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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선천빌라 세입자들
작가 : r라
작품등록일 : 2022.2.9

선천빌라에 사는 4명의 세입자들의 평범하고 평범한 이야기.

 
6. 범인은 너일 것이다.
작성일 : 22-02-09 16:52     조회 : 153     추천 : 0     분량 : 7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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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씨…. 속쓰려.”

 

 잠에서 깨어난 이적도씨는 깨질 듯한 머리와 부글거리는 배를 각 손으로 부여 잡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언제 집까지 올라온 것인지, 눈을 뜬 곳은 방옥분씨네 집이 아닌 자신의 집이였다.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벌써 낮1시.

 

 어제 술자리는 생각보다 길어져 그가 귀가한 시간은 새벽 1시 정도였다. 술에 취해 잠든 한혜미씨를 제외하고, 나대곤씨와 방옥분씨. 그리고 이적도씨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술을 마시는 동안은 서로를 의심하는 이야기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화의 9할은 나대곤씨의 정치적 신념과 현대 사회 비판에 대한 주제가 대부분이었다.

 

 순간 이적도씨는 한혜미씨가 했던 망언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진짜 미친년.”

 

 이적도씨는 비웃음을 지으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대충 고양이 일만 끝나면, 어떻게든 빨리 이사를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여자와 더 엮일 걸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피곤하다. 일이 오래걸릴 것 같으면, 그 여자의 말처럼 돈으로 떼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띵동-!]

 

 시원한 냉수를 쉴 틈 없이 들이키고 있을 때, 누군가 그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총각! 일어났어?]

 

 늙은 여자의 목소리. 1층의 방옥분씨였다. 그는 생수병을 입에 문 채 현관문을 열었다.

 

 “아이고야, 이제 일어 났나 보네. 해가 중천에 떴는데 말이야.”

 “아, 안녕하세요.”

 “어제 너무 마셨지. 속은 좀 어때요? 2층 그 푼수 노인네가 술을 진탕 먹여서는. 내가 해장국 끓여왔어. 속 좀 풀어요.”

 “예, 예. 감사합니다.”

 

 방옥분씨는 랩핑이 되어 있는 작은 그릇을 건넸다. 콩나물과 대파가 동동 띄어져 있는 콩나물 국이었다. 해장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해장국이었다. 보기만해도 들끓던 속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방금 나비한테 갔다 왔는데, 다행히 별 일 없더라고요. 자식 잃은 슬픔은 동물이든 인간이든 똑같은 것 같아. 나비가 영 힘이 없어.”

 

 방옥분씨는 묻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나비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계단 사이로 밑에 층과 위층을 흘깃 살펴보며 긴장한 얼굴로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그….. 총각.”

 “예?”

 

 무언가 진지하게 할 말이 있이는 얼굴. 이적도씨는 현관 문고리에 손을 떼고 두 세 걸음 뒷걸음질 쳤다. 방옥분씨는 기다렸다는 듯 그의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총각은 누가 범인 같아요?”

 “그, 글쎄요…”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4층 아가씨가 범인인 것 같아.”

 “네? 무슨 근거로…”

 “아니. 내가 나비 새끼 그렇게 되는 날 밤 있잖아요? 그 때 분명 제대로 봤거든. 빌라 입구에서 하아-안 참을 서성거리는 거. 그땐 들어가는 것만 못봤다고 말하기는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서성거리는 꼴이 너무 수상하단 말이지. 아! 어젯밤에 술주정 부리던거 기억 나죠? 마음 속에 화가 많은 여자인 것 같아. 왜, 그런 여자들이 눈 돌아가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안그래요?”

 

 방옥분씨는 마치 자신의 생각에 수긍하는 반응을 바라는 양 재차 그에게 의사를 물었다. 그는 조금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여자는 조심해야 해요. 꼬일대로 꼬여 있는 아가씨야.”

 

 이적도씨는 방옥분씨의 마지막 대사에 가슴 속 깊이 동감했다. 타인과 이렇게 생각이 잘 맞을 수 있다니, 참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고양이를 죽였다고 단정 짓기엔 너무 억지스럽다. 잠깐 동안 술김에 한 대화였지만, 한혜미씨에게 화가 많아 보인다는 것도,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여자라는 것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새끼 고양이를 죽였다는 것엔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사실 이적도씨가 범인일거라 의심하는 사람은 1층 할머니. 즉,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가장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할머니가 유기견과 유기묘를 키운다. 지식 하나 없이. 그저 동정 한 닢으로.

