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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새벽을 쫓는 자들의 연회
작가 : 심해해삼
작품등록일 : 2022.2.6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고 싶은 여자, 주아.
영원한 밤을 끝내고 싶은 남자, 앤드류.
이 둘은 자신이 꿈에 그리던 새벽을 쫓아 함께 달린다.

초자연적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영능력자들이 결집해서 만든 ‘연합’. 주인공인 ‘서주아’는 그곳에서 오직 17정 밖에 없는 ‘은탄환’을 배정받은 엘리트 수사관이다. 열정과 사격 솜씨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급한 성격과 앞뒤 가리지 않는 과격함으로 여러 번 수사에 허탕을 친다.

결국, 중요한 마약 수사를 하던 중 거하게 사고를 친 그녀는 상사로부터 은탄환을 반납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받는다. 하지만 자신의 자부심이었던 은탄환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주아는 이에 반항한다. 그러자 그녀의 상사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은 바로 밀항하다가 붙잡힌 의문의 뱀파이어 ‘앤드류’를 취조하는 것. 앤드류는 해경에게 붙잡힌 이후 한국에 온 목적도 밝히지 않은 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연합의 골머리를 앓게 만들고 있었다. 은탄환을 지키고 싶었던 주아는 앤드류와 취조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얼떨결에 앤드류에게 흡혈을 당하고 만다. 주아의 피를 마신 앤드류는 엄청난 힘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주아의 정체는 사실 ‘마녀’로 피에 마력이 깃들어 있어 뱀파이어가 그걸 마실 경우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이대로 앤드류를 놓치면 은탄환을 빼앗길게 분명했기에, 주아는 온 힘을 다해 앤드류의 탈출을 저지한다. 그리고 고문과 회유 끝에 앤드류가 반드시 죽여야 할 대상이 한국에 있었기에, 그자를 추격하다가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종의 사건으로 주아는 앤드류가 쫓는 대상이 자신이 수사하고 있던 마약 사건의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앤드류는 자신이 과거 마약 사건의 범인을 죽일 수 있었지만, 힘이 부족해서 실패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마녀인 주아의 피를 마시면 엄청난 힘을 발휘해 복수에 성공할 수 있으니,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내 복수를 도와줘. 그러면 네 수사에 협력하지.”
“그 도움이라는 건, 내 피를 말하는 거지?”

이해관계가 일치한 둘은 서로 협력하기로 결정한다. 주아는 24시간 내내 앤드류를 밀착 감시하는 대신 앤드류가 한국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시에 수시로 자신의 피를 주고, 앤드류는 자신의 능력과 힘으로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대신 함부로 인명피해는 일으키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동거생활을 시작한 둘. 하지만 생활력이라고는 하나 없는 주아와 오만불손하기 그지없는 앤드류의 동거는 고성과 총성이 오가면서 삐걱대기 시작한다. 과연 그들은 그토록 쫓아 해메는 새벽에 도착할수 있을까?

 
13. 클럽 미모사(2)
작성일 : 22-02-09 22:24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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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클럽 미모사(2)

 

 

  “이 피해자뿐만이 아닙니다. 조사를 해보니, 다른 피해자 역시 최근 클럽 미모사를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어요. 하지만 뭔가 이상한 게 있습니다.”

  규호는 서류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피해자들이 클럽을 방문한 시기는 각자 달라요. 그리고 피해자들이 실종된 날도 제각각이죠.”

  “하지만 모두 한 날 한 시에 발견됐지.”

  앤드류는 규호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지적했다. 규호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클럽 미모사가 납치 장소라면, 모두 클럽에서 실종되었겠죠. 하지만 대부분 방문한 날로부터 며칠 간 멀쩡히 일상생활을 이어 갔어요.”

  “우리는 모르는 또 다른 조치가 있다, 이건가?”

  보통 피해자가 한 곳을 중점으로 발생하면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범죄 피해자들을 유혹하는 접견지.

  혹은 사냥꾼들을 위한 사냥터.

  클럽 미모사가 과연 어떤 식으로 활용되었는지는 지금으로는 알 수 없었다.

  “뭘 다들 그렇게 고민해?”

  주아가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주아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실마리를 잡으면 득달 같이 달라붙으라고 가르쳐 준 건, 바로 선배였잖아요? 거기가 어디건, 일단 가서 누구라도 족치면 뭐라도 어련히 알아내겠죠.”

