본 것이었는데 자신이 괜히 상처를 끄집어낸 듯했다.

 하지만 재영 역시 희수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재영도 잠시 망설이다가 답한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재영의 답에 희수는 답을 하지 못하고 둘 사이에는 적막만 흐른다. 그러자 헛기침하는 재영.

 “작전 중에 사사로운 얘기는...”

 “금물이라고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느새 함께 작전을 수행한 지 한 달여가 지난 터라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 점점 더 가까워진다. 경계하는 두 사람.

 서너 대의 차가 제일방직 앞에 멈춰서고 일본인들이 여러 명이 동시에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무리 사이의 한 사람, 재영이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의 이케다 타츠오가 제일방직으로 걸어 들어간다.

 “저 자입니까?”

 희수가 묻자 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스러운 듯 재영의 반응을 살피는 희수. 재영의 눈빛이 분노로 물들었다.

 송연도 그런 재영을 염려하였기 때문에 재영에게는 이케다 부부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임무만을 주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고민 끝에 재영과 희수에게 감시 임무를 맡겼던 것이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복면 아래로 심호흡하는 재영.

 ‘지금 움직이는 건 그저 무모한 치기이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는 희수를 본다.

 ‘그리고 같은 동지를 위험에 빠트리는 짓이다.’

 희수가 시선은 호위를 서는 일본인들에 집중하고 재영을 부른다.

 “선비님.”

 “괜찮아.”

 평소와 같이 차분해진 재영의 목소리에 희수가 긴장을 푼다.

 “문 앞의 호위만 다섯이 넘습니다.”

 꽤 시간이 흐르자 이케다 타츠오가 걸어 나오고 재영과 희수는 몸을 한창 엎드린다. 시계를 확인하는 재영.

 ‘1시간...’

 그러고는 유유히 떠나가는 타츠오의 자동차를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돌아가지.”

 재영이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희수도 이를 따른다.

 

 다음 날 저녁, 춘몽

 “자네들이 타츠오를 봤다는 날이 언제였지?”

 “1일과 9일입니다.”

 승원이 답했다.

 “그리고 어제가...”

 “18일입니다.”

 재영이 답했다. 단원들의 말에 송연이 생각에 잠긴다.

 “그럼 대략 한 주에 한 번씩은 회사에 방문한다는 것인데...”

 “그런 듯합니다. 헌데 어찌 타츠오가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걸까요? 이런 식으로 규칙이 생기면 분명 약점으로 작용할지 모르는 데 말입니다.”

 경하의 생각에 진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곳에 다른 무언가를 놓는 것이 아닙니까? 뭔가 타츠오가 계속해서 확인하여야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송연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든 더 이상 계획을 미루기는 어렵네. 언제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정현과 경하가 만주에서 돌아오는 대로 거사를 시행할 것이네.”

 “예, 알겠습니다.”

 

 며칠 후 아침

 정현과 경하의 기차가 경성으로 향하고 있다.

 ‘경성이네.’

 익숙한 전경이 정현의 앞에 펼쳐진다. 이 기차를 타고 오고 간지도 벌써 몇 년째이지만 늘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하가 맞은 편에서 졸고 있자 정현이 발로 툭툭 깨우고 눈빛을 보낸다.

 ‘거의 다 와 가, 일어나.’

 정현의 눈빛을 읽은 경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기차가 멈춰서고 경하는 뒤로 매는 보따리 하나를, 정현은 서류 가방 하나를 들고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기차 밖을 나선다. 두 사람 모두 약간은 굳은 표정이다.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소지품을 쥐잡듯 뒤지는 일본군들이 보이자 정현이 당황한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자신과 다른 줄에 선 경하가 조금 먼저 검문을 받는다. 경하의 보따리에서는 옷가지만이 나온다. 그렇다. 춘몽회가 쓸 폭탄의 재료는 지금 정현의 가방 안에 있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잡힌다.’

 이때 자신의 앞에 전통 복식을 한 일본인 여자가 눈에 보인다.

 “경성엔 처음 오십니까?”

 정현의 능숙한 일본어에 여자가 반가운 듯 반응한다.

 “아, 일본 분이십니까?”

 정현은 앞의 상황을 계속해서 곁눈질하며 여자와 대화한다.

 “매번 들어올 때마다 이리 고생을 해야 하니... 아버님만 아니었으면 올 일도 없는 곳인데 말입니다.”

 여자가 웃으며 화답한다.

 “아버님께서 조선에 계십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일본군이 지척에 가까워지자 정현은 친밀한 듯 여자와 가까이 선다. 그러자 피곤에 절어있는 듯 보이는 일본군은 잠시 정현과 여자를 훑어보다가 지나가라는 손짓을 한다.

 ‘하...’

 “그래서 이제는 어디로 가십니까?”

 “아, 저는 약속이 있어서 이만...”

 정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게 반응하고 자리를 떠난다. 그러고는 저 앞의 골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경하와 만나는 정현.

 “형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경비가 왜 이리 삼엄해졌습니까? 제 앞의 어떤 이는 가방을 찢기까지 했습니다.”

 정현도 예상하지 못한 듯 고개를 젓는다.

 “분명 이렇게까지 검사를 하진 않았는데... 일단 춘몽으로 돌아가자.”

 “예, 형님.”

 

 잠시 후, 춘몽

 정현이 잠시 주변을 경계하다 춘몽의 문을 연다.

 “어서 오세요!”

 정현이 듣고 싶었던 그 목소리다. 희수였다. 희수도 오랜만에 보는 정현이 반가워 달려 나온다.

 “선비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별일은 없으셨죠?”

 정현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가씨도 별일 없으셨지요?”

 희수와 정현이 인사를 나누는데 경하도 문을 열고 들어온다. 희수가 경하에게 달려가자 정현은 어딘가 아쉬운 표정으로 미소짓는다.

