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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가 흑막이 되어야 했던 사정
작가 : 이디별
작품등록일 : 2022.1.13

전생에 내가 죽여 버린 하녀로 환생해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마주하게 된 내가 아닌 나.

이번 생에선 너도 나도 그렇게 살아선 안 돼. 내가 바로 잡겠어.

나의 고달픈 마음을 위로해 줄 화가에게 기대고 싶어도
은백색 빛의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전생의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공작이 나를 구원하여주어도
나도 알 수 없는 나 자신이 그 남주들에게 흑막을 드리운다.


뺏지 않으면 빼앗기리라.

 
20화 비밀이야
작성일 : 22-02-10 00:16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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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저를 곁에 두시려는 거죠?”

 

 

 그가 디아나를 빤히 보더니 피식 웃는다.

 

 

 “말했잖아요. 마음에 든다고. 멋진 이성에게 끌리는 건 남성으로서 당연한 본능입니다.”

 

 “전 소공작님 별로인데요.”

 

 “백작 저택보다 월급을 더 많이 드리겠습니다.”

 

 돈?! 이 인간이 나를 뭐로 보고.

 ‘얼마면 되냐’ 뭐 이런 거야?

 고작 월급 따위로 날 회유하러 들다니 어림없지.

 

 

 “저기 있는 마정석들 주세요. 그럼 생각해보죠.”

 

 “그러세요.”

 

 “네?‘

 

 “다 가져가십시오. 가져갈 수 있으면.”

 

 

 디아나가 인상을 쓰며 노려보니 그 모습이 귀여운듯 소공작이 이를 들어내며 환하게 웃었다.

 

 어렸을 때 빼고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그의 밝은 모습에 디아나의 마음이 심란해졌다.

 

 

 “저거 가져가봤자 당신이 덮고 있는 이불 값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돌덩어리거든요. 여기서 갖고 나가면 빛조차 사라집니다.

 그러니 현실적인 월급이 당신에겐 더 유리할 겁니다.”

 

 

 무척 아름답게 빛나 보이던 마정석에 침 흘리던 디아나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우선.. 저 소보에로 돌아갈래요. 더 이상.. 이렇게 수치스럽게 잠옷인 채로 있고 싶진 않아요.”

 

 “그럼 공작 저택으로 오시는 겁니다.”

 

 “누구 맘대로요.”

 

 

 피식 웃은 소공작이 마법사에게 신호를 주자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순간 엄청나게 어지러워 눈을 꼭 감았던 디아나가 쿵하는 큰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뜨니 다시 소보에 집, 방 안이었다.

 

 

 “먼저 돌아가게. 난 그리만과 이야기를 좀 하다가지.”

 

 

 마법사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디아나의 방문이 벌컥 열리며 헤이든이 모습을 드러냈다.

 

 

 “디아나!”

 

 

 그가 들어오려다 진을 발견하고는 눈을 부라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조소를 머금은 진이 말했다.

 

 

 “하. 너 그러다 나 한대 치겠다?”

 

 “형님! 뭐하시는 겁니까!”

 

 형님?

 

 디아나가 소공작에게 너무 막대하는 헤이든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잠시 필요해서 데려오라했더니 도르키안느가 침대 채로 옮긴 거야. 별일없이 잘 데려왔잖아.”

 

 “아무리 그래도 자고 있던 여자를!”

 

 

 헤이든이 소리를 지르자 뒤에서 소보에의 아버지, 그리만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저지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그에게 예를 차렸다.

 

 

 “아르디안의 후손을 뵙습니다.”

 

 

 그리곤 시선을 마주하자 진은 그에게 얼굴을 굳힌 채 고개를 저었다.

 

 이해했다는 듯 그리만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이러시지 말고 제 사무실로 오시지요. 차를 내어드리겠습니다.”

 

 

 그러리라 대답한 진은 헤이든에게 무척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섰다.

 

 헤이든은 이를 악문채로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디아나에게 가 침대 맡에 앉았다.

 

 

 “괜찮아? 정말 걱정했어. 어디 다녀 온 거야?”

 

 “어떻게 자고 있던 내가 침대채로 동굴에 갔고 또다시 여기로 올 수 있는 거지? 그것도 순식간에?”

