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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개와늑대의시간
작가 : 프란츠
작품등록일 : 2022.2.8

시골에서 성장한 열두살 주인공이 1980년 가을 농번기방학 동안 겪는 4일간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친구, 학교 등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과 이로인한 상처 및 극복과정을 담담히 그 시절 청소년기의 입장에서 현재형으로 풀어낸 소설.

 
제 8화. 벌거숭이의 꿈
작성일 : 22-02-14 17:31     조회 : 295     추천 : 2     분량 : 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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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주에 형 방에서 한국문학전집을 둘러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란 책 제목에 이끌려 읽었었다. 주인공이 몇 푼 더 벌어서 운수 좋은 날이라고 기뻐하더니, 결국 그날은 아내가 죽어버린 운수 나쁜 날이었던 그 책의 줄거리에다 아까 일어난 내 이야기를 겹쳐 보면, 함부로 이제부턴 운수 좋다고 생각조차 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일었다.

 

  마당엔 파란 담뱃잎들이 수돗가 근처에 수북이 쌓여있었고, 마루엔 엄마가 연이 머리를 양쪽으로 나누어서 노란 고무줄로 묶고 있었다. 벌써 아빠랑 멍충이 아저씨가 일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술이 고플 시간이니 한 번에 갖다 놔도 되는 것을, 내가 이런 저런 일로 늦는 바람에 언제쯤 술이 도착하나 싶어 몇 번이나 마당에 들락날락 했을 게 불 보듯 뻔했다. 난 술항아리에 술통을 뒤집어 쏟아 넣으며,

 

 “엄마, 그 인형 있잖아요. 다 떨어져서 옷 다시 만들어 입혀야 할 것 같아요.”

 

  말하면서도 한편 형에게 돈을 그렇게 힘없이 빼앗길 줄 알았으면 차라리 연이 인형이나 새로 사올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하기야 또 어디서 돈이 나서 이걸 샀냐고 추궁할 걸 예상해보면 안 사온 게 나은 것일 수 도 있었겠지만.

 

 “거그, 찬장 옆에 겉절이 해놨다이“

 

  나한테 그걸 반찬으로 밥이라도 먹으란 소리일 것이다. 항아리에 두 번째 술통으로 바꿔 넣으면서 그제서야 형이 생각나서,

 

 “형 다쳐서 버스 타고 올 거예요.”

 

  이 말에 엄마는 머리 묶던 일을 멈추고는 놀란 표정으로,

 

 “뭐여? 왜? 어디가?”

 

  다들 장남, 아니 9대 장손의 얘기에는 이렇게들 쫑긋 세우고 듣는다.

 

 “장난치다 허리 다쳤대요.”

 

 “정말이여? 으뜨케? 을마나?”

 

 “몰라요. 오면 보세요.”

 

 “너는 동상이 되야가지고 형이 다쳤다는디 걱정도 안 되냐? 어찌 남 야그만치로 그랴?”

 

 농약을 드셨던 분이 맞나 싶게 소리를 높여 꾸짖었다.

 

 “다들 장남 걱정만 하는데 뭐 저까지 그래야 해요?“

 

 “너도 가만히 보믄 참말로 냉정혀.”

 

 “집에 누구 하나 나한테는 따뜻하고?“

 

 화가 나서 “요.”자를 빼먹었다. 성난 걸 이제사 눈치 챈 건지 다소 누그러져선,

 

 “요즘 너 왜 그러냐. 사춘기, 뭐 그런 거 왔디야?”

 

  대꾸도 않고 세 번째 술통을 부어놓고 일어나 멀리 하늘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공부는 쉬운 줄로 아나보다. 당장 개학 때 갖고 가야할 숙제도 해야 하고, 종업시험 공부도 해야 하고, 또 노래 대회 연습도 해야 하고,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시간을 줘야 뭐를 해도 하지 싶어 다시 한 번 한숨을 크게 내 쉬었다.

 

 “어린 애가 뭔 한숨을 그리 쉰다냐? 엄마 챙기느라고 그려서 그려? 내가 죽었어야 쓰는디...”

 

 “인자 숨도 내 맘대로 못 쉬겄고만.”

 

  짜증 섞인 사투리가 튀어나와버렸다. 이 집에서 그나마 나를 생각해 주는 내 편이라 여겼던 엄마한테 꼬박꼬박 공손한 표준말을 쓰려 노력해 왔던 것이 이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형의 실체를 모르는 건지, 모른 체하는 건지, 아니면 장남은 이런 사소한 일보다는 큰일을 해서 결국은 이 집안을 살릴 사람으로 생각해서 모두들 떠받드느라 그런지 모를 일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들 말을 빌리면, 한가하게 앉아서 책만 보면 술술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저절로 가는 모양으로 생각해서인지, 내 꿈을 지켜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그 시간마저도 빼앗고 있으면서 말이다.