 

 그는 한혜미씨와 맞지 않았지만, 비슷한 연령대였다. 사고 방식이 같은 연령층인 그도 방옥분씨의 행동이 정상적인 범주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기 전에는 한혜미씨가 했던 지적에 나름 통쾌한 기분을 느꼈을 정도였다. 강아지를 세 마리나 키우는 데 강아지 용품이 그렇게나 없다는 것도. 강아지들이 그렇게 작은 방에 갇혀 있는 것도. 이적도씨의 시야에도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방옥분씨를 의심하는 타당한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그는 똑똑히 보았다. 아들의 사진이 놓여 있던 천장 한 켠에 있던 농약과 약봉투들을.

 

 일반 가정집에. 화단도 가꾸지 않는 집에서 왜 농약이 필요한가? 그 약봉투들의 출처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총각. 우리 둘이서 합심해서 잘 지켜보자고. 응? 빨리 범인을 잡아야 우리가 편하게 쉬지 않겠어요? 나비를 위해서라도…”

 

 방옥분씨는 이적도씨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그 말엔 의심이 아닌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우선 협조하는 척 하기로 마음 먹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소지었다. 그 때,

 

 [똑, 똑.]

 

 문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둘은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커다랗게 커진 눈으로 현관을 바라보았다.

 

 “저기요…”

 

 이번엔 젊은 여자의 목소리. 4층 한혜미씨였다.

 

 이적도씨와 방옥분씨는 서로 눈빛을 주고 받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녀의 두 손엔 비타500 한 박스가 들려있었다.

 

 “어머. 두 분이 같이 계셨네요?”

 

 두 사람의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이적도씨는 그 때 처음 알았다. 등을 타고 내릴 양의 식은 땀이 이렇게 순식간에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혹시라도 대화 내용을 들었을까, 이 곳은 방음도 잘 되지 않는 건물인데.’ 오만가지 걱정에 휩싸였다.

 

 “아아-. 푹 쉬었어요? 나는 이 총각한테 해장국 가져다 주러 온거야.”

 “아, 해장국.”

 

 한혜미씨가 이적도씨의 손에 들려 있는 그릇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아가씨도 해장국 좀 줘?”

 

 뻘쭘했던 방옥분씨가 물었다.

 

 “됐어요. 전 괜찮아요.”

 “그나저나 아가씨는 왜?”

 

 방옥분씨가 이적도씨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저… 죄송합니다.”

 

 한혜미씨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들을 향해 말했다. 순간 두 사람은 벙찐 얼굴로 한혜미씨를 바라보았다.

 

 “어제 제가 너무 실례되는 말을 했었죠? 죄송해요. 내려가는 층마다 들러서 사과 드리려고…”

 

 한혜미씨는 비타민 음료 박스에서 두 병씩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머쓱한 표정으로 음료병을 바라보았다.

 

 불쾌한 감정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였으나 1분 전까지만 해도 방옥분씨는 그녀의 마음 상태를 의심하며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던 상황인지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한혜미씨의 행동이, 특히나 저 콧대 높은 여자의 입에서 더욱이 나오지 않을 법 했던 말이 나온 것이 그들은 당혹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과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난 동물 수집가가 아니예요. 물론 당신 말처럼 애들 제대로 된 케어는 못하지만-.”

 “네.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어요. 죄송해요.”

 “흠, 흠. 그래요. 전 할 일이 많아서 이만.”

 

 방옥분씨는 그렇게 집을 나갔다. 나가는 순간까지도 이적도씨와 아이컨텍을 잊지 않았다.

 

 “어제 기, 기억은 나요?”

 “네. 제가 아무리 취해도 기억을 못하는 건 아니어서.”

 “아.”