 

 “동굴?”

 

 “응. 용의 동굴에 다녀왔어. 그 드라코 의식 한다는데. 그리고 아까 그 여자애 마법사야? 나 마법사 처음 봐!”

 

 

 헤이든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방금 마법사가 텔레포트로 널 이동시켜서 그런 거야.”

 

 “우와.. 진짜 멋지다. 그런 마법 할 수 있으면 못 갈 곳이 없겠네.”

 

 

 디아나가 양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신나하자 마음이 놓인 헤이든이 같이 따라 웃었다.

 

 

 “디아나. 우리 오늘 저녁엔 백작저택으로 돌아가야 해.”

 

 “오늘? 모레 가는 거 아녔어?”

 

 “형님이 오늘 산타하에 가신데. 소공작이 저택에 있는데 우리가 거기 없으면 욕먹지 않겠어?

 난 상관없지만 백작 영애가 널 그냥 둘 것 같지가 않아.”

 

 

 하... 더 쉬고 싶은데!

 

 이 망할 놈의 소공작.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근데 왜 넌 소공작님을 형님이라 불러?”

 

 “뭐... 어렸을 때부터 친했으니까. 저 인간을 소공작님이라 부르면 짜증나잖아.”

 

 “그건 그렇네.”

 

 

 둘은 마주보며 낄낄 거렸고 헤이든은 디아나에게 준비하라고 말하고는 방을 나섰다.

 

 디아나는 가방을 찾아선 한동안 찾지 않았던 해독제를 꺼내 무심히 바라보았다.

 

 

 ‘돌아가면... 이거는 필요도 없이 다른 방법으로 죽을지도 몰라.’

 

 

 제가 유스티나로부터 당신을 보호해드리겠습니다.

 

 왠지 얄밉지만 어딘지 모르게 또 듬직한 소공작을 떠올리며 디아나는 제 짐을 가방 속에 차례차례 챙겨 넣었다.

 

 그래, 뭐. 한번 죽어본 인생 두 번 못 죽겠나.

 

 얼른 치부책으로 백작이랑 협상해서 루바냐로 떠나야겠다 다짐하는 디아나였다.

 

 

 똑똑똑

 

 

 ‘또 누구지? 헤이든인가.’

 

 디아나가 문을 벌컥 열었는데 그곳엔 의외의 인물이 서있었다.

 

 

 “잠깐 들어가도 되나?”

 

 

 지안이 곳곳하게 서서 그녀에게 물었다.

 

 

 “...... 왜요?”

 

 “너는... 내 질문에 한번을 그냥 대답한 적이 없네. 들어가도 되겠나?”

 

 “그냥 거기서 말씀하세요.”

 

 

 지안은 욱하는 마음에 입술을 잘게 깨물고는 그녀가 그러던가 말던가 그녀를 살짝 밀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무례한 것은 알지만 조금 중요한 이야기라서.”

 

 “처음부터 무례하셨었어요. 새삼스레 뭘.”

 

 

 보자마자 인사도 안하는 무뢰한에게 내가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나 싶어 디아나는 머리카락을 휙 넘기더니 다시 주저앉아 가방을 챙겼다.

 

 

 “백작저로 돌아가면.”

 

 

 그 말에 디아나의 동작이 잠시 멈추었다.

 

 

 “또다시 심장이 심하게 뛸 수 있어.”

 

 

 자뭇 진지하게 말하는 지안을 올려다본 디아나는 이번에는 그의 말을 경청하였다.

 

 

 “그때처럼 심장이 심하게 떨리거든 반드시 헤이든을 찾아가라. 알겠나?”

 

 “제가 그 때 왜 그랬던 거예요?”

 

 “산맥 때문이야.”

 

 “그럼 헤이든도 그랬어야지요.”

 

 “...”

 

 

 잠시 할 말을 잇지 못하던 지안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잠시 고민하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은백색 빛이 연하게 빛나는 것을 본 디아나는 그 빛이 무척 따뜻해서 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도 알다시피 난 치료 능력이 있어. 이건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나의 은밀한 비밀이기도 해.”

 

 “아무도 몰라요? 저기 밖에 있는 사람들도 몰라요?”

 

 “이 빛을 봤다고 한 사람은 아직 한 번도 만난 적 없어.”