  그 말을 들은 규호는 짐짓 놀란 듯 멍하니 있다가,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못 본 사이에 강해졌구나. 여러 의미로.”

  “아하하. 그런가요?”

  주아는 어색하게 웃어 넘겼다. 그래도 앤드류는 주아의 말을 긍정했다.

  “그래도 주아 말이 맞긴 맞아. 클럽 미모사가 접견 장소인지, 어쩌면 납치 장소인지는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 그곳에 뭔가가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그는 클럽 미모사의 전단지를 들어 올렸다. 은박이 입혀진 미모사 잎사귀 아래로 클럽의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로 여러 사림이 춤을 추고 있었고, 색색의 술병이 배경처럼 서있다.

  앤드류의 입가에 곧 기묘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나저나 이 클럽, 괜찮나?”

  “회원제 클럽인데, 나름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외국인은 물론 젊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것 같더군요.”

  “그래?”

  그렇게 말하는 앤드류의 표정에는 흥미가 감돌고 있었다. 수상함을 감지한 주아가 캐물었다.

  “뭘 어쩌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주 잘 먹히는 방법이 하나 있지.”

  “뭔데?”

  앤드류는 당당하게 자신의 턱을 짚으며 말했다.

  “미남계.”

  “뭐?”

  “후후후. 내가 이래 뵈도 시카고 클럽을 주름잡았던 몸이야. 내가 클럽에 왔다, 하면 여자들이 줄을 서서 손 한 번 잡으려고 난리를 쳤지.”

  말을 있는 앤드류의 표정은 나름 진지했다. 하지만 주아는 심드렁한 투로 대꾸했다.

  “솔직히 말해봐. 너 그냥 클럽 가서 놀고 싶은 거지?”

  “뭐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

  앤드류는 특유의 능글맞은 말투로 받아 쳤다. 이미 마음은 클럽에 있는지, 그는 콧노래까지 흥얼댔다.

  “그래도 나쁘진 않은 방법입니다. 일단 손님으로 가장해 증거를 모은 다음 움직여도 늦지 않으니까요.”

  규호도 앤드류의 의견에 찬성인 모양이었다. 솔직히 아직 클럽 미모사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만큼, 섣불리 나서는 건 무리였다.

  이쯤 되자 주아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았다.

  “좋아. 그러면. 일단 손님인 척 들어가서 수상한 놈이 있는지 한 번 보자고.”

  그 말을 듣자 앤드류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는 뭔가 고심하는 얼굴로 주아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흠.”

  이어서 뭔가 굉장히 복잡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주아는 영문 모를 그의 행동에 놀라 되물었다.

  “왜?”

  규호 역시 앤드류와 비슷한 표정으로 주아를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흐음.”

  “선배까지 왜 그래요?”

  앤드류에 이어 규호까지 그렇게 나오자 영문을 알 수 없는 주아는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이윽고, 그런 그녀에게 앤드류가 손을 내밀며 윙크했다.

  “그러면 드레스 코드부터 맞추러 갈까, 아가씨?”

 

  * * * * *

 

  클럽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번쩍이는 불빛과 웅성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유명한 클럽이라는 말이 허언은 아닌 듯, 벌써부터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히유, 좋네.”

  클럽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앤드류는 들뜬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능숙하게 주위를 훑었다. 오가는 사람의 몸에서 느껴지는 맥박과 고동치는 젊음이 그를 흥분시켰다.

  “이렇게 시끄러워서야 뭘 알아낼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뒤따라온 규호는 난처한 기색이었다. 그 말을 듣자 앤드류는 킥킥 대며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럼 더 자주 와야겠네. 안 그래?”

  “이런 곳은 조금 어색해서요.”

  “그런 것치고는 준비 한 번 철저한데?”

  앤드류는 그렇게 말하는 규호의 차림을 힐끔 살폈다.

  유흥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그였지만, 클럽 미모사에 가기로 결정하자마자 누구보다 신속하게 머리에 옷까지 전부 갖췄다. 서글서글해 보이는 평소 인상과 달리, 지금은 꼭 놀기 좋아하는 졸부 도련님처럼 보였다.

  “원래 복장은 장소와 때를 맞춰야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래. 그러니까 때에 맞춰서 같이 놀자고. 알았지?”

