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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혼 후 다시 봄
작가 : 신록이
작품등록일 : 2022.2.4

"결혼 축하해." 나의 결혼식날 입맞춤을 하곤 홀연히 사라졌던 차민혁이 6년 후 완전한 남자가 돼서 나타났다. 어느 봄날에 갑자기 나타난 그는 자꾸만 선을 넘으며 다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내가 누나를 사랑한다고 했거든." 이제는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첫사랑이자 형의 전 와이프인 나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4. 단 한 번도 누나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어
작성일 : 22-02-12 19:45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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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각,

 

 건물 내 주차장으로 내려온 다은과 민혁은 차 옆에서 작게 실랑이를 벌였다. 다은은 방금 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민혁이 신경 쓰여 구구절절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갑자기 어딜 가자는 거야?"

 "맞춰 봐."

 "너 요즘 일도 많다면서 이렇게 일찍 퇴근..."

 "일 다 끝냈고 내가 대표라 일찍 퇴근해도 뭐라 할 사람 없으니까 걱정말고 얼른 타세요. 서다은씨."

 "너 너무 피곤해 보여. 어디를 가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오늘은 집 가서 푹 쉬어."

 

 강경하게 문을 잡고 버티자 민혁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더니 차 루프에 팔을 턱 얹고 몸을 숙였다.

 

 "누나가 우리 집에 같이 간다고 하면 그렇게 할게."

 "같이 갈래?"

 

 하, 이게 진짜. 또 저를 도발하며 들어놨다하는 그에게 매운 맛을 보여줄까 고민하다 며칠 전 일이 생각나 가까워진 민혁을 밀어내고 차 문을 열었다.

 

 "피곤해서 쓰러져도 난 모른다?"

 

 경고와 함께 그를 째려보며 마지못해 차에 탑승했다.

 

 "네네."

 

 탁-

 

 조수석 문을 닫아주고서 민혁은 다은이 모르게 작게 웃었다. 옛날부터 그녀는 째려볼때마다 꼭 입술을 살짝 내밀어 그 표정이 무섭기보단 마냥 귀엽기만 했다. 남들이 보면 중증이라고 할 만큼 별 거 아닌 거라 해도 제 눈에는 귀여워 자꾸 웃음이 난다. 너무 이렇게 대놓고 귀여워하면 안되는데 싶다가도 뭐 어떤가 싶다. 여전히 그녀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사실인데. 그런 그녀에 이미 피곤함은 잊은 지 오래다.오랜만에 들뜨는 기분에 민혁은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다은을 따라 차에 탔다.

 

 "그래서 진짜 어디 가는 거야?"

 "한강."

 "한강?"

 

 예상못한 목적지에 다시 되물었다.

 

 "오늘 출간계약 했잖아. 축하하러 가야지."

 

 피곤한 기색은 어디가고 상딩히 신나보이는 민혁은 핸들을 곧게 뻗은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차를 출발 시켰다. 주차장을 벗어나자 3월의 따스한 햇빛이 차 안으로 쏟아지며 잊고 있던 기억을 비췄다.

 

 까맣게 잊고 있었네.

 

 처음으로 출간계약을 맺었던 날도 햇살이 따스했었다. 오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 노을이 녹아든 한강의 윤슬을 보며 다은은 민혁 그리고 진혁과 약속했었다. 이런 날에는 무조건 이곳에 와 두 사람과 함께 기쁨을 나누겠다고. 그때는 모든 게 다 영원할 줄 알았는데.다시 그때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분명 밝은 기억인데도 계속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 앉는 것 같았다.

 

 "..."

 

 아무 말 없이 어두워진 다은의 표정을 민혁은 곁눈질로 흘끔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녀는 또 깊고 어두운 곳으로 가라앉고 있는 듯 했다.

 

 "누나."

 

 신호에 걸려 잠깐 멈춘 사이 어디선가 튀어나온 딸기 사탕을 살짝 벌려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넣어주었다.

 

 "... 딸기 맛이네."

 "누나 딸기사탕 밖에 안 먹잖아. 여기 열면 안에 더 있으니까 더 먹고 싶으면 꺼내 먹어."

