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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국경의 휘파람
작가 : 혜성처럼
작품등록일 : 2022.2.5

한양 공화국 공무원 김종서의 9급 시절부터 2급까지의 파란만장 승진일기.
위인 김종서가 아닌 인간 김종서의 모든 것.

 
1.아들에게 반역하는 아버지
작성일 : 22-02-06 23:28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6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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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들에게 반역하는 아버지

 

 태종 2년.

 희한한 세상이다.

 나라가 열린 지 이제 딱 11년 째.

 시퍼렇게 살아있는 임금이 세 명이나 된다.

 현직 어좌에 앉은 임금은 이 사실에 개의치 않는다.

 하늘에 해가 셋이라고 하나 하나는 곧 질 것이요

 또 하나는 해가 아니라 사실은 낮에 뜬 달이다.

 그러다 요즘 부쩍 속이 뒤틀린다.

 지척의 내관들이며 정전에서 머리를 조아린 조신들은 그냥 참을 수 있다.

 궁궐 밖 입방아들이 얼마나 끓어넘칠까 생각하니

 그만 딱 하늘이 무너지던가 땅이 꺼지던가 했으면 좋겠다.

 

 안변에서 조사의가 역모를 일으켰다.

 안변을 지나야 동북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역시 동북면이 문제다.

 아버지의 계비에 대한 복수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그 인간 천성이 경박하고 모자른 놈인 것은 것은 문무백관이 다 증인이 되어 줄 터.

 그의 뒤에 천상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감출 수 있단 말인가.

 막상 대책회의를 위해 정전에 들어섰을 때 눈앞의 백관들을 보니 머리가 아찔했다.

 저들중 하나가 나에게 칼을 벼리고 있지 않을까?

 혹시 저들 중에 조부사와 내통을 하는 이 없을까?

 그러나 마음을 다져 먹고 중앙 어좌를 향해 나아간다.

 좌정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샌님들 상대하는 일이야 지금껏 그래왔듯이 식은 죽먹기다.

 문제는 아버지다.

 

 “함흥으로 간 송호군 소식은 아직도 없습니까?”

 “전하, 상호군 박순과 같은 길을 갔다고 사료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태조를 설득하러간 상호군 박순과 호군 송유가 결국 죽었다는 말이렸다.

 “영흥에서 온 파발의 보고에 따르면 태상왕 전하의 어가가 그곳을 지나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사의와 아버님이 따로 움직이고 있군요“

 그나마 다행스런 선택지가 눈앞에 있다.

 

 ”출병 준비하세요“

 백관들이 놀라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나는 안변으로 갑니다.

 한산부원군이 나와 동행합니다.

 황주와 봉주의 군사 사만은 아버님을 모시기에 넉넉하겠군요.

 선두에 완산후가 섭니다.“

 건장한 노익장의 조영무와 고지식하게 보이는 이천우가 나와 절하며 임금의 명을 받는다.

 

 철령 고개 앞.

 여길 넘으면 안변이다.

 역도들이 아직까지는 제 세상인 줄 활개를 치고 있을 곳.

 양덕 , 곡산 등 서북면 소식도 아직은 심기를 건드리고 있지만 꾸욱 참아본다.

 이천우만 아버지를 잘 제압하면 된다.

 나는 아버지를 공격한 게 아니다.

 아버지는 어차피 왕에서 물러난 몸,

 한때의 호랑이라 하였을지라도 나라의 지존은 이제 그 아들에게 있거늘

 이런 식으로 아버지가 세운 세상의 주춧돌을 빼려 들다니.

 그러니까 맹주 소식만 기다린다.

 임금은 다시금 고삐를 바짝 당기고 말을 재촉한다.

 가자

 네 놈들이 오랜만에 피밭을 구르는구나.

 

 순간 말이 미끄러진다.

 임금도 놀라 몸을 휘청였지만 잡고 있던 고삐를 놓치지 않은 덕에

 오히려 꼴사납게 공중에서 춤을 추고 있는 왕.

 어느새 시종 무사들이 임금에게 달려들어 감싸는 중에 보이는 주위는

 더욱 우스꽝스럽다.

 말들이 여기저기 달아나면 고삐잡고 허둥대는 종자들.

 창병들은 창을 부여잡고 바닥에 엎드리다 뒷사람 창날에 얼굴을 베인 줄도 모르고 오들오들.

 처음엔 하늘이 흔들리는 줄 알았다.

 아름드리 장송들이 쏟아져 달려드는 것 같다.

 

 ”지진입니다“

 땅은 한참이나 몸부림을 치더니 점차 잠잠해져갔다.

 임금이 먼저 몸을 일으키려하니 그를 감싸고 엎드려있던 내관과 시종관들이 그에게서 떨어져 선다.

 임금이 옥체를 세운 것을 어찌 알고 바닥에 널부러진 군졸들과 중장들이

 고개를 든다.