 “제가 막… 그렇게까지 싸가지 없는 사람은 아닌데. 갑작스럽게 일도 짤리고, 범인으로 오해 받고… 개인적인 일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라 예민 했나 봐요. 정말 죄송해요.”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비 맞은 강아지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 화를 낼 순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비아냥거리며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이적도씨는 사과를 거절할 정도로 소신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혜미씨는 멀뚱한 표정으로 이적도씨를 바라보았다. 자신과 비슷한 반응을 비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이적도씨의 고개는 뻣뻣하게 서 있었고, 짝다리를 짚으며, 고개는 비뚤어진 채 다소 거만한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한혜미씨는 2층에 살고 있는 나대곤씨의 집엔 노크를 하지 않았다. 그대로 1층으로 내려가 방옥분씨의 문을 두들겼다.

 

 “뭐예요? 벌써 이야기 다 끝났어요?”

 

 심드렁한 방옥분씨의 반응에 한혜미씨는 주춤거리며 말했다.

 

 “어, 어제 할머니가 집에 데려다주시면서 깨어나면 이리 오라고 하셨잖아요.”

 

 아, 그랬더랬다. 한혜미씨를 바래다 준 것은 방옥분씨였다. 그리고 씩씩거리는 목소리로 ‘눈 뜨면 바로 내려와요!’ 라고 소리치며 그녀를 집 안에 우겨 넣었더랬다. 고주망태가 된 상태에 그 말을 기억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들어오라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한혜미씨는 문이 열리자 방옥분씨의 집 안으로 쏙 들어갔다,

 

 손바닥만한 작은 아이를 무참히 터트리고, 한줌 채 되지 않는 목을 잔인하게 절단 내어 죽인 젊은 여자. 그 여자가 자신의 집에 단 둘이 있으니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 그럼 나는 2층 노인네 불러 올테니까-.”

 “아! 할머니! 잠시만요. 우리 이야기 좀 해요.”

 “무슨 이야기...?”

 

 방옥분씨는 한껏 긴장한 채 한헤미씨의 눈치를 살폈다.

 

 “저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응?”

 “아직 심증일 뿐이지만…. 제가 봤을 땐 2층 할아버지가 범인 같아요.”

 “노인네가? 어째서?”

 “생각하면 할수록 의심스럽지 않나요?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동물을 싫어하던 사람이 고양이 꼬리 하나 밟았다고 미안하다며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을까요? 그동안 할머니가 할아버지랑 그렇게 싸우셨는데…. 그리고 새끼 고양이가 죽은 날도 의심스러워요.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싸우는 도중에 제가 중간에 끼어들어 중재한 날. 그 다음 날에 새끼 나비가 그렇게 되었어요.”

 “….”

 “어쩌면 할머니한테 하는 복수가 아닐까요? 어디 한 번 물 먹어봐라. 이런 심보요!”

 

 일 리가 아주 없진 않았다. 방옥분씨 또한 2층 노인네가 단순한 죄책감과 호의로 나비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는 것이 미심쩍었다. 그렇게 질색팔색을 하며 고양이만 보면 온갖 짜증과 화를 내었던 양반이. 그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기엔 모순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미 방옥분씨의 머리 속엔 한혜미씨에 대한 불신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어쩌면 저 여우 같은 여자가 자신의 죄를 뒤집어 쓰이기 위한 계략이 아닐까? 절대 쉬운 여자가 아닐 것이다, 라고. 방옥분씨는 생각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할 순 없어요. 할머니 말엔 무조건 싫다고 하셨던 분이잖아요? 짐승한테 왜 사람 취급을 하냐며 소리를 지르고.”

 “그건 그렇지.”

 “그렇게 고집 쎄신 분이 갑자기 못이기는 척 협조하는 것도 그렇고.”

 “흐음…. 그건 내가 협조안하면 범인으로 취급하다고 해서 그런 거 아니야?”

 “에이, 할머니. 그렇게 따지면 할머니는 처음에 저를 의심하셨잖아요.”

 

 한혜미씨의 오른 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방옥분씨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한혜미씨는 자신의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그 할아버지는 나비의 새끼를 죽일 동기가 확실해요.”

 “그렇지. 가장 싫어했던 인물이었으니…”

 

 한혜미씨는 그제야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 쾅! 쾅! ]

 

 한혜미씨가 말을 이어가려 할 때, 누군가 거칠게 방옥분씨의 현관문을 두들겼다. 화들짝 놀란 두 여자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문 열어보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옛말 중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조상들의 지혜가 이렇게나 깊은 것이다.

