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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얀 달, 메아리
작가 : r라
작품등록일 : 2022.2.2

젊은 농사꾼 수여리.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을 발견했다.

강가에 빠진 자신의 반려동물 황순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순간, 다른 세상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 곳은 밤하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달이었다.

 
13.
작성일 : 22-02-07 18:21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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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트리가 직접 작성 했다는 책은 두께만큼 읽을 양 또한 만만치 않았다. 라반은 읽어 주길 바란다며 책을 내밀었을 땐 막막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 장, 두 장 넘기기 시작하자 첸과 여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책 내용에 빠져들었다.

 

 간결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내용들. 근거를 토대로 만든 신빙성 있는 가설들은 티트리라는 여자가 얼마나 공명정대하고 올곧은 여왕이였는지, 아니.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티트리가 작성한 제느에 대한 탄생과 모순, 검은 머리 인간에 대한 가설, 잘못되어 가고 있는 왕권과 부정부패가 넘쳐나는 귀족 가문들.

 

 책장의 절반을 넘길 때 즈음, 여리는 책을 거칠게 접고 입을 열었다.

 

 "결국 이 모든 게 제느로 인해 생겨났다는 거네. 엄청난 자작쇼구만."

 

 여리의 지적에 첸은 시선을 피했다. 먼저 알고 있던 사람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다. 진실을 마주했음에도 방관했으니, 그 또한 이 곳에선 죄를 지은 거나 다름없었다.

 

 참 지구나 달이나. 인간이 모이면 다 똑같군.

 여리는 혀를 끌었다.

 

 "이미 많은 힘을 얻은 가문들 때문에 티트리님께서 체계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으셨었죠."

 "티트리,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분명 허수아비 여왕이라 불리던 분이셨지. 제느의 힘을 제일 쓰지 못했던, 역사상 가장 나약했다던-."

 "함부로 말하지마."

 

 첸의 말에 내려올 줄 모르던 입꼬리가 순식간에 내려왔다. 귀에 걸릴 것 같았던 입꼬리가 턱으로 내려오자, 그건 그거대로 섬뜩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미세하게 찌푸려진 미간. 처음 보는 라반의 표정 변화. 그는 티트리라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었다.

 

 "힘이 없었던 것은 아사나의 정신이 티트리님에게 스며들 수 없었기에 그런 것 뿐이야. 티트리님은 깨끗한 마음의 소유자셨거든. 조금도 때묻지 않은. 단언컨데, 그 분은 '여왕' 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셨다."

 "그리움은 미화가 되기 마련이지. 여왕이란 자리가 착하다고 다 되는 건가?"

 "그럼 아사베 여왕처럼 힘과 권력으로만 통치했어야 진정한 여왕이라고 생각하나?"

 "...."

 "로하 공주가 그렇게 죽고 못사는 네 동생과 왜 혼인을 하지 않은지... 알고 있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로하를 탐탁치 않아 했던 첸으로썬 그 문제를 구태여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내심 궁금하긴 했던 일이었다.

 

 제느의 서재 이야기는 그저 내려오는 전설일 뿐이다.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그런 민담 같은 것. 실제로 첸, 본인 외에 누군가 서재에 들어가 제느와 혼인을 했던 남자는 없었다. 한 마디로 역대 제느의 남자들은 전부 여왕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비센 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비센의 차남과 오랫동안 연인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 로하의 나이와 다른 가문들의 눈을 생각하면 둘은 진작 식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긴 했었다.

 

 첸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본 라반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그가 한 말은 가히 충격적인 말들이었다.

 

 "그간 로하 공주는 천천히,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너희 형제에게 힘을 실어 놓고 있었지. 비센의 이름으로 영토확장은 물론, 메아리의 법을 건드릴 수 있는 권한이나 부하들의 머리수까지. 아마 차후 메아리의 주인 자리는 비센으로 정해 놓은 모양이야."

 "... 차후?"

 "반응을 보아하니 역시, 공주에게 모든 걸 듣진 않은 모양이군."

 

 [내일, 모두가 조용해질 시간에 당신과 저. 그리고 수여리. 이렇게 셋이서 저주의 호수로 갈겁니다. 위험한 여정이 될 것이니 댄에겐 말하지 마세요. 당신 동생을 지키고 싶다면. 블러드 저주가 다가옵니다.]

 

 출발하기 전, 로하의 참으로 전달 받은 내용은 이것이 전부였다.

 

 "잠깐, 설마..."

 

 여리가 그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는 이 일에 방해만 되거든요.]

 

 로하가 했던 말이 불현듯 뇌리에 스쳤다.

 

 이런 중요한 일에 데려오지 않은 댄, 미리 정해 놓았다는 자신의 후예, 여리와 로하의 모습으로 바꿨던 메아와 베아, 미루고 미뤘다던 여왕식. 결론은 그것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다.

 

 한 달 간 살아온 메아리와 티트리가 쓴 책으로 미루어보아 이 곳은 블러드 저주와 신이 줬다는 능력을 빼면 제느를 못잡아먹어서 안달 난 가문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그 숨막히는 찰나를 여리 또한 느꼈는데, 왕궁에서 나고 자랐다는 로하가 모를 리는 없으리라.

