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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기현상 칼럼니스트
작가 : ILooK
작품등록일 : 2022.1.21

생방송 중 실종된 스트리머, 사랑에 온 몸과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 아름다운 형상과 함께 나타난 알 수 없는 전염병 그리고 갑작스레 아귀가 되어 나타난 조상까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단편 형식의 짧은 호러 소설과 이를 마무리 짓는 칼럼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공포 #미스테리 #괴이 #한국 #전설

ilook.at.the.light@gmail.com

 
3. 백륜: 도움을 청하세요
작성일 : 22-02-11 20:37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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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4D 최신 영화관에 체험하러 다녀왔다.

 

 실제보다 더 현실 같은 영상미와 영화 속 장소에서 맡을 법한 냄새 그리고 스피커가 아닌 머릿속에서 울리는 음향으로 인해 더 영화를 ‘본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시간 20분 남짓.

 

 나는 멀고도 낯선, 하지만 푸르고 유리알 같은 행성을 거닐었다.

 

 그곳은 아직 과학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아 모든 것이 자연의 상태, 그대로였다.

 

 주변 모든 것이 살아 있었으나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이 가득한 그곳에서 필자는 주인공이 보는 것을 보았고, 움직이는 대로 움직였으며 체험하는 것을 그대로 체험했다.

 

 행성 탐사를 떠났다 사망한 자신의 자식이 이 아름답지만 두려운 행성에 살아 있을 거로 생각한, 과학기지 탐험대장인 주인공의 여정이었다.

 

 

 이야기는 아름답고 슬펐다.

 

 주인공의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을 골랐기에 가까이서 살핀 그의 삶은 처절할 정도였다.

 

 영화가 끝나고 기기를 벗는 대다수 체험객은 눈물을 흘렸다.

 

 영화관을 나서며 발이 땅에 닿을 때 느껴지는 압력과 불어오는 바람이 현실임을 일깨워주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내가 그 서글픈 행성에서 죽은 아이가 살아있다 믿으며 홀로 탐사를 이어가는 엄마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오랜만에 좋아하는 수제 베이커리 집에 들러 버터 쿠키를 사 들고 집에 돌아와 손수 내린 커피와 함께 낡은 빔프로젝터를 켰다.

 

 온 집안에 갓 내린 커피 냄새가 진동했고 한 입 베어 문 쿠키는 부드럽지만 조금 단단한 식감으로 고소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하얀 벽 위에는 조금은 흐릿한 옛날 영화가 방영되었다.

 

 

 발레리나인 주인공인 로라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기뻐하며 두 사람은 한적한 저택으로 이사를 하고, 그로 인해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떨어져 낯선 외지에서 생활하게 된 로라.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그는 아이의 출생 이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생활 속에서 아이를 지키려는 엄마로서의 자신과 아이가 없었던 때의, 엄마가 아닌 ‘로라’인 자신과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영화는 절정을 향했고 끝은 비극이었다.

 

 

 달콤했던 쿠키는 이미 식어버린 씁쓸한 커피 맛에 가려졌다.

 

 내가 악취미가 있어 오전에는 진한 모성애 가득한 영화를 체험하고, 오후에는 가정에 파탄을 가져온 산후정신병에 관한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2007년도에 개봉한 ‘퍼스트 본(First Born)’이라는 영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원래 오늘은 이 영화를 감상한 후 글을 쓰는 것이었다.

 

 퍼스트 본은 첫 아이라는 뜻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첫 아이는 결국 첫 출생을 의미한다.

 

 

 첫 출생.

 

 

 한 사람의 인생에서 자식의 출생만큼 커다란 분기점도 또 없을 것이다.

 

 특히 자식을 직접 잉태하는 여성의 경우 자신의 몸이 뱃속 태아를 위해 직접 변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므로 누구보다 변화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이미 각오를 한 상태에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변한다.

 

 임신 기간 동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과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했다가 출산 48시간 이내에 90~95%가 급격하게 떨어지며, 동시에 갑상선 호르몬 역시 출산 직후 감소한다.

 

 

 또한 여성의 경우 신체적 변화와 함께 생활 패턴, 사회적 변화 역시 겪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 과정에서 가볍게는 베이비 블루(Baby Blue)라 불리는 우울감을 느끼거나 산후 우울증 혹은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산후 정신병까지 겪는 경우도 있다.

 

 

 베이비 블루의 경우 출산 3~5일 후 산모의 30~75%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세인데, 이유 없이 울고 싶어지거나 불쑥 우울한 기분이 찾아오는 걸 말한다.

 

 가벼운 우울감을 느끼는 베이비 블루와 달리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은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발생하며, 전체 산모 10~20% 정도가 우울감, 불안함, 의욕과 식욕 저하 그리고 불면증 등을 겪게 된다.

 

 

 만약 이러한 산후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둘 경우 산후 정신병(postpartum psychosis)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데, 모든 산후 우울증이 산후 정신병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산모 정신병의 경우 1,000명 중 1~2명이 발병할 정도로 흔한 질병은 아니며, 출산 후 1~3개월 이내에 발병.

 

 이전에 정신 질병, 예를 들어 양극성 장애나 우울 장애를 앓았던 사람에게서 발병할 확률이 높다.