 

 방옥분씨와 한혜미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방옥분씨가 조심스럽게 현관을 열자, 나대곤씨가 아직 술이 덜 깼는지 붉으스름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일찍 오셨네요?”

 

 방옥분씨가 어색한 인사말을 건넸다.

 

 “해가 중천이구만! 일찍은 무슨!”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곱게 받아 들이지도, 뱉지도 않는 사람이다. 역시 그런 미친 짓을 벌일 사람은 성격이 베베 꼬인 나대곤씨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혜미씨는 확신했다.

 

 “4층 아가씨도 있었네? 속 좀 괜찮나?”

 “네? 아, 네. 뭐....”

 “어제 술주정 부린 건 기억 나나?”

 

 한혜미씨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조금.’ 이라고 답했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저 할아버지에게 꼰대라고 말한 것도 말이다. 따지고 본다면 할아버지에게도 실례를 범했지만, 그녀는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2층 할아버지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는 상태인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술이 약하면 적당히 마셔! 여자가. 쯧!”

 

 나대곤씨가 요란하게 혀를 끌었다. ‘역시 꼰대.’ 한혜미씨는 생각했다. 술 앞에 남자와 여자가 어디있나. 그저 술에 적셔지는 사람만 있는 법인데 말이다. 한혜미씨는 한동안 나대곤씨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10분 넘게 듣고난 후에야 거실 바닥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4층 총각은 아직인가?”

 “아까 일어났어요. 씻고 내려올거예요.”

 “그 고양이는?”

 “괜찮아요. 1시간 전에 보고 왔어요.”

 “그렇구만… 흠! 그럼 그 총각이 오기 전에 내가 댁들한테 할 말이 있는데…”

 

 이 뉘앙스, 이상하면서도 익숙했다.

 

 방옥분씨와 한혜미씨는 나대곤씨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3층 총각 말이야. 좀 이상한 놈 같지 않아?”

 

 역시.

 두 여자는 의미심장한 눈빛 교환을 주고 받았다.

 

 “왜요?”

 

 한혜미씨가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어젯밤에 아가씨도 그랬잖아. 히…히키…”

 “히키코모리?”

 “그래! 그거. 내가 아들한테 물어보니까 그게 사회부적응자. 뭐 그런거라며? 내가 저 총각 1년은 봤는데, 정말 어디 나가는 곳도 없고 친구도 없는 것 같더라고. 가끔 제 부모라 통화는 하는 모양이더만… 집구석에 박혀서 허구언 날 게임만 하는 놈 같은데, 그런 놈이 정신이 온전하겠어?”

 “아아-.”

 “그런 놈들은 뉴스에서도 많이 나오잖아. 사회에 적응 못한 놈들이 정신이 휙 돌아서 지보다 약한 동물들한테 학대를 한다거나, 변태같은 행동을 한다거나. 게다가 어제 내가 그 총각이랑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영 느낌이 쎄하더라니까!”

 

 나대곤씨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한혜미씨나 방옥분씨 또한 이적도씨가 정상적인 현대인의 기준에 미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걸로 미친놈 취급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지쳐서 쉬어갈 때도 있는 거지. 그 총각, 바깥 일은 못하는 것 같아도 심성은 착하더만.”

 

 방옥분씨가 이적도씨의 편을 들었다. 순간 자신도 ‘아차.’ 하는 생각에 입을 오므렸다. 답지 않은 편들기에 나대곤씨와 한혜미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너무 편협한 생각으로 보지 말자고요.”

 “편협하긴, 뭐가? 타당한 생각이구만! 아무튼, 내 말 믿고 그 총각 유심히 살펴보자고.”

 

 방옥분씨는 한혜미씨를 바라보았다. ‘흥, 분명 이 여자가 범인일거야.’ 라는 눈빛이 담겨져 있었다.

 

 그 시선을 느낀 한혜미씨도 방옥분씨를 바라보았다. ‘분명 저 할아버지가 범인일거예요. 우리는 같은 편이야.’ 라는 눈빛이 담겨져 있었다.

 

 두 여자의 아이컨택에는 많은 오류가 범해지고 있었다.

 

 순진한 나대곤씨는 두 여자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고 생각했고, ‘뭐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 이 놈!’ 이라며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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