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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재단의 D계급 인원 사용방법
작가 : 감자옥
작품등록일 : 2022.1.24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엔, 특이점이라 불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귀신 들린 폐병원, 끝없는 미로, 사람 죽이는 장난감, 등.
일반적인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재단은 이러한 특이점들을 그러모아 안전이 보장된 공간에 봉인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안전한 공간은 한정 되있고, 특이점은 나날이 늘어만 가는 상황.
그런 특이점들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재단은 오늘도 실험을 한다.
언제든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D계급의 인원으로.
그리고 나는, 그런 재단의 D계급 인원이다.

 
여긴 어디? (3)
작성일 : 22-02-05 18:45     조회 : 172     추천 : 0     분량 : 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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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화와 안경남, 그러니까 이승찬이라 불린 남자의 대화는 꽤나 길게 이어졌다.

 승찬은 지휘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귀물 반응이 나타난 것과 성물이 울어댄 일)에 관해 보고할 때도, 학교에 생긴 특이점들을 단시간에 해결하지 못할 것 같아, 지부로 옮겨 관리해야 한다는 보고를 올릴 때도.

 이번 특이점들과 관련된 모든 기억과 기록을 조작해야 한다며, 무슨 귀물들의 사용 허가를 요청할 때도.

 쉴 새 없이 청화를 씹어댔다.

 중간중간 이번 일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특이점들을 씹기도 했는데, 절반은 못 알아들었다.

 

 타다다다다-

 

 눈은 모니터 화면을, 손은 가상 키보드 위를 떠나질 않는다.

 한눈에 봐도 바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승찬은 입을 쉴 새 없이 놀렸다.

 

 ‘내가 이런 얘기를 들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로, 정말 정말 쉴 새 없이 따따 거렸다.

 하지만 중요한 내용 같은데도 말하는 승찬이나 듣는 청화나 나를 신경 쓰는 기색이 없다.

 아니, 청화는 종종 나를 눈에 담기도 했지만, 대화 때문에 나를 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 그러니까, 옛날이 일하긴 편했을 것 같아. 디지털 매체들이 없으니, 소문이 멀리 퍼질 일도 없고, 기억 조작도 간단했을 테니까. 아, 그만큼 발견도 늦긴 했지만...”

 

 승찬의 일방적인 대화 덕분에, 나는 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지금 저들이 말하고 있는 ‘특이점’이 과거엔 귀신, 괴물, 영물, 흉가, 미스터리, 귀물, 성물, 초능력, 신, 악마, 등의 것들로 불렸다는 것.

 사실 지금도 옛 명칭들을 섞어서 부르기도 한단다.

 그리고 이들이 속해 있는 재단은, ‘특이점’들을 제거 혹은 관리하는, 과거부터 존재해온 집단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특이점을 제거 못 하거나 감당 못 한다고 판단할 경우, 가장 가까운 재단 지부로 보낸다고 한다.

 보통은 수송 부대가 옮긴다는데, 직접 옮기는 게 불가능한 상황일 경우엔 공간 이동의 힘을 가진 것들의 힘을 빌린다.

 그 힘을 가진 것이, 한국이 속한 지부엔 귀물들뿐이라는 얘기도 했다.

 

 “우리가 속한 24 지부엔 대죄 중 하나가 봉인되어 있다는 말도 있어요.”

 

 그들이 말한 ‘죄악’은 소위 악마로 불리는 것들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했다.

 악마를 악마라 부르면 되지, 왜 굳이 죄악이라고 부르는지 물었을 땐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며 친절히 답까지 해줬다.

 

 “이쯤이면 궁금하지 않아요?”

 “...네? 아, 저요?”

 “네, 그쪽 분이요. 저희가 왜 이런 얘기를 해주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하다.

 무심코 던진 질문에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는 저의가 궁금하다.

 혹시... 살인멸구 할 생각인가?

 뭐, 죽이기 전에 자비라도 베풀어, 궁금증을 해소해 주겠다는 건가?

 

 “죽여서 없앨 거니까..?”

 “네? 저희가요? 에이, 설마요. 물론 비슷한 일을 하지만... 당장에 그쪽을 죽일 계획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왠지 저 말이 더 무섭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그냥, 이런 세계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런 얘기는 어디 가서 못할 얘기니까요. 재단 내 규율에 저촉되는 행동이기도 하고.”

 “아... 그렇군요. 근데 그런 걸 외부인인 제게 말해도 괜찮은 건가요?”

 “네? 외부인이라뇨? 우리 재단에 속해 있으시잖아요? 아, 잠시만요. 마무리만 좀 하고.”

 

 재단에 속하다니? 내가?