 

 산후 정신병의 경우 환청, 망상 등의 조현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아이와 자신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

 

 

 과거 여성이 출산 후 온전치 못한 몸을 이끌고 잠도 자지 못한 채 아이를 돌봐야 하는 일은 주변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산후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많아졌고, 동시에 산후 정신병을 앓고 있던 몇몇 여성이 아이를 살해하거나 아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져 사회에 관심을 모았다.

 

 2018년 기준, 합계출생률이 0.98명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0명대로 진입한 일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38년부터 도입된 유모 AI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출생 전부터 시작해 도우미 역할에, 출생 후 아이를 돌보는 유모의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어 여성들이 산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가 넘어가던 산후 우울증 비율을 획기적으로 감소 시켜 도입 10년 만에 10% 미만으로 끌어내린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업적이다.

 

 

 다만 동전의 양면이라는 속담처럼 산후 우울증으로 인한 범죄율이 줄어드니 그만큼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 것도 있다.

 

 그러다 산후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은 SHC 레이저 쇼의 피해자였던 최성아 씨와 한수진 양의 사건이 한경남 씨를 통해 세상에 밝혀진 이후였다.

 

 

 당시 레이저 쇼의 관련자들에 대한 정보는 피해자들의 요청으로 국가 기밀로 붙여져 언론에서는 당시 상황 및 전염병이라 추정되던 미지의 바이러스와 관련된 사항 그리고 피해자 구제에 따른 조치에 대해서만 보도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것이 ‘백륜’이라 이름 붙은 기현상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그 당시에는 인간의 기술력으로 파악할 수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 및 세균의 출현으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런 와중 처음으로 피해자의 유가족이 얼굴을 드러냈으니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그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아내와 자식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순간, 사람들은 모두 가족의 비극에 눈물을 흘렸다.

 

 

 한 점 그늘 없는 가족에 들이닥친 비극.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던 사건으로 아이가 사망했고, 자책하던 엄마가 아이를 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한순간에 가족을 모두 잃은 한경남 씨를 돕기 위해 많은 이들이 기부의 뜻을 보낼 때, 동시에 그를 의심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성아 씨의 친구이자 또 다른 SHC 레이저 쇼 참가자였던 이경언 씨가 발언을 시작하면서 의혹의 불씨는 활활 타올랐고, 그 와중에 최성아 씨가 가지고 있었던 불법 안락사 패치에 사람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이 자극적이고 구미 당기는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최성아 씨가 중증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산후 우울증 집단 상담에서 만났던 그의 지인이 똑같은 불법 안락사 패치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

 

 그리고 최성아 씨의 행보를 추적하면서 그의 행동이 산후 정신병에 가깝다는 전문가의 의견까지.

 

 

 그 당시 포털 사이트에는 연일 산후 우울증과 안락사 패치가 검색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리고 연이어 밝혀지는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영화 퍼스트 본의 로라. 최성아 씨는 한국의 로라였다.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고, 유모 AI는 있었으나 가장 가까웠을 주변의 지지와 도움은 받지 못했다.

 

 결혼과 동시에 익숙했던 장소에서 멀어져 친구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고립되었고, 상담 치료를 받으며 친해진 지인은 사망했다.

 

 

 한경남 씨를 탓하거나 혹은 다른 가족을 탓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최성아 씨의 상담을 담당했었던 정신과 전문의에 의하면 당시 한경남 씨 역시 가벼운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유모 AI가 도입된 이후 육아와 관련하여 가족들이 크게 도울 일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여성 자기 결정권(임신중절수술, 출생, 성적 자기 결정)이 대선 주자의 중요한 정책 공약 주제인 시대에 살고 있다.

 

 출생률이 낮다 보니 아이와 산모에 대한 복지는 끊임없이 지원되나 정작 산모의 정신건강은 유모 AI에게 의존하고 있다시피 하다.

 

  아이를 낳기를 권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지원이 빠져있는 것이다.

 

 

 임신한 여성의 정신건강.

 

 

 사회는 개인화되어가고 가족의 수는 점차 줄어간다.

 

 전 세계가 연결되어 원하면 어느 나라 사람과도 인연을 맺고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라 간 교통도 수월하여 하루 안에 두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손쉬운 일이 된 지금,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두려워하고 서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가 상처 입을까 꺼린다.

 

 전 세계가 하나가 되면 될수록 개인은 분열되고 고립되어 간다.

 

 

 사실 비단 산후 우울증만의 문제는 아니다.

 

 언젠가부터 우울장애의 발병률은 점차 과거의 수치를 회복하고 있다.

 

 AI의 출현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대신하여 인간에게 정서적 안정과 편리함을 제공했다면, 가상세계가 현실을 대체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사람은 오히려 집 밖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어느 시대보다 정신건강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치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줄 사람이 없는 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AI의 권고는 귀찮은 알람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제도는 정신적 풍요로움보다는 물질적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삶은 윤택해졌으나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시대.

 

 통계와 AI가 끊임없이 인간에게 치료가 필요하다 권고하는 시대.

 

 

 사람과의 관계가 두려운 시대에 살고 있기에 더욱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이가 보이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그게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누군가를 돕는 마음은 결국 돌고 돌아 내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게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왜냐하면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백륜

 

 흰 기운이 오색으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바퀴모양의 물체로, 뱅글뱅글 돈다.

 

 신체 내부를 파괴할 정도로 사람을 공격할 수 있으며, 통증과 함께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다 사망한다.

 

 어떤 목적 혹은 대상을 공격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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