 마종들까지 진열을 다 맞추고 선 것을 기다리고 있던 임금은

 방금까지 두려워하던 자신의 모습을 혹여 주위 누가 보았던 것은 아닐까 주위 모두의 기색을

 훔쳐보았으나 저들은 임금의 불호령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더 눈치를 본다.

 ”혹여 여진이 있을지 모르지 일단 대기하라“

 ”예 전하”

 명이 떨어지자 바닥에 떨어진 짐을 줍고 대열을 더욱 촘촘이 맞춰가는 군대.

 잠시 시간을 번 것은 왕이다.

 하늘에 태양이 둘.

 그 둘이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거기에 지진까지.

 여기 강원도는 전에도 지진 소문이 많았던 곳은 아니다.

 필시 한양에선 이보다 더 강력한 진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도성 사람들이 다 보았을 것이다.

 민심은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아니 당장에 여기 군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인가?

 혹여나 저들도 내가 그르다고 생각할까?

 저들도 철령 너머 동북면의 왕에게 합류하고 싶어할까?

 

 속에서 이글이글 열불이 끓는다.

 내색을 못하고 밭은 숨 허공에 살짝 뱉어본다.

 그때 들어온 산너머 파란 하늘.

 그리고 고개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산야.

 그래.

 어차피 하늘은 공평하다. 바람도 산도 모두의 것이지.

 그러니까 이 지진에 흔들린 건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홀가분해온다.

 

 “김천우를 불러라”

 “소신 대령했습니다. ”

 실력 있는 천문관이라고 하지만 천운보다 관운에 더 비상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 내 말을 내어 줄 터이니 이대로 달려 평양으로 가라”

 “ ...전하!”

 “ 맹주에서 아버님과 접선 후에 조사의는 곧 평양에 도착할게야.

 허나 그 쪽은 대군을 거느리고 있으니 지금 그대가 바삐 가면

 먼저 도착해 그를 기다릴 수 있겠지 ”

 “전하의 뜻을 받잡겠습니다. ”

 “함흥으로 간 호군들처럼 자네마저 잃을 수는 없네 ”

 “?...”

 “내 진영을 탈출해 저들에게 투항한 것처럼 해.”

 “전하.”

 “그리고 내가 친정을 일으킨 것과 서북면에서 소집한 군사의 위용을 소상히 고해라.”

 “예 전하. ”

 “자네가 사의와 동문수학한 전력을 내밀어 그를 회유하게.

 하늘의 뜻이 나에게 있어도 친우를 위해 달려왔노라 말해보게 ”

 “믿지...않을 것입니다...그러나”

 “당연의 자네의 진의를 의심하지만 그대가 갖고 온 정보는 믿을 거야.”

 조사의의 생사여탈만은 그대에게 주겠네 .“

 순간 김천우가 숨쉬는 방법을 잊었는 줄 알았다.

 

 그렇게 김천우를 보냈다.

 드디어 맹주에서 소식이 왔다.

 아버지의 거가가 개경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정중히 뫼셔라.

 태백산에 천신제를 올리고 얼마나 고단하시겠느냐.“

 임금도 빨리 환궁하고 싶어졌다.

 이 토벌을 마치면 다시 평화로워질 나의 도성.

 이제 제대로 내가 꿈꿔온 나라를 만들리라.

 

 북청

 선두에서 급히 달리던 장수 이인경.

 맞은 편에서 파발이 가져온 소식을 받아든다.

 ” 전하!“

 나이가 머리카락 색은 하얗게 물들였어도 그 허리는 침탈하지 못했는가 보다.

 말에서 내리니 팔척은 너끈히 넘고도 남을 장대한 키에 위용이 가득하다.

 그 키를 접어 땅바닥에 엎드려 우는 수장을 보고 당황하는 병사들.

 정식 군복을 입지않은 산사나이 복장들이지만 하나같이 절도와 군기가 서려있다.

 ” 불충한 소신을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조금더 빨랐더라면 , 소신이 조금더 서둘렀더라면...“

 그렇게 땅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는 이는 태조 이성계의 죽마고우다.

 파발과 함께 온 부장이 이인경을 재촉한다.

 ”금상이 곧 함흥에 진주해 올것입니다.

 허니 다시 길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이 병력을 저들에 노출시키면 큰 일입니다. “

 눈물을 닦고 일어서는 이인경.

 ”잊지마라.

 전하는 다시 돌아오실 것이다. “

 “이 동북면은 영원히 전하에게만 충성할 것이다. ”

 대열의 방향을 바꾸어 행군하는 군사들.

 이인경도 말에서 내려 함께 걷는다.

 

 “그래서?”

 “그래서 어찌 되었긴!

  태상왕 전하는 구중궁궐 기이이이이픈 곳에 갇혀서 밤마다 이렇게 소리지르신다지?”