 

  약품이랑 연필을 들고 내 방인 대청으로 들어가 조선일보 옆에다 숨겨놓고 쫀드기만 들고 나와 연이에게 건넸다.

 

 “이거 연이 까까!”

 

 내가 계속 가르쳐 온대로 벌떡 일어나더니 양갈래 머리를 휘날리며 덥썩 두 손을 배에 가지런히 모은 다음 고개를 숙여,

 

 “언니, 감따 함니다.”

 

 “오빠...해봐! 언니는 머리 긴 사람...오빠는 머리가 이렇게 짧은 사람...알았지?”

 

 “응, 언니!”

 

 웃으면서 포기했지만, 이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볼에 뽀뽀를 해주고 돌아섰다. 술을 모두 채운 다음 노란 주전자에 술을 가득 담고 엄마가 해 놓으신 겉절이를 채반에 챙겨 담배밭으로 서둘러 갔다. 내 키보다 훨씬 큰 담배들이 이랑마다 빼곡했다. 그래도 더운 여름에 초엽이랑 중엽 딸 때랑은 다르게 종엽만 남아서 그런지 그것들이 빠진 틈으로 바람이 불어와서 훨씬 나았다. 그때는 안 그래도 푹푹 찌는 날씨에 호흡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내 팔뚝 길이보다 긴 담뱃잎들이 숲처럼 우거져 있어서 통로도 안 보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몸에서 사나흘 동안 안 떨어졌던 그 끈적끈적했던 담배 진액들도 이미 굳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다만 머리 쪽까지 뜯겨서 이미 벌거숭이가 된 것들은 쓸모없이 저렇게 선 채로 한겨울에 눈을 맞을 것을 생각하니 어쩌면 내 신세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담배잎들 모아 놓은 것을 들고 우리 집으로 가려고 나오는 멍충이 아저씨랑 중간에서 마주쳤다. 나보다 술을 더 반기며 채반이랑 술 주전자를 빼앗아 가로채면서,

 

 “왜 이리 늦은 거여.”

 

 느려터진 말에 이어서, 멀리서 손을 뻗어 꼭대기 쪽의 잎을 따고 있는 아빠를 부르며,

 

 “행님, 막걸리요!”

 

  소리치며 펄쩍 펄쩍 뛰어간다. 체크무늬 남방을 펄럭이며 뛰어가는 모습을 보자니, 누가 돌볼 사람이 옆에 없어 행색이 초라해서 그렇지 씻겨 놓으면 그래도 도시적인 미남형인데 참 안 됐다 싶었다. 뛰어가는 모양새가 연이보다도 훨씬 정신 연령이 낮은 애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던져놓고 간 담뱃잎 뭉치를 들고 집 마당에 쌓아놓으러 왔더니 엄마랑 연이가 앉아서 담뱃잎들을 크기 별로 나누어 지푸라기로 줄기끝 부분을 동여매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일이 끝나면 이것들을 하우스 건조장에 줄을 달고 쭉 매달아 놓아야한다. 그것도 조석으로 온도와 바람조절을 해야 해서 하우스 옆구리 부분을 접어서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가 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최상품으로 거듭나기 때문에 수입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신작로에 나가보지...형 오나...”

 

  아직도 엄마 머릿속은 형 생각뿐이다.

 

 “내가 나가 서 있는다고 해서 버스가 더 일찍 온대요?”

 

  퉁명스럽게 말하는 순간 집 앞에 택시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참나, 교장선생님처럼 잘 사는 집이나 일 년에 한 번 탈까 말까하는 택시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렇게 타고 오는 형이란 사람은 대체 무슨 권위를 가진 사람일까 싶었다. 아까 나랑 만났을 때보다 훨씬 허리를 땅 쪽으로 거의 고꾸라질 뻔한 자세로 숙인 채 오만 인상을 쓰면서 정민이네 형의 부축을 받으며 중환자처럼 걸어 들어온다.

 

  난 못 본 체하며 밭으로 나가려는데 엄마가,

 

 “아이고...이게 먼 일이다냐...호야, 얼렁 형 방에 이불 깔고 그 굵은 소금이랑 대두 콩 있지? 그것 좀 솥에다가 한 바가지 넣고 불 좀 올려라, 잉?”