 “누님!”

 “오랜만입니다! 두 분 다 들어가셔서 좀 쉬시죠. 고단하실텐데...”

 희수의 말에 경하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데 정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의자에 털썩하고 앉는다.

 “어? 왜 안 올라가십니까? 눈 좀 붙이고 나오시죠.”

 정현이 고개를 젓는다.

 “그냥... 오랜만에 왔더니 반가워서 말입니다.”

 “그렇죠. 저도 훈련 때문에 하루 걸러 이곳에 오면 그렇게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정현이 희수의 말에 씁쓸하게 웃는다.

 ‘춘몽이 아니라 아가씨가 반가워서 말입니다.’

 터져 나올 듯한 감정을 속에 꾹꾹 눌러 담는 정현이다.

 “그럼 그렇게 계속 앉아계시렵니까?”

 희수가 약간은 놀리는 듯 웃으며 묻자 정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그저 여기 있으렵니다.”

 

 그날 밤

 정현이 서류 가방을 열고 천을 찢어내자 폭탄 제조용 재료 뭉텅이와 탄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게 총 몇 개 분량인가?”

 송연이 재료들을 들며 묻자 정현이 답했다.

 “5개 용입니다. 탄환은 총 100발 분량입니다.”

 그러자 송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군. 정현과 경하 둘 모두 수고 많았네.”

 “수고했네.”

 재영이 정현의 어깨를 토닥이자 정현이 재영을 향해 미소지었다.

 “제조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진오와 같이 하면... 하루면 충분할 듯합니다.”

 정현의 말에 송연이 결심한 듯 숨을 한번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거사는 이틀 후네.”

 “2일 후 말입니까?”

 “그래. 타츠오가 오는 날만을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못 해보고 끝날 수도 있어.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야.”

 단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거사 날 타츠오가 공장에 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두 노선으로 움직인다.”

 송연이 지도를 펼쳐 곳곳을 가리켰다.

 “저격수 둘은 이곳과 이곳에서 대기하다가 타츠오가 나타나면 그가 돌아가려고 할 때, 저격한다. 타츠오가 나타나지 않으면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할 시 엄호 사격을 실시한다. 저격 담당은 승원과 진오다.”

 “예, 알겠습니다.”

 승원과 진오가 답했다.

 “그리고 나머지 다섯은 둘로 나눠 움직일 거다. 셋은 공장 정면과 우측에 폭탄을 설치하고, 둘은 공장 후면과 좌측에 폭탄을 설치한 다음 후문으로 빠져나온다. 정현과 경하가 나와 함께 움직이고, 재영과 희수가 같이 움직인다.”

 “예, 수장님.”

 “거사일까지 잘 준비하도록.”

 송연의 말이 끝나자 단원들이 흩어져 나가는데 희수는 긴장된 표정으로 굳어있다. 그리고 그런 희수를 주시하는 재영과 정현.

 

 다음날 새벽

 잠들어 있는 희수가 악몽을 꾸는지 미간을 찌푸린다. 매번 희수를 찾아오는 그 꿈이다.

 “누이!”

 자신을 부르는 사내의 큰 목소리에 희수가 눈을 번쩍 뜨고 숨을 몰아쉰다.

 “하아...”

 이마에는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는 희수. 창밖은 아직도 어둡다. 답답한 마음에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 바깥으로 향한다.

 드르륵하며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눈을 뜨는 재영.

 

 희수가 잡화점 밖에 놓여있는 작은 의자에 털썩하고 앉아 숨을 들이셨다가 내쉰다.

 “또 이 꿈이네.”

 희수가 머리가 아픈 듯 고개를 젓는다. 이때 문이 열리고 재영이 빼꼼하고 고개를 내민다.

 “아유, 깜짝이야!”

 놀란 희수가 몸을 움찔한다.

 “왜 나와 있나?”

 “그냥... 잠이 안 와서 말입니다.”

 희수의 답에 재영이 밖으로 나와 희수 앞에 선다. 그러고는 옆으로 손짓하는 재영.

 “예?”

 “옆으로 좀 가보라고.”

 “아...”

 희수가 옆으로 몸을 움직이자 빈자리에 앉는다. 잠시 아무 말 없이 앞을 보다가 먼저 말을 꺼내는 재영.

 “긴장되나?”

 “거사 때문 아닙니다.”

 그러자 재영이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럼 긴장이 안 된다?”

 재영의 말에 손사래 치는 희수.

 “아이, 그건 아니구요...”

 “나는 긴장 엄청 많이 했었는데...”

 재영이 잠시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그 날들. 지금과 별반 다르진 않지만 분명 같지만은 않았다.

 재영이 한숨을 한번 내쉬고 주머니에 쌓인 뭔가를 희수에게 내민다.

 “이게 뭡니까?”

 희수가 보자기를 조심스레 펼쳐보니 작은 총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선물이야. 이런 걸 선물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재영이 가장 아끼는 총인 탓에 실전에서는 몇 번 쓴 적도 없는, 새것과 진배없는 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재영은 이 총을 꼭 자신의 첫 제자인 희수에게 주고 싶었다.

 “와...”

 희수가 천천히 총을 쓰다듬어 본다. 늘 누군가의 것을 빌려 썼던 희수에게 생긴 첫 총이었다.

 “감사합니다, 선비님.”

 “뭐... 총이란 게 쓸 일이 없는 게 제일 좋지만... 우리가 선택한 숙명이니…”

 희수가 먼 곳을 보며 쓰게 웃는 재영을 바라본다.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 해. 자네 실력이면 어디 가서 폐 끼칠 정도는 아니니까.”

 희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거리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마치 모든 것을 뒤바꿀 폭풍이 오기 전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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