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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완벽한 나의 하늘
작가 : 새벽빛
작품등록일 : 2021.12.30

가히 완벽하다 할 수 있는 최정상 아이돌 하늘. 완벽해도 너무 완벽해서 이상한 신비주의의 아이콘인 그와 그런 그의 비밀을 알게 되는 시나리오 작가 이슬의 상상초월 스토리

 
11.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3)
작성일 : 22-02-08 23:34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7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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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응. 괜찮아!”

 

 슬은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젖어든 하늘의 옷을 보며 놀라 물었지만 하늘은 약간 당황한 표정만 지을 뿐 큰 반응이 없었다.

 

 “어떡해. 너 지금 이거 안 뜨거워? 일어나봐. 화상 입은 거 아니야?”

 “괜찮아. 진짜로.”

 

 하늘은 아메리카노가 손등에도 살짝 쏟아진 터라 손을 재빨리 털어냈지만 슬이 본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슬의 표정을 살피자 너무 놀라기도 하고 미안한 표정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려고 했으나 하늘은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 정도 온도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슬은 전혀 모를 테니.

 

 ‘놀란 척 했어야 하나?’

 

 “슬아, 진정해. 진짜 괜찮아.”

 “아니, 엄청 뜨거웠을 텐데……. 일단 너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열 좀 식혀야 해.”

 

 슬의 완강한 태도에 하늘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고 커피에 젖은 옷 쪽을 찬물로 씻어냈다.

 

 ‘어쩌지. 많이 놀란 것 같은데 뭐라고 설명해야 안심할까?’

 

 “하늘아 괜찮아?”

 

 슬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화장실 문 넘어 들려왔다.

 

 “응! 괜찮아. 별로 크게 안 다쳤어. 옷이 두꺼워서 그런가?”

 “정말……?”

 “응~ 진짜 괜찮아.”

 

 하늘은 잠시 틀어 두었던 물을 잠그고 나갔다.

 

 “너한테 보여주긴 뭐 하지만 나 괜찮아! 화상도 전혀 안 입었고.”

 “다행이다. 너 손은?”

 

 슬이 하늘의 왼손을 살피려 하자 하늘은 손을 빠르게 샤삭 하고 숨겼다.

 

 “뭐야? 안 괜찮은 거 아니야?”

 

 ‘어쩌지. 아까 봤나 보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늘은 웃으며 그런 거 아니라고 살짝 손을 보여 주었다.

 

 “근데 왜 손을 숨겨.”

 

 슬의 성화에 못 이겨 이내 손을 살며시 꺼내 보여주자 슬은 손을 살피더니 ‘괜찮네.’ 하며 숨을 후 하고 내쉬었다.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이제 믿어 줄 거야?”

 “응. 진짜 미안해. 옷도 다 젖고 어쩌지?”

 

 슬은 잠시 고민하더니 뭔가 생각이 난 듯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이거라도 줘야겠지?’

 

 슬의 손에는 큰 사이즈의 트레이닝복이 들려 있었다.

 

 “하늘아, 괜찮으면 이걸로 갈아입을래? 사이즈는 대충 맞을 것 같아서.”

 “아……. 그래. 고마워.”

 “그럼 다 갈아입으면 다시 불러.”

 

 슬이 건네는 옷을 받자 슬은 잠시 나가있겠다고 하며 밖으로 나갔다. 슬이 나가자 하늘은 옷을 보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뭐지?’

 

 기억해내고 싶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 로봇인 자신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라진 기억이 있는 것 같아.’

 

 하늘은 자신의 데이터가 지워진 적이 있는 지에 대해 생각했고 언젠가 검사를 하면서 데이터의 일부를 삭제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했다.

 

 “일단 옷이나 갈아입자.”

 

 그 시각, 슬은 큰 책상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네. 어째서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지? 분명히 뜨거웠는데.’

 

 처음 커피를 내렸을 때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분명 한입 마셨을 때도 ‘왜 이렇게 뜨거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화상을 입지 않았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근데 정말 멀쩡했어. 손도 괜찮았고.’

 

 하늘에게 커피가 쏟기는 그 순간에 아찔했던 그 상황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하늘이 다치는 것도 너무나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안 그대로 저번에 도현이 펄쩍 펄쩍 날 뛰었던 것을 생각하니 괜히 자기 집에 초대했다가 다쳐서 가는 상황을 생각하니 끔찍했다.

 

 “어휴. 진짜 왜 그랬어! 이슬!!!”

 

 슬이 자기 얼굴을 찰싹 때리자 그 손을 누군가가 잡았다.

 

 “슬아! 뭐해?”

 

 하늘은 놀란 눈으로 슬을 바라보고 있었고 슬은 머쓱해져서 애써 웃었다.

