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좋아하세요...
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

소개팅이 엇갈려 우연히 만난 극작가와 연극배우가 11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

 
제 8화. 붕괴.
작성일 : 22-02-08 02:13     조회 : 196     추천 : 1     분량 : 690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전에 말한 희곡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

 

 공연이 없는 날, 성현의 부름에 민석은 극장으로 갔다. 극장에는 티켓박스에 간이 사무실이 마련돼 있었는데 공연을 하는 동안 성현은 거기서 업무를 보고 있는 듯 보였다.

 

 민석이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한번 완성하고 나면 더 이상 수정할 수 없는 영화와는 달리 연극은 매회 때마다 관객의 피드백, 연출의 피드백으로 수없이 바뀔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민석은 한 연극이 시작되면 첫 번째 공연과 마지막 공연을 꼭 챙겨봤다. 같은 내용이지만 어느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이는지 찾아내는 게 즐거웠고 그 수정 과정 동안 작가를 포함한 연출, 배우 등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가늠할 수 있었다.

 

 연극은 그랬다. 마지막 공연이 올라가기 전까지 계속 살아 숨 쉬었다.

 

 그 순간엔 매번 골방에 틀어박혀 있는 민석도 살아있음을 느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 몇 평짜리 마루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울고 웃는 걸 지켜보며 사람을 알아갔다. 그게 민석이 연극을 즐기는 이유였다.

 

 “쭉쭉 나가고 있어. 중간에 막히면 종종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지혜 씨랑 같이.’

 

 민석은 뒷말은 속에서 삼켰다. 아직 성현은 지혜와 민석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 지혜도 특별히 민석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은 것 같았다. 지혜가 민석을 위해 배려를 한 것인지, 아니면 민석과의 만남은 단 둘이 간직하고 싶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찬우가 맨날 너 어두컴컴하게 노트북 앞에만 앉아 있다고 걱정하더니. 다행이네.”

 

 “맨날은 무슨. 걔가 오바한 거지.”

 

 “그래. 비결이 뭐야? 여자라도 생긴 거야?”

 

 하여간 이 선배의 촉은 대한민국 최고였다. 민석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원래의 목소리 톤을 유지했다.

 

 “여자는 무슨. 내가 할 일이 없어? 나 한가한 사람 아니야.”

 

 “니가 아마 21세기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일걸.”

 

 성현 선배의 말도 안 되는 농담에 민석은 헛웃음을 쳤다.

 

 ‘가만. 혹시 내가 지혜 씨랑 만난다는 걸 알고 떠보려고 한 말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 발 저린 고양이가 오금 저리듯 그 생각 또한 망상에 지나칠 뿐이겠지만 조금의 의심도 거두어선 안 됐다.

 

 “지금 쓴 만큼이라도 한 번 보여줘 봐. 무슨 글인가 궁금한데.”

 

 “아직 발단 부분이긴 해.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어.”

 

 “거기까지라도 좋아. 무슨 얘기 쓰고 있는데?”

 

 “위기까지 쓰면 알려줄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잡아가는 중이라서.”

 

 “뭐야, 왜 숨겨. 나한테만 귀띔 좀 해주라~”

 

 “왜 이래, 징그럽게!”

 

 민석은 연인처럼 달라붙는 성현을 떼어냈다. 성현은 조각상처럼 입을 꾹 닫은 민석을 더 놀리고 싶었지만 이를 감지한 민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난 뒤였다.

 

 “왜 안 알려주는데! 지금 만나는 여자 얘기 쓰고 있는 거지?”

 

 정말 이 선배는 작가 때려치고 돗자리 깔아야 한다. 민석은 그렇게 생각하곤 성현을 피해 도망쳤다.

 

 . . . . . .

 

 같은 시간. 찬우는 창고에 들어가 노트북을 열었다. 보일러 값을 아끼기 위해 가스 밸브를 잠가놓은 옷방 겸 창고에선 겨울이 세상을 지배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희미한 입김이 스며 나올 정도로 추웠다. 맨발의 찬우는 엉덩이를 대고 앉아 최대한 맨살이 바닥에 닿지 않게 조심하며 노트북 전원을 켰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구매한 노트북은 어느새 5년의 세월을 견디고 이제 6년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글을 쓰지 않은 덕분에 노트북은 마치 새것처럼 제 구실을 다했다.

 

 이제 힘이 다해 곧 고장이 나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민석의 노트북과는 대조됐다.