 

 저주를 풀어내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생길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당장은 '저주를 풀어낸, 신이 선택한 제느.' 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머지 않아 모든 것이 '제느' 로 인해 시작된 저주라는 것을 알게 되기란 시간 문제일 것이고, 모른다고 한들 능력이 필요없어진 제느는 헌신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니, 크다. 이들에게 공공의 적인 '블러드 저주' 가 사라지면, 갈 곳 잃은 화살은 목적지를 찾아 해매기 마련이니. 군중심리란 그런 것이다.

 

 초대 여왕이라는 제느 아사나 또한,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저주를 만들어낸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 가설을 토대로 결과를 내본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인물은 누구인가? 제느와 가장 가깝게 지낸 그녀의 연인. 비센 댄 일 것이다. 로하는 비센을 위해 온갖 허례의식과 굳이 복잡한 루트를 세워놓은 것이다.

 

 "자살하려는 생각이군요. 로하 공주가."

 

 그녀에 말해 라반은 고개를 끄덕였고, 첸은 멍하니 여리를 바라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자살? 누구 마음대로. 아사베가 자기를 위해서...!"

 

 첸은 말 끝을 흐렸다.

 이 상황에서도 아사베를 논하다니.

 

 "근데 뭐가 문제인거죠? 당사자가 알아서 죽겠다는데. 왜 굳이 내가...?"

 "자기 혼자 알아서 죽겠다는 것이 문제죠."

 "그게 왜요?"

 "... 티트리 여왕님이 먼저 시도했던 겁니다. 문제는, 신이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는 점이죠. 제느의 힘을 회수해가지 않았어요. 오히려 끝나지 않게 하고 있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느로 인해 시작된 저주이니 제느가 죽으면 모두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후손을 만들고 죽어서 그런 거 아냐? 4대 여왕, 제느 프리느아가 살아 있었잖아. 그에 비해 로하는-."

 "티트리님은 후손을 낳지 않았어. 혹시 모를 것을 대비해 비든 가문의 장남과 식을 올리긴 했지만. 히지만 그것은 식을 올리고 난 전과 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그리고 남은 메아리 사람들을 위함이였지. 자신의 죽음으로 큰 혼란을 막기 위한. "

 ".... 뭐? 그럼 프리느아 여왕은?"

 "저주의 호수에서 나오셨다. 정확히는 티트리 님께서 떨어지신 그 곳에."

 

 라반의 말에 여리와 첸은 말을 잇지 못했다. 라반은 말을 덧붙였다.

 

 "프리니아님을 잉태하시긴 하셨다고 해. 기간은 대충 두 달. 그렇기에 더 많은 것을 알아내지 못하고 무리하게 계획을 밀어붙이신거야. 후손이 태어나면 변수가 많아질 것을 염려하신거지. 그 분은 진심으로 저주를 끝내고 싶어 하셨으니까. 그런데....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어. 당시엔 지금 우리. 반제느들과 동행하셨거든. 다른 장군들 몰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위해 항시 반제느 단체를 동행하셨지. 우리한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그래. [티트리님께서 저주의 호수로 몸을 던지자 눈부신 빛들이 온 세상을 뒤덮었고, 그 빛에 눈을 감았다 떼어보니 티트리님이 서계시던 자리에 프리느아 님께서 아이의 형체로 울고계셨다.] 라고."

 

 고작 두 달이면 이목구비도 제대로 생기지 않지 않나? 원래 그 정도면 콩알만해야 하는 거 아니야? 게다가 숙주가 죽었는데, 갑지기 뿅! 하고 태어난다고?

 여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우린 다른 가설을 세웠다."

 

 라반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눈빛으로 여리와 눈을 맞추었다. 이내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한 쪽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얐다. 가까워진 거리. 이런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라반의 웃는 얼굴. 부담스러워 눈을 피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제느의 자살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신이 직접 죽이는 건?"

 

 첸이 라반과 여리의 사이를 손으로 가로막았다. 굳은 살이 잔뜩 베긴 커다란 손바닥이 여리의 시야에 들어왔다.

 

 “설마 그 신이 수여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 물론 가설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 신이 제느를 선택했으니, 신의 손으로 죽이는 건 어떨까.”

 “아니. 가설의 문제가 아니야. 대체 무슨 근거로 수여리를 메아리 신이라고 단언하는거지?"

 "제느가 무서워 하지 않나. 검은 머리를."

 "뭐?"

 "제느의 타락을 우습게 보지 마라. 그녀들은 네가 상상했던 것 이상인 여자들이었으니. 티트리님을 제외하고 말이야."

 "궤변이 심하군!"

 

 여리와 라반을 가로 막던 첸의 손이 그의 멱살로 향했다. 거칠게 쥐어진 그의 옷자락 사이로 힐끗 쇄골과 가슴이 비춰졌고, 하얀 속살 안엔 커다란 흉터가 여리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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