 

 “이 은백색 빛을 보는 사람이 없다구요?”

 

 “그래. 어렸을 때 헤레이스한테 물어봤는데 모르더군. 진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그걸 너는 봐. 넌 정체가 뭐지?”

 

 

 내 정체? 새삼 궁금하지 않았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디아나는 왜 그동안 지안이 자신을 그렇게 경계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글쎄요... 전 지극히 평범한 저택 하녀인데요? 좀... 힘이 센? 좀... 잘 먹는 그런...”

 

 

 디아나가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래. 넌 그냥 내 빛을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다. 그러니 걱정 마.

 다만 저번처럼 심장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 들면 바로 헤이든을 찾아가. 나도 따로 언질 해 놓을 테니.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전보다는 다정한 그의 말투에 조금은 샐쭉해진 디아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허리를 조금 숙여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우선 네가 불쾌하다 한 건 표현의 실수였어. 그건 너란 사람이 그렇다는 게 아냐.

 아마 네가 내 빛을 보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마음이 상했다면 사과하지.“

 

 아놔... 미남계를 쏘아대는 이 남자를 어찌하면 좋을까.

 

 또 잘생긴 남자가 저에게 다정히 말하니 마음이 홀라당 넘어간 디아나가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

 

 

 “뭐... 그렇게 까지 말하신다니. 사과 받아들이죠.”

 

 “그리고 이 빛은 내게 있어선 정말,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중요하고 비밀스런 일이야. 부디 간절히 부탁하는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약속해줄 수 있겠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요?”

 

 “응. 심지어 그대의 친구나 헤이든이나, 그 어떤 친한 사람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면 해. 내겐 정말 중요한 일이거든. 혹시 누구에게 말한 적 있으면 지금 말해.”

 

 그가 정말 절박한 표정으로 묻기에 이번엔 디아나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무에게도 말 안했어요. 이렇게 정중하게 부탁하시니 저도 진심을 다하죠.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겠어요. 맹세해요.”

 

 

 그녀가 자기의 새끼손가락을 올리며 그의 앞에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자 조금 안도감을 느꼈는지 피식 웃던 지안은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그녀의 손가락에 걸었다.

 

 

 “고맙다. 그 약속의 대가로 너에게 부족하지 않은 보답을 하지.”

 

 “무슨 보답이요?”

 

 “네가 맥주 먹고 싶을 때마다 방해 없이 먹게 해줄까?”

 

 “지금 나에게 술을 먹이겠다는 거예요?”

 

 “먹겠다고 덤벼들 땐 언제고?”

 

 “내가 먹는 것과 댁이 먹이겠다는 건 천지차이죠.”

 

 “내가 언제... 넌 왜 이리 왜곡이 심해? 네가 먹겠다고 하면 방해자들 치워주겠다는 거지.”

 

 “그 말이 그 말이죠. 어차피 나중에 맘 놓고 먹을 수 있는데 뭐 그딴 보답을 해요?”

 

 “하... 그럼 뭐가 필요하나? 말해봐.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면 성심성의껏 준비하지.”

 

 

 디아나는 잠시 고민하다 그의 손을 다시 잡아 깍지를 꼈다.

 

 

 “가끔 만났을 때 이렇게 잡아주세요.”

 

 “...”

 

 “그 은백색 빛이 뭔 진 몰라도 엄청 따뜻하네요.

 지안 님 손을 잡으면 그 기운이 제 몸에 맴돌면서 행복해져요.

 가끔 제가 손잡아달라면 잡아주세요.

 그 정도면 약속의 대가로 충분하겠네요.”

 

 지안은 못 말리겠다는 듯 허탈하게 웃으며 이내 그의 손에서 다시 은백색 빛이 새어 나왔다.

 

 디아나는 아까보다 몇 배는 더 따뜻하고 아늑한 기분이 온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머리카락을 빗질하면 나른한 기분에 취해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세포 하나, 하나를 그녀를 무장해제 시켜버렸다.

 

 

 “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손을 놓은 지안이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손을 들었다가 이내 멈칫했다.

 

 그것을 본 디아나도 저도 모르게 서운함을 느꼈지만 그에게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서면 안된다는 마음이 두 사람에게 공유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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