 

 그만큼 찬우가 글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됐다는 질책의 증표이기도 했다.

 

 민석은 최근 ‘최악의 연애가 도사린다’ 이전에 했던 것처럼 빠른 속도로 작업을 이어나갔다. 글을 쓰는 친구의 뒷모습은 최근 본 것 중 가장 즐거워 보였다.

 

 ‘예슬이가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나 봐. 음료수라도 하나 사 줘야겠어.’

 

 찬우는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본인도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자극을 받았다. 민석이 예슬에게서 자극받는다면 찬우는 민석에게서 자극받았다.

 

 가방에 넣어놨던 노트북 충전기와 유선마우스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하얀 바탕의 한글창을 열었다.

 

 골방에서 사람들을 만나길 꺼려하면서 지내던 한 남자가 아리따운 여자를 만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얘기를 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쓰는 탓인지, 창고가 추운 탓인지 손가락이 굳어 타자를 빠르게 칠 수는 없었다.

 

 대략의 캐릭터 설정을 마쳤을 때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찬우는 노트북을 끄고 원래 있던 대로 정리한 후에 창고에서 나갔다.

 

 “뭐야. 집에 있었어?”

 

 “어. 창고 좀 정리했어.”

 

 찬우는 민석에게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들키지는 않을까 몸이 뻣뻣해지는 걸 느꼈다. 이상하게도 민석에게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걸 숨기고 싶었다. 어쩌면 민석을 토대로 쓰는 글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부끄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창고 춥지 않아? 봄 되면 하지. 정리할 것도 별로 없는데.”

 

 “심심해서 한 거지.”

 

 찬우는 민석이 자신을 모델로 글을 쓴다는 것을 알면 기분이 나빠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민석은 가은의 얘기를 썼다가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었다. 찬우가 하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하지만 글이란 실제 있는 일을 토대로 살을 붙여 나가는 작업인걸.’

 

 찬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합리화하려고 했지만 민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다른 글감을 떠올릴까도 생각해봤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어느새 창고에 들어간 지 2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찬우는 그 추운 곳에서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한 채 오로지 2시간 동안 글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찬우는 뭔가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턱 끝까지 밀고 올라오는 가슴 속의 뜨거움이 있었다. 거의 3년 만에 찬우는 그 감정을 다시 경험할 수 있었다.

 

 “성현 선배 만나고 오는 길인데 나중에 셋이 같이 보자더라. 너 맨날 바빠서 볼 시간이 없다고.”

 

 “무슨. 그 선배가 더 바쁘지. 그 선배는 공연 언제 끝난대?”

 

 “다음 주 일요일.”

 

 “그 이후에 만나면 되겠네.”

 

 찬우는 그렇게 말하곤 나갈 채비를 했다. 오늘은 오후 파트를 맡아 늦게 출근하는 날이었다.

 

 영화관에 가서 일을 하는 게 싫지는 않았다. 영화 산업의 한 부분에서 종사하며 장차 영화인으로 성장해 갈 자신을 기대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영화도 저 커다란 스크린에 걸릴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영화관에 가는 게 죽도록 싫었다. 아까 쓰던 글을 마저 써 내려가고 싶었다. 이제 막 비를 잔뜩 쏟아내기 위해 먹구름이 거대한 진흙처럼 뭉쳤지만 아무런 반응 소란 없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비를 뿌려 타자를 신나게 두드리고 싶었다.

 

 찬우는 연락처를 뒤져 급하게 땜빵을 채워줄 동료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민석에게는 일을 하러 간다고 해놓고 카페에 가서 글을 더 써보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근무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누가 대타를 뛰어주겠는가.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꽂아 넣고 한숨을 푹 쉬었다.

 

 민석은 이제 막 노트북을 켜고 있었다. 찬우는 그런 민석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오빠! 나 민석 오빠랑 같이 연극 보기로 했다.”

 

 영화관 매점을 청소하던 찬우에게 예슬이 다가왔다. 몰랐는데 예슬도 찬우와 함께 오후 파트에 배정되었다.

 

 “민석이랑? 걔 그런 얘기 없었는데?”

 

 “정말이야. 어제 문자 보냈는데 답장 왔어.”

 

 “너 영화나 연극 싫어하잖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민석 오빠를 위해서라면 까짓 거 참을 수 있지.”

 

 “내가 소개시켜줬지만 민석이한테 그렇게까지 빠질 줄은 몰랐는걸?”

