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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혼 후 다시 봄
작가 : 신록이
작품등록일 : 2022.2.4

"결혼 축하해." 나의 결혼식날 입맞춤을 하곤 홀연히 사라졌던 차민혁이 6년 후 완전한 남자가 돼서 나타났다. 어느 봄날에 갑자기 나타난 그는 자꾸만 선을 넘으며 다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내가 누나를 사랑한다고 했거든." 이제는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첫사랑이자 형의 전 와이프인 나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2. 자자고 했어
작성일 : 22-02-06 19:15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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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눈가를 간지럽히는 따스함에 눈을 뜨자 커튼 사이로 햇살이 방 안에 스며들고 있었다. 살갖에 닿는 기분 좋은 이불의 바스락거림과 씁쓸하고 달콤한 바닐라 향.

 

 

'어?'

 

 

뭔가 잘못됨을 감지한 다은은 반쯤 감겼던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아침부터 잔뜩 화가 난 근육을 시원하게 드러낸 반나체 상태로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차민혁과 거의 원피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품이 한참 남는 흰 티를 걸치고 있는 자신.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눈 앞에 펼쳐진 당황스러운 장면에 다은은 어젯밤 일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기억나는 거라곤 민혁과의 식사자리에서 잔에 가득 차 있던 와인을 한 입에 털어놓고,



 

 "넌 진짜 나쁜놈이야. 으허헝..."



 

 얼굴이 벌개진채 갑자기 냅다 울어버린 모습 뿐. 서른 살 넘게 먹고도 오랜만에 만난 동생 앞에서 술 주정하는 누나라니. 최악이다. 원하는 기억 대신 굳이 알고싶지 않은 흑역사만 기억해낸 다은은 조용히 절규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자.'



 

 뭐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민망한 차림으로는 도저히 민혁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침대를 벗어나기 위해 조심스럽게 일어나려하자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건지 민혁이 아예 손을 겹쳐 잡고 놔 주지 않았다.



 

 "더 자자."



 

 손가락 사이사이로 그의 따스한 체온이 전해져오자 기분이 이상해져 손을 놓으려 했지만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그럴수록 손을 더 꼬옥 잡아오는 그였다.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


 "왜? 추워?"



 

 무척 졸려보이던 민혁이 다은의 한마디에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다은의 동그란 이마에 손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할 생각은 아닌데 참 잘 크긴 했네. 걱정스러운 표정인 민혁의 얼굴은 방금 자다 일어났는데도 붓기 하나 없이 완벽한 미모였다.



 

 "열은 없는데. 옷이 너무 얇지? 좀 더 따뜻한 방 갈 걸 그랬나."

 
"민혁아."


 

 지금 기억나는 거라곤 잊고싶은 흑역사 밖에 없다. 아무리 쥐어짜도 도저히 어젯밤 일에 대한 기억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차라리 정면승부를 보자. 다은은 침을 꼴깍 삼키곤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어제 별 일 없었지?"



 

 제발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해. 누구보다 스스로와 민혁을 믿지만 술을 마신 후에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어느 새 심각해진 그의 표정에 손에 조금씩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구나."


 ”별 일은 없었고 그냥 누나가 나한테 자자고 했어."



 

 뭐라고? 다은은 부스스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잡았다

 .

 .

 .

 

 어제 오후.

 
"마지막으로 이번 책은 좀 더 주인공의 서사에 집중해서 스토리를 전개할까 해요."

 
"어차피 키워드는 성장이니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 오늘 여기까지 할까요?"


 "내부협의 마치는데로 계약일 조정해서 연락드릴게요."


 "네, 잘 부탁드려요."


 "아,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작가님."


 

 이 피디가 건넨 작은 상자를 열자 안에는 로즈우드로 이루어진 고급 만년필이 들어있었다.



 

 "갑자기 이게 뭐예요?"


 "작가님 복귀선물 겸 감사의 선물이예요. 어쨌든 늘봄출판사도 하성그룹 계열이고 이런저런 일 때문에 솔직히 다시는 저희랑 협업 안하실 줄 알았는데 이번에 저희 출판사 선택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예요 피디님. 저 사실..."



 

 다은은 입술을 한 번 축였다. 사실 다은은 늘봄출판사를 포함해 이전에 책을 출간했었던 출판사 몇 곳에 투고를 했었지만 이전과 다르게 제안이 온 곳은 늘봄 뿐이었다. 아무래도 표절 논란과 불륜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었던 작가는 되도록 피하고 싶었겠지. 결국은 무고함이 밝혀져 몇년 전에 끝난 일이었지만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제안 온 곳 여기 밖에 없어요."


