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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12. 고백
작성일 : 22-02-11 18:28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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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고백

 

 “아!”

 재영이 짧게 탄식하며 몸을 벌떡 일으킨다. 둘러보니 익숙한 방, 한켠에 쪼그려 누워있는 정현. 춘몽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덧 해는 중천에 떠 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재영이 기억을 상기해본다. 스쳐 지나가는 어제의 파편들. 재영이 천천히 조각을 맞춰본다.

 “어제 윤서를 만나서... 주점에 갔고... 다같이 밖으로 나와서...”

 정현, 희수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었는데 그 후의 일은 희미했다.

 “앗!”

 그때 순간적으로 지끈하며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재영. 순간 순간이 기억나기 시작한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희수에게 기댄 자신, 뺨을 때린 희수, 그리고 희수에게 털어놓은 비밀 이야기까지.

 재영이 경악하여 입을 막는다.

 ‘내가 이런 실수를...’

 재영이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러고는 정현을 발로 툭툭 건드려 깨워보는 재영.

 “일어나. 해가 중천이야.”

 “으윽...”

 정현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을 뜬다. 정현 역시 재영처럼 어제의 차림 그대로다.

 “어?!”

 정현도 재영이 겪은 과정을 그대로 겪는 듯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재영이 정현을 보며 한숨 쉰다.

 “우리가 큰 실수했다...”

 

 잠시 뒤

 옷을 갈아입은 재영과 정현이 머쓱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온다. 분주하게 짐을 정리하고 있는 희수가 보인다.

 “어? 이제 깨셨습니까?”

 재영과 정현이 주춤주춤하자 희수가 약간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두 분... 저랑 다시는 술 마시자 하지 마십시오. 제가 어제부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십니까?”

 희수의 말에 두 사람이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재영이 희수의 눈치를 살핀다. 아직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술도 못 드시는 분들이 어제는 다들 왜 그리 과음하신 겁니까? 저 없었으면 아주 큰 낭패를 볼 뻔했습니다.”

 그러자 정현이 계면쩍게 말을 꺼낸다.

 “어떻게 저흴 여기까지 옮기셨습니까?...”

 정현의 말에 희수가 놀란다.

 “아니, 기억이 없으십니까?!”

 

 오늘 아침 이른 새벽

 정현과 재영이 나란히 누워있다. 어쩜 이렇게 미동도 없이 자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큰 소리로 난동을 부리는 것보다는 희수가 관리하기 훨씬 편하긴 했다.

 “이제야 동이 트네...”

 밤에 괜시리 술 취한 사내 둘을 데리고 가다 경찰에게 걸리느니 이곳에서 밤을 보내고 사람들 틈에 이동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한참을 기다리던 희수였다.

 희수가 정현과 재영을 마구 흔든다.

 “저기... 일어나십쇼.”

 하지만 정현과 재영은 그저 잠꼬대성으로 몸을 움직일 뿐 눈을 뜨지 않는다. 그러자 조금 더 세게 흔드는 희수.

 “이제는 일어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좀 일어나시라구요!”

 원망스럽게도 답이 없는 두 사람.

 “대체 평소에 잠을 뭐 어떻게 잤길래 이렇게나 잘 자는 거야...”

 희수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때 희수의 눈에 버려진 수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뒤

 “악! 도대체... 왜... 이렇게 무거운 겁니까?”

 끌고 온 수레에 희수가 정현을 끌어 옮긴다. 서늘한 새벽이었지만 희수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투덜거리면서 재영에게 다가가는 희수.

 “무슨 훈련도 아니고... 내가 다시는 술을 마시나 봐.”

 희수가 재영의 팔 아래를 잡아 들어 올리려는데 재영은 정현보다도 훨씬 무겁다. 재영의 무게에 못 이겨 그대로 쓰러져버리는 희수.

 “아!”

 희수의 위에 그대로 엎어져 버린 재영. 처음 재영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전차에 치일 뻔한 자신을 재영이 구해준 건 지금 생각해봐도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젓는 희수.

 “고맙긴 한데... 우리 다시는 이러지 맙시다, 선비님. 너무 무거워서 숨을 못 쉬겠습니다...”

 다시 끙하고 힘을 내 축 늘어진 재영을 밀쳐내고 일어난다. 가까스로 재영까지 수레에 옮기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 희수. 숨을 헐떡이며 재영을 본다.

 “이러려고 그리 힘든 훈련을 시키셨습니까?”

 

 다시, 춘몽.

 “수레를 끌고 여기까지 오니 다른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저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재영과 정현이 희수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다 헛기침을 하며 말을 꺼내는 재영.

 “그것 또한 훈련의 일부...”

 재영의 말을 듣고 울컥한 희수가 한 대 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재영이 움찔한다.

 “!”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다듬는 희수.

 “후... 장사에 방해되니 올라가서 쉬시든, 나가시든 하세요.”

 “그래, 수고했네...”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우물쭈물하던 정현과 재영이 희수를 한 번씩 토닥이고는 줄지어 계단을 올라 방으로 향한다.

 두 사람을 보며 잠시 고개를 젓다가 다시 정리를 시작하는 희수.

 

 방에 들어오자 정현이 재영의 팔을 한 대 때린다.

 “아! 왜 때리는가?”

 “아니, 나는 그렇다 쳐도 자네는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신 건가? 평소에 그렇게 취하도록 안 먹지 않았어?”

 “그러는 자네는? 술도 잘 못 먹으면서 어찌 그리 과음을 한 거야?”

 그러자 정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술을 마신지가 벌써 몇 년 전이라... 나이도 먹었으니 주량도 좀 늘지 않았을까 생각했네.”

 재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현을 보자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답하는 정현.

 “나도 아네. 내 불찰이었네.”