 그럴 리가.

 할 일을 마쳤는지, 개운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머리를 한, 승찬이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누가 봐도 재단 사람인데요? D계급이긴 하지만.”

 “네? 아닌데요? 전 학생이에요. 여기 학교에 재학 중인.”

 “그래요? 흠... 잠시만요.”

 

 품 안에서 작은 기기 하나를 꺼낸 승찬이 기기를 이쪽으로 들이밀었다.

 

 “잠깐 빛이 좀 나올 거예요.”

 

 기기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내 안면을 몇 번 훑고 지나갔다.

 이후, 안경을 고쳐 쓰며 기기의 화면을 바라보는 그.

 

 “우리 사람 맞는데요? 이름 ◆◇◆, 나이 ■□■, 남자, D계급, 21-64820.”

 “네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흐음...”

 

 나와 기기 속 화면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던 승찬이, ‘아무리 봐도 맞는데...’라 중얼거리며 들고 있던 기기를 다른 기기에 연결했다.

 그리고 그가 몇 번 손가락을 놀리자, 커다란 모니터에 신상정보 하나가 떠올랐다.

 

 “보세요. 본인 얼굴 맞잖아요. 그 옆에 정보도 본인이면 알 수 있잖아요?”

 

 블러 처리가 되어 있는 얼굴과 깨져서 알아볼 수 없는 상태의 정보들.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남자, D계급, 21-64820]뿐이었다.

 하지만 저게 정상인 건지, 승찬이나 힐끗거리는 청화나 별말이 없었다.

 

 “이, 이상하네...”

 

 그리고 저 화면을 보고 있는 ‘나’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내 얼굴이랑 이름이 왜 저기 있지?”

 

 그저 놀랄 뿐이었다.

 

 “다른 것도 본인 맞죠?”

 “...근데 D계급은 뭐죠? 그 뒤에 번호도 금시초문인데...”

 “아, 그건 모를 수도 있겠네요. 계급은 말 그대로 그쪽의 신분을 나타내는 거예요. D계급은 위에서 네 번째. 아래에선 두 번째에 속하는 계급이죠. 주로 음... 간단히 말해 화살받이 역할을 한다랄까?”

 “화살받이...요?”

 “네, 뭐... 그렇죠. 근데 말만 화살받이에요. 말만.”

 

 좀 찝찝하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기색에, 그냥 넘어갔다.

 

 “번호는 간단해요. 앞에 두 숫자는 해당 세기를 의미해요. 21이니, 21세기죠. 뒤에 긴 건 그냥 번호고요. 몇 번째로 들어왔는지 알려주는 그런, 번호.”

 “21세기요? 년도도 아니고 세기로 따져요?”

 “그러게요. 뭐, 근데 다 사정이 있겠죠?”

 

 하긴 지금 그런 게 중요하나.

 내가 이곳 소속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이제 우리 소속이라는 걸 인정하시겠어요?”

 “...이상하네. 난 학생인데...”

 “아니, 애초에 그쪽 나이로 어떻게 학생이에요?”

 

 이상하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를 들먹이는 거지?

 누가 봐도 학생 나인데?

 

 “그리고, 그쪽이 학생인데도 D계급으로 왔다는 건, 극악의 소년 살인마라도 된다는 건데, 저는 그런 소식을 들은 적도 없는걸요?”

 “그게 무슨...?”

 “아, D계급 인원의 대부분은 범죄자들이거든요.”

 “제가 범죄자라고요? 그럴 리 없어요!”

 “어라? 자기 소속도 모자라 과거까지 부정하는 거예요? 어디 보자.”

 

 몇 번의 터치와 함께 바뀌는 모니터의 화면.

 그곳에 드러난 정보들을 승찬이 읊기 시작했다.

 

 “죄명 $#%#%^@. 어라? 이 정도면 이곳에 올 정도가 아닌데. 아, 특이사항이 있네. 계속 죽고 싶다고 난동을 부림. 자살 소동 여러 번.”

 “...네?”

 “흠... 그렇게 안 보이는데...”

 

 화면과 나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는 승찬.

 하지도 않은 일들이 기록이랍시고 적혀있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기요. 보니까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혹시 아직도 그. 뭐냐. 죽고 싶으세요?”

 “네에? 아니,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그런 죄도 지은 적 없고,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

 학교와 거미들, ‘그것’들과 어둠, 그리고 계단과 보랏빛의 공간까지.

 뒤죽박죽 얽힌 감정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다.

 

 “...없... 다구요...”