  앤드류는 키득거리며 규호에게 일렀다. 그런데 그들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자,잠깐만! 같이 가!”

  그들을 따라 주아가 엉거주춤 걸어왔다. 그녀는 평소와 달리 어깨와 종아리 부분이 훤히 보이는 미니 드레스 차림이었다.

  거기다 머리에는 비싸 보이는 선글라스를 걸치고, 굽 높은 하이힐까지 신었다. 가볍게 펌을 한 머리카락이 그녀가 걸을 때 마다 부드럽게 달싹인다.

  비싼 돈을 주고 받은 메이크업과 옆구리에 낀 명품 핸드백은 덤이었다.

  “야, 빨리 안 오면 두고 간다.”

  “이런 차림은 불편하단 말이야!”

  주아는 불평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드레스 코드부터 갖추자는 말을 듣고 그녀는 처음 어안이 벙벙했다. 앤드류와 규호는 그런 그녀를 붙들고 인근 백화점과 화장품 가게, 그리고 미용실을 쉬지 않고 돌았다.

  덕분에 평소에 입고 다니던 후줄근한 셔츠와 점퍼, 그리고 헤진 청바지 대신 주아에게 잘 어울리는 미니 드레스 한 벌을 건질 수 있었다. 너덜너덜한 캔버스 신발과 질끈 묶어 내린 머리카락도 전부 사라졌다.

  어떻게 보면 찬란한 대변신이었지만, 정작 주아 본인은 불편해서 죽을 것 같았다.

  “왜 그래, 얼마 전 까지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화장까지 했으면서.”

  앤드류는 얼마 전 일을 끄집어냈다. 그러자 주아는 도끼눈을 뜨고 그를 노려봤다.

  “지금이랑 그때랑 같아?”

  그녀는 신고 있는 하이힐을 살피면서 투덜거렸다.

  “으으, 이렇게 높은 구두를 대체 왜 신는 거야.”

  “야, 너 평소 그대로 여기 왔으면 입구에 들어가지도 못해.”

  앤드류의 지적에 주아는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클럽에 찾아온 것은 좋은데, 지금은 모든 것이 그저 어색하기만 하다. 특히 늘 차고 다니던 은탄환 홀스터까지 없어서 왠지 모르게 불안함마저 들었다.

  “아씨, 은탄환을 안 차고 있으니까 허전한데.”

  “아서라. 어떤 미친놈이 홀스터 차고 있는 사람을 클럽에 들어가게 해주겠냐.”

  클럽 앞에는 덩치 큰 경비원이 입구를 막아 버티고 있었다. 얼굴의 살갗이 불그스름한데다, 골격까지 큰 걸 봐서는 외국인인 모양이었다. 표정까지 알 수 없어 왠지 모르게 위압감이 들었다.

 국인인 모양이었다. 키가 큰데다 어깨까지 벌어져 있어 왠지 모르게 위압감을 줬다.

  “그래서 어떻게 들어갈 거야?”

  주아는 클럽 입구를 기웃거리며 물었다. 회원제 클럽인 클럽 미모사에 들어가려면 초대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초대장은커녕 수색영장도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알아서 들어와.”

  앤드류는 무슨 자신감인지 먼저 나섰다. 그는 건들거리며 클럽 입구로 향했다. 그 즉시, 경비원이 그를 막아섰다.

  “초대장.”

  경비원은 앤드류를 보며 이 말만 내뱉었다. 앤드류는 그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필요해?”

  “초대장 없인 못 들어간다.”

  앤드류는 보란 듯이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러자 굴곡진 그의 가슴근육이 훤히 드러났다. 앤드류는 보란 듯이 상체를 그에게 기울이며 말했다.

  “내가 그걸 깜박 하고 안 가져왔거든? 그런데 어쩌지? 저기 안에 나를 기다리는 마나님들이 잔뜩 계시는데.”

  그는 경비원을 노려보며 경고조로 일렀다.

  “만약 내가 늦게 들어가서, 마나님들이 화라도 내시면 다 네 책임 줄 알아.”

  그 말을 들은 경비원의 얼굴이 가늘게 떨렸다. 이윽고 경비원은 몸을 틀어 앤드류에게 입장을 허락했다.

  “들어가.”