 그러다 재영이 창 쪽으로 다가가며 말한다.

 “아니네, 나도 실수했네.”

 어두운 표정으로 먼 산을 응시하는 재영.

 “어제가 수연이의 기일이었네.”

 “...!"

 정현이 놀라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자 재영이 괜히 미소지으며 말한다.

 “슬플 때 술을 마시면 화를 부른다고 하던데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잖아?”

 정현이 재영을 살핀다. 미소짓고 있지만,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벌써 몇 년이 지났지?”

 “10년이네.”

 “10년... 세월이 참 무섭게도 빠르군.”

 “그러게 말이야.”

 두 사람의 방에 적막만이 가득하다.

 

 그 시각, 인천항.

 이케다 타츠오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성거린다.

 “왜 아직도 나오지 않는 것이야? 저 배가 아닌가?”

 타츠오가 다급한 듯 다그치자 부하가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다.

 “부... 부인께서 분명 이... 배를 타고 오신다고 하셨는데... 왜 안 나오시는지는...”

 “이런 한심한... 그거 하나 제대로 관리 못하고!”

 타츠오가 짜증이 난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부하의 뺨을 치려 한다.

 “나 왔어요.”

 타츠오의 뒤편에서 들리는 여인의 목소리. 타츠오가 뒤를 돌아 여인을 보고는 반색한다. 깔끔한 양장의 원피스에 얼굴을 살짝 가리는 챙모자를 쓴 여인. 모자 밑으로 보이는 눈빛이 차갑다.

 “부인! 어찌 거기서 오시오? 배는 이쪽에 있는데.”

 “길을 잃었지 뭡니까?”

 여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답한다.

 “오는 데 불편하지는 않았소? 파도가 거셌다고 들었소? 참! 안에서 뭘 먹긴 했소?”

 타츠오가 여인에게 계속 말을 거는데도 여인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형식적으로 대꾸한다. 타츠오가 준비한 차에 도착하자 멈칫하는 여인.

 “내가 부탁한 건 잘하고 있겠죠?”

 타츠오가 쾌활하게 웃는다.

 “당연한 것 아니오? 부인이 나에게 부탁한 유일한 일인데 남편으로서 응당 책임져아지.”

 그런 타츠오를 보는 여인의 표정이 어딘가 불쾌하다. 그러자 차에 타려는 여인을 세게 붙잡는 타츠오. 여인이 고통에 미간을 찌푸린다.

 “현재영이가 살아있다고 하오.”

 여인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는다. 이를 본 타츠오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짓는다.

 “참 재밌지 않소?”

 타츠오의 손을 뿌리치고 차에 오르는 여인. 타츠오도 따라 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진오.

 “...”

 조용히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그날 저녁, 춘몽의 뒷골목

 희수가 상자 더미들을 높게 쌓아 들고 가는데, 누군가 상자 몇 개를 빼앗아 든다.

 “어?”

 “나도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야. 잠시 산책하러 나왔는데 낑낑대는 소리가 들려서 말이지.”

 재영이었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아까 점심때만 해도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재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덕분에.”

 상자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두 사람이 뒷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심각한 목소리가 새어나오자 재영이 희수를 멈춰 세운다. 입에다 손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재영.

 진오와 정현, 송연의 목소리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제일방직이 확실합니다. 아무래도 부산부를 본거지로 다시 세력을 키워 돌아온 듯 합니다.”

 정현의 말이 끝나자 진오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오늘은 부인까지 들어온 걸 확인했습니다. 이케다 노리코 말입니다.”

 이름을 듣자 그대로 굳어버리는 재영.

 “이케다 부부가 경성으로 돌아온 겁니다.”

 진오의 말에 송연이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다.

 “지금 세력은?”

 재영이 크게 한숨을 내쉰다. 화를 참는 듯 보였다.

 “10년 전보다는 아직 미약합니다. 그때 지원이 많이 끊겼던 터라... 하지만 이케다 정도의 자산과 인맥이면 재기하고도 남습니다.”

 그때 재영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세 사람에게 다가간다. 당황하는 세 사람.

 “어찌 제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정현이 재영에게 다가가 진정시키려 하지만 재영은 정현을 뿌리친다.

 “이케다가 돌아왔다면 제게 제일 먼저 알렸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도대체 언제 말할 작정이셨습니까?”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이다.’

 재영은 늘 신경질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짜증도 내고 얼굴도 많이 찌푸렸지만 정작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그렇기에 희수는 직감했다. 이케다라는 일본인이 어젯밤 재영의 이야기에 등장한 그 사람이란 걸.

 

 어젯밤

 재영이 희수를 바라본다.

 “오늘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날이거든.”

 ‘사랑하는 사람?’

 재영의 눈은 눈물도 없이 메말라 있었다. 마치, 모두 다 흘려버려 더 흘릴 눈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재영의 눈은 공허했다. 하지만 재영은 애써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만을 떠올리려는 듯 미소지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내 동생... 그 아이가 10년 전 오늘 죽었어.”

 재영의 말에 희수가 흠칫 놀란다.

 “동생을... 잃으셨단 말입니까?”

 재영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참 바보 같아서... 나에게 딱 하나 남아있는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지.”

 “지키지 못했다는 게...”

 재영이 마음이 아픈 듯 미간을 찡그렸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싸우러 나갔는데 정작 일본놈의 손에 죽는 누이는 살리지 못했어.”

 말없이 그저 재영을 바라보는 희수.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괜찮다고? 이제는 잊으라고? 과연 그 누가 그의 눈빛을 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저리도 슬픈 눈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겠어? 나에게는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거야.”

 “,,,”

 재영이 희수를 보며 말한다.

 “그놈을 찾아 내 손으로 죽이는 거. 난 그거 딱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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