 

 찬우는 집에서 나오기 전 집에 들어오자마자 노트북을 켜던 민석을 떠올렸다. 예슬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무래도 민석의 작업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듯했다.

 

 마치 몇 년의 시간을 감내하고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처럼. 부쩍 민석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무렴 어때. 둘 다 좋다는데.’

 

 찬우는 괜스레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오작교 놀이가 조금은 재미있어지는 기분이었다.

 

 “찬우야, 지금 하는 거 있어?”

 

 매니저의 목소리였다. 평소 찬우가 형처럼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벌써 3년 째 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니요. 그냥 청소요.”

 

 “그럼 잠깐 나 좀 볼래?”

 

 “네.”

 

 찬우는 청소도구를 내려놓고 매니저를 뒤따라갔다.

 

 

 

 직원휴게실로 간 매니저는 안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찬우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나 옆 동으로 전근가게 됐어.”

 

 매니저는 주머니에 넣어놨던 캔커피를 찬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찬우가 저녁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매니저는 손에 쥐고 있을 만한 걸 주고 싶었을 거다.

 

 “전철역 바로 앞에 있는데요? 잘됐네요. 거기 봉급이 더 쎄지 않아요?”

 

 찬우는 진심으로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했다. 부쩍 들어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석도, 예슬도, 성현도.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마음 한 켠에선 ‘나도 얼른 자리를 잡고 싶은데.’ 라는 욕구가 생기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했다.

 

 “그래서 말인데. 찬우 너 여기 매니저 할 생각 없어?”

 

 “네?”

 

 뜻밖의 제안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찬우는 그저 영화관 알바로 돈을 벌어 영화 찍을 돈을 마련하고 싶었던 거다. 중간 중간 월세며, 생활비며 많은 돈을 지출하기도 했지만 3년 전 만든 ‘영화통장’에는 이미 충분한 돈이 쌓였다.

 

 오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슬슬 영화관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대신 지금 받는 봉급보다 20퍼센트는 더 오를 거야. 사장님이랑 면접도 관례상 보는 거지 준비할 것도 없고. 내가 너 추천하니까 사장님도 좋아하시더라고.”

 

 “하지만 형. 저 슬슬 영화 만들러 가야죠.”

 

 “알지. 매니저한다고 계속 여기서 일 하라는 거 아니야. 나 누구보다 너 응원하고 팬이기도 해. 근데 돈은 벌어야지. 그리고 영화감독들 보면 대부분 삼, 사십대는 되던데 너 아직 늦은 나이도 아니고. 너 생각해서 사장님한테 말씀드린 거야.”

 

 찬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 어쩌면 찬우는 안정적인 삶을 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록 알바지만 열심히 일을 해서 사람들의 눈에 띄었고,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전부 그만 두거나 해고당했다. 어느새 찬우는 최고참으로서 매니저급의 일을 처리할 때도 종종 있었다.

 

 “늦는 게 아니야. 남들보다 시작하는 시간이 다른 거지. 목표가 있고 그걸 바라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를 거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어서 이것만 붙잡고 있어야 해.”

 

 매니저가 진정 찬우를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쯤, 그도 알고 있었다. 다만 찬우가 고민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내가 과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는 있을까.

 

 어쩌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해버리는 건 아닐까.

 

 꿈을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한지 벌써 3년. 하지만 다르게 얘기하면 꿈을 잠시 내려놓은 지 3년이나 됐다는 것이다.

 

 3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어느새 찬우는 영화관에서 일을 하는 게 익숙하고 당연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몸이 자연스러웠고 일이 끝난 뒤에 귀가하며 바깥의 공기를 마시는 게 시원했다.

 

 “그래도. 어쨌든 찬우 네 결정이야.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다음 주까지 고민해줘.”

 

 매니저는 그 말을 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찬우는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3년 간 참고 앓아왔던 꿈을 실현시키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뭐가 문제지?

 

 찬우는 2평짜리 직원휴게실 철제의자에 앉아 엉덩이가 차갑게 식는 줄도 모르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 . . . . .

 

 ‘지혜야. 어디야? 너무 오랜만에 연락했네.’

 

 지혜는 이제 막 극장에 도착해서 오늘 공연 준비를 위해 목을 풀고 있었다. 지혜의 고운 목소리는 무대의 벽을 타고 가장 끝 좌석까지 날갯짓했다.