 “에이, 기록이 잘못됐을 리가 없잖아요. 아까도 우리 소속 아니라고 하셨으면서, 여기 적힌 정보가 본인 것 맞다고 인정하셨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아닌데...”

 “흠... 아무래도 첫 실전에 대한 충격이 크신가 보네요. 기억에 혼동이 오실 정도로.”

 

 승찬이 청화를 부르더니 나를 가리켰다.

 

 “여기 말고 의료 쪽으로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데? 본대 올 때까지 그쪽에서 쉴 수 있게끔 안내 좀 해드려라.”

 “...그러지.”

 “아마 얼굴을 마주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네요. 잘 가시고, 몸조심하세요.”

 

 문이 열렸다 닫히고, 차량 내부에 혼자 남게 된 승찬.

 그는 청화가 있던 자리를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래~ 가져갈 줄 알았다. 알았어.”

 

 케이스 채로 사라진 창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청화가 그 D계급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청화, 쟤는 왜 저렇게 대놓고 경계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자고로 적이라 의심되는 존재를 가까이 두게 되었을 땐, 역으로 친근하게 다가가야 정보를 캐든 뭐를 하든 할 수 있는 거다.

 

 “쯧. 그래도 우리 청화 케어는 이 형님이 해줘야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알아낸 건, 그 D계급이 확실히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예기치 못한 일을 맞닥뜨리게 되면 숨소리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D계급은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줬는데도 숨소리가 변하지 않았다.

 여기까진 그래도 그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기억이 기록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숨소리가 변하지 않은 건 이상했다.

 훈련받은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자신의 숨을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확실히 이상하지. 일반인이 자기 숨소리까지 컨트롤 한다는 건.”

 

 안경을 벗어 기기에 연결한다.

 그러자 나오는 영상 하나.

 D계급과 마주 보고 얘기할 때 분석한 것을 녹화한 영상이다.

 그곳엔 안면 근육의 변화나 숨소리의 변화 따위의 것들이, 각종 그래프와 수치로 기록되어 있었다.

 

 “안면 근육의 변화가 거의 없어. 눈을 깜빡이는 것도 지나치게 일정해. 입 모양도... 지나치게 정확해. 말을 이렇게 하는데도 숨소리가 일정한 것도 이상해. 마치, 마치 인간을 흉내 내서 만든... 인형 같아.”

 

 대화를 나누면서도 어찌나 소름이 돋던지.

 마음 같아선 즉결처분을 내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괜히 사서 고생할 정도로 성실한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D계급이 인간이든, 아니든 이 자리에서 처분하게 될 시, 모든 책임은 현장 지휘자인 그가 져야 한다.

 그때 발생할 수많은 가정은 떠올리기만 해도 골이 아파질 정도.

 해서 그는 B계급이자, 특이점 사용자인 청화를 그 옆에 붙여 놓는 것을 끝으로 해당 건에서 손을 떼기로 마음먹었다.

 

 “아, 그 전에 소속을 바꿔놔야지.”

 

 어차피 이곳에서 이상 증상을 보이는 인원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연구소에 보내게 된다.

 의료 지원 차량에 갔으니, 높은 확률로 등록을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직접 소속을 바꾸기로 했다.

 

 “연구쟁이들아, 뒤는 부탁할게. 크크크.”

 

 폭탄을 떠넘긴다고 생각하니, 묵은 변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줘야지.”

 

 최대한 여러 검사를 받게끔 기록을 남겼다.

 감염이나 오염된 사람이 받는 검사 수준으로 기록한 뒤.

 

 “추가로 검사 끝나고 기억 소거제 투여까지... 됐다. 이래도 인간으로 나오면... 뭐, 인간인 거겠지. 알게 뭐람.”

 

 기지개를 켠 뒤, 다른 작업을 하기 시작한 그.

 문득 인중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손등으로 코를 훔친다.

 

 “코피? 코피네? 뭐지. 일을 너무 열심히 했나.”

 

 머리카락 빠지는 것보단 코피 나는 쪽이 훨씬 낫다.

 그렇게 생각한 승찬이 대충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그러고 보니, 청화 창도 복구해야 하는데. 이번엔 얼마나 많은 피를 요구하려나... D계급들만 죽어나겠네.”

 

 중얼거리던 승찬의 움직임이 우뚝 멈춰선다.

 

 “그러고 보니, 복구 신청 보고서도 내가 올려야 하잖아? 개씨발! 안 해! 몰라! 지 창인데, 지가 알아서 하겠지! 복귀하면 내 소관 아니니까, 그때까지만 모른 척하자.”

 

 이후에도 승찬은 이런저런 말을 해나갔다.

 청화와 상부를 씹으며, 이런 세상에 들어와 버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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