 

  찜질까지 해줄 건가 보니 상전이 따로 없었다. 엄마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거동은 아직 불편한 기색으로 막 형 쪽으로 휘청휘청 가더니 부축까지 할 태세다. 형은 손을 가로저으며 속 깊이 엄마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난 엄마 부탁은 한 번도 어긴 적이 없기에 형을 위해서라보다는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장독대로 발을 옮겼다.

 

  생각해보니 내 돈에다 그보다 더 많이 보태야 택시를 탈 수 있는데, 그럼 자기 돈도 있는데 내 돈을 강탈했다는 말이네? 그렇다고 그걸 지금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간 처음 돈이 만들어진 시점부터 검증에 들어갈 아빠를 상상해보면 억울하지만 하는 수 없이 그냥 묻어야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처음부터 계산에 넣고 그렇게 행동했다는 사실이 추리되다 보니까 형이 더 싫어졌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마치고 방에 들어가는 형을 째려보며 다시 밭으로 뛰어가는데 혓바닥을 내 쪽으로 쭉 내미는 형을 보고야 말았다.

 

 ‘저 놈의 혓바닥을 그냥...’

 

  담뱃잎들을 한 군데 모아서 가져갈 요량으로 서둘러 일을 시작하는데 아빠는 택시의 손님이 작은 아버지냐고 물었다. 난 형이라고 짧게 대답한 다음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다. 자질구레한 설명을 붙이지 못하는 것은 아빠 앞에선 조리 있게 말을 잘 못할 뿐 아니라, 그럼 또 아빠의 꾸지람이 돌아올 것이 두려워서였는데, 오히려 내 걱정과는 달리 아빠는 장남이 택시 타고 다닐 수도 있지, 그런 편안한 표정으로 멍충이 아저씨와 막걸리 잔을 주고받기 바빴다. 그리고 시내에서 본 작은 아버지 얘기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시간을 줄여서 공부할 시간을 가지려면 여기 저기 작게 쌓여있는 담배들을 한 번에 집으로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외양간 옆에 있는 구루마를 가지러 가려고 일어서는데,

 

 “너는 할 것도 없는디 뭐가 그리 맨날 바쁘냐. 여그 앉어봐...엉? 아빠가 할 말이 있응께로...”

 

 얼마나 마셨다고 벌써 그 총명한 눈빛이 흐릿하니 혀는 더 꼬부라졌다. 예전만 못한 걸 보니 세월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티가 나지 않는 일이든가, 아니면 아빠가 보기엔 당연한 것들이니까 저렇게 말씀을 하시는가 보다 싶어 원망스러웠지만, 감정을 누르려 주전자를 들어 한 잔 따라 들이려는데 벌써 빈 통이다. 이걸 낚아챈 멍충이 아저씨가 집 쪽으로 달려가는 걸 바라보는데, 그때 갑자기 아빠가 내 턱을 멍석만한 손으로 자기 쪽으로 힘주어 돌려놓더니,

 

 “너, 고모네 옥청이 형 알어, 몰라? 거, 전남대핵교 댕기는...엉?”

 

 “네...”

 

 “안다는 말이여, 모른다는 말이여? 엉? 너는 똑똑허게 생긴 놈이 상대방이 물어보믄 거기에 맞는 대답을 혀야지...네..이러믄 듣기 싫으니 야그를 그만 끊어주세요...이렇게 들리니까 말 허는 사람이 기분이 나빠, 안 나빠? 엉?”

 .

 “죄송합니다...압니다.”

 

  야단부터 맞고 시작하니 더 두려웠다.

 

 “그 형 봐라. 고모가 쎄가 빠지게 대학 공부까정 시켰으면 감사합니다...하고 공부나 할 것이지..엉? 지가 무신 독립투사라고... 엉? 빨갱이들 쳐들어 온 광주에서 데모는 무신 데모를 허다가 이렇게 죽기 살기로 도망와설랑은 집에 틀여 박히갖고는...엉? 하마터면 빨갱이들한테 물들 뻔 했잖여? 그라니 고모가 속이 썩어, 안 썩어? 엉?”

 

 아, 형이 집에 와 있구나 하는 깨달음 뿐, 다른 말들은 당최 무슨 소린 줄 몰라서 그냥,

 

 “네.”

 

 대답을 했는데, 또 “네”라고만 대답했다고 또 뭐라 할 것 같아서,

 

 “그랬군요.”

 

 얼른 덧붙였다.

 

 “그려...그리서....아부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하믄...엉? 니 생각을 듣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께 솔직히, 솔직허니 말 해봐라...엉? 너 내년이믄 중핵교 들어가야 허는디 앞으로 계획이란 것이 있을 거 아녀...솔직히 니는 뭐 하고 싶은디...엉?”