 “뭐라고?”

 “나 돌아갈래!”

 “어디로?”

 “동북면으로!”

 

 청계천에 능수버들 늘어진 곳이면 어디나 돗자리를 깔고 삼삼 오오 앉은 학동들

 아직 초봄의 추위가 쌀쌀하지만

 학동들은 몸을 오그리면서도 바깥바람을 놓치고 싶지 않다.

 시사회 핑계로 접을 이뤄 학당을 벗어났으나

 딱히 갈 데는 없고 모여서 지난 밤 각자의 스승님과 집안 어른들이

 들고온 궁궐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 추위도 잊게하니 참 신통하다.

 

 “그런 거 보믄 우리 전하가 정말 효심이 깊으시다니까!”

 “그래! 나같으면 이왕 진격한 김에 동북면을 싹쓸어 버리는건데”

 “흥왕의 땅!”

 “그래. 국조가 나신 땅이라 함부로 못 건드린거지”

 “아야야야야”

 일행중 하나가 갑작스레 등장한 학동에게 귀를 잡혀 비명을 지르며 일어선다.

 역적모의라도 한 듯 한껏 대화에 집중하던 학동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이고 형님아! 귀 떨어진다. 귀 떨어져!”

 “쓸 데 없는 소리나 주워 담는 이따위 귀 떨어지면 어때서”

 종서가 자미의 귀를 잡고 벌써 저만치 일행에서 떨어뜨려놓고 있다.

 “나랏님 동정이 왜 쓸 데없는 소리요?”

 “효심과 충정만으로 군사를 쓰는 줄 알아?

  동북면에 득시글거리는 야인족하고 붙게 되면 어쩌려고?”

 “형님도 그럼 임금이 잘못하셨다고 생각하오?”

 “니가 그래서 아직 애라는 거야! 그저 모아니면 도지!

 왕의 고조할아버지라도 신하는 신하이고 왕은 왕이란 걸 인정하지 못하면

 나라가 뭐 필요하니?!”

 “아, 몰라요, 머리도 아프고 귀도 아프고”

 

 둘은 어느새 일행 멀리 떨어져 있다.

 종서가 잡았던 귀를 놓는다.

 “미안합니다. 내 아우같은 마음에 그만...”

 “도대체 이 가냘픈 여인에 대한 예우가 없소!”

 종서는 이미 자미의 전신을 훑고 난 뒤였다.

 종서에게 귀를 잡혀 온 학동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뽀얀 얼굴에 동그란 눈, 짙은 아미를 하고

 장난기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어

 영락없는 말괄량이 처자의 모습이다.

 “숙부님 뵙기로 한 시각이쟎소.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 구구절절하게 풀기는 성가시고

 아무튼 종서가 깍듯이 따르게 된 복면 서생이 계시다.

 자미는 그의 하나밖에 없는 조카다.

 종서보다 두 갑 아래 열 여덟이라고 하니 충분히 하대해도 될 만하지만

 어디까지 그녀의 숙부를 봐서 예우를 갖춰 준 거다.

 그 사정을 모르고 또 입이 뾰루퉁한 자미가 거슬린다.

 차라리 집에 가서 종흥이 상대하는 게 나을 것이다.

 종흥이는 말대꾸라도 안하는데

 자미는 한마디도 지려고 들지 않는다.

 

 자미가 다시 종서의 소매를 잡아 아까 있던 자리로 이끈다.

 ” 나 아직 승부 안끝났소“

 ”승부는 무슨!

  내내 잡담만 떠들던 것 내 다 봤다니까요“

 ”그거야 패가 한 명 부족해서 소강상태였어요.

 도련님, 아니 형님이 오셨으니까

 나랑 같은 접이 돼서 경기 계속 할 수 있다오“

 ”이봐요, 숙부님 오실 때가-“

 ” 결승점 고지요.

 딱 두 판만 돌리면 돼!“

 어느새 아까 왔던 자리에 다시 와 앉는 자미 그리고 옆에 눌려 앉는 종서다.

 숙부님 조카라고, 여인이라고 ,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인사 상대하는 이 순간도 짜증이건만

 종정도.

 이렇게 한심스런 놀이에 목매다는 이 분위기는 더욱 못참겠다.

 오모 막대기 다섯 면에 적힌 숫자 중 던져 나오는 수 만큼 말을 움직여

 제일 먼저 승상의 지위에 도착하면 승리하는 놀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렇게 가상의 승차 놀이나 만연하는

 작금의 세태는 그렇다치고 복면거사님 같은 분에게 어찌 이리 경박한

 조카따님이 다 있는지.

 도대체 거사님은 조카딸 교육은 어찌 시키고 있는건지

 ”왔소 왔소 왔소.