  “고마워, 친구.”

  앤드류는 옷을 고쳐 입은 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멀찍이 서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주아는 혀를 찼다.

  “아씨, 비겁하게 저런 방법을 쓰네.”

  “우리는 어쩌지?”

  규호는 걱정 어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마침 주아의 눈에 삼삼오오 모여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여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 한 명의 손에는 작은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그걸 보자 좋은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저한테 맡기세요.”

  주아는 자신 있게 클럽 입구로 향했다. 경비원은 예의 그녀를 막아섰다.

  “초대장.”

  주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오늘 친구 생일 파티를 해주기로 했는데, 제가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 제 친구들이 방금 들어갔는데, 혹시 확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초대장은 친구한테 있을 거예요.”

  모 아니면 도.

  주아는 최대한 떨리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보통 생일 파티를 하면 한 두 명은 늦기 마련이니, 적당히 앞서 들어간 무리에 묻어갈 생각이었다.

  “그런가? 잠시 확인하겠다.”

  경비원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재빨리 클럽 안으로 무전을 날렸다. 주아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 볼 요량인 것 같았다. 그런데 무전을 들은 경비원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이상하군.”

  “네?”

  젠장, 들킨 건가.

  주아는 욕지거리를 속으로 씹어 삼켰다. 만약 의심을 받으면 안에 들어가지 못할 텐데. 힘들게 이런 옷까지 입었는데. 긴장 때문인지 등이 땀에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만약 이대로 쫓겨나면 어떻게 들어간다?

  1초마다 시시각각 각기 다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네 친구들 말로는, 남자 친구도 같이 온다고 했다던데?”

  하지만 경비원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뜻밖의 말이었다. 남자친구? 그 말을 들은 주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그런 걸 어디서 구해 온단 말인가.

  “자기야!”

  멀찍이 숨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규호가 재빨리 나섰다. 규호는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 능숙하게 거짓말을 했다.

  “미안해, 자기야. 내가 너무 늦었지? 다들 들어갔어?”

  경비원은 규호를 보더니, 주아에게 힐끗 눈치를 줬다.

  “남자친구인가?”

  “마,맞아요!”

  주아는 행여 의심 받을까 서둘러 규호와 팔짱을 꼈다. 그러자 경비원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들어가. 다음번에는 초대장 없이는 못 들어간다.”

  “고마워요.”

  주아는 팔짱을 낀 채로 서둘러 규호를 안으로 끌어 당겼다. 그러면서 혹시 행여 이상할게 보일까 싶어 규호와 딱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니, 누가 이상하게 보지 않았더라도 떨어지지 않았겠지만.

  둘은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회원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던 중 그들 곁으로 팔짱을 낀 연인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은 채 둘은 서로를 보면서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고작 몇 초간이었지만, 주아는 그들 사이를 지나쳐오면서 생각했다.

  나랑 선배도 지금 저 사람들처럼 보일까.

  규호와 팔짱을 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주아는 애써 태연한 척 규호와의 거리를 좁혔다.

  “야, 들어왔냐?”

  그런 그들 사이로 투박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앤드류였다.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앤드류는 규호와 다정하게 팔짱을 낀 주아를 보며 농담조로 물었다.

  “어째 너희들 가깝다?”

  “어,어쩔 수 없었어. 여기에 들어오려고 선배랑 커플인 척 했거든.”

  그러면서 주아는 슬쩍 규호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잠시였지만, 혹시 규호의 얼굴에 자신과 비슷한 감정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래서 이 클럽은 어떻습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대와 달리 규호는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살피는데 여념이 없었다. 앤드류는 슬쩍 눈길을 돌리더니, 낮은 어조로 말했다.

  “수상해.”

  앤드류는 클럽을 빙 둘러보면서 코를 킁킁 거렸다.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긴 했어. 이 클럽, 다른 곳보다 방향제와 향수 냄새가 진해. 꼭 뭔가를 가리려는 것처럼.”

  번쩍거리는 불빛, 유난히 크고 시끄러운 음악, 그리고 감각을 흐리는 향기.

  클럽이기에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이 모든 것이 지금은 유독 불온하게 다가온다.

  이 모든 것을 앤드류는 한 문장으로 일축했다.

  “여기는 무언가 목적을 위해 정교하게 짜인 곳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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