 

 이렇게 아버지와 일대일로 길게 얘기를 해 본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라는 말을 너무 강조하셔서 솔직히 말 안하면 또 맞을 것 같아 진짜 솔직히 말을 이번에 제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뭐를 하고 싶냐’고 하면 그냥 ‘여길 탈출하고 싶어요.’가 정답인데, 아까 약국에서 들은 아저씨의 말대로 살고 싶은 생각이 번뜩 들어서 입에 힘을 주어 말하려다가 너무 떨려서 담뱃잎 쪽으로 비스듬히 아빠의 시선을 비켜서,

 

 “저는 전주로 고등학교를 가고 서울로 대학을 가고 싶습니다.”

 

  또박또박 힘주어 다음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말을 끊더니,

 

 “그니까 니가 아주 영악하다는 것 아녀? 엉? 내가 지난번에 형이랑 너랑 앉혀 놓고 뭐라고 혔냐? 엉? 공고 가서 기술 배워서 돈을 벌으라고 혔냐, 안 혔냐? 엉? 누가 니 뒷바라지를 헌단 말이여? 엉? 맨날 집안일에 농사일 허느라고 바쁜디 너 이번 종업시험에서 3등 안에는 들겄냐? 그 장학금 못 받으믄 중학교부터 쭉 대학까정 누가 가르치냐고? 말해 봐라...엉?

 

 그러니까 이것을 왜 쭉 연결해서 말하는지 모르겠다. 결론은 중학교를 장학금으로 다니라는 말인가?

 

 “공부할 시간을 좀 주시면 제가 장학금을...”

 

 또 말을 끊더니,

 

 “야가 허무맹랑 헌 것을 바라네? 그럼 이 일들은 누가 허고? 엉? 포기는 빠를수록 좋은 것이여. 그니께 어떻게든 중핵교까정은 내가 가르칠 것잉게 고등핵교는 니가 알아서 장학금을 받든 뭐를 허든 혀서 다녀...내 말 알아 들었제? 엉?

 

 “그럼 종업시험에서 장학금 받으면 나중에 전주로 고등학교 보내주세요.”

 

 내가 말해놓고도 그 용기에 한편 감탄하면서도 어리둥절했다.

 

 “그건 그때 가서 보고....근디 너는 뭐가 될라고 자꾸 전주랑 서울 타령이여? 여기도 고등핵교 있잖여? 엉?

 

  멍충이 아저씨가 돌아와서 대답을 하려다 멈칫했다. 그럼 형은 아무리 공고라지만 왜 그 멀리 이리까지 보내면서 나는 안 된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었다. 이미 국립 공고로 추천을 받아 놓은 상황인지라 아빠의 계획대로 잘 따라가는 형이 믿음직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그게 인문계를 못 갈 실력이니까 실업계를 간 거라고 난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멍충아...야가 서울로 대학가고 싶단다...허허...이렇게 사는 아빠 꼴을 보고도 저런다...허허...공부가 뭐냐고 시방...사람이 땅을 일구어야지..공부는 배신혀도 땅은 배신 안 허잖여? 그려, 안그려. 멍충아, 엉?”

 

 얼큰해진 멍충이 아저씨는 아빠 말을 막으려는 수작인지 막걸리 잔을 들어 아빠에게 권하며,

 

 “서울서 대학생 되믄 좋지, 암은! 모다 행님만치로 그렇게 다 생각허간디? 하고 싶은 걸 시키믄 되지라이. 집안에 그려도 의사나 변호사 하나는 나와야지. 안 그려요, 행님?”

 

 “의사는 무신...”

 

  의사라는 말에 마음이 좀 혹했던지 아빠는 더 이상 말은 안 한 채 주는 술만 넙죽 받아 드셨다. 그 사이, 옆에 멀뚱멀뚱 앉아 있는 내게 윙크를 살짝 하는 멍충이 아저씨의 신호를 따라 일어나 외양간으로 향했다. 걸어나오며 부딪히는 벌거숭이 담배나무들을 밀치면서 난 절대 벌거숭이 꿈은 갖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때 저쪽 신작로 쪽에서 철퍼덕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 작은 아버지가 휘청휘청 내려오다가 길성이네 밭고랑으로 처박히는 중이었다. 난 얼른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말
 

 꿈에 대해 아직 명확한 것은 없지만 아빠와 대화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용기를 갖게 된 내용입니다. 더 발전된 갈등 국면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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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행복 22-02-15 01:08
 
이야기가 점점 흥미로워지네요.
향수를 불러오는 글이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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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22-02-15 01:10
 
감사합니다. 내내 댓글로 공감해주시니 더더욱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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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22-02-27 22:28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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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22-02-28 07:48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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