 

 “아, 얼굴 마사지~”

 “엄청 세게 때리던데?”

 “아냐~ 내가 부르라니까 왜 나왔어~”

 “다 입었다고 부르는데도 안 들어와서 나왔지.”

 “그래? 못 들었나 보다. 미안.”

 

 생각에 빠진 슬이 하늘이 불러도 듣지 못하자 결국 나왔던 것이었다.

 

 “그 옷은 나 줘.”

 “왜?”

 “젖은 곳이라도 빨고 말려서 들고 가야 할 거 아냐.”

 “괜찮아.”

 “괜찮긴! 얼른 줘.”

 

 슬이 곱게 개어져 있는 하늘의 옷을 들고 하늘을 향해 물었다.

 

 “너 먼저 영화 보고 있을래?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났지?”

 “어? 아냐. 너랑 같이 보고 싶은데.”

 “나는 몇 번이나 봤으니까…….”

 “그래도 기다릴게.”

 “응. 그럼 잠시만 있어! 얼른 하고 올게.”

 

 슬이 종종 걸음으로 나갔고 하늘은 소파에 거의 몸을 기댔다. 소파에 기댄 채 고개를 돌려 보자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여 진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계, 인형, 무드등, 그리고 향수처럼 보이는 병까지.

 

 “어떤 향을 좋아하려나?”

 

 슬의 취향이 궁금해서 병을 살짝 들어 향기를 맡자마자 갑자기 머리가 띵 해져 왔다.

 

 ‘진짜 왜 이래. 근데 이건 분명히 맡아본 향이다.’

 

 눈을 질끈 감자 눈앞에서 흐릿한 기억이 일렁였다.

 장소는 다르지만 익숙한 곳, 익숙한 향기까지.

 

 “밝혀내야겠어.”

 

 하늘은 정신을 차리고 이 기시감의 원인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늘아! 나 다했어! 오래 기다렸지? 얼른 영화 보자.”

 “어, 슬아.”

 “기대된다.”

 

 슬이 영화를 틀었고 둘은 이내 영화에 집중했다.

 

 

 ***

 

 

 “어때?”

 “슬아, 영화 진짜 재미있다.”

 

 하늘은 눈을 빛냈다. 처음 보는 영화, 슬과 함께 보는 슬이 참여한 영화라는 것이 더 뜻 깊었다.

 

 “정말?”

 “응. 너무 너무.”

 “네 반응이 좋으니까 나도 좋네. 다음에 애들이랑 빔 프로젝터로 같이 영화 보는 거 어때?”

 “좋지!”

 “그래. 그럼 이거 챙겨 둬야겠다.”

 

 슬이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딩동-

 

 “뭐지?”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잠시만.”

 

 슬이 인터폰에 나오는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큰일 났다.”

 “왜?”

 “정실장님이야.”

 “뭐?”

 

 하늘의 얼굴도 당황한 듯 표정이 굳어졌다.

 

 “어쩌지? 아니, 그것보다도 여긴 어떻게 알았대?”

 

 슬이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 적은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방문이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역시 나한테 GPS도 심어뒀나 보네.’

 

 의심만 하던 것이 확신으로 굳어졌다.

 

 “일단 문 열어드려야겠지?”

 “내가 잘 설명해볼게.”

 

 슬은 대문을 열어 준 후에 현관문을 열기 위해 나갔다.

 

 “아, 안녕하세요?”“반가워요. 슬씨.”

 “하하. 저희 집은 또 어떻게 아시고.”

 “무례하게 찾아와서 미안하지만 다 알 방법이 있죠.”

 “아니,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대요?”

 “아~”

 

 도현은 슬을 향했던 시선을 떼고서는 슬의 집 안쪽을 살짝 쳐다보았다.

 

 “슬씨한테 볼 일이 있는 건 아니고요. 잠깐 들어가도 되죠?”

 

 도현이 막무가내로 들어가려고 하자 슬이 도현의 앞을 막아섰다.

 

 “아, 아니. 주인 허락도 없이 왜 이러세요?”

 “다 알면서 왜 그래?”

 

 도현이 슬에게 한발 짝 다가와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기요. 너무 가깝거든요?”

 

 슬이 뒤로 물러나자 도현은 씨익 하고 웃으며 슬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늘이 있는 거 다 아니까 협조해주시죠?”

 

 그 말에 슬은 입이 쏙 들어간 채로 도현을 노려보았다.

 

 “실장님, 뭐라 하지 마세요. 그럼 들어가게 해드릴게요.”

 “알겠어요. 알겠어.”

 “진짜 저승사자야 뭐야.”

 “그거 비슷한 거라고 해두죠.”

 

 도현이 방으로 들어가자 어느새 자기 옷으로 다시 갈아입은 하늘이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틀어 두고 있었다.