 그쪽 정3품이고 나는 사헌부. 도령, 아니 형님은 지신사요“

 ”그냥 판 접으면 될 걸 이런 비협조적인 신참델꼬

 오모막대기가 굴러가기나 할려나?

 “오모 막대기는 아주 공평하오.

 내 차례지?”

 “어허! 우리 차례지! 이봐 뭐 해?”

 상대편 학동이 던진 오모 막대기가 땅바닥에 구른다

 넉 사.

 환호하는 학동들과 얼굴 구겨지는 자미.

 오모 막대기를 주워 종서에게 준다.

 “부디 삼이요 , 삼!

 종서는 이 판보다 저 능수버들아래 혹시나 거사님의 말이 도착했을까

 흘깃 보지만 오늘따라 늦는 거사님이 점점 원망스러워진다.

 종서가 던진 오모막대기가 삼의 얼굴을 드러냈다.

 꺄

 허걱!

 종서가 더 놀랬다.

 이 자리서 저런 몰골로 계집티를 팍팍 내는 조심성 없음도 짜증이고.

 ”하나, 둘, 셋!

 이러면 양대법 쓸 수 있는 거지?!

 여기 김도령 정3품 탄핵이오!“

 일그러지는 상대편 얼굴들만큼이나 종서의 온 심사도 일그러진다.

 상대편의 제일 앞선 말이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둘! 피혐이다!“

 ” 뭐야! 내걸 왜 또 잡아!“

 ”그대 말도 다시 처음으로“

 ”젠장할!“

 종서는 결국 벌떡 일어선다.

 ”이만 가보겠소“

 말과 동시에 이미 걸음은 저만치 떨어져있다.

 일행과 종서 양쪽을 보며 당황해 있는 자미.

 ”기권하겠소“

 ”그렇지! 약조한 오승포 내놓으시오“

 ”뭐 오승포?“

 저만치 물러갔던 종서가 다시 돌아와 버럭 지른 소리에 자미가 화들짝 찌그러졌다.

 ”기껏 심심풀이 놀이 한 판에 오승포 내기를 했다고?”

 “형님, 물색없이 왜 이러시오?”

 “ 물색없는 건 낭자입니다!

 거사님 면목을 봐서 봐주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거사님은 내일 댁으로 내가 직접 찾아가 뵌다 전해 주시오.“

 종서의 말에 자미의 정체가 드러나자 히엑 놀라 자미에게서 떨어지는 학동들

 자미도 무안함에 벌떡 일어선다.

 ”왜? 벼슬길은 사내들 일이니 여인은 끼지도 말라 이겁니까?“

 ”이보시오 윤도령!

 과거 공부는 해보시었소?

 사서 전문 중에 몇소절이나 외시오?“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계집 특유의 앙탈을 부렸음에도

 종서에게는 씨알이 안먹힌다.

 검지로 자미의 이마를 꾸욱 누르며 가소롭다는 듯이 일침을 놓는 통에

 모멸감이 눈가 밖으로 물이 되어 쏟아지기 일보직전이 된다.

 그런게 보이지도 않는 종서는 더욱 자미를 몰아세운다 .

 ”유유상종이라고 하지.

 내가 장담하건데 여기 있는 세 사람 학문을 다 합쳐도

 논어 한권에 이르지도 못할걸?“

 ”.....“

 ”한 뼘 땅을 갈아보기나 했나, 청산에 올라 시한 수 지어보길 했나.

 그깟 놀이 패로 벼슬자리 행세하는 그대들이 넘보는 과거면

 그 위엄이 참 잘도 있겠소.

 한참을 훈계해놓고는 종서가 쌩 자리를 떠난다.

 종서의 뒷모습을 두고 씩씩 거리고 눈을 흘기다 끝내 눈물 한 방울

 또르르 흘러버린다.

 그 모습을 다 지켜본 세 학동들이 쭈뼛쭈뼛 일어선다.

 “어흠...내 스승님이 내준 과제가 있었는데 이제 생각났네 ”

 “난 아까부터 개울가 바람이 차서 참느라 혼났네”

 주섬주섬 종정도 판을 정리하는 학동들.

 “누가 우리 조카님을 울렸어?”

 자미가 원찬에게 냉큼 달려들어 울음을 터뜨린다.

 “자미야, 무슨 일이야? 응?”

 자미를 둘러싼 세 남정네들이 모두 당황해 어정쩡하니 서있다.

 우아아아아앙.

 원찬은 더욱 복장이 터져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포를 거둬버린다.

 “자미야 자미야 말을 해보라니까”

 원찬의 얼굴을 본 세 학동이 기겁을 하고 재빨리 자리를 떠 버린다.

 그런 세 학동들을 쫓아 원찬이 손 짓 세 번을 하자

 맥없이 고꾸라지는 학동 셋.

 태종 2년.

 이곳은 한양 청계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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