 

 민혁이 조수석쪽 글로브 박스를 가르켰다. 그곳을 열자 딸기맛만 들어있는 사탕 봉투가 잔뜩 있었다.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면서 왜 이렇게 많이 사다놨어?"

 "먹다보니까 맛있더라고. 나도 이제 초딩입맛 돼 가나봐."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입 안에도 딸기사탕 하나를 넣었다.

 

 "넌 입맛만 어른이지 행동은 아직도 초등학생이야."

 "난 나처럼 잘생긴 초등학생 본 적 없는데."

 

  민혁은 살짝 각도를 틀어 자신의 날렵한 턱선을 쓸며 난데없이 미모 자랑을 했다. 다른 사람이 했다면 경악했겠지만 자아도취의 말이 납득이 갈 만큼 눈부신 햇살 아래서도 결점하나 없이 잘생긴 민혁의 얼굴에 딱히 할 말이 없어진 다은은 소심하게 인정했다.

 

 "잘났어 정말."

 

 큭큭.

 

 인정하는 말에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님 아직 뻔뻔함은 마스터하지 못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민혁은 참고 있던 웃음을 흘렸다.

 

 "좋냐?"

 "응, 좋아."

 

 또 다시 돌아오는 뻔뻔한 대답에 그를 따라 계속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던 다은은 결국 큰 웃음을 보였다. 창 밖으로 조심스레 내민 손 끝으로 신선한 바람들이 스쳐지나갔다.

 

 .

 .

 .

 

 퇴근시간을 피해도 서울의 교통체증은 어쩔 수 없는지 두 사람이 한강에 도착했을 때쯤엔 조금씩 노을이 지고 있었다.

 

 "여긴 오랜만에 와도 좋네."

 

 다은은 차에서 내려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피며 잔잔히 흐르고 있는 물들을 바라보았다. 혼자서라도 자주 올 걸. 이혼 후 집안에서만 홀로 빨리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렸을까.여전한 풍경들에 다은은 조금 후회가 됐다.

 

 "누나, 이리와봐."

 

 트렁크 쪽에서 혼자 분주하게 움직이던 민혁이 다은을 불렀다.

 

 이게 다 뭐야?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트렁크를 확인한 다은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담요와 작은 난로 그리고 저의 취향을 저격한 여러가지 주전부리들까지 차 안에는 피크닉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한 것들로 꾸며져 있었다.

 

 "이런 걸 언제 다 준비했어?"

 "언젠가는 누나랑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전부터 하나씩 준비해놨어."

 "마음에 들어?"

 

 마음에 안 들리가.

 

 저에게 맞춰 준비한 것들과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예쁜 정성까지 들어갔는데 그 어느 누가 싫어할까. 방금 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게 무색해질 만큼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함으로 가득했다. 다은은 민혁의 곁에 앉아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정말로."

 

 곁에 앉아 진심을 전하는 다은의 얼굴에 노을이 붉게 물들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넋을 뺏긴 민혁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 선선한 바람에 얕게 흔들리는 갈색머리와 길고 지런한 속눈썹이 잘 보일 만큼 느리게 깜빡이는 눈.그리고 노을에 물들어 더 붉게 빛나는 입술. 위험하다.민혁은 쿵쾅거리며 빠르게 뛰는 심장에 고개를 돌렸다. 더 바라봤다간 오랫동안 꾹 참아왔던 걸 더는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그는 빠르게 뛰는 심장과 붉은 얼굴을 진정 시키기 위해 애썼다.

 

 "오랜만이네 그 말."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노을이 지는 걸 한참동안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민혁은 묻고 싶어졌다. 왜 다시 저가 숨어버렸던 이유에 대해 묻지 않는지. 그녀가 혹시라도 없었던 일처럼 넘기고 싶어하는 것일까봐 조금은 두려워졌다. 다은이 원하는 건 모든 지 다 해줄 수 있지만 그것 만큼은 절대 못할 것 같았다. 있던 일을 없던 일처럼 깊은 기억 속에 묻은 채 아무 일 없는 듯이 지내는 건 이제 너무 질렀으니까.

 

 결국 민혁은 어렵게 입을 떼며 침묵을 깼다.

