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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증명할 나이
작가 : 계춘
작품등록일 : 2022.2.14

세명의 중년 여성의 서로 다른 삶을 적은 글입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안타까움보다 해결할 것들에 대한 여자들의 압박감에 대해 썼습니다.

 
증명할 나이
작성일 : 22-02-14 17:59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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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단

 

 

  “이혼하자.”

 

  억울하고 분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체크인하기 위해 프런트에 문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 소리도, 트렁크를 끄는 소리도, 여행 가이드가 사람들에게 방 열쇠를 나눠주며 안내하는 소리도 짜증이 났다.

 

  윤단의 얼굴에 근심의 표정이 드리웠는지, 절친한 객실 팀장이 어깨를 두드리며 잠시 쉬고 오라고 배려해 주었다.

 

  직원 휴게실로 가는 길, 그녀의 눈은 그녀의 구두 끝에 향해 있었다. 어깨를 펴고 턱을 당기며 지나가는 손님들께 도도한 듯 가볍게 인사하는 평소의 그녀가 아니었다.

 

 -

 

  윤단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늘 곧장 도서관으로 가서 짐을 챙겼다. 15분쯤 걸어가야 하는 버스정류장으로 가야 시간 맞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원에 도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목에 있는 시계는 윤단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따뜻한 팝송이 나오는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커피도 마시고, 도서관 앞 잔디가 깔린 낭만적인 공간에서 과제도 같이 하고, 저녁이 되면 가까운 포차에서 소주도 마시며 마음속 애기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학비에다 용돈까지 충당하려면 그런 호사는 그녀에게 사치였다.

 

 “얘들아, 다음 시간까지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관한 문제는 모두 풀어와. 민수처럼 단원평가만 풀어오면 숙제 더 준다. 늦었는데 빨리 가.”

 

  학원에서의 생활은 하루의 마침표였고, 빨리 정리를 하지 않으면 막차를 놓치기 일쑤였기 때문에 서둘렀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버스를 타려고 원장님께 인사를 하고 최선을 다해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누가 내 앞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뛰기만 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마침 집으로 가는 32번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미리 사 놓은 토큰이 없어서 동전을 넣자 거스름 돈 50원이 나왔다.

 

  종점에 가까운 마지막 버스는 자리가 넉넉해서 집까지 가는 25분 동안 늘 앉아서 갔다. 그날도 평소처럼 자리에 앉았다. 누군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기에 그냥 같은 곳에서 탑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단아.”

 

  윤단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훈이었다.

 

 -

 

  “굿모닝, 댄?”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파란색 눈을 가진 원어민 강사와 인사를 하는 것이 그녀의 하루 시작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새벽부터 서두르느라 건너 뛴 아침을 먹으러 학교 쪽문 앞에 있던 국밥집으로 향했다.

 

  “이모 시락국밥 하나요.”

 

  “오늘도 일찍 왔네. 단이는 뭐가 되도 되겠어.”

 

  국밥집 아주머니의 응원은 항상 힘이 되었다. 그런 알찬 시간이 미래의 시간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았고, 그래서 더 힘이 나기도 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시간은 추운 겨울이 아닌데도 한파가 지나간 겨울의 풍경처럼 스산했고, 시락국을 끓이는 가마솥 위로 하얀 연기만 퍼졌다. 첫 수업이 있는 학생들의 발자국 소리가 간간히 들리기 시작했다.

 

  “이모, 잘 먹었어요. 내일 또 올게요.”

 

  ‘또 하루의 시작이구나.’ 날카로운 웃음이 입가에 퍼졌다.

 

  대학교의 낭만은 넓은 잔디밭과 벚꽃 나무 가로수였다. 그것만 있으면 수업중간에 그리고 수업이 없어도 학교에 와서 놀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윤단의 하루는 취업 준비를 위한 학원과 국밥 한 그릇으로 시작이 되고, 많은 수업과 아르바이트로 꽉 차 있었다.

 

  강의가 없을 때는 토익 준비와 자격증 시험 준비로 같은 과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 시간조차 없이 도서관에서 지냈다. 그녀를 위로하는 것은 자판기 커피 정도였다.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일하러 가기 전, 윤단은 학원 원장님께 부탁을 하러 공중전화 박스로 갔다. 도서관 전화 부스는 4개가 있어서 늘 자리가 있었는데 그날은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4개 모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윤단의 차례가 되었다.

 

  “원장님, 윤단인데요. 오늘 호수중학교 기말고사 대비 마지막 시험이거든요. 복사할 게 많은데, 학원에 일찍 가서 준비해도 ㅍ? 학원 열쇠가 없어서 전화 드렸어요.”

 

  “그래, 내가 나가서 문 열어놓고 있을게. 참 밥은 먹었어? 우리 마누라가 윤선생님 열심히 한다고 김밥을 싸준다고 하네.”

 

  “아니요. 저야 너무 감사하죠. 동전이 없어요, 원장님. 학원가서 뵈요.”

 

  ‘한 끼 밥값 아꼈구나. 그럼 다른 호사를 누려 볼까?’

 

  학식이 500원에서 1500원 정도였으니 800원 짜리 커피는 엄두도 낼 수가 없었지만, 그날은 마실 수 있었다.

 

 ‘헤이즐넛 커피가 확 당기네.’

 

 -

 

  “지훈 선배, 여기서 뭐해요?”

 

  그 날부터였다. 지훈은 윤단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그녀가 일하는 학원 근처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같이 퇴근하고 싶어서였다.

 

  “단아, 일은 힘들지 않아? 나도 저기 학원에서 애들 수학 가르쳐. 매일 너 볼 수 있겠다. 그지?”

 

  지훈은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냥 시간이 가면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윤단이 내리고, 한 정거장을 더 가서 지훈은 내렸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반대편에서 다시 타야했기 때문이다. 다행이 지훈 집으로 가는 버스는 늦게까지 있었다.

 그 날부터 지훈과 윤단의 사랑은 시작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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