 "네?"


 "그러니까 이런 거 안 주셔도 돼요. 오히려 제가 드려야죠."



 

 웃으며 상자를 건네자, 괜한 말을 꺼냈다 생각하는 건지 이 피디는 사색이 된 얼굴로 상자를 받지도 못하고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피디님, 저 팔 떨어져요."

 

 

괜히 난감하게 만든 것 같아 다은은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하며 이 피디 손에 억지로 상자를 들려줬다. 저 이제 가 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후-



 

 언제 이렇게 남을 난감하게 만드는 사연을 가진 사람이 됐지. 사무실을 나서자 긴장이 풀리며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들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 죽어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젠 차민혁을 만나야하니까. 아깐 무방비하게 그 자식 장난에 당했지만 이번엔 절대 호락호락하게 놀아나지 않겠어. 



 

 "누나."



 

 비장한 걸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와 민혁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이미 차에 기대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그가 보였다.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부터 생각한 거지만 정장을 입어도 조금은 어리숙한 느낌이 났던 6년 전과 다르게 어느 새 완전한 성인남자의 분위기를 내는 그는 정장이 제 옷처럼 참 잘 어울렸다. 하필 그를 보고 있을 때 봄바람이 작게 불어와서일까?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간지러워 오는 느낌이었다. 서다은 너 미쳤어? 다은은 이상한 느낌에 자신의 뺨을 가볍게 착착 두들기며 기다리고 있던 그의 차에 탔다.



 

 "미팅은 잘 끝냈어?"


 "어? 응."



 

 이게 왜 안되지. 자신이 너무 긴장한 건지 잘 되지 않는 안전벨트 탓에 민혁의 물음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대충 답했다. 한참동안 안전벨트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민혁이 가만히 지켜보다 갑자기 훅 다가왔다. 그에게서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바닐라 향이 나는 듯 했다.

 

 

"아직도 미팅 때문에 긴장했어?"



 

 굳어버린 다은에게 벨트를 채워준 민혁은 여유롭게 씨익 웃어 보였다.



 

 "아, 아니."

 

 얼굴이 점점 빨개지는 게 느껴지자 다은은 다급히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봤다. 진짜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저 자식 너무 능글 맞아졌어. 다은이 빨개진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이 두 사람은 한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어때? 입맛에 맞아?"


 "응, 맛있어."



 

 맛있어서 먹는 거야. 맛있어서. 절대 긴장해서가 아니라. 계획대로 아침을 거하게 먹었음에도 다은은 기계처럼 스테이크와 와인을 계속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머릿속엔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투성이인데 이상하게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웠다.

 

 

"..."


 "..."


 "...누나."



 

 민혁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저를 불렀다.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없어?"

 
'물어보고 싶은 거? 당연히 많지. 왜 나한테 아무 연락 안 했어?'

 

 하지만 여전히 다은은 마음 속으로만 말할 뿐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했다. 그때, 머릿 속에 대학시절 세희가 건넸던 조언이 스쳐 지나갔다.

 

 

"야, 말할 용기가 없으면 그냥 입에 술 털어놓고 확 질러버려! 일단 지르면 뭐라도 되겠지. 혼자 끙끙 앓다가 병나는 것보단 낫잖아?"

 

 

그래, 서다은. 어차피 책임은 미래의 내가 지지 현재의 내가 지냐? 그냥 가 보자. 결심한 다은은 한 잔 가득 있던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순식간에 잔은 비워졌다.



 

 "서다은, 너 미쳤어?"



 

 말릴 틈도 없이 잔을 싹 비워버린 그녀에 민혁은 답지않게 당황했다. 술도 잘 못 마시면서 갑자기 많이 마시면 어떡해. 잔을 다 비우고 고개를 한참을 못 드는 다은이 걱정 돼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팍 들었다.



 

 "앉아."



 

 낮아진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는 다은에 민혁은 움찔하며 얌전히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서다은이라 부르지 말랬지."


 "내가 너보다 5살이나 많아 임마!"



 

 퍽! 다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민혁의 머리를 한 대 쳤다. 여전히 매운 그녀의 손에 민혁은 맞은 부위를 감쌌다. 오늘 프라이빗 테이블로 예약하길 잘했네.