 

 “박하늘.”

 “실장님이 여긴 어떻게……?”

 

 하늘은 모르는 척 연기를 했지만 도현은 다 안다는 듯 웃으며 하늘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왜 말도 없이 움직이니.”

 “이런 것도 보고를 해야 하나요?”

 

 하늘도 웃고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풀어줬냐?”

 “이럴 때도 된 거 아닙니까?”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서로 불꽃이 튀는 것만 같았다.

 

 “아니, 여기서 이렇게 싸우지 말고 일단 실장님도 앉으세요.”

 

 슬은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도현을 밀어 소파에 앉혔다.

 

 “슬씨, 우리 지금 가려고 하는데요?”

 

 당황한 도현은 안경을 다시 바로 쓰더니 슬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여긴 저희 집이니까 손님 대접 해드리려고 하는 거죠.”

 “괜찮습니다.”

 “제가 안 괜찮아요. 앉아 계세요. 차라도 내오게.”

 

 슬이 도현을 째려보고는 웃으며 주방으로 가자 남은 하늘과 도현은 서로를 아니 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찾아오시는 건 아니죠.”

 “언제부터 예의 타령 했다고?”

 “실장님보다는 제가 훨씬 예의 있죠.”

 “그렇겠지. 넌 로봇이니까.”

 “선 넘지 마시죠?”

 

 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마치 별명을 부르듯 로봇이라고 칭했지만 하늘은 어이가 없었다.

 

 “에헤이! 또 왜 그러세요! 도대체 뭐라고 궁시렁 거리는 거예요?”

 “비밀~”

 

 능글 맞은 도현의 모습에 하늘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는 슬은 두 사람이 제발 싸우지 않고 무사히 돌아가길 기도했다.

 

 “일단 이거라도 드시고요.”

 

 도현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주자 도현은 컵을 받아 들었고 한 모금 마신 뒤에 서야 입을 뗐다.

 

 “두 분, 이러면 곤란해요.”

 “음음!”

 

 슬은 그 말을 듣자마자 허공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했다.

 

 “피하려고 하지 말고요.”

 “아, 아니~ 친구끼리 만나는 것도 안 되는 거예요?”

 “안됩니다.”

 “왜 안 되는지 납득이 되게 설명을 해 주시던 가요!”

 “설명이 굳이 필요해요?”

 “이유나 들어보자고요!”

 “하늘이는 연애 못합니다.”

 “하! 아니 제가 하늘이랑 연애 한 댔어요? 진짜 웃긴다~”

 

 슬이 당황해서 기가 찬다는 것처럼 말했지만 도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연애를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회장님께서는 이런 스캔들 일어나는 꼴 절대 못 보시는 분이라.”

 

 그 말을 듣자 슬도 입이 쏙 들어갔다. 박일찬 회장을 만났을 때 느꼈던 것들이 생각나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렇긴 하네요.”

 

 슬이 뾰로통하게 답하자 도현은 하늘에게 봤냐는 표정을 보였다. 하늘 역시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럼 다 같이 만나요!”

 “?”

 

 상황이 정리된 것 같아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던 도현의 머리에 순식간에 물음표가 떴다.

 

 “실장님도 같이 끼어서 만나면 되잖아요.”

 “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뭐가 말이 안 되나요? 실장님도 쉬는 날이 있으실 거 아녜요? 그때 같이 보자고요. 그럼 아무 문제 일어날 일 없잖아요.”

 “슬씨…….”

 “좋은 생각인데요?”

 

 도현의 말을 자르고 하늘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자 도현은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하, 무슨…….”

 “어차피 두 분 계속 봐야 할 사이라면 지금 같이 지내면 안 되죠. 안 그래요?”

 

 슬이 눈을 반짝이자 말문이 막힌 도현은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러던 가요.”

 “우와~ 잘 됐다!”

 

 슬이 활짝 웃으며 하늘을 보자 그도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도현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아, 진짜 쟤는 당해 내지를 못하겠다 니까.’

 

 “그럼 이렇게 사적으로 만날 때는 무조건 이야기해주시고 내가 안 되더라도 세 명 이상 같이 만나고요.”

 “아무렴 요!”

 “스캔들 낌새 보이면 바로 금지입니다?”

 “알겠어요. 조심할게요. 더 할 말 있으세요?”

 “아뇨. 없습니다.”

 

 몰아붙이는 슬 때문에 도현은 말을 잃었다.

 

 “근데 오늘은 이제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왜 요?”

 

 갑작스러운 말에 슬이 아쉬워하자 도현은 하늘에게 눈 짓을 줬고 마지못해 하늘이 변명을 했다.

 

 “아, 오늘 저녁에 회사에 가야 하는 스케줄이 있었는데 내가 까먹었나 보다.”