 

 "누나."

 "응?"

 "왜 다시 안 물어봐? 내가 6년 동안 숨었던 이유."

 "음... 이미 다 아니까?"

 

 기억이 난다고? 자신이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답이 돌아올까 민혁은 긴장하는 맘에 침을 꼴깍 삼켰다.

 

 "희미하긴 해도 사실 지난 번에 저녁 같이 먹은 날 너가 한 말 기억나."

 "내가 미워서 숨은 거 아니라며. 뒷말은 더 기억 안나지만 난 그거면 됐어. 너가 날 미워한 적 없다는 사실 그거 하나로 난 충분해."

 

 말 없이 듣기만 하던 민혁이 마른 세수를 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대체 이 여자는 언제까지 나를 애태울거지. 이제는 정말 참기 어려워진 민혁은 당장이라도 저의 진심을 쏟아내고 싶어졌다.

 

 "그리고..."

 

 망설이던 다은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 결혼식 날에 너가 그랬던 건 순간적인 감정이었잖아. 그냥 어린 시절에 지나가는 열병처럼 잠깐..."

 

 어느 순간부터 다은은 민혁의 눈을 피한 채 말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진실을 모른 척 해야하는 사람처럼. 민혁은 깊게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진심을 토해냈다.

 

 "아니야, 그런 거."

 "뭐?"

 "지나가는 감정 아니라고. 지나가는 감정이었으면 내가 여태까지 계속 힘들게 마음 고생하고 있을 이유 없잖아."

 "민혁아."

 "누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 없어."

 

 결국 민혁은 그어진 선을 넘기를 택했고 다은은 끝까지 모른 척하고 싶었던 그의 진심을 제대로 마주하고 말았다.

 

 "지금 당장 내 마음 받아달라는 거 아니야. 그냥 내 마음 확실하게 알아뒀으면 하는 거지."

 "여태까지 계속 참고 기다렸으니까 얼마든지 더 기다릴 수 있어. 그러니까 천천히 진지하게 생각해줘 내 마음에 대해서."

 "받아주기 힘들다 말해도 어디 안 가고 계속 옆에 있을테니까. 겁먹지말고."

 

 민혁이 얼굴로 넘어온 다은의 머리카락들을 정리해줬다. 정말로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어느 새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고 선선히 불던 저녁바람은 멈춰있었다. 이번엔 불어오는 봄바람도 없는데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어댔다. 이젠 정말 어떡해야할까.

 

 "이제 그만 집에 갈까?"

 

 깊은 정적을 깨고 민혁은 일어나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정리하는 그의 손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

 .

 .

 

 두 사람은 말 없이 한참을 달려 다은의 집 근처에 도착했다. 다은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잠시 뗐다가 다시 애꿎은 가방 끈만 만지작 거렸다.

 

 그 사이 차는 아파트단지 입구 앞이었다.

 

 "나 여기서 내릴게. 데려다 줘서 고마워. 조심해서 들어가."

 "응, 들어가면 연락... 아니야 일단 들어가서 푹 쉬어."

 

 민혁 또한 이 상황이 숨 막히는지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배웅을 하고 이내 단지를 벗어났다.

 

 후우-

 

 멀리 민혁의 차가 사라진 걸 확인한 다은은 크게 숨을 뱉었다. 이제야 숨이 좀 제대로 쉬어지는 것 같네. 다은은 단지 내 길게 늘어진 벚꽃나무를 따라 조금씩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 하나하나에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한 걸음. 도망이라도 가고싶지만 그건 너무 부끄럽고 비겁한 짓이다.

 

 두 걸음. 숨고 싶지만 숨을 곳도 없다. 그의 진심을 더 이상 피하지말고 똑바로 마주해야한다.

 

 세 걸음. 그는 첫사랑이자 형의 전 와이프인 나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네 걸음. 그리고 나는...

 

 "다은아."

 

 익숙한 목소리에 걸음이 닿기만 한 채 발이 멈췄다. 다은의 표정은 차갑게 굳기 시작했다.

 

 "오빠가 왜 여깄어."

 

 그녀의 시선 끝엔 전 남편이자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차진혁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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