 

 "너 왜 6년 동안 아무 연락도 안했어."


 "어?"


 "왜 6년 동안 코빼기도 안 보였냐고!"

 
"내가 그렇게 미웠냐? 니 마음 오랫동안 몰라줘서? 근데 그게 내 잘못이야? 난 그냥 너가 친동생처럼만 보였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눈물을 흘리며 우는 그녀를 보자 민혁은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는 듯 했다. 



 

 "맞아, 누나 잘못 아니야."



 

 과거에 저의 마음을 몰라준 건 절대 다은의 잘못이 아니다. 그녀에게 아직 어리고 지켜줘야하는 동생으로만 보인다는 걸 감안하지 못한 제 잘못이었다. 좀 더 과감해야했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바보 같이 망설이기만 해서 그녀를 놓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그녀 근처엔 넘어선 안되는 선이 그어진 후였다. 그게 이유였다. 그래서 숨었다. 그 선을 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난 너 한 번도 미워한 적 없어. 항상 멀리서 사랑했지."

 
"너가 결혼까지 했는데도 너를 포기 못해서 숨었어. 내가 선 넘으면 너가 다치니까."



 

 민혁이 아직도 눈물 흘리고 있는 다은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이젠 늘 옆에 있을게. 약속해."



 

 민혁은 약속한다는 말과 함께 고여 있는 눈물 탓에 맑게 빛나는 다은의 눈을 바라봤다.

 

 

"넌 진짜 나쁜놈이야. 으허헝..."



 

 그러나, 다은은 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건지 나쁜놈이라는 말과 함께 테이블에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말을 해봤자 이미 인사불성이 된 그녀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 다음에 다시 말하면 되지. 내 마음은 절대 안 변하니까. 민혁은 피식 웃으며 울고 있는 다은을 일으켰다. 자, 이제 나쁜놈이랑 집에 갑시다. 서다은씨.

 

 

***

 

 
민혁은 자신의 침대에 다은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다은이 이렇게까지 취하는 건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그녀의 집 주소를 미리 알아두지 못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집으로 왔지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곤히 자는 그녀를 보니 어쩐지 정말 나쁜 놈이 된 기분이었다.



 

 "으음..."



 

 입고 있는 옷이 불편한지 다은이 계속 뒤척이자 민혁은 옷장에서 티와 바지를 한 벌씩 꺼냈다.



 

 "다은아, 이거 입고 자."



 

 차마 옷을 벗길 순 없어 그녀를 깨워 옷을 쥐어줬다. 옷 정도는 스스로 갈아입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 민혁은 욕실로 향했다. 그러나, 그건 시련을 불러오는 착각일 뿐이었다. 샤워를 마친 후 그의 앞에 펼쳐진 장면은 다은이 바지는 어디다 둔 건지 흰 티만 걸친 채 이불도 제대로 덮지 않고 잠들어 버린 모습이었다.



 

 "하아..."



 

 지금 이 누나가 나를 시험하는 건가. 여러가지 의미로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다은에 민혁은 마른세수를 하곤 조용히 다가가 흘러내린 티셔츠 덕에 드러난 하얗고 여린 어깨까지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줬다.



 

 "제발 조용히 자라. 서다은."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서려는 순간, 다은이 팔을 붙잡았다.



 

 "애기야, 어디가?"

 
"다른 방. 넌 여기서 자."


 "그냥 여기서 같이 자. 너 혼자 자는 거 무서워 하잖아."



 

 뭐? 아무래도 다은은 아직도 저를 처음 만났을 때의 10살 꼬맹이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술에 잔뜩 취해 방금 했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못 알아들었다고?

 

 

"너가 먼저 같이 자자했다."

 

 어쩐지 조금 화가 나는 민혁은 느른하게 눈을 뜨고 있는 다은에게 가까이 몸을 숙였다. 여전히 청초하고 여린 얼굴에 어린 날 그녀를 처음 봤을 때처럼 가슴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저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지 다은은 눈을 감고 다시 단잠에 빠져 있었다. 의도치 않게 저를 잔뜩 도발해 놓고선 또 다시 잠들어버린 그녀가 처음으로 미운 순간이었다. 

넌 진짜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 지 모르지. 민혁은 조심럽게 그녀 이마에 입을 맞추곤 곁에 누워 그녀의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해줬다.



 

 "잘 자. 다은아."

 

 다정하고 안온한 푸른 밤이 조용히 그들 곁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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