 “정말? 그럼 가야겠네…….”

 “미안해. 다음에는 꼭 확인하고 이런 일 없도록 할게.”

 “에이. 아냐. 너한테 방해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고마워.”

 “그럼 이제 서로 인사 나누고 나가자고.”

 “네. 알겠어요. 슬아, 다음에 또 봐.”

 “응. 조심히 가고!”

 “그래.”

 

 하늘이 먼저 나가고 도현이 따라가자 슬이 잠시 도현을 붙잡았다.

 

 “잠깐만 이야기 드릴게 있는데.”

 “나?”

 “네! 실장님이요.”

 “뭔데요?”

 “짧게 이야기할게요.”

 “아. 그럼 하늘이 넌 먼저 차에 가 있어.”

 “네.”

 

 하늘은 자신이 아니라 도현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에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차로 갔다.

 

 “실장님.”

 “왜요.”

 “죄송해요.”

 “응?”

 “죄송하다고요.”

 “하하, 갑자기 웬 사과?”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죄송해요.”

 “아…….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요.”

 “진짜 다른 의도는 없고 그냥 하늘이랑 친구니까 그런 거예요. 이해하시죠?”

 “친구…….”

 “네. 친구요. 뭐 여자 사람 친구 이런 거죠 뭐.”

 “그런가?”

 “그럼 요!”

 

 슬은 애써 안심을 시켰지만 살짝 양심에 찔렸다. 마냥 친구로서의 감정은 아니고 약간의 팬심, 그러니까 사심이 들어간 것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슬씨, 내가 충고하는데.”

 “네?”

 “하늘이랑은 진짜 친구가 될 수 없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 요?”

 “그런 게 아니고 보통의 친구처럼 의지할 사람이 못 된다 뭐 그런 말?”

 “실장님. 하늘이한테 악감정있으세요?”

 “예?”“그런 거 아니면 왜 자꾸 나쁘게 이야기하세요.”

 “하하. 사실을 이야기한 것 뿐입니다.”

 

 진심이었다. 도현에게 하늘은 로봇, AI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격체가 아니기에 정서적 교감 따위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애정을 줘야 할 필요도 없었다.

 

 “저 실장님한테 실망했어요.”

 

 그 말에 도현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실장님 진짜 별로 생각했거든요? 근데 지내다 보니까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모습은 영 아니네요.”

 “나한테 뭘 기대하는 건데요?”

 “아무리 싫더라도 실장님이 끌어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하늘이는.”

 “…….”

 “사람을 품는 마음을 가지시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까 제가 했던 말도 진심이에요.”

 “어떤 말?”

 “지금같이 지내는 건 안 된다는 말이요. 지금처럼 서로 싫어하는데 어떻게 오래 같이 일하겠어요. 아까 하늘이한테 로봇이라고 하셨죠? 실장님께 하늘이가 얼마나 로봇처럼 딱딱하게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하늘이가 저한테 보여주는 모습들을 실장님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게 할 말입니까?”

 “네.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실장님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인 걸 직접 봤으니까요.”

 

 자신의 가치를 봐주고 용기를 주던 도현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읽었는지 도현도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라는 표정에서 고려해보겠다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바뀌었다.

 

 “어려우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분위기를 풀기 위해 웃으며 코를 찡긋하자 도현도 작게 웃으며 한층 부드러운 눈으로 슬을 바라보았다.

 

 “노력해보죠. 뭐.”

 “헤헤. 그럼 오늘 가면서도 하늘이한테 나쁜 소리하기 없기에요.”

 “알겠어요. 진짜.”

 “약속입니다? 그럼 저는 할 말 다 했으니까 가셔도 돼요.”

 “네.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고 다음에 날 잡아보던가 해요. 정 안 되면 출근 날 보던지.”

 “알겠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도현은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나가 차에 올랐다. 도현이 오면 또 무슨 잔소리를 해댈지 어떤 기분 나쁜 소리를 할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던 하늘은 차에 탄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의아해졌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

 “슬씨가 신신당부하더라고.”

 “뭐라고 했는데요?”

 “나쁜 소리 하지 말고 너랑 친하게 지내란다.”

 

 그 말에 하늘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은 슬이 도현과 이야기 한다고 서운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도리어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 미안해졌다.

 

 “하지만.”

 “?”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도현의 말투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부드러웠지만 단호한 내용은 하늘의 시선을 창밖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넌 로봇이니까 슬씨랑 진짜 친구,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없다고.”

 “……알아요.”

 “알면 됐어.”

 

 그 말을 끝으로 침묵이 흘렀고 하늘은 옷에 은근하게 베인 향기를 느끼며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아는데도 생각대로 안 되는 데 어떻게 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미 스며 들어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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