 

 그리고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다가 그 문자를 보고야 말았다.

 

 지혜의 남자 친구, 천웅에게서 온 문자였다.

 

 지혜는 문자를 읽지도 않고 핸드폰을 분장실에 놓아둔 핸드백 깊숙한 곳에 넣어버렸다.

 

 지금까지 다 좋았는데 왜 한 달 만에 연락이 온 거지. 무엇 때문에. 왜 또 다시 내 세상에 들어와서 나를 잡아먹으려 하지?

 

 갑자기 지혜는 아득했다. 평소보다 무대가 훨씬 커 보였고, 객석이 입을 크게 벌린 괴물의 이빨처럼 뾰족해보였다. 지혜는 마음을 가다듬고 크게 심호흡했다.

 

 “언니, 이제 하우스 오픈 한데요.”

 

 동료 배우 희진이 다가와서 지혜에게 말했다.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

 

 조금은 초점을 잃은 지혜의 얼굴을 보고, 희진은 지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남자 친구한테 연락 왔어.”

 

 “그 나쁜 놈 말이에요? 무슨 염치가 있다고…… 언니. 무시해요. 그런 놈이 연락한 건 백 퍼센트 보고싶다, 그립다 이런 헛소리일 게 분명하니까. 본인이 한 걸 생각해야지.”

 

 “응……”

 

 “얼른 들어가요. 커피 한 잔 하고요. 내가 타 줄게요.”

 

 지혜는 희진과 함께 분장실로 들어갔다. 그나마 희진이 작은 농담도 건네고 따듯하게 타준 커피를 마신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다시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준비가 됐다.

 

 그래. 그 놈은 자신의 명예와 부를 위해 날 장난감 취급하며 버린 사람이야. 그런 사람한테 휘둘릴 필요 없어.

 

 ‘나 오늘 공연 보러 왔어. 말도 안하고 와서 미안.’

 

 지혜의 핸드폰에 문자가 한 통 더 날아왔다. 하지만 지혜는 문자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무대에 올라갔다.

 

 스포트라이트.

 

 하우스 조명이 꺼지고 공연 주의사항 안내음성이 끝났다. 그리고 지혜에게 가장 먼저 떨어지는 앰버 대파(가장 크고 밝은 조명)는 지혜의 시선을 가렸다.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빛을 비추면 잠시 시야가 좁아지는 법.

 

 지혜가 첫 대사를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지혜의 시선에 그가 들어왔다.

 

 맨 앞자리에 앉아 웃는 얼굴로 지혜를 바라보고 있는 철웅이었다. 100석이 채 되지 않는 소극장에 오로지 철웅 혼자만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았던 지혜의 집중력이 사시나무 흔들리듯 부서져 내리고 말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마지막 화. 좋아하세요. 2022 / 2 / 20 177 1 8381   
19 제 19화. 그리웠어요. 2022 / 2 / 19 184 1 7623   
18 제 18화. 마지막으로. 2022 / 2 / 18 170 1 4241   
17 제 17화. 진짜 이야기. 2022 / 2 / 17 181 1 4740   
16 제 16화. 돌아오세요. 2022 / 2 / 16 194 1 3099   
15 제 15화. 속마음. 2022 / 2 / 15 190 1 5619   
14 제 14화. 커튼콜. 2022 / 2 / 14 188 1 8231   
13 제 13화. 지우개. 2022 / 2 / 13 182 1 5499   
12 제 12화. 보름달. 2022 / 2 / 12 202 1 3635   
11 제 11화. 시든 꽃. 2022 / 2 / 11 193 1 7717   
10 제 10화. 변색. 2022 / 2 / 10 190 1 5527   
9 제 9화. 혼란. 2022 / 2 / 9 194 1 6311   
8 제 8화. 붕괴. 2022 / 2 / 8 197 1 6903   
7 제 7화. 질투. 2022 / 2 / 7 207 1 6651   
6 제 6화. 균열. 2022 / 2 / 6 196 1 6444   
5 제 5화. 새로운. 2022 / 2 / 5 208 1 6129   
4 제 4화. 순간을. 2022 / 2 / 4 201 1 6193   
3 제 3화. 운명을. 2022 / 2 / 3 208 1 6735   
2 제 2화. 우연히. 2022 / 2 / 2 202 1 6423   
1 제 1화. 엇갈림. 2022 / 2 / 1 337 1 